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18화(1318/13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18화
낙원의 여섯 신수, 아우레본.
마치 팔처럼 보이는 새하얀 한 쌍의 날개가 펼쳐지고, 그 날개로부터 얼음 알갱이가 흘러내린다.
새와 드래곤을 섞어놓은 듯한 하얀 존재가 성녀의 집행자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와줬구나.’
시몬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불과 이틀 전, 시몬이 하양이와 까망이를 찾아 떠났다가 저 거대한 아록의 신수를 처음 만났었다.
그때 시몬과 아우레본은 대화를 나누었다.
-선택받은 자여. 그대에게 할 말이 있다.
시몬은 아우레본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신수라는 사실을 바로 깨달았다. 그렇기에 그것을 손에 넣을 생각 대신, 신수학 시간에 배웠던 더욱 원활한 소통을 위한 마법을 아우레본에게 걸었다.
아우레본도 딱히 저항하지 않았다.
-성녀에게 문제가 생겼다. 네가 나설 각오가 되어 있다면, 나는 네가 아록에 있는 한 언제든 힘을 빌려주겠다.
그렇게 시몬은 언제 어디서든 아우레본이 도우러 오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에 아록에 진입한 것이다.
물론 당시엔 아우레본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영원의 궁전에서 아스페리아를 만난 뒤에 비로소 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아록에서 군림하고 있는 아스페리아는 가짜다.
스으.
아우레본이 팔과 같은 형태의 날개를 시몬을 향해 내밀었고, 시몬이 그 위로 훌쩍 뛰어 올라갔다.
이내 시몬이 거대한 신수의 어깨 위로 올라섰다.
[이, 이럴 수가……!] [왜 아우레본이 탈옥범을 감싸는 거지?]성녀의 집행자들이 당황해했다. 시몬이 팔을 뻗어 신성 마법진을 아우레본에게 새겼고, 아우레본도 이를 저지하지 않았다.
“좋아.”
시몬이 몸에서 신성을 일으켰다.
“가자, 아우레본!”
아우레본이 두 날개를 펼쳐 들었다. 시몬이 신수 축복을 연달아 걸고 아우레본이 자신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휘오오오오오오오!
아우레본의 전면으로 자연재해를 방불케 하는 순백의 서리 기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시몬이 손짓하자, 바로 그 서리의 흐름이 성녀의 집행자들을 향해 휘몰아쳤다.
[피, 피해!] [뛰어라!]모든 걸 짓이길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인 파괴력. 그러나 신수의 공격답게,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해치지 않고 적대하는 인간만을 얼려 버리는 정밀함을 보여주었다.
성녀의 집행자들은 정신없이 도망치기에 바빴다. 기둥의 표면에 닿기라도 한 자들은 바로 수초 만에 꽁꽁 얼어붙었다.
스윽.
시몬이 손끝을 세워 들자, 아우레본도 역시 그의 지시에 맞춰 움직였다.
이번에는 얼음벽이 일어나 성녀의 집행자들의 도주로를 막아섰다.
[어,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데바교의 신도 된 입장에서 낙원의 여섯 신수를 직접 공격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규칙이 문제인가!]리더 격으로 보이는 성녀의 집행자가 일갈했다.
[저 짐승 같은 아록인들과 같은 꼴로 전락할 수 없다! 전력을 다해 신수를 쓰러뜨려라!]키이잉!
키이이이이이잉!
성녀의 사제들이 일제히 창을 세워 들고 신성 마법진을 연달아 펼쳐냈다. 아스페리아 진영의 정예 전력인 만큼 그들의 신성도 만만치 않았다.
[저쪽이다!]거기에 멀리 있던 성녀의 집행자들까지 소란을 듣고 이쪽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스스스스스-
그때 아우레본이 시몬에게 말을 걸어왔다. 시몬이 고개를 들어 아우레본을 바라봤다.
“이쪽은 내게 맡기라고?”
아우레본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몬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신수 축복을 그에게 걸어준 뒤, 아우레본의 어깨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보우스 형제님!”
시몬의 외침에, 풀밭에 몸을 숨기고 있던 보우스가 얼른 고개를 들었다.
“시, 시온 형제! 대체 어떻게 한 거요?”
“설명하긴 길어요! 여기는 아우레본에게 맡기고 성녀님을 찾으러 가죠! 아마 근처에 유적의 입구가 있을 거예요!”
쿠쿠쿠쿠쿵!
콰콰콰콰!
아우레본과 성녀의 집행자들 간의 전투가 격렬하게 벌어지는 사이, 시몬과 보우스는 빠르게 숲을 가로질러 뛰었다.
대부분의 성녀의 집행자들이 아우레본과의 전투에 몰려갔기에 수색의 난이도가 훨씬 쉬워졌다. 두 사람은 숲을 지나 궁전의 뒤뜰까지 빠르게 들어왔다.
“분명 이쯤이었을 거요!”
보우스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때 주위의 수풀을 모조리 뒤지던 시몬이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시오? 시온 형제!”
“목소리가 들렸어요.”
바람결에 스쳐 지나가는 듯한 미약한 음성이지만, 틀림없이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몬이 그 목소리를 따라 움직였다.
“점점 선명하게 들려요!”
-이쪽이에요.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위태로운 여성의 목소리였다. 시몬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달려갔고, 마침내 수풀에 가려진 작은 입구를 찾아냈다. 아주 은밀한 위치에 있었다.
보우스도 그것을 보며 손뼉을 쳤다.
“맞소! 여기요!”
“들어가 보죠.”
* * *
시몬과 보우스가 즉시 입구를 통해 안으로 내려갔다.
유적의 내부는 계단 같은 것도 없었다. 좁은 통로 같은 곳을 어깨와 다리로 지탱하면서 떨어지지 않도록 내려와야 했다.
시몬은 쭉쭉 능숙하게 내려갔지만, 그동안 먹고 자기만 하던 보우스는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게 힘겨워 보였다.
한참을 끙끙댄 끝에 보우스 또한 가까스로 유적에 내려오는 데 성공했다.
“라이트.”
시몬이 중얼거리자 손바닥 위로 작은 불빛이 일어나 어두운 공간을 밝혔다.
‘여긴…….’
두 사람이 들어선 곳은 고대 도시의 하수도를 연상케 하는 좁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하수도라기에는 물이 흐른 흔적이 없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벽면과 천장의 상태가 불안정했다.
“상당히 오래된 곳 같네요.”
시몬은 바닥의 표면을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수천 년? 아니, 그보다 더 된 것 같아요.”
“저기 보시오! 시온 형제!”
시몬이 보우스가 가리킨 곳을 보니, 벽면 한쪽의 벽돌들이 가지런하지 못하고 툭툭 튀어나와 있었다.
큰 충격을 받은 듯 이 구조물 자체가 쩍쩍 갈라져 있고, 벽돌이 과할 정도로 튀어나와 있었다.
정상적으로 지반에 대고 세워 올린 유적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유적 전체가 기울어져 있다. 거기에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찌그러진 흔적까지.
“이거 그거 맞죠?”
시몬이 씩 웃으며 말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흔적.”
“……그, 그런 것 같소. 하늘에서 떨어진 유적이라니! 정말로 과거에 낙원이 실존했었고 이곳에 떨어졌을지도 모르겠소!”
보우스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두 사람은 시선을 교환하고는 탐색을 재개했다.
유적은 끝없이 아래로 이어지고 있었다. 아래쪽으로 경사져 있는 바람에 두 발에 힘을 꽉 주고 걸어야 했다. 전체적으로 신전이 사각형 모양이라면, 한쪽 모서리 부분이 땅 깊은 곳에 박혀 있는 듯한 형태였다.
‘근데 이 건축물의 구조.’
시몬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인데.’
후우우우우우우웅!
그때 탐험을 진행하던 유적의 깊은 곳으로부터 갑자기 돌풍이 불어닥쳤다. 두 사람이 동시에 팔로 머리를 감싸며 그 돌풍을 견뎌냈다.
‘……방금 뭐지?’
이건 자연적인 게 아닌 인위적인 돌풍이었다.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보우스 형제님! 괜찮아요?”
털썩.
갑자기 보우스가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크흡! 아리우스! 내 동생 아리우스! 너만큼은 절대로 아록에 들어와서는 안 돼!”
그가 절규하며 두 팔을 펼쳤다.
“내 삶! 내 삶은 어디 있지? 나는 왜 아록에 들어오려고 했던 거지?……! 내 노력은! 지나간 내 세월은……!”
“보우스 형제님!”
시몬이 그의 어깨를 붙잡고 격렬히 흔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몬의 가슴 깊은 곳에서 슬픔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시몬은 필사적으로 그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을 버텨냈다.
‘감정의 평정을 되찾아야 해!’
<극진>
시몬은 극진을 펼치고 정신을 집중한 끝에 간신히 감정에 휘말리는 걸 견뎌냈다.
보우스도 어느새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진정한 듯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제기랄, 이거 위험하오.”
“네?”
“내 추측이 맞다면……!”
후우우우우웅!
바로 이어서 지하에서부터 다시금 돌풍이 불어닥쳤다. 보우스는 자신의 끝을 예감한 듯 ‘하하’ 맥없이 웃었다.
“부탁이오. 나는 그냥 두고 가시오!”
“네? 무슨!”
말을 멈춘 보우스가 쿵 하고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이내 고개를 파르르 떨더니 와하하하! 웃어대기 시작했다.
“아, 아아! 행복! 진정한 행복이 여기에 있었구나!”
그는 허리에 두르고 있던 풀 쪼가리도 던져 버리고 바닥을 뒹굴며 깔깔 웃어댔다. 슬픔이 한 차례 지나간 뒤, 행복이 들이닥치니 그 감정에 잠식당하고 만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보우스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나아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조금만 쉬고 계세요. 금방 구해 드릴게요.”
시몬은 입술을 깨물며 홀로 유적의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후우우우웅!
한때는 걷잡을 수 없는 행복이 들이닥쳐 구름 위를 걷는 듯 하다가.
후우우우우우웅!
그다음은 슬픔이 밀려들었다. 진흙탕을 헤치는 듯 발걸음이 무거워졌지만 시몬은 극진을 펼친 채 꿋꿋이 걸었다. 차오르는 감정들 뒤로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마침내.
‘아!’
신전의 끝자락, 어둠뿐이던 이 유적의 내부에서 유일한 광원이 눈에 들어왔다.
신전의 최심부.
그 방 안에는 피처럼 붉은색 보석이 온 벽면을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보석에서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에 한 여성이 가슴을 관통당한 채 늘어져 있었다.
시몬은 직감할 수 있었다.
‘저 사람이 바로……!’
영원의 성녀 아스페리아.
그녀는 산 채로 붉은 보석에 의해 박제당한 듯한 모습으로 침음성을 흘리며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두 팔도 잘려 나간 다소 처참한 광경이었다.
“오셨군요.”
그녀는 영원의 궁전에서 봤던 아스페리아와 동일한 얼굴이었다.
가슴이 보석에 관통당한 채로 살아 있는 것이 기적처럼 보였으나, 자세히 보니 단순히 물리적으로 관통당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녀의 힘이 보석을 통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괴로워하고, 그녀의 감정이 돌풍이 되어 주위로 흩뿌려지고 있었다.
“그라툴라 미 키빌리스.”
시몬이 침을 꿀꺽 삼키고 인사한 뒤 입을 열었다.
“당신이 진짜 아스페리아 성녀님이시겠군요.”
그녀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참담하게도 간악한 자에게 당해 이런 모습이 되었어요. 본녀를 도와줄 이를 찾고 있었답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꺼내 드리…….”
그녀가 고개를 저어 시몬의 말을 막았다.
“아록민의 대피가 우선이에요. 가짜 성녀는 제 권능을 뽑아내 아록인들을 지배하고 있으니, 본녀가 억지로 여기서 빠져나오면 모두가 위험에 처할 거예요.”
“아…….”
“손을 내밀어주세요.”
시몬이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듯 눈을 감았다가 떴고, 이내 빛이 일렁이며 그녀의 신성이 담긴 펜던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이 천천히 허공에서 내려와 시몬의 손안에 착 감겼다.
“이것은 나의 상징이에요. 가짜 성녀가 이것을 찾기 위해 애를 썼지만, 마지막까지 내놓지 않았죠.”
그녀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가짜 앞에서 나의 존재를 증명하고, 집행자들이 당신을 따르도록 만드세요. 그리고 가짜 성녀를 없앤다면, 본녀 또한 이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거예요.”
시몬은 그녀의 말을 듣고 한참을 펜던트를 붙잡고 서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네?”
아스페리아가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시몬이 성큼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그녀가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당신의 힘 그 자체가 필요합니다. 아스페리아 성녀님.”
이 펜던트를 들고 밖으로 나가서 성녀의 집행자들을 아군으로 만든다고 해도, 가짜 성녀는 순순히 당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진짜 성녀의 힘이 필요하다.
즉, 성녀의 정수의 잔재를 얻어야만 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믿어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