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1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17화(1317/13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17화
아록 외곽의 경계.
하미엘이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걸어가고 있었다.
아록의 외곽과 내부를 가르는 가시덤불은 촘촘하게 얽혀 있었지만 틀림없이 틈은 있을 터. 주위를 열심히 살펴보던 그녀가 어느 순간 반색하며 뛰어갔다.
“얘들아!”
정령들이 낑낑거리며 가시덤불의 좁은 틈으로 구슬 하나를 내보내려 하고 있었다.
여기서 하미엘까지 합세하여 툭 튀어나온 구슬을 붙잡고 힘주어 당겼다.
쏘옥!
“꺅!”
마침내 구슬이 뽑히고, 하미엘은 엉덩방아를 세차게 찧었다. 그러나 아프다는 생각을 할 새조차 없이 몸을 날려, 호수를 향해 데굴데굴 굴러가던 수정구를 가까스로 붙잡았다.
“다, 다행이다.”
메모리얼 수정구.
그것을 들어 품에 숨긴 그녀가 즉시 얕은 호수를 첨벙거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는 방향은 아록 외곽의 폭포들이 쏟아지는 수련폭포 쪽이었다.
* * *
웅성 웅성 웅성 웅성!
아록 외곽에서 수련하는 모든 수련자들이 모여들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게…… 사실입니까.”
아리우스가 착잡한 얼굴로 물었다. 모제가 짜증스럽게 주먹으로 테이블을 탕탕 쳤다.
“아, 그렇다니까! 속고만 살았어? 아록은 너희가 생각하는 천국이 아니었다고!”
모제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아록에서 본 모든 것을 말한 뒤, 자신의 동료인 시온도 붙잡혀 끌려갔다고 말했다.
아록의 실체를 들은 모두가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 눈만 굴리고 있었다.
“……모아 형제님. 무슨 말씀인지는 잘 알겠는데요.”
한 수련자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겨우 며칠 머무른 속세인 말만 홀라당 믿고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요.”
“맞아! 아록 이야기는 과장이고, 그냥 갇힌 동료를 구하려고 우릴 이용하려는 거 아냐?”
그 말을 들은 모제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강하게 쾅! 내려쳤다.
그러자 테이블이 번쩍이며 은빛에 호화찬란한 성물로 바뀌어 버리고, 거기에 주먹을 내려친 모제가 ‘크읍!’ 소리를 내며 아픈 손을 한 차례 털었다.
“내가 뭐 하러 네놈들을 속여? 하여간 진실을 알려줘도 눈 가리고 아웅이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범재들! 현실을 말해줘도 부정하기 바쁘지? 어?”
교황청 소속의 모제는 전형적으로 대중을 바라보는 시선이 냉소적인 인물이었다.
당연히 그의 화법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 노릇.
점점 수련자들의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는 그때.
“라, 라우스! 실례합니다아!”
적절한 타이밍에 하미엘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녀가 성물화된 테이블에 텅! 하고 수정구를 내려놓았다.
“정령들에게 부탁해서 아록을 촬영한 메모리얼 수정구를 가져왔어요! 확인해 보세요!”
하미엘은 아록에서 쫓겨날 때 가만히 손 놓고 있던 게 아니었다. 정령들을 시켜서 몰래 수정구를 감추어놓고, 그것으로 아록 내부를 촬영하게 한 것이다.
이내 그녀의 메모리얼 수정구가 켜지고, 아록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깔깔깔깔깔깔!
-아아, 행복해! 너무 행복해서 미칠 것 같아!
수련자들이 생각했던 아록은, 평화롭고 신수들과 함께 어울리거나 열매만 따 먹으며 지내는,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만 누리는 그런 낙원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한 발 떨어져서 메모리얼 수정구로 보니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랐다.
벌거벗은 채 날뛰며 깔깔 웃어대는 아록인들의 모습은 짐승이나 다름없는 꼴이었다. 무릎이 까져도 웃고, 바닥을 구르다 머리를 찧어도 웃었다.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 마치 술이나 약에 취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럴 수가…….”
이 광경을 본 수련자들은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그, 그럼 내가 지금까지 한 노력은 뭐지?”
“내 10년이…….”
그중에서도 아리우스는 눈을 부릅뜬 채 수정구를 노려보고 있었다. 충격에 시름하면서도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보우스 형……!”
아리우스뿐만 아니었다. 시몬 일행을 처음에 맞이했던 아록의 안내원 또한, 충혈된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며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고 있었다.
수련자들의 경우, 가족이나 지인들이 아록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 모두가 한탄하며 깊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런 건지는 몰랐다.
이런 게 성전에서 말한 낙원이고, 이런 게 영원한 행복인지는 몰랐다.
“댁들이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모제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테이블에 펼쳤다. 아록 외곽의 행정을 조사했던 자료였다.
“아스페리아 성녀가 돈을 받고 하늘섬의 부유층이나 자산가를 아록에 들였다는 증거야. 일명 ‘아록행 프리패스 티켓’이지.”
수련자들이 서류를 확인하며 술렁였다. 몇몇 선임급 수련자들은 그리 놀라지 않는 눈치였고, 그저 눈을 꾹 감고 있었다.
“너희는 수련을 통해 정신을 갈고닦고 신수의 인정을 받아야 아록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천만의 말씀. 돈만 있으면 누구나 아록인이 될 수 있었어.”
아록은 신성연방 유일의 행복의 성지.
돈 많은 자본가나 고위 프리스트들은 은퇴한 뒤 남은 여생을 아록에서 보내고 싶어 했고, 그렇게 평생 모은 돈을 아스페리아에게 바치는 것으로 몰래 아록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그러고 보니 성녀님을 직접 뵙겠다고 들어간 몇몇 속세인들, 그 뒤로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
“내부의 텔레포트 마법진을 사용했다고 들었는데 그대로 눌러앉은 건가.”
“아록이 우릴 속였어!”
“이딴 게 빌어먹을 행복이라면 차라리 속세에서 입에 풀칠하며 사는 게 백배는 낫겠소!”
곳곳에서 분노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문득 한 수련자가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난 번뇌를 벗어던지기 위해 매일 수련하고 있지만, 솔직히 잘 안 돼. 이렇게 고통스럽고 힘들 바에-”
-꺄르르륵!
-아하하하하하!
그의 시선이 광적으로 웃고 있는 아록인들에게로 향했다.
“저들처럼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게 나은 것 같아.”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형제님! 저딴 건 행복이 아니라 세뇌입니다!”
“사실 나도 저 형제의 말에 동감하오.”
수련자들 사이의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점점 더 상황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는 가운데.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리우스가 손을 들어 주위를 주목시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이것을 낙원으로 해석하든, 해석하지 않든, 중요한 건 아스페리아 성녀님이 우리를 속였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아록에 가 있는 사람들, 한때 수련자 신분을 거쳐갔던 옛 동료들, 우리의 가족과 친우들이, 과연 이 현실을 알았다고 해도 아록에 가는 걸 원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리우스는 근래 자신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던, 그 소년의 말이 떠올랐다.
-생각도 없고, 고민도 없고, 걱정도 없다면, 뭔가를 원하는 욕망도, 이루려는 꿈과 야망도 없겠네요. 그게 진짜 행복일까요?
그가 눈을 한 차례 꾹 감았다가 떴다.
“아록에서의 행복이든, 속세에서의 행복이든, 우리는 행복을 찾아온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정의한 행복이 아닌, 타인에 의해 정의되고 주어지는 행복을 좇았습니다. 그 결과 이런 현실에 맞닥뜨리고 말았습니다.”
무거운 정적이 주위에 내려앉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아록인들에게, 우리의 가족과 형제자매들에게! 정말로 이것이 그대들이 바라던 행복인지 제대로 물어봐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이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아리우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아록과 싸워야 합니다!”
“그 말대로야.”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가슴에 붕대를 칭칭 두른 삐쭉 머리 수련자 한 명이 목발을 짚고 걸어오고 있었다.
“타, 탈로크 형제!”
“살아 있었군요! 여신이시여! 다행입니다!”
탈로크가 동료들에 가볍게 손을 들어서 인사해 보인 뒤, 아리우스의 옆으로 다가와 진지해진 얼굴로 말했다.
“아록으로 가자. 가서 우리를 속인 자들에게 증명하자.”
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벌레도 꿈틀할 수 있다는 걸 말이야.”
* * *
같은 시각, 아록 내부.
[찾아라!] [분명히 저쪽에 있었습니다!]아록에서는 대규모 수색 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모든 성녀의 집행자들이 탈옥자와 배신자를 찾기 위해 아록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시몬과 보우스는 숨을 헐떡이며 달리고 있었다.
“보우스 형제님! 조금 더 빨리요!”
시몬이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보우스가 숨이 가빠 힘들어하면서도 말했다.
“시, 시온 형제! 이대로는 포위당하고 말 거요!”
“아직 괜찮아요 조금만 더!”
영원의 궁전 아래에 있다는 비밀 유적을 조사하러 왔더니, 마침 성녀의 집행자들도 시몬의 탈옥 사실을 깨닫고 주위를 수색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 근방에도 열매를 따 먹고 세상 태연하게 웃어대는 아록인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땀을 뚝뚝 흘리며 수사 중인 성녀의 집행자들에게 아록인들이 다가왔다.
“아이구, 표정이 왜 그렇게 구겨지셨나?”
“얼굴 펴요 얼굴 펴! 행-복하게! 스마이이일!”
아록인들이 가까이 다가와 방해하자, 성녀의 집행자가 거칠게 그들을 밀쳐냈다.
[방해하지 마시오!]퍼억!
아록인은 팔꿈치에 맞아 쓰러져 얼굴에 피를 흥건히 흘리면서도, 눈에 눈물까지 맺힐 만큼 웃어댔다.
“나 맞았어! 너무 좋아! 이거 피야 피! 아하하하하!”
성녀의 집행자들이 질색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다시 표정을 굳히고 수색을 재개했다. 절대 저런 꼴이 되지 않겠다는 결심이 눈에 가득했다.
“시온 형제! 더 도망칠 곳이 없소!”
보우스가 숨을 고르며 속삭였다.
뒤는 가파른 암벽이 있어서 도망칠 곳이 없다. 일단은 빼곡한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지만, 점점 더 수색망이 좁혀지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시몬이 씩 웃으며 손바닥을 펼치고 신성을 끌어올렸다.
“아무 대책 없이 아록에 들어온 게 아니니까.”
이내 두 팔을 펼친 시몬이 주위의 신성을 끌어모으며 ‘극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신성이 모이는 현상을 감지한 성녀의 집행자들이 팔을 뻗으며 외쳤다.
[저깁니다!] [놈들을 찾았습니다!]성녀의 집행자들이 창을 쥐고 그곳으로 빠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몬은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극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뭐, 뭘 하는 거요! 시온 형제! 공격마법이든 결계든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소!”
시몬이 빙긋 웃었다.
“믿고 기다려 주세요.”
키이이이이이이이잉!
시몬이 극진을 완성했다. 눈부신 신성이 뿜어져 나오자, 달려오던 성녀의 집행자들이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가렸다.
[무슨……!] [크윽!]성녀의 집행자들이 눈부신 빛 속에서도 비틀거리며 시몬을 향해 다가왔다. 하지만 단순히 시야를 차단하거나 하는 용도로 극진을 쓴 건 아니었다.
이곳 아록에서 극진은 누군가를 부르기 위한 장치다.
“저는 동생분께 극진을 배웠어요. 그분이 극진은 신수가 보는 이력서라고 저한테 말씀해 주셨는데-”
시몬이 입꼬리를 올렸다.
“딱 맞는 표현이더라구요.”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모든 성녀의 집행자들이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크고 새하얀 날개를 마치 발톱처럼 날카롭게 구부린 신수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아록 최강의 존재 중 하나.
“낙원의 여섯 신수다!”
“아, 아우레본이 어째서 탈옥범을……!”
시몬이 팔을 뻗는 것을 신호로, 신수의 날개가 움직여 성녀의 집행자들을 날려 보냈다.
가장 강력한 지원군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