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0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05화(1305/13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05화
철컹 철컹 철컹!
기분 좋게 들리는 열차 궤도 굴러가는 소리.
발밑으로 전해지는 진동.
열린 창밖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까지.
“좋다.”
시몬은 황홀할 만큼 푹신한 소파에 등을 기대어 늘어졌다.
이 객실은 마치 방처럼 꾸며진 프라이빗한 신성열차 1급실이었다. 다과가 담긴 바구니나 값비싼 로하론 와인, 그 외에 가운과 향료 등 각종 편의품이 주위에 가득했다.
“오랜만에 신성열차를 타보네.”
하미엘과 모제는 시몬의 맞은편에 앉았다. 원래부터 바위 위에 누워 축 늘어져 있는 걸 좋아하는 모제는 바로 졸기 시작한 듯 눈을 감았고, 하미엘은 가방을 열심히 뒤적거리고 있었다.
“여기요. 소관이 새 신분증부터 드리겠습니다.”
분장은 알라제의 도움을 받아 분장용 가짜 얼굴을 활용했고, 이제 이곳에서 생활할 위장 신분이 필요했다.
신분증을 받은 시몬이 미소 지었다.
“그립네. 이거.”
<시온 마르칸토니. 21세.>
<카톤 지방 성당 소속 프리스트.>
위장 신분증 아래에는 디테일한 신상정보가 붙어 있었다. 언제 19고행을 통과해서 프리스트가 됐는지, 성당에서 신성 훈련은 몇 년간 받았는지, 심지어 가족들에 대한 상세 자료까지 있었다.
“깨끗한 신분이면서도 우리 나이대나 체형이 비슷한 사람으로 찾아봤습니다. 자, 이거 모제 형제님도요.”
그녀가 모제에게 신분증을 내밀었지만, 모제는 여전히 단잠에 빠져 있었다. 짜증이 난 하미엘이 떡 벌어진 모제의 입안으로 신분증을 집어넣었고.
퉷!
모제가 즉시 뱉어서 그것을 하미엘의 얼굴에 날렸다. 격분한 그녀의 입꼬리가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아잇! 한번 해보잔 겁니까! 임무 중에 집중 안 해요?”
“……시끄럽게 떽떽 떽떽.”
졸고 있던 모제가 한쪽 눈을 게슴츠레 떴다.
“암흑연합에서 오신 성자님이면 모를까. 나는 왜 정체를 숨겨야 해? 그냥 가명 같은 것만 써도 충분하잖아.”
“안 됩니다! 형제님도 연방 내에서는 상당히 유명인물이라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는 편이 안전해요. 자!”
<모아 벨라토르 18세>
<바르켈레 지방 헌금사>
모제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 든 사이, 하미엘이 웃는 얼굴로 자신의 신분증을 보였다.
<하멜 니코르 22세.>
<바니트 지방 성당 소속 찬가관>
“지금부터 연상인 소관이 대장입니다. 두 분 모두 누님 말 잘 들을 수 있도록!”
“미천한 것들일수록 남보다 조금이라도 우위에 설 수 있는 가상의 설정에 집착하는 편이지.”
“아 진짜! 룬 리그에서 순번이 소관보다 높았다고 무시하시는 겁니까!”
하미엘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래 보여도 나도……!”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모제가 오른손으로 그녀의 몸을 가볍게 짚었고.
“으, 으악! 열차 사람들의 숨소리까지 다 들립니다! 너무 싫어!”
그녀가 두 귀를 틀어막고 쪼그려 앉은 채 몸부림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제는 귀찮은 듯 몸을 돌려 누웠다.
“모제. 빨리 원래대로 되돌려 줘.”
“알겠습니다. 성자님의 명령이라면.”
시몬의 말만큼은 잘 듣는 모제가 즉시 하미엘에게 건 축복을 풀어주었다. 하미엘을 볼 때는 한심함이 가득한 눈이었지만, 시몬과 눈을 마주치자 극도의 존경과 신앙이 깃든 눈으로 변했다.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아무튼 각자 충분히 정보 숙지할 수 있도록 하구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하미엘이 모제를 한번 째려본 뒤 자리에 앉았다.
“목적지 도착까지 이틀 걸립니다. 그사이 이단심문관들이 하루에 세 번 정도는 우리 객실에 들어올 거예요. 특히 시몬 형제님은 열심히 성전 내용 숙지하시고, 우리 둘도 괜히 의심당하지 않도록 준비하죠.”
“쿠울-”
“아! 모제 형제님!”
* * *
그렇게 즐거운 기차 여행이 시작되었다.
잠, 휴식, 음식, 바깥의 경관까지. 뭐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었다.
시몬은 누워서 성전 내용을 숙지하거나 정령술을 연습하고, 데리고 온 신수들을 꺼내 놀아주기도 했다.
“라우스! 이단심문관입니다.”
하미엘의 말대로, 가끔 고문 도구로 무장한 이단심문관들이 객실로 들어와 이단심문을 시작했다. 여전히 가시 달린 철퇴나 사슬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그들의 외견은 참으로 위협적이었다.
물론 위협적이기만 할 뿐, 그동안의 많은 신성연방 경험으로 시몬은 더 이상 이단심문관이 두렵지 않았다.
“흠, 그러면 이아후기에서 나온 여섯 돌 중에 여신의 상징으로 가장 적절한 돌은 무엇이라 생각하십까?”
“가장 작은 비취 돌을 여신의 상징으로 꼽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지만 최근 신학자들 사이에서는 큰 자수정을 꼽는 경우도…….”
기존의 성전 내용에 더해 새로운 최근의 해석까지 머릿속에 입력이 된 모습. 시몬은 완벽한 대답으로 이단심문관들뿐만 아니라 모제와 하미엘까지 놀라게 했다.
“젊은 나이에도 아주 신앙이 각별한 형제님이십니다. 실례했습니다.”
“그러게 말이오. 요즘 같은 시대에 모범이 되는 신도로군.”
이단심문관들은 진심으로 감탄하며 시몬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존중을 표했다. 시몬도 같은 동작을 취하며 미소로 화답했다.
오히려 교황청 직속인 모제가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설렁설렁 말하는 그의 태도 때문에 더 꼬투리를 잡힌 경향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게 자고 먹고 일어나고 심문받고 하는 일상이 반복되었고, 시몬은 빠르게 익숙해졌다.
그러던 가운데.
“시몬 형제님! 저기 창밖을 봐요!”
“?”
하미엘이 시몬을 깨웠다.
밤이 되어 졸고 있던 시몬이 눈이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 그가 창문에 딱 달라붙었다.
“와……!”
열차가 바다 위로 펼쳐진 공중 철로를 지나고 있었다.
하미엘이 조용히 창문을 열고 마나를 끌어올려 마법진을 펼쳤다.
“뭘 하려는…… 오!”
바다에서 솟아난 물의 정령들이 하나둘 몰려와 차체에 달라붙었다.
열차가 반짝반짝 형광빛으로 빛나는 모습이 황홀할 만큼 아름다웠다.
“시대가 저물었다지만, 정령술사의 몇 안 되는 장점은 이런 거겠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다는 점?”
하미엘이 후후 웃었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해야겠죠?”
“알았어, 알았어.”
한숨 자려던 시몬은 자세를 고쳐 앉아 폴렌티아 가문의 정령학 책을 펼쳐 들었다. 그러면서도 창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참, 그러고 보니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
“다른 성녀들로부터 성녀의 정수는 어떻게 얻었던 건가요?”
시몬이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정수마다 달라.”
대부분 접촉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고, 혹은 성녀의 정수와 시몬의 이해관계가 일치했을 때 손에 넣는 경우가 많았다.
시몬의 설명을 들은 하미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스라필 성녀님의 경우처럼, 접촉했는데 정수의 잔재가 안 넘어오면 어쩌죠?”
“다양한 수단을 시도해 봐야지.”
“그, 그럼 최악의 경우에는 성녀분이랑…… 그…… 꺄아아악!”
“뭘 상상하는진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시몬이 쓰게 웃으며 잠깐 창밖의 별을 바라보았다.
왜 나도 모르게 밤하늘에 뜬 별의 눈치를 보는 건지 시몬도 모를 지경이었다.
* * *
그렇게 기차 안에서 4일을 꼬박 달렸다. 마침내 종착역인 ‘크레반스 마을’ 앞에 도달했다.
만약 여기가 암흑연합이라면 승객들 모두 1초라도 빨리 내리려고 부산스러웠겠지만.
-다 함께 기도드리겠습니다.
열차장이 무사히 도착하게 도와주신 여신에게 기도하자며 제안했고, 승객 전원이 다 같이 기도를 드리는 모습은 신성연방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었다.
하미엘도 침대 위에 꿇어앉아 두 손 모아 기도했고, 거의 기차 여행 내내 겨울잠에 든 것처럼 자고 있던 모제는 별로 관심 없다는 듯 삐딱하게 앉아서 귀를 후비고 있었다.
호기심이 생긴 시몬이 물었다.
“모제는 기도 안 해?”
“굳이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습니다.”
그가 크게 하품을 하며 말했다.
“신에 대한 존중은 평소의 행실로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습니다. 기도는 일반 신도들의 의식을 결집하기 위한 상층부의 수단일 뿐, 기도를 많이 드린다고 해서 여신께 더 많은 은총을 받는 건 아니니까요.”
“…….”
기도하던 하미엘의 눈썹이 꿈틀했다. 모제도 피식 웃으며 하미엘을 바라보았다.
“가난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일수록 식전 기도니 식후 기도니, 아침 기도니 밤 기도니 하면서 기도의 양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는데, 교황청 사람들이 평소에 얼마나 기도를 안 하는지 알면 놀랄 겁니다. 그저 많이 한다고 해서 살림살이 나아지는 게 아니죠.”
기도를 드리던 하미엘의 얼굴이 분노로 빨갛게 달아오르는 게 보였다. 역시나 두 사람은 극도의 상극이었다.
그렇게 단체 기도를 마친 뒤 모두가 차례차례 신성열차에서 내려 승차장에 발을 디뎠다.
“여기…….”
시몬은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말도 안 되는 시골이구나.”
마지막 신성열차의 종착역이길래 어느 정도 도시가 있는 줄 알았는데, 승강장에서 빠져나오자 아무것도 없는 시골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서 세워진 작은 나무집 너머로, 깎아내린 듯한 무수한 협곡과 하늘로 뻗어 오른 날카로운 산봉우리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마을은 허름해도 자연은 멋지죠?”
하미엘이 승강장에 내려서도 한 차례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린 뒤 말을 받았다.
“우리가 갈 곳은 태고의 땅이자 신수의 고향, 4대 성지이며 유일무이한 평화의 요람인 ‘아록’이에요. 이 정도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죠!”
시몬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장엄한 자연을 보니 이런 곳 정도는 되어야 아록이 있을 만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관이 도착한 뒤의 계획도 세워두었습니다.”
하미엘이 가방에서 양피지 한 장을 꺼냈다.
“일단 마차를 예약해 두었어요. 여기서 5일 정도는 더 가야 아록에 당도할 수 있습니다. 마차를 타고 이틀, 내려서 산을 거슬러 올라가 또 이틀……. 그 전에 로컬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구요. 마차를 타러 이동하면…….”
하아암-
모제가 맥 빠지는 한숨으로 대화를 턱 끊어버렸다.
짜증이 난 하미엘이 꿀밤이라도 먹이려고 주먹을 홱 휘둘렀지만 모제는 고개를 젖혀 피해 버리고는 시몬을 보았다.
“성자님.”
“?”
“전에 했던 약속 기억하십니까?”
그 말을 들은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축복으로 훈련하자고 한 내용이었다.
“기억하지.”
“그거. 지금부터 하죠.”
“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
두 소년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미엘은 무슨 말인지 모르고 눈을 깜빡였다.
“무슨 방법인데요?”
그녀가 물었지만, 시몬과 모제는 결심을 마친 듯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하미엘이 ‘잠깐만요!’ 하고 외치며 뒤따라왔다.
“그러고 보니 하미엘은 어쩌지?”
“도움도 안 되는 미천한 범재 따위, 그냥 두고 갑시다.”
“이봐요!”
하미엘이 발칵 화를 냈다. 귀찮고 번거롭다는 표정으로 하미엘을 노려보던 모제가 하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쉬었다.
“신성 아공간에 쑤셔 넣을 수도 없고. 그냥 제가 짐짝처럼 들고 가겠습니다.”
“아니, 아냐. 내가 데려갈게.”
“……그럼 부탁드립니다. 저 녀석과는 닿는 것도 질색이라서. 성자께 불필요한 노동을 시키니 송구합니다.”
하미엘이 뒤따라 오며 소리쳤다.
“아우! 둘만 아는 이야기 그만하시고 소관에게도 알려주십시오!”
그 말을 들은 시몬이 하미엘에게 다가오더니 등을 보인 뒤 자세를 낮췄다.
“업혀.”
“예? 예?”
하미엘이 당황하면서도 일단 시키는 대로 시몬의 등에 몸을 기대어 업혔다. 가볍게 힘을 주어 그녀를 제대로 업은 시몬이 모제에게 말았다.
“가자, 모제.”
“넵.”
콰아아아아아아아!
주위에 사람들이 없는 걸 한번 본 모제가 전력으로 신성을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오른손으로 시몬을 짚고 자신을 짚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자, 잠깐만요! 뭘 하는……!”
“입 닫는 게 좋아, 범재. 잘못하면 혀 씹으니까.”
“네?”
타다다다닷!
모제가 바닥을 박차고 단번에 수십 미터 넘게 솟구쳤다. 시몬도 뒤따라 달리며 자리에서 도약했다.
터어어어어어어어어엉!
수백 미터 넘게 몸이 부우웅 떠올랐다. 시몬의 어깨를 꽉 껴안은 하미엘이 ‘꺄아아아악’ 하고 비명을 내뱉었다.
“역시 성자님이십니다! 이런 속도에도 적응하시다니!”
빨라지는 축복.
시몬이 그 속도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모습을 보며 모제가 환호했다.
“이대로 산을 넘어서 목적지까지 가죠! 제가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뛰어오르는 노하우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잘 부탁해!”
“너무 빨라아아아아악!”
그렇게 세 사람은 4박 5일 걸릴 거리를 여섯 시간 만에 주파했다.
* * *
가장 높은 산을 훌쩍훌쩍 뛰어넘은 시몬과 모제가 마침내 지상으로 내려왔다. 시몬이 킁킁 냄새를 맡았다.
‘뭔가 달라.’
처음과는 기분이 달라졌다.
이 방대한 신성.
‘대기 중에 신성이 가득해.’
마나가 가득한 대자연은 숨을 쉬기 편했는데, 신성이 주위에 가득 차니 뭔가 조금은 이질감이 있었다. 네크로맨서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시몬은 생각했다.
“아으으…….”
그리고 여전히 시몬의 등에 업혀 있는 하미엘은 반쯤 기절한 듯한 모습이었다.
시몬이 얼른 자세를 낮춰 그녀를 내려주었다.
“괜찮아? 하미엘.”
“두, 두 사람 다 밉습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다가 목이 다 쉰 상태였다. 거기에 멀미까지 호소하고 있었다. 모제가 팔짱을 끼며 혀를 찼다.
“짐짝을 가져와도 이렇게까지 귀찮진 않을 텐데.”
“그 말…… 취소…… 아으으!”
모제가 하는 수 없이 마법진을 펼치고 끄적끄적 조치를 취하자, 그녀의 상태가 한결 나아졌다.
그래도 동료라고 챙기는 모습에 시몬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성자님의 시간을 그 이상 빼앗지 마라.”
물론 다른 이유인 것 같았지만 말이다.
이내 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걸었다. 뿌연 안개를 걷으며 걸어간 그들의 눈앞에 마침내.
와아아아아아!
영원의 성녀 아스페리아의 영지.
가히 ‘낙원’이라고 할 법한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