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0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08화(1308/13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08화
아리우스가 두 팔을 펼쳤다 모으며 특이한 동작을 취했다. 수련자들의 자세였지만, 그에게서 나오는 기운은 남달랐다.
주위에서 수련을 하던 다른 수련자들도 하던 동작을 멈추거나 땀을 식히며 아리우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촤아아아아아-
아리우스가 다리로 가볍게 수면을 스치자, 물살이 생동감 넘치게 움직이며 물방울들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샤아아아아아아-
그가 반대편 손을 휘젓자 풀밭의 꽃들이 바람에 흩어지며 하늘하늘 날아오른다.
촤아아아아아-
이번엔 흙바닥이 들썩이고, 공기마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치 대자연 자체가 그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느낌. 그의 움직임은 정밀하고도 우아했다. 다리를 뻗고, 두 팔을 휘두를 때는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다 그가 두 팔을 앞으로 모으자 이 모든 대자연이 아리우스를 중심으로 회오리치며 모여들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눈부신 신성.
마법진이나 룬어 같은 것은 사용되지 않았다. 그저 순수한 신성으로 대자연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별들이 공전하는 듯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대단하다.’
시몬도 전율했다.
흑마법이든 백마법이든 룬어가 모든 것의 기반, 하지만 아리우스는 기존의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원의 중심에서 흘러넘치는 깨끗한 신성은 순수 그 자체.
후우우우우-
들이마신 숨을 경건하게 내뱉으며 두 손을 내린 아리우스가 마침내 시몬을 바라보았다.
“이게 바로 극진(極振).”
우웅!
내부의 신성이 움직이자 대자연이 함께 반응하며 소리 없이 준동했다.
“신성 수련자들의 극의입니다.”
시몬은 몸을 기울여 그것을 바라보았다. 아름답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다른 수련자들의 존경 가득한 시선도 향하고 있다.
이곳 아록에서의 신성 수련의 경지가 어떤 것인지 비로소 시몬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걸로 뭘 할 수 있는 건가요?”
시몬은 자신도 모르게 물어보고는, 뒤늦게 속으로 아차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신성연방의 프리스트들에게 있어 신성은 신앙 그 자체인데, 방금 질문은 너무 네크로맨서적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아리우스는 태연히 웃었다. 속세의 사람인 시몬의 사고를 받아들이는 여유가 그에게는 있었다.
“이것은 저희들이 가진 ‘수련의 증명’입니다. 아시다시피 아록의 신수들은 번뇌를 초월하고, 진정으로 순수한 신성을 갖춘 자만을 주인으로 삼습니다. 그들은 일반적인 신수학의 이론이 통하지 않죠.”
아리우스가 손끝으로 극진을 가리켰다.
“속세인분들도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이건 신수들에게 보이는 일종의 이력서 같은 것입니다. 신수들도 우리가 펼친 극진을 보고, 주인으로 삼을지 판단하죠.”
‘이제야 이해가 되네.’
시몬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보이십니까?”
스스스스스!
아리우스가 말할 때마다 극진의 신성이 흔들리며 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이 가라앉고, 흙은 균열을 일으켰다.
“단지 속세에 대해 논하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이 흐트러져 극진은 무너집니다.”
시몬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아까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돌아오자면, 극진은 증명 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힘은 아닙니다.”
촤아아아!
아리우스가 손끝을 세워서 극진에 뭔가를 하자, 극진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며 방대한 신성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등골이 섬찟한 느낌이 시몬의 등을 타고 흘렀다.
“이 힘은 응용하기에 따라서 강력한 무기, 축복, 그 외에도 놀라운 기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번뇌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오로지 신수에게 자신을 증명하는 용도로만 쓰고 있지요.”
“이해했습니다! 저도 해보고 싶어요!”
시몬이 몸이 근질거린다는 듯 두 다리를 촥 벌리고 자세를 잡았다.
“하하하! 시온 형제님, 의욕 있는 모습은 좋습니다만 극진을 띄우려면 적어도 1년은…….”
그렇게 말하던 아리우스의 눈이 부릅떠졌다.
스스스스-
시몬이 두 팔을 모으며 주위의 신성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무언가에 잔뜩 몰두한 표정으로 허공을 짚은 손에 감각을 깨우고 있었다.
‘바다에서 결을 잡는 것과 비슷해.’
신성이 풍부한 이곳 아록에서는 극진이라 불린 방금의 현상을 일으키는 게 더 쉬웠다. 시몬이 두 팔에 신성을 끌어모아 중앙으로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외부의 신성에 의존하지 않고, 내 신성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이내 시몬이 자신의 손바닥에 신성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정령술과 비슷한 원리야! 가장 정순한 힘을 뽑아낸다!’
화아아아아아악!
대자연의 신성이 모여들고, 시몬의 신성이 중심에 피어난다.
지켜보던 아리우스가 경악하며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고, 주위의 다른 수련자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큭!’
파차아아아아앙!
그러나 곧 시몬이 만든 신성이 깨지고 말았다.
시몬이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마치 네크로맨서일 때 소환수가 당하면 사념의 연결이 끊기는 것과 비슷한 느낌. 머리가 얼얼했다.
“이런 느낌인가요?”
“어…… 음……!”
아리우스가 뒤늦게 퍼뜩 정신을 차리며 몸을 일으켰다.
“시온 형제님, 혹시 속세에서 다른 기인에게 극진을 배우신 적이 있으십니까?”
“방금 한 게 첫 시도인…….”
“아하하! 그렇군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타악. 탁.
갑자기 아리우스가 과장되게 시몬의 어깨를 두들기며 웃었다.
“극진을 익힌 경력이 꽤 되신 모양이군요! 하하하! 초보자가 바로 해낸 줄 알고 깜짝 놀랐지 않습니까.”
그제야 곳곳에서 수련자들의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각자 수련을 하기 위해 떠났다.
시몬이 아니라며 해명하려는 그때, 아리우스의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만약 정말 첫 시도 만에 해낸 것이라 해도, 수련자들에게 알리는 건 좋지 않습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5년, 10년의 수련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 그러네요.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생각해 보니 눈에 띄어서 좋을 건 없었다.
뭔가 새로운 걸 또 배우게 된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달아오르고 심장이 뛰고 의욕이 앞서서 참 힘들다.
“자, 차근차근 수련을 시작해봅시다. 진짜 재능.”
* * *
시몬이 얕은 호수에 자세를 잡고 앉았다.
마음을 비우고 번뇌를 없앤다. 그것이 수련의 가장 기본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조금만 앉아 있어도 몸이 들썩이고, 머릿속을 텅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안 가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사고하고 고민해 왔으니까요. 바로 된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겠죠.”
그런데 놀랍게도, 시몬은 두 번째 시도 만에 10분간 ‘무의식’ 상태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 순간부터 아리우스는 시몬의 한계를 단정 짓는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시몬은 이곳 아록에서 이례적으로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그렇게 첫 수련을 마치고 식사 시간이 되었다.
‘역시나 풀.’
온갖 채소나 나물, 과실들이 가득했다. 저 옆의 수련자들은 순수한 야채나 풀뿌리 같은 것을 입에 넣기도 했다.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시지요.”
식전 기도를 마친 시몬도 이제는 맨손으로 잘도 집어 먹었다. 아리우스는 시몬이 마음에 들었던지 밥 먹을 때도 함께 먹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시몬도 아록에 대한 정보 수집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았다.
우선 아리우스가 느끼는 아록에 대해 궁금했다.
“아록은 경전에 나온 ‘낙원’, 그 자체나 다름없는 장소입니다.”
아리우스가 저 멀리 아록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과실이 풍족하고 샘물은 맑으며, 사람들은 병에 걸리지도 않지요. 그곳에선 걱정도 고민도 없습니다! 복잡한 생각과 번뇌에서 벗어나 그저 한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곳입니다.”
으음-
시몬이 턱을 쓸었다.
“생각도 없고, 고민도 없고, 걱정도 없다면, 뭔가를 원하는 욕망도, 이루려는 꿈과 야망도 없겠네요.”
“그렇지요.”
시몬이 고개를 들어 아리우스를 바라보았다.
“그게 진짜 행복일까요?”
그 순간 아리우스의 표정이 찰나의 속도로 살짝 일그러졌다가 돌아왔다.
“이런, 실례.”
그가 금방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가슴에 손을 올렸다.
“순간적으로 마음이 동요한 걸 보니 저도 아직 수련이 부족하군요. 그동안 아록 신수의 선택을 받지 못할 만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악의 없는 물음이란 건 압니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드리자면.”
아리우스의 눈이 반짝였다.
“그런 감정들은 모두, 속세에서 사람을 어지럽히는 감정일 뿐입니다. 찰나의 쾌락에 지나지 않죠.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결국 욕망을 지우고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합니다.”
시몬은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본인이 그렇게 믿는데 거기서 뭔가 더 첨언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수련자들도…….”
“네, 우리는 아록을 추종하고 아록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자들. 아록의 사람들처럼 하는 것이, 아록의 신수의 인정을 받아 아록으로 들어갈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아록의 사람들처럼 집도 없고, 재산도 두지 않으며, 풀이나 과실을 먹으며 수련에 집중하고 있는 거였다.
쿠쿵-!
잠깐 정적이 이어지고 있는 그때, 저 멀리 이곳에서 아록과 정반대편에 떨어진 숲에서 나무가 우지끈 연달아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인가 싶었던 시몬이 눈을 동그랗게 떴고, 아리우스가 작게 혀를 찼다.
“탈로크 형제로군요.”
‘아.’
탈로크라면 아침에 아리우스와 대립하던 바로 그 남자였다.
-아록은 네놈이나 가라지! 나는 신수만 얻으면 여긴 볼일 없거든! 아록이 아니라 하늘섬으로 올라가서 평생 떵떵거리며 살 거다!
아리우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또 속세의 욕망을 참지 못하고 바깥 숲에 나가서 몬스터를 죽이고 고기를 먹으려나 보군요.”
“아.”
“부끄럽게도 찰나의 번뇌를 이기지 못한 수련자들이 많습니다.”
일명 탈로크 무리.
아록의 신수를 얻기 위해, 극진을 수련하면서도 속세의 욕망과 번뇌에 휘둘리는 자들.
그들은 답답한 이곳의 삶을 떠나 잠시 도시에 내려가서 유흥을 즐기거나, 육류를 먹어 배를 부풀리거나, 재산을 탐한다.
그들의 우두머리 격 인물이 탈로크였다.
“그럼 탈로크 형제님을 비롯한 분들은 아록의 신수를 가지면…….”
“네, 아록에 들어갈 기회를 마다하고, 속세로 돌아가 강력한 신수의 힘으로 떵떵거리며 살겠지요.”
아리우스의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패였다. 시몬은 수련자 내부에서도 파벌이 갈린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번뇌가 가득한 마음으로 어떻게 아록의 신수의 인정을 받겠다는 건지…….”
“그럼 아리우스 형제님의 말씀대로라면-”
시몬이 아리우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번뇌가 없는 아리우스 형제님 측 수련자만이 아록 신수의 인정을 받는 건가요?”
“…….”
아리우스의 이마에 더더욱 주름이 깊게 패였다.
“저희가 조금 더…… 많이 받는 편입니다.”
떨떠름한 기색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 말은 즉 탈로크와 같은 자들도 아록의 신수의 인정을 받는다는 뜻이었다. 아리우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신수들의 성격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신수들도 공격적이거나 급한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있으니, 그런 신수들은 탈로크 측의 수련자들을 택하는 거겠죠. 하지만 제 생각은 굳건합니다. 수련과 번뇌를 지우는 것만이 가장 확률을 높이는 길이라구요.”
시몬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바로 그때.
-아록의 신수들이 나타났다!
커다란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 말을 들은 식사 중인 수련자들이 모두 튕겨 나가듯 몸을 일으켜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도 가보죠!”
아리우스도 냅다 두 다리에 신성을 일으킨 채 달려갔다. 시몬도 뒤를 따르며 쓰게 웃었다.
‘번뇌를 지워야 한다면서요!’
저 신수에 선택받겠다며 번들거리는 눈빛을 보라.
다른 수련자들도 그렇고, 심지어 아리우스까지 욕망이 가득했다.
타아!
타앗!
수련자들이 바위와 호수를 딛고 정신없이 날아올랐다. 아리우스는 시몬도 내버려둔 채 벌써 저만치 달려나가 버렸다.
-벌써 누군가 신수와 공명하고 있어!
-이번엔 누구야?
시몬도 뒤따라가고 있는데.
화아아아아아아!
두 날개가 달린 빛을 이끄는 새와도 같은 존재가 빛을 뿌리며 시몬의 바로 위로 나아갔다. 부딪힐 줄 알았던 시몬이 다급히 허리를 젖혀 피했다.
‘우와, 저게 바로……!’
아록의 신수.
압도적인 신성의 잔향이 시몬의 주위로 남았다.
* * *
“서둘러!”
“아직 안 늦었어!”
수련자들이 말하는 신수가 방금의 그 녀석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수련자들이 향하는 곳은 다른 방향이었다.
시몬도 일단은 수련자들이 뛰어가는 방향으로 따라가 보았다.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아록의 호수, 그 가운데.
“…….”
한 수련자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무릎을 굽힌 채 ‘극진’을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하얀 생명체.
‘아록의 신수!’
마치 여우를 연상케 하는 작은 신수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