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0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01화(1301/13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01화
왜 암흑연합 한복판에 프리스트가 둘이나 들어와 있는 걸까.
일단 덮어놓고 이 상황을 외면하고도 싶었지만, 회피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진 않는 법이었다.
“저 왔어요.”
달칵.
시몬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다 식탁 앞에서 서로 머리채를 붙잡고 싸우던 두 프리스트가 동작을 멈추고 시몬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둘 다 레테가 암흑연합에 놀러 올 때 쓰던, 그 신성을 차단하는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었다.
“어머나- 시몬 왔니? 밥 먹으렴!”
설명은 됐고, 일단 밥부터 먹이고 보려는 안나 폴렌티아였다.
우당탕탕!
그때 오른쪽의 소년이 자신과 싸우던 소녀를 냅다 옆으로 밀치고 저벅저벅 시몬의 앞에 걸어왔다. 시몬은 순간적으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었어. 이 녀석이 왜 여기 있는 거야?’
룬 리그 최악의 적이었던 인물.
신성연방 대표 2번, 이명은 ‘신의 손’, 모제 델 베아투스.
그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줄 알았던 시몬이 경계하고 있는 그때.
척.
“그라툴라 미 키빌리스.”
한때 최악의 적이었던 남자가, 갑자기 성녀나 대주교 등 고위 프리스트들에게나 사용하는 극존칭을 쓰며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여신과 가장 가까운 아들을 뵙사옵니다.”
‘??’
시몬이 상황의 전개를 따라가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 가운데, 모제가 고개를 들며 씨익 웃었다.
“간절히 뵙기를 기다렸습니다. 약속, 기억하십니까?”
“아…….”
-언제든지 약속은 유효해.
약속이라 함은, 룬 리그에서 시몬과 모제의 1:1 결투 때 모제가 자신을 이긴다면 축복을 활용한 훈련에 도움을 주겠다고 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룬 리그가 끝나고 모제가 쪽지를 건네주었는데, 그 쪽지에도 비슷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설마 그게 오늘일 줄이야.
물론 모제의 강력한 축복을 활용한 훈련 자체는 관심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모제를 만나러 신성연방까지 찾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그사이를 참지 못하고 제가 직접 만나러 왔습니다!”
모제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어쩐지 못 본 사이 성격이 많이 바뀐 것 같았다. 눈에 가득했던 살기도 빠졌고, 세상만사에 지루해하던 표정도 가셨다. 무엇보다 지금은 시몬에게 극존칭을 사용하며 정중하게 굴었다.
“……어이없어.”
그리고 옆에서 팔짱을 낀 채 등을 보이고 한마디 툭 던진 소녀. 나름 암흑연합 주민으로 분장한 듯 평범한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은 차림이었다.
“어, 그러니까…….”
시몬은 손을 뻗으며 말을 이었다.
“6번! 맞지?”
“사람을 번호로 기억하지 말아주시죠!”
그녀가 얼굴이 벌게진 채 발끈하며 외쳤다. 모제가 키득거리며 조용히 비웃음을 흘렸다.
“소관은 전 룬 리그 신성연방 대표이자, 이스라필 성녀님이 세운 정수 연구소의 일원!”
차악!
그녀가 발끝을 앞으로 보내고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천사의 성악대! 하미엘입니다!”
빰바라밤!
그녀가 스스로를 소개하며 작게 입으로 효과음을 냈다. 그러다 뒤늦게 민망함이 몰려들었는지 살짝 고개를 돌리며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암흑연합 한복판에서 성악대를 부를 수 없으니까…….”
“다행히 생각은 있구나.”
그녀는 특이한 힘을 가진 것으로 기억했다.
분명 성령학 전공자지만, 사실은 성령을 다루지 못해서 정령에 광휘를 입혀서 성령처럼 하고 다닌다던가.
“그보다 화나네요!”
그녀가 시몬을 향해 손끝을 세웠다.
“당신이 룬 리그에서 소관을 탈락시켰으면서! 떨어뜨린 사람 이름도 기억 못 하는 건가요?”
“정정하지만, 그땐 널 탈락시킨 게 아니라 일라이저로부터 널 구해준 거야.”
“그거나 그거나!”
신성연방 대표팀의 6번 하미엘은 같은 암흑연합 대표팀의 6번인 엘리사 셀린의 라이벌 구도로 등장했던 걸로 기억했다. 엘리사처럼 요란한 성격이었다.
“비켜.”
텁!
모제가 옆으로 걸어오며 하미엘의 얼굴을 ‘신의 손’이라 일컬어지는 오른손으로 만졌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가 고개를 번쩍 들며 ‘어어!’ 하고 휘청휘청거렸다.
“시, 시력 똑바로 돌려놔! 으악! 천장의 진드기에 솜털까지 다 보여!”
가볍게 무시한 모제가 입을 열었다.
“저런 바보는 신경 쓰지 마시고 저와 이야기하시죠.”
“그, 그래. 물어볼 게 산더미 같긴 한데…….”
그때 뒤에서 나타난 안나가 시몬과 모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일단 밥부터 먹지 않겠니? 수프 식겠다.”
“…….”
모제가 안나를 돌아보았다.
시몬은 안하무인인 모제가 그녀에게 해를 끼치면 어쩌나 했는데.
“감사히 먹겠습니다. 성모님.”
너무나 예의 바르게 구는 모습.
시몬은 예상과 단 하나도 맞아떨어지지 않는 상황이 연달아 터져 나오며 머리가 아파왔지만, 어머니인 안나가 식사 시간을 어기는 걸 싫어한단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얼른 자리에 앉았다.
“……엄마한테 성모라고 부르는 건 또 뭐야?”
시몬이 물었다.
“당신을 낳은 여자를 성모로 떠받드는 건 신도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모제가 그렇게 말하며 안나가 준비한 식탁보를 목에 맸다.
“여보 빨리 와요! 식사해요!”
안나가 창밖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리처드를 불렀다.
그렇게 일단 덮어두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 * *
달그락 달그락.
식기 다루는 소리와 빵을 씹는 소리가 자작하게 울려 퍼졌다.
안나 외에 다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리처드도 ‘이게 무슨 일이야’ 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집에 들어와 있는 프리스트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음.”
처음엔 안 먹을 듯 버티던 하미엘이었지만, 안나의 제의에 못 이겨 조금 긴장한 얼굴로 버섯 수프를 떠서 입에 넣어보았다.
“……맛있어!”
하미엘의 두 뺨에 불그스름한 기운이 돌았다.
“암흑연합의 시골 사람들은 사악한 죽음의 구렁수프와 해골뼈물을 먹는다고 들었는데! 평범하네요! 아니, 평범한 것보다 훨씬 더 맛있어요!”
안나가 오호호 웃었다.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네 하미엘!”
시몬도 빵을 뜯어서 병아리콩을 몇 알 올리고, 수프에 찍은 뒤 입에 넣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안나의 가정식에 입은 즐거웠지만, 어쩐지 소화는 잘되지 않았다.
빙긋 빙긋.
모제가 식사를 하면서도 계속 시몬 쪽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 가끔 옆에 앉은 리처드와 팔이 닿을 때는 표정이 불쾌하게 굳어졌지만 시몬을 볼 때는 다시 눈에 반짝이는 존경심이 생겨나 있었다.
“설명을 먼저 듣지 않고는 밥이 안 넘어갈 것 같아.”
결국 시몬이 포크를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떻게 너희가 암흑연합까지 온 거지? 내가 있는 곳은 어떻게 알았고? 가장 가까운 아들이란 건 뭐야?”
“네, 제가 차근차근 설명하…….”
“밥이 안 넘어간다니 큰일이네!”
벌떡!
안나가 비상사태라도 걸린 사람처럼 일어나 가슴에 손을 올렸다.
“엄마가 설명해 줄게!”
이전에 시몬은 안나에게 자신의 상태에 대해 상담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몸에 있는 성녀의 정수의 잔재, 가끔 환상처럼 보이는 새하얀 왕좌들, 그리고 그것들이 모두 모였을 때 무언가 일어날 거라고 직접 말한 정수의 이야기까지.
하지만 과거 성녀였던 안나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경험이 없었기에, 현역 성녀이자 성녀의 정수에 대해 연구하는 이스라필에게 편지를 써서 조언을 구했다.
그 후, 이스라필이 보낸 게 바로 이 두 사람이었다. 이 두 사람은 시몬이 프리스트의 힘을 쓸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스라필 성녀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안나에 이어, 하미엘이 시몬을 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완전하진 않지만 관련 사료를 찾아냈고, 성전에 이를 해석할 수 있는 문구까지 찾아냈다 하셨습니다. 만약 형제님이 모든 성녀의 잔재를 손에 넣는다면-”
그녀의 눈빛이 일렁였다.
“정말로 성자라는 존재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셨습니다.”
네크로맨서, 그것도 군단장이 성자.
그동안 그럴 일 없다며 계속 시몬만 끙끙 앓으며 고민하던 내용이 제3자의 입에서 듣는 순간 너무나 다르게 들렸다.
“실례지만 시몬 형제님이 보유한 성녀의 정수는 4개가 맞죠?”
“맞아.”
1학년 시절 키젠을 침략했던 정화의 성녀와 사샤를 거쳐, 시몬이 처음으로 손에 넣은 정화의 정수.
암흑제 행사 때 동맹으로 등장한 수확의 성녀, 루키아로부터 얻은 수확의 정수.
지금은 시몬의 데스나이트이자 초대 성녀, 민중의 성녀의 시체로부터 얻은 갑철의 정수.
마지막으로 하늘섬에 올라가서 만난 성체의 성녀, 최근에 각성한 리사라로부터 손에 넣은 성체의 정수까지.
“정수의 이름은 현재 성녀의 이름에 따라 다르게 불리지만, 일단 그 부분은 넘어갈게요.”
하미엘이 두 손을 펼쳤다.
“현재 결사의 공세는 유례없이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펼쳐지고 있어요. 곧 결사의 총공세가 벌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구요.”
“응, 그렇지.”
“그래서 그 전에-”
그녀가 진중하게 눈을 빛냈다.
“이번 방학 동안 형제님이 남은 세 개의 성녀의 정수의 잔재를 모두 손에 넣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기를, 이스라필 님은 바라십니다.”
“!”
지금까지는 신성연방에 가든, 아니면 암흑연합에서 활동하든, 이런저런 성녀들과 우연히 만났고, 우연한 계기로 성녀의 정수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이번엔 ‘직접’ 찾아가서 성녀의 정수를 손에 넣는 여정을 해야 한다고 하미엘은 말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요. 준비가 되는 대로 형제님을 데리고 신성연방으로 출발해 성녀님들을 뵙는 여정을 진행할까 하네요. 레테 성녀님은 결사와의 전쟁 중이라 바쁘시지만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연방에서 합류할 거예요.”
“자, 잠깐만.”
시몬이 빠르게 손가락을 접으며 머리를 굴렸다.
“그럼 지금 만나야 하는 성녀가…….”
“이스라필 성녀, 그리고 강경파 성녀 둘.”
이번엔 모제가 불쑥 끼어들며 자신을 가리켰다.
“그래서 그 둘을 만나게 하기 위해 하늘섬 강경파 출신인 제가 온 겁니다!”
남은 성녀는 세 명, 한 명은 이스라필이라 얼마든지 만날 수 있으니 넘어간다 치더라도, 다른 두 명은 적대 세력이자 암흑연합과 키젠의 멸망을 바라는 강경파 성녀 두 명이다.
심지어 그 둘은 이스라필이나 다나와 비견되는, 오랜 시간 자신의 세력을 유지한 베테랑 성녀들이다. 시몬이 최근에 만난 군단장들인 남부제독이나 유령왕녀급의 인물이라는 뜻.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없는 인물들이었고, 심지어 그들에게 성녀의 정수 잔재를 뽑아내는 건 임무 난이도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심판의 성녀 다나를 안 만나도 되는 건 다행이긴 하지만.’
데스나이트를 통해 갑철의 정수를 보유하게 된 건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런 걸 다 떠나서.
“……방학 동안 성녀들을 만나서 정수 잔재까지 손에 넣으려면 시간이 빠듯하겠는데?”
“네.”
하미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곧 상단들이 움직여서 신성연방으로 갈 수 있는 중립지대 루트가 열려요. 채비가 끝나는 대로-”
“신성연방으로 넘어갑시다.”
모제가 씩 웃었다.
“성자의 좌(座)까지, 이 신의 손 모제가 안락하게 모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