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9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97화(1297/13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97화
“우리 내일모레가 졸업 논문 발표일인 거 알고 있어?”
잠시 학생회실에 정적이 흘렀다.
시몬은 일단 물음을 던져놓긴 했지만, 분위기가 깨질 수도 있으니 괜히 말했나 싶어 걱정했다.
그런데.
“응!”
“네!”
“당연하지!”
놀랍게도 세 사람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난 취업처에서 미리 초본을 써뒀어!”
메이린이 자신만만하게 노트를 꺼내 들었다.
<반 마나 물질 대응을 위한 칠흑 원소계 흑마법의 수식 모델 연구 – 빙결을 중심으로. 저자 메이린 빌렌느>
“저는 이거예요!”
카미바레즈도 앙증맞은 곰돌이 스티커가 붙어 있는 수첩을 펼쳐 첫 장을 보였다.
<혈구름 및 혈류 감염자에 대한 치료적 접근법에 관한 연구 : 이론과 실제. 저자 카미바레즈 우르슬라>
“당연히 나도 다 써놨지! 이제 옮겨 쓰기만 하면 돼!”
딕도 문서를 들어 올렸다.
<전방 국경 네크로맨서 보급정책의 비효율성 분석 및 수의계약 기준 절차 마련에 관한 연구 – 딕 헤이워드>
그것들을 본 시몬이 크게 한번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소파에 축 늘어졌다.
“다들 계획이 있었구나. 다행이다.”
“시몬 넌 어때? 혹시 취업처에서 논문 준비 안 했어?”
“어떡해! 많이 바쁘셨나 봐요!”
카미바레즈가 두 손을 모으며 걱정스럽게 말하자, 시몬이 웃는 얼굴로 답했다.
“아니 아니, 나도 임무 지역에서 내용을 기록해 두긴 했는데, 막상 하려니까 막히는 게 많아서 조금 방향을 틀기로 했어.”
카미바레즈가 눈을 반짝였다.
“주제가 뭔지 궁금해요!”
시몬이 아까 쓰고 있던 서류를 펼쳐서 모두에게 보였다.
<화이트랜드의 신자원 ‘코랄’의 언데드 적용 기법 및 실질 제작 연구>
우와아아!
세 사람 모두 감탄을 터뜨렸다.
“……졸업 논문마저도 남다르네.”
메이린이 팔짱을 낀 채 미소 지었다.
“정말 대단해요! 다 완성되면 저도 보고 싶어요!”
카미바레즈가 날개를 파닥거렸다.
“……갑자기 내 논문이 왜 이렇게 초라해 보이냐.”
딕이 인상을 구기며 자신의 논문 주제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때 딕 쪽을 흘겨보던 메이린이 갑자기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전선 장교!”
“적에겐 멸망을…… 아악! 하지 말라니까!”
다시 한번 왁자지껄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딕의 군기가 빠지려면 적어도 방학은 지나야 할 것 같았다.
* * *
그렇게 이틀 뒤.
논문 발표일 당일이 되었다.
로크섬은 어느 때보다 북적거리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보안 문제로 잘 열리지 않는 섬의 바다 결계가 모두 걷히고, 항구에서 배들이 연달아 들어와 정박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섬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키젠 3학년 캠퍼스.
캠퍼스는 평소보다 더 활기차고 소란스럽기까지 했다.
“기대되는데!”
“누구부터 볼 거요?”
키젠의 졸업 논문 발표회.
사실 졸업 논문은 키젠 교수들끼리만 심사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이 발표회는 외부인들의 평가를 받는 자리였다. 그만큼 키젠 학생의 실력과 수준을 세간에 알리는 발표회이기도 했다.
학술회 성향을 띤 발표회답게 논문을 보러 들어온 연구자나 학자들도 꽤 있었지만, 그 비율은 낮았다. 사실 이곳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논문보다 다른 부분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다들 서둘러!”
“체크 리스트 전부 숙지했지? Top10 먼저 훑고, 빠르게 그 뒤의 순번도 훑는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50위 밖의 학생부터 체크하고 가겠소!”
스카우트 전쟁.
키젠 학생들이 졸업하여 이른바 시장에 풀리기까지 이젠 시간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키젠 3학년 1학기까지 살아남을 정도면 그야말로 어딜 들어가든 최고의 대우를 받는 거물급 인재. 어떤 조직이든 영입에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
이번 졸업 논문 발표회는 그런 키젠 졸업 예비생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체크하고, 그들의 배경이나 진출할 업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일종의 공개 오디션이자, 학생들이 자기 역량을 드러내고 평가받는 무대가 된 셈이었다.
“움직여 움직여!”
“시간이 없다!”
사실상 암흑연합의 모든 세력이 관심을 가지는 논문 발표회답게 왕국, 기관, 협회 할 것 없이 수많은 조직에서 사람을 파견했다.
그리고 여기서 키젠의 노림수가 드러났다. 취업 평가 직후, 곧바로 졸업 논문 발표회를 개최하는 일정은 교묘하게 계산된 전략이었다.
“키젠 놈들! 우리에게 그런 인재를 주고 고대로 쏙 데려가다니!”
“반드시 포섭해야 합니다!”
각 취업처에서는 ‘거대한 성과’, 혹은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낸 최고의 인재들을 두 눈 뜨고 빼앗긴 셈이다. 키젠 측에선 그저 단순한 임무였고 협조에 감사한다며 태연히 학생들을 학교로 복귀시켜 버린 상황.
몇 달 만에 성과를 낸 핵심 인재를 빼앗긴 격이니, 취업처의 담당자들은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키젠 학생의 유용함과 재능을 맛봐버렸고 몸이 달아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글렉 학생! 여기 있었군!”
“내 직접 찾아왔소!”
따라서 취업처 측에서는 발표회에 들어와 어떻게든 학생들을 다시 포섭하기 위해 어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자연히 다른 취업처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며, 키젠 학생들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소식과 정보를 공유하니, ‘키젠 졸업생’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증폭된다.
어떤 사람들은 키젠의 학벌주의를 비판하고 졸업생 간의 끈끈한 카르텔을 문제 삼지만.
“키젠은 우리 신입사원을 돌려달라!”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앞으로 반년만 더 기다리시면……!”
결국 모두가 키젠 학생들을 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실력’.
그 외의 다른 이유는 모두 사소할 뿐. 모든 조직들이 키젠 졸업생에 매달리고, 모든 학부모들이 어떻게든 키젠에 자녀들을 보내려 하는 건 결국 키젠 졸업생이 해마다 뛰어난 실력으로 성과를 증명해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도 한 명.
팔랑!
200개가 훌쩍 넘는 졸업 논문 목록을 훑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상아탑의 상아탑주 대리이자, 메이린의 아버지인 다니엘라 빌렌느였다.
‘골치 아프군.’
졸업 후에 상아탑주가 될 것으로 확실시되는 세르네 아인다르크가 상아탑 전체에 지시를 내렸다.
-지금부터 우리 상아탑의 제1목표는 시몬 폴렌티아의 채용입니다.
그런 지시가 내려왔기에, 다니엘라도 직접 시몬을 보러 온 것이다.
빼곡하게 적힌 논문 리스트를 훑어보던 다니엘라가 깃펜을 들어 올렸다.
이 체크리스트 가장 위에, 가장 크게, 그것도 황금색으로 적혀 있는 시몬의 논문 발표 일정.
‘방학마다 메이린과 세르네 님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그의 이야기를 들었지. 나도 물론 데려올 수만 있다면 데려오고 싶다.’
그가 깃펜으로 시몬의 이름을 동그라미 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Top10들의 이름은 은색으로 적혀 있었는데, 이들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룬 리그를 통해 이름이 꽤 알려진 쟁쟁한 네크로맨서들이 많았다.
‘메리다 휴 이켈, 에이젤 브링어, 샤텔 마에르, 헥토르 무어…… 정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인재들이다.’
신문 기사에서 흔히 쓰이는 ‘황금세대’라는 틀에 박힌 관용어가 이들만큼 어울리는 경우가 없었다. 이들 중 딱 한 명만 데려와도 상아탑의 미래는 훨씬 밝아질 것이다.
‘영입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지…… 음!’
그때 리스트에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다니엘라가 만개하는 입꼬리를 참으려고 애쓰며 그 이름에 밑줄을 쳤다.
<반 마나 물질 대응을 위한 칠흑 원소계 흑마법의 수식 모델 연구 – 빙결을 중심으로. 저자 메이린 빌렌느>
그 키젠 황금세대에서 여섯 번째에 이름을 올리다니.
이 맛에 자식 키우는 게 아니겠는가.
밑줄을 친 그가 ‘우리 딸’ 하고 작게 낙서를 써넣기까지 했다.
“흠흠!”
그때 옆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
억눌러온 팔불출 기질을 몰래 드러내고 있던 다니엘라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다, 당신은……!”
“쯧. 여기서 또 뵙는구려.”
작은 키와 험상궂은 얼굴, 그리고 뺨에서 턱까지 자라난 구불구불한 검은 수염까지.
바로 흑철성채의 성주였다.
그가 이를 갈며 다니엘라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아주 제대로 한 방 먹었소! 큰일을 성사시킨 신입사원이 사실 상아탑주 대리의 딸이었다니! 이건 비열한 스파이 짓이나 다름없잖소!”
“해명을 들으셨겠지만 그건 키젠의 일이었고, 저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습니다.”
다니엘라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결과적으로 전쟁을 막았고, 흑철성채는 성을 계속 유지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자원과 경제적 부담도 덜게 됐습니다. 핸디캡이라면, 오히려 다 죽어가는 적을 살려준 우리가 받은 거라고 봅니다만.”
“참으로 건방진 소릴!”
스스스스스!
두 사람이 금방이라도 싸울 듯 칠흑을 끌어올렸다.
그러다 지나가던 하수인들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 채 지그시 바라보자, 두 사람은 마지못해 멈췄다.
싸우기라도 하면 바로 발표회장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이번 일이 그렇게 기만적이라고 느꼈다면 키젠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다른 보상을 받아내도 됐을 텐데, 일부러 이 먼 곳까지 학생들을 보러 오다니.”
안경을 매만진 다니엘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우리 딸의 실력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요!”
벌게진 얼굴의 흑철성주가 버럭 소리 질렀다. 안타깝게도 감정이 표정에 다 드러나는 타입이었다.
“미안하지만 메이린은 흑철성채에 넘겨줄 수 없습니다. 상아탑의 귀중한 인재니까요.”
“크흠! 알고 있소! 누가 뭐랬소!”
흑철성주는 버럭 버럭 소리 지른 뒤 팔짱을 끼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도 이번 일로 느낀 게 많소! 우리 흑철성채는 폐쇄된 통치를 해왔고, 중요한 직위는 식구들을 돌려 앉혀가며 버텨왔지만, 이젠 우리에게도 실력 있는 외부인이 필요하단 것을 알았소! 에라스 발모어 같은 인재를 데려오고 말 것이오!”
다니엘라가 고개를 저었다.
“Top10급 학생들을 원하는 것 같은데, 그런 인재들이 비좁고 외진 흑철성채 같은 곳에 순순히 갈지는 모르겠군요.”
“아까부터 자꾸 시비조로 이야기하는데, 그러는 상아탑은……!”
팍!
흥분해 날뛰던 흑철성채의 영주가 퍽 하고 어깨로 지나가던 옆 사람을 치고 말았다. 그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어이쿠, 미안하오!”
그러자 부딪힌 그 여성이 고개를 들었다.
피로에 찌든 얼굴에 다크서클이 짙은 여성, 한쪽 다리가 목제 의족이었다.
“잘 보고 다녀, 난쟁이. 난 지금 기분이 안 좋다.”
“뭐요? 사과했더니 말본새가 그게 뭐요!”
흑철성주가 제대로 따지려 드는 걸 끊은 다니엘라가 가슴에 손을 얹고 인사했다.
“귀한 분께서 오셨군요. 3군단 선단의 부제독 아그라 님 아니십니까.”
“뭐? 이 여자가?”
부제독 아그라가 퀭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공백이 너무 크다.”
“?”
“……우리 선단에 들어온 키젠 학생. 이번 작전으로 생긴 빈 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그놈이 빠진 자리만큼은 대체할 수 없단 말이다! 제대로 일하는 놈이 없어!”
흑철성주가 동질감을 느끼며 태도를 바꾸었다.
“그 사람이 누구였소?”
아그라가 더더욱 퀭해진 얼굴로 답했다.
“시몬 폴렌티아.”
아-
다니엘라와 흑철성주가 자기 일처럼 깊은 탄식을 쏟아냈다.
* * *
“애취!”
졸업 논문 발표를 앞두고 대기실에서 준비하던 시몬이 기침을 하더니 코를 훌쩍거렸다.
전용 복장까지 입고 옆에서 머리를 매만지며 발표를 준비하던 메이린이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시몬? 감기 걸린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시몬이 스읍 코를 한번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
“어쩐지 한기가 느껴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