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1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16화(1316/13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16화
아록에서 몸을 가리고 쪼그려 앉아 있는 남자.
그의 얼굴에 드러나 있는 감정은 불안과 걱정, 그리고 두려움이다.
수련자들이 흔히 말하는 ‘속세의 번뇌’에 매몰된 아록인이었다. 시몬은 그런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이 남자가 이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정말 속세인이란 거요? 어떻게 속세인이 성녀의 집행자들의 감시 없이 여기에…… 아! 아!”
뭔가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했는지, 남자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다급히 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아, 행복하다! 행복해!”
그가 과장된 동작으로 두 팔을 휘적거리다가 근처에 놓인 과일 껍질을 핥기 시작했다. 그러다 냅다 하반신을 가린 나뭇잎을 던져 버리고는 바닥을 강아지처럼 뒹굴기 시작했다.
시몬은 민망함에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이 시원한 바람! 이 넓은 하늘! 아, 아록이여! 영원하라! 하하하하!”
“저는 하늘섬에서 온 사람입니다.”
시몬이 근처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성물 운반자로 위장해서 아록의 실태를 조사하러 왔죠. 최근에 아록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는데, 혹시 아는 게 있으신가요?”
“…….”
그제야 남자가 동작을 멈추고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시몬을 바라보았다.
“아스페리아 성녀가 보낸 사람이 아니란 말이오?”
“그럼요.”
“세상에, 여신이시여.”
그가 아까 던져 버린 잎사귀를 주섬주섬 허리에 매달았다. 그러고는 잠시 진정하듯 가슴에 손을 얹고 후후 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그는 불안해하고, 의심하고 있다.
시몬은 저런 감정들이야말로 사람을 더 사람답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시에 막상 정상인을 보니, 뒤늦게 헐벗은 자신의 차림이 떠올라 민망함이 몰려들었다.
극진기로 이목을 끌 순 없으니 시몬도 대충 나뭇잎으로 자신을 가렸고, 그사이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나, 나는 6년 전에 아록에 들어왔소!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됐소.”
“왜 그렇게 된 거죠?”
“그야…….”
깔깔깔깔깔!
아하하하하하하하!
자유롭게 알몸으로 웃고 떠들며 행복에 겨워 몸부림치는 아록인들에게 한 차례 시선을 준 그가 다시 시몬을 보며 말했다.
“어느 순간부터, 저 꼴이 바보 같다고 느꼈으니까.”
남자도 아록에 들어온 뒤 보통의 아록 사람들처럼 행복에 겨운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욕구’를 느꼈다.
그것은 바로 성취에 대한 욕구. 지천의 따 먹기 좋게 널려 있는 열매들보다 가장 높은 언덕에 위치한 열매를 따 먹고 싶었다.
그렇게 남자는 열매를 따 먹으러 절벽을 올라갔고, 그것을 한입 맛보는 데 성공했지만 실수로 발을 헛디뎌 굴러떨어졌다고 했다.
그때 머리를 강하게 부딪히고 기절했다가 깨어난 직후, 모든 게 제자리에 돌아온 것처럼 그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내가 멍하니 있거나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성녀의 집행자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기 시작했소.”
그가 덜덜 떨며 두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그들의 시선을 보고 위기감을 느꼈소. 그렇게 알게 됐지. 이대로는 끌려가겠구나. 남들에게 섞여 남들처럼 보이는 게 살아남는 길이겠구나 하고.”
“……아.”
그가 고개를 들어 시몬을 바라보더니 후우우 긴 숨을 내뱉었다.
“우스꽝스러운 아록인들을 보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대화하니 속이 다 시원하군. 나는 보우스 세올라라고 하오.”
“시온 마르칸토니입니…… 아, 혹시!”
어디서 많이 들어본 성이었다.
“아리우스 세올라라고 아시나요?”
“내 동생이오!”
그가 펄쩍 뛰었다.
“그는 어디에 있소! 지금 속세에서 뭘 하고 있소?”
“아록 외곽에서 수련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행복을 찾아 아록에 들어올 거라고…….”
“맙소사!”
보우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정신 나간 자식! 이곳은 행복의 낙원이 아니라 영겁의 지옥이오! 절대 들어와서는 안……!”
“잠깐만요!”
시몬이 급히 그의 입을 틀어막으며 시선을 돌렸다.
정기 순찰 중인 듯, 극진의 빛을 옷처럼 걸치고 창을 쥔 성녀의 집행자들이 순찰로를 돌아 걸어오고 있었다.
시몬과 보우스는 즉시 시선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서 고함소리가 났습니다.] [고함이라니 그럴 리가. 아록인들이 다투기라도 했단 말인가?]성녀의 집행자들이 걸어왔고, 시몬과 보우스는 바닥을 뒹굴며 깔깔깔 웃어대기 시작했다. 얼굴이 들켜서는 안 되기에 시몬은 얼굴을 반대쪽으로 돌렸다.
“아아아! 행복하다! 행복해!”
“바람이 너무 시원해! 미칠 것 같아!”
하하하하하!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성녀의 집행자들이 태연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순찰로로 복귀해 지나갔다.
그 두 사람이 사라지자, 시몬과 보우스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뭇잎으로 신체를 가렸다.
“저 성녀의 집행자들도 다 같은 아록인 아닌가요?”
시몬의 물음에 보우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록인 맞소. 하지만 성녀를 위해 시중을 들 권리를 가진 아록인들이지. 아록에서 옷은 수치라고 하면서 지금 저 꼴을 보시오! 자기들만 사람처럼 옷을 입었지 않소!”
“옷이 아니라 축복이라 하더라구요.”
“빌어먹을 놈들! 저들이 지금 아스페리아에게 충성하는 이유는 하나뿐이오.”
보우스의 눈빛이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행복해지지 않기 위해서지! 우리와 같은 꼴로 전락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뭔가 철학적인 이야기처럼 들리네요. 아무튼.”
시몬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본론으로 화제를 돌렸다.
“저는 아록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그 비밀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비밀?”
“제 생각에는 지금 아록에 군림하고 있는 아스페리아가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말에 보우스는 표정을 굳혔다.
“그럴 리가. 아스페리아 성녀는 30년 넘게 아록을 같은 방식으로 다스려 왔소! 이제 와서 무슨 가짜가 끼어들 여지가 있겠소?”
‘그건 그렇긴 해.’
결사라는 자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3년 전 정도밖에 안 됐다.
아스페리아가 성군이었다가 갑자기 타락했다면 의심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녀가 늘 같은 방식으로 아록을 다스려 왔다면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든다.
“아록의 비밀을 찾고 있다면 역시…….”
“아, 뭔가 짐작 가는 부분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렇소.”
보우스가 주위를 한 차례 둘러본 뒤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아록이 어떻게 4대 성지 중 하나가 된 건지는 형제도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밀렵꾼들에 의해 발견된 ‘하늘에서 떨어진 흔적’이 있는 유적.
그래서 이곳이 진짜 낙원이라는 말이 많았다. 현재는 하늘섬의 압력으로 낙원이 아니라 아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말이다.
“이곳 아록은 그 하늘에서 떨어진 유적 위에 지어진 곳이오.”
그가 두 팔을 벌렸다.
“아록은 주거지도 없고 뻥 뚫려서 모든 곳이 훤히 공개된 곳이오. 형제님의 말대로 정말로 아록에서 뭔가를 숨기고 있거나, 혹은 지금 성녀가 가짜고 진짜 성녀가 어딘가에 갇혀 있다면 그 위치는 단 한 곳밖에 없소.”
“하늘에서 떨어진 유적의 내부…….”
시몬은 가슴이 빠르게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유적의 보존을 위해 모든 입구를 막아놨다고 들었지만, 사실 성녀의 궁전 근처에 그 유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비밀 통로가 있다고 하더군.”
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시몬이 벌떡 일어났다.
“혹시 그 비밀 통로가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나도 행복에 잡아먹혀 있던 때라 정확한 위치는 가물가물한데…….”
“저 좀 도와주세요.”
시몬이 눈을 빛냈다.
“그렇게 해주시면 반드시 아록을 구해내겠습니다.”
“……그런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소.”
보우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비밀을 밝혀내고 무사히 여기서 나간다면, 내 동생 아리우스에게 말해주시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록에 들어오지 말라고. 그리 약속하면 내 도와주겠소.”
시몬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죠.”
아록의 밤은 짧다.
날이 곧 밝아오고 있으니 서둘러야 했다.
* * *
영원의 궁전.
“……지금 뭐라고 했나요?”
참방.
궁전의 꼭대기에서 반신욕을 즐기던 아스페리아가 고개만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덜덜 떨고 있는 성녀의 집행자 두 명이 있었다.
“탈옥?”
[……송구합니다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아침 식사를 가지고 갔던 교대자가 찌그러진 감옥과 부서진 구속구를 발견했습니다.]감옥의 책임자로서 보고를 올리는 두 성녀의 집행자들은 물론,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성녀의 집행자들도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분명 신성을 억제하는 구속구를 달아두었는데 어떻게…….] [천장에 마나 흐름을 막는 아티팩트도 달려 있었습니다. 아크 팔라딘이라고 해도 묶어둘 수 있는 시설일 텐데요.]참방!
그때 아스페리아가 욕탕에서 일어났다.
성녀의 집행자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으며, 가장 앞에서 보고하던 두 성녀의 집행자들은 이마를 바닥에 대고 엎드렸다.
스륵.
탕에서 나온 그녀가 바구니에 놓인 가운을 몸에 걸치고 말했다.
“그 모아와 하멜이라고 불린 다른 두 운반자들이 아록 밖으로 나간 건 확실한가요?”
그 말에 계단 아래에 있던 성녀의 집행자 두 명이 급히 답했다.
[예, 성녀님. 밖으로 나간 것까지 제대로 확인했습니다.]“그럼 한 가지는 확실하네요.”
그녀의 눈빛이 차분해졌다.
“아록 내부에 배신자가 있어요. 아무래도 누군가 행복에서 깨어났나 보네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떨고 있는 두 감옥 책임자들이 보인다.
“고개를 들어요.”
그녀가 서서히 자세를 낮추고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성녀의 집행자들이 고개를 들었다.
“어쩌면 좋을까. 표정을 보니 많이 괴롭고 힘든가 봐요.”
[그, 그렇지 않습니다! 성녀님을 모실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합니다!]그녀가 손끝을 세워, 행복하다고 말한 성녀의 집행자의 턱을 들어 올렸다. 성녀의 집행자의 동공이 파르르 떨리며 공포에 질린 듯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아닌 것 같은데.”
성녀의 집행자의 표정에 절망이 아른거렸다. 그 옆의 다른 동료 성녀의 집행자가 다급히 외쳤다.
[하, 한 번만 더 기회를……! 믿고 맡겨주십시오! 목숨을 걸고서라도 탈옥자와 배신자를 잡아 오겠습니다!]“기회? 두 분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스페리아가 몸을 일으켰다.
이내 그녀가 손바닥을 펼치자 홍색의 잿가루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록의 가치는 행복에 있어요. 아무래도 두 분은 가진 능력에 비해 너무 과도한 과업을 수행하는 것 같아요. 일을 하느라 행복하지 못하고, 괴롭고 불행하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성녀님! 제발 자비를!]단말마의 외침과 함께, 홍색 잿가루가 주위를 한 차례 휘감았다가 터지듯 폭발했다. 아래에서 대기하던 성녀의 집행자들이 강렬한 맞바람에 간신히 몸을 가누며 버텼다.
그리고 잿가루가 걷힌 순간.
털썩.
쿵.
성녀의 집행자들이 유지하고 있던 축복이 풀리고, 알몸이 되어버린 두 사람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아- 감사합니다! 행복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닥의 딱딱한 감촉이 너무 좋아아아. 행복해!”
동료들의 바뀐 모습을 지켜본 집행자들의 표정은 두려움과 공포에 질려 있었다.
“뭘 하고 있죠, 여러분?”
아스페리아가 말했다.
“탈옥자를 잡아 오세요.”
성녀의 집행자들이 즉시 신성을 일으키며 궁전을 벗어나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