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9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96화(1296/13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96화
세르네는 메이린과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해왔다.
‘취업 평가? 귀찮네. 그래도 시몬이랑 메이린이랑 마지막 학기를 보내려면 어쩔 수 없나?’
세르네는 키젠 역사상 가장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않은 학생이었다.
적대 세력이 낸 과제 따위, 그게 무엇이든 날로 먹어야만 직성이 풀렸다.
우선 취업 평가라는 걸 하게 될 거라는 정보부터 남들보다 먼저 입수했고, 이후엔 조교급들이나 하수인, 심지어 대담하게 키젠 본부 직원급의 인물들까지 차례차례 깃털을 꽂아 구체적인 평가 내용을 손에 넣었다.
‘진로상담 내용과 정반대의 취업처로 학생들을 보낸다고? 쉽네.’
이후 세르네는 담당교수와의 진로상담에서, 졸업 후 수년간은 ‘흑철성채’에 취업하겠다고 통보했다. 외부의 시선으로는 상아탑과 대비되면서도 가장 오랫동안 적대해 온 조직이 흑철성채였으니까.
그렇게 이어지는 취업처 발표에서, 세르네가 예상했던 대로 그녀의 취업처는 ‘상아탑’이 나왔다.
정체를 숨기는 정도야 환상계와 정신지배 능력을 가진 세르네에겐 일도 아니었다. 그녀는 취업 평가 내내 너무나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거의 본가로 휴가를 온 것처럼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취업 평가 기간이 막바지가 되어서야 움직일 준비를 했다.
‘슬슬 일해볼까?’
사실 상아탑에서 취업 평가의 조건을 충족하는 건 만만치 않다.
자신의 위장 신분을 들키지 않는 선에서 거대한 성과, 혹은 조직의 틀을 바꿀 만한 변화 둘 중 하나를 이뤄야 하는데, 상아탑처럼 규모 있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큰 조직에는 어느 쪽도 쉽지 않았다.
물론 그녀에겐 생각이 있었다.
‘지금쯤 우리 똑똑한 메이린이 발로 뛰면서 준비해 놨겠지?’
세르네는 메이린이 진로를 ‘상아탑’으로 쓸 것을 훤히 예상했으며, 자신의 예상대로 흑철성채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까지 파악했다.
이어서 해야 하는 일은 간단했다. 똑똑한 메이린이 깔아둔 계획에 무임승차하는 것.
메이린의 자원 교환 계약을 실현시키기 위해, 세르네는 상아탑 상부를 움직여 무리하게 마정석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을 벌이게 했고 종래에는 마정석 부족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뜨렸다.
동시에 처리 불능급으로 생겨난 다량의 흑철 물량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립지대의 간부를 정신지배해서 올해 흑철 물량을 거절하게 하거나, 흑철의 시세를 낮추는 등 완벽하게 판을 깔았다.
이후 흑철성채에 취업한 메이린이 마정석과 흑철 교환을 제의했고, 세르네는 무르익은 분위기 속에서 상아탑 사람들을 하나둘 설득해 가며 합의에 이르게 한 것이다.
“아이 진짜악!”
이야기를 다 들은 메이린이 와악 하고 불같이 화를 냈다.
“처음부터 네 손바닥에서 날 가지고 논 거야?”
“응? 너무하네.”
세르네가 다시 한번 남장한 메이린을 와락 끌어안았다.
“서로 자기 과제를 완수했으니 ‘팀워크’라고 해야지!”
“나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팀워크는 무슨 팀워크야! 이거 놔!”
메이린이 세르네의 정수리를 붙잡고 떼어내려 했지만 세르네는 껌딱지처럼 찰싹 붙어 있었다. 킁킁 냄새를 맡던 그녀가 ‘어머?’ 하고 미소 짓더니 메이린을 올려다보았다.
“남자 향수 뿌렸네.”
“다, 당연하잖아! 남장이니까!”
“시트러스하면서도 깔끔한 냄새, 시몬에게서 나는 거랑 비슷한 향기로 골랐으려나? 본능적으로?”
메이린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뭐래! 아니거든!”
“시몬 냄새가 나는 메이린의 남장한 모습.”
메이린을 올려다보는 세르네의 두 뺨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세리는 더더욱 좋아질지도?”
소름이 끼친 메이린이 팔을 파르르 떨더니 세르네를 힘껏 밀어냈다.
“떨어져!”
“힝.”
세르네가 쓰러지는 척 바닥에 주저앉은 사이 메이린이 등을 돌려 도망쳤다.
“나 남장한다고 하면 궁금한 게 있는데!”
그러나 세르네가 깃털을 흩뿌리며 날 듯이 다가와 다시 한번 메이린을 등 뒤에서 끌어안은 뒤 가슴에 손을 올렸다.
“여기는 어떻게 숨겼어?”
“야!!”
화가 난 메이린이 냅다 발차기를 날렸다.
그러나 메이린의 발에 맞은 세르네의 몸이 깃털처럼 흩어져 사라지고, 그 뒤에 세르네가 메모리얼 수정구를 든 채 미소 짓고 있었다.
“찰칵.”
당황해하는 메이린의 모습이 그대로 메모리얼 수정구에 담겼다.
세르네가 애정 가득한 얼굴로 수정구를 쓸어 넘겼다.
“메이린의 남장한 모습 찍었다! 가보로 남겨야지.”
“야이! 그거 가져와!”
얼굴이 마그마처럼 시뻘게진 메이린이 뛰어들었지만, 세르네는 이번에도 백조처럼 사뿐한 동작으로 물러섰다.
빙그르르 돌며 메모리얼 수정구를 소중히 등 뒤에 숨긴 그녀가 미소 지었다.
“흐응- 세리한테 그런 공격적인 태도를 취해도 괜찮을까? 흑철성채 측에 알려서 정체를 들키게 하면, 취업 평가 통과가 어려울 텐데?”
“웃기고 있네!”
메이린이 거칠게 바닥을 밟았다.
순식간에 방대한 범위로 빙판이 펼쳐지고, 사뿐사뿐 도망치던 세르네의 발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빙판에 주저앉은 그녀가 ‘아야’ 하고 장난스럽게 아픈 소리를 냈다.
“그럼 나도 아빠한테 네 정체를 말할 거야! 같이 퇴학당하든가!”
“아잉, 그건 안 돼. 상아탑 출신인 우리 둘 다 떨어지면, 차후 시몬 쟁탈전에서 로레인을 견제할 사람이 없어지잖아.”
“내 알 바 아냐! 그게 싫으면 그 수정구!”
메이린이 두 발에 손을 착 붙이자, 순간적으로 두 발이 얼음 스케이트로 덮였다.
“내놔!”
촤아악!
메이린이 가속해서 달려왔고, 세르네도 재빨리 일어나 깃털을 흩날리며 천장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메이린은 벽과 천장에 빙판을 확장시키더니, 스케이트로 벽을 타고 이동했다.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두 상아탑 영애 간의 추격전.
세르네의 행복에 찬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메이린의 스케이트가 빙판을 미는 소리가 뒤따른다.
바로 그때.
“이게 무슨 소란입니까!”
상아탑주 대리이자 메이린의 아빠인 다니엘라 빌렌느, 그리고 흑철성주가 무리를 이끌고 달려오고 있었다.
메이린이 다급히 빙판을 걷은 채 화염계로 녹였고, 세르네가 바람계로 증발한 물을 날려 버렸다.
이럴 때만 합이 잘 맞는 두 사람이었다.
이내 메이린이 넥타이를 고치고, 세르네가 스스로 깃털을 꽂아 소르빌로 변신했다.
‘아, 아빠!’
메이린이 당황해하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남장했다지만 가족을 속이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소르빌! 이게 무슨 일인가?”
다행히 다니엘라는 세르네 쪽을 보고 있었다.
세르네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정말 죄송해요. 탑주 대리님. 제가 오해를 좀 해서요.”
“……오해?”
그렇게 말한 건 턱부터 뺨까지 검은 수염이 덮인, 짤막한 키의 흑철성주였다.
세르네가 설명을 이었다.
“수상한 걸음걸이로 상아탑 내부를 샅샅이 훑으며 돌아다니는 외부인이 있어서 신분 증명을 요구했는데, 갑자기 무시하고 도망쳐서요. 그래서 추적하는 중이었습니다.”
“수상한 걸음걸이라고?”
다니엘라와 흑철성주의 고개가 이번엔 메이린에게로 향했다.
‘아니! 쫌!’
메이린은 당황했다. 둘러댈 거면 좀 그럴듯한 변명을 할 것이지 왜 하필 수상한 걸음걸이란 말인가! 머릿속이 하얘진 그녀는 핑곗거리가 원초적인 것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메이린이 말문을 더듬고 있는 사이, 세르네가 다니엘라의 뒤에서 ‘베에’ 하고 혀를 내미는 시늉을 했다.
‘학교에서 죽었어!’
세상 굴욕적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메이린이 고개를 푸욱 숙이며 얼굴을 붉힌 채 말했다.
“그게…… 화장실이…… 급해서요…….”
하아-
곳곳에서 어이없다는 탄식이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메이린의 얼굴은 더더욱 붉어졌다. 흑철성주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하면 되잖아! 뭘 이딴 걸로 소란을 피워!”
“그, 그게…… 너무 급하기도 했고…… 레이디가 아름다워서 조금 민망한 마음에.”
“그게 뭐가 민망해!”
하하하하!
그때 다니엘라가 쾌활한 웃음을 터뜨렸다.
“젊은 친구들은 예민하니 그럴 수도 있죠. 너무 탓하지 마십시오.”
“사내자식이 되어 가지고! 나 참!”
흑철성주도 괜히 뛰어왔다며 투덜투덜했다. 다니엘라가 세르네 쪽을 바라보았다.
“손님들이 와 계시지 않나. 이런 일로 일일이 소란 피우지 말거라.”
“죄송합니다.”
소르빌로 변신한 세르네가 고개를 숙이고는 걸어갔다. 이내 메이린도 얼른 도망치려는데.
툭.
따뜻한 손길이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잘했다. 전쟁을 막아줬구나.”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목소리.
그렇게 말한 다니엘라가 그녀를 지나쳐 걸어갔다.
‘아빠!’
메이린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다가 이내 울음을 참고는 다시 넥타이를 고쳤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었다.
‘그래도 이제 드디어!’
세르네도 걸어가며 미소 지었다.
‘우후훗, 드디어.’
취업 평가는 성공적으로 완수.
키젠의 마지막 남은 학기도 시몬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다.
* * *
같은 시각.
-이번에도 이겼다!
-대단해!
카미바레즈는 전설을 써 내려가는 중이었다.
그녀의 취업처는 극동 지역의 퇴마 가문, ‘청운’.
청운은 해당 지역에서 수백 년간 지속된 이상현상인 ‘혈구름’으로부터 탄생하는 무수한 혈류 언데드, ‘적살귀’를 막아내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유령궁처럼 왕국이나 연합의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다. 단지 가문의 숙명이기에 하는 일이었다.
자신들이 수행하는 과업 때문일까, 청운은 피를 이용한 언데드나 생물에 극도의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적살귀는 물론, 혈구름을 숭상하는 몇몇 소수 일족의 뱀파이어들도 그들의 퇴마 대상이었다.
-인재가 들어왔소!
-적살귀의 감염이 통하지 않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그런 퇴마의 성지에 들어온 신입이 뱀파이어라는 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 신입은 ‘권위가 높은 피’를 가지고 있었기에, 권위가 낮은 ‘혈구름’의 감염도 통하지 않았고 적살귀에 물려도 멀쩡했다.
이런 환경에서 카미바레즈가 대활약하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리고 이런 극단적인 조직에 취업한 카미바레즈가 가장 크게 배운 건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 혈류마법을 쓰지 않고, 체내의 혈류와 마투로 싸우는 방법을 체득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숨겨야 해. 절대 들키면 안 돼!’
뱀파이어의 본성을 억제하고, 철저하게 피의 본능을 통제하는 것.
잡히면 즉각 처형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퇴마 부적처럼 뱀파이어에게 치명적인 물건을 다루어야 하는 것도 큰 고욕이었다. 그녀는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적지 않은 고통을 감내했고, 때로는 키젠에 돌아가지 못하고 여기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겠다는 비관적인 생각도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신입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오!
카미바레즈는 기어코 적응했고, 그녀의 역량은 한 단계 더 진화했다.
혈구름 내부로 들어가 무수히 쏟아지는 몬스터들을 쓰러뜨린 그녀는, 결국 혈구름 이상현상의 핵심 구조물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적살귀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그녀는 키젠에서 제시한 ‘거대한 성과’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빨리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요!’
카미바레즈도 많은 것들을 얻어가며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돌아가기 전, 청운 측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청운의 대장이 되어주시오!
-죄송해요!
그녀는 대장직은 단호히 거절했다. 뱀파이어 로드의 딸이 청운의 대장이 된다니, 그것만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 *
그렇게 다시 3일 후.
‘할 일이 끝도 없이 많네.’
학생회장실에 앉은 시몬이 정신없이 깃펜을 움직이며 졸업 논문을 작성하고 있었다.
로체스트에서 재료도 구하고, 언데드도 직접 만들고 있었지만 그 과정을 전부 이론화해서 남기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벌컥!
바로 그때, 학생회실 문이 좌우로 크게 열리며 태양빛이 새어들어왔다.
“시몬!”
“무사했구나 마이 베프!”
“저희 왔어요!”
교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메이린, 딕, 카미바레즈가 활짝 웃으며 뛰어들어 왔다. 시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통과했구나! 다행이야!”
모두가 서로를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3학년 1학기 가장 큰 난관을 해결한 순간이었다.
‘그, 그런데.’
시몬이 동기들을 얼싸안으면서도 땀을 삐질 흘렸다.
‘다들 괜찮은 걸까?’
* * *
학생회 멤버들이 복귀하고, 뒤이어 바로 학생회 직속 하수인들이 따라 들어왔다.
“학생회 여러분! 취업 평가 무사 복귀 기념으로 제인 교수님께서 사시는 겁니다.”
“우와!”
직속 하수인들이 음식을 가져다주며 파티가 벌어졌다. 치킨파이, 당근 케이크 같은 이 나이대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들이 테이블 위를 장식했다.
선도부장 말콤이나, 2학년의 아서, 1학년의 치엘라와도 같이 먹고 싶었지만 말콤은 아직 복귀하지 않았고 아서와 치엘라는 학기 말이라 생존경쟁 커리큘럼이 치열하다는 모양이었다.
“하수인분들도 같이 먹어요!”
카미바레즈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제안했다.
그 말을 들은 하수인들은 당황해했다. 지금은 업무 중이라 곤란하고, 저녁에 자신들끼리 로체스트에 가기로 했다지만, 카미바레즈는 케이크 같은 음식들을 먹기 좋게 잘라서 담아주었다.
하수인들이 감격해하며 그것을 받아 든 채 밖으로 나갔다.
“우리 카미는 마음씨도 예쁘지!”
메이린이 카미바레즈를 꼬옥 끌어안은 채 그동안 못 쓰다듬은 만큼 더 격렬하게 쓰담쓰담했다. 그사이 딕은 이미 치킨파이를 혼자서 먹어치운 뒤 다음 음식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시몬도 스파게티 면을 포크로 휘휘 저어 입에 넣으면서 간만에 배부른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참, 여러분! 저 가져온 거 있어요!”
카미바레즈가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이거 복귀 기념 선물이에요!”
그녀가 작은 케이스를 한 명씩 나눠주었다. 시몬이 케이스를 열어보니 새빨간 푸딩이 들어 있었다.
“딸기 푸딩?”
메이린이 입맛을 다시며 물었고, 카미바레즈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퇴마 가문인 청운에서 자본금을 충당하려고 만든 블러드 푸딩이에요! 물론 몬스터 피는 아니구, 소 피를 굳혀서 만든 거래요!”
“자, 잘 먹을게! 카미!”
땀을 삐질 흘리며 그렇게 말한 메이린이 문득 자신의 앞에 텅 빈 접시를 발견했다. 그녀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야! 평민!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둔 건데 다 먹으면 어떡해!”
“안 먹은 사람 책임이지.”
우걱 우걱!
그동안의 전선 생활로 피부가 구릿빛으로 탄 딕이 감자 한 알을 입에 통으로 집어넣으며 말을 이었다.
“국경의 세계는 약육강식이다 이 말씀이야! 전투 식사 몰라? 한눈판 사람이 잘못한 거야.”
“여긴 학교거든! 븅딱아!”
웃으며 이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시몬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딕.”
시몬이 딕을 부르며 그의 어깨를 짚는 순간.
갑자기 그가 박스를 열면 튀어나오는 스프링 장난감처럼 냅다 벌떡 일어났다.
“적에겐 멸망을! 아군엔 승리를! 충성. 전선 장교 조란디 카르타! 부르셨습니까!”
잠시 학생회실에 정적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하하하하하하하하!
모두가 활짝 웃음을 터뜨리며 쓰러질 듯 웃었다. 딕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푸훕! 풉! 적에겐 뭐……? 푸웁!”
“딕! 아직 임무에서 못 빠져나오신 것 같아요!”
딕이 벌게진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조용히 시몬에게 속삭였다.
“……당분간은 그렇게 점잖은 목소리로 날 부르지 말아줬으면 한다.”
“미, 미안.”
“아직 여운이 내 몸과 마음에 짙게 내려 있어서. 어제 재입대하는 꿈도 꿨어.”
딕은 이번에 국경 장교로 일했던 경험의 여파가 여러모로 컸던 것 같았다. 늘 철없이 까불거리는 그였지만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기도 했고.
거기에 메이린도, 카미바레즈도, 각자의 영역에서 조금 더 성장한 모습.
오랜만에 이렇게 학생회 멤버 사총사끼리 떠들썩하게 시간을 보내니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음.’
하지만 시몬은 자꾸만 생각이 다른 곳으로 슬슬 가고 있었다.
음식을 거의 다 먹을 즈음 시몬이 운을 뗐다.
“얘들아.”
“왜애?”
“네, 시몬!”
“우리 내일모레가 졸업 논문 발표일인 거 알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