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2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20화(1320/134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20화
“묻겠어요, 아록의 기생자 여러분.”
선녀옷을 연상케 하는 긴 베일을 흩날리며, 우아한 드레스 차림의 아스페리아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감히 우러러볼 수조차 없는 위대한 존재의 등장에, 수련자들이 꿀꺽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왜 본녀의 허가 없이 아록에 들어온 거죠?”
“……허가 없이 들어온 건 송구합니다. 하오나.”
저벅 저벅.
아리우스가 결연한 얼굴로 앞으로 걸어 나와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저희는 반드시 성녀님의 해명을 듣고 싶습니다.”
[무엄하다!]성녀의 집행자가 버럭 외치며 창대를 붙잡았다. 하지만 아스페리아는 시선으로 집행자의 입을 막은 뒤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계속 말해보세요.”
“성녀께서는 왜 우리 모두를 기만하셨습니까?”
필사적으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있는 아리우스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우리는 이런 거짓된 곳에 오기 위해 피땀을 흘렸던 게 아닙니다. 수련자들, 고통스러운 과거에 시름하던 자들, 전 재산을 기부하면서까지 행복을 찾으려는 자들, 성녀께서는 모두를 기만하고 짓밟으셨습니다. 여기는!”
아리우스가 두 팔을 벌렸다.
“낙원이 아닙니다!”
“하지만.”
하늘에 떠 있는 아스페리아가 그를 내려다보며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행복한 건 맞잖아요?”
꾸욱.
아리우스가 이를 악물며 피가 철철 날 만큼 입술을 깨물었다. 번뇌와 속세의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을 나약함이라고 설교하던 그가 지금, 강렬한 감정에 지배당해 몸을 떨고 있었다.
“보세요 여러분.”
-하하하하!
-오호호호호호!
벌거벗은 채로 바닥에 나뒹굴고 행복하게 웃는 아록인들. 과실을 입가에 잔뜩 묻히고 먹으면서도 헤헤 웃으며, 아무런 걱정 없이 풀밭을 뒹굴고 있다.
아스페리아가 입가에 손을 붙이고 음성을 확대한 채 말했다.
[다들 행복한가요?]그녀의 물음에, 아록인들이 활짝 웃으며 외쳤다.
“행복합니다 성녀님!”
“감사합니다!”
-꺄르르르르륵!
-하하하하하하하!
아록인들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칠수록, 수련자들은 점점 더 지독한 괴리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본녀는 행복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했을 뿐이에요. 사람은 모두 행복하기 위해 살잖아요? 아록인들은 바깥세상에서 눈을 돌린 채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삶을 살다가 죽을 거예요. 뭐가 문제죠?”
그녀가 두 손을 모으며 천천히 미소 지었다.
“행복은 어떤 경우에도, 부정할 수 없는 근원의 감정이에요.”
화아아아아아악!
그녀의 몸으로부터 홍색 잿가루가 흘러나오더니 돌풍이 한 차례 일어나며 수련자들을 덮쳤다. 그들이 윽! 소리를 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머릿속이 일제히 몽롱해지며, 극한의 쾌락과 행복감이 온몸에 치달았다. 그냥 정신을 놓고 모든 생각을 접어버린 채 바닥을 뒹굴고 싶은 강렬한 충동.
털썩!
쿵!
몇몇 수련자들이 아록인들처럼 풀밭에 누워 헤헤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아리우스가 외쳤다.
“수련자 전원! 극진을 펼치십시오!”
키이이이이잉!
아스페리아의 권능에 저항하기 위해, 모든 수련자들이 극진을 펼치고 집중력을 높이는 것으로 버텼다.
한때 아록의 신수를 손에 넣으려 수련한 기술이, 지금은 아스페리아와 싸우기 위해 사용되고 있었다.
“흡!”
모제와 하미엘도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감정을 제어했다. 모제는 자신의 머리에 축복을 걸어 감정을 억눌렀고, 하미엘은 정령들을 이용해 음파 결계를 펼쳤다.
호호호!
아스페리아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행복에 저항하느라 그렇게 괴로워할 필요가 있을까요? 전부 본녀에게 맡기고 편해지세요. 바깥 상황이 어떻든 본녀가 이 아록만큼은 지킬 테니 여러분은 그저 누리기만 하면 돼요.”
그녀의 목소리가 햇빛에 녹은 솜사탕처럼 끈적하게 퍼져 나갔다.
“그걸 위해 그동안 열심히 수련했잖아요?”
털썩!
쿵!
홍색 잿가루가 점점 더 거칠게 휘몰아친다. 극진을 펼친 수련자들이 하나둘 실 끊어진 인형처럼 허물어지더니, 바닥에 쓰러져 깔깔 웃기 시작한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아리우스가 진땀을 흘렸다. 극진은 결국 집중력을 높여 부정적인 번뇌를 없애기 위한 수련이었고, 행복감에 저항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끄으으!”
모두가 정체되어 옴짝달싹 못 하고 있는 가운데.
저벅!
놀랍게도 아록 외곽의 문제아, 탈로크가 성큼 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X바아아알!”
탈로크가 신성이 휘감긴 낫을 꺼내 들었다. 그의 얼굴이 아스페리아에 대한 분노로 시뻘겋게 물들었다.
“아록을 훔쳐봤을 때부터 싸하다 싶었는데, 내 이럴 줄 알았지! 감히 나를 7년이나 속여먹어? 응?”
지켜보던 아리우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련자들은 물론, 저 강력한 모아 형제까지 버티고 있는 게 고작인데, 수련을 얕게 해온 탈로크가 분노라는 감정 하나만으로 행복을 뚫고 걸어가고 있었다.
“죽어라! 마녀!”
그가 손에 쥔 낫을 힘껏 던졌다. 거친 소리와 함께 날아간 낫이 감정의 돌풍을 뚫고 날아가 아스페리아의 팔 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의 팔에 작은 찰과상이 생기고, 그녀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기생자 따위가.”
아스페리아가 재차 손짓하는 것으로 신성이 응집하더니 창의 형태로 날아가 연달아 탈로크의 몸을 꿰뚫었다.
푸욱!
푹! 푸욱!
“탈로크 형제!”
탈로크가 쓰러지고, 그녀가 홍색 잿가루를 끌어모아 탈로크 한 사람에게 날렸다. 그러자 탈로크의 분노 가득한 표정이 옅어지더니, 이내 ‘와하하!’ 웃기 시작했다.
극도의 통증, 그리고 몸이 창에 꿰뚫린 채 웃어대는 모습은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뒤는 나에게 맡기고 모두 낙원으로 넘어오세요.”
화아아아아아아아!
아스페리아의 힘이 한층 더 거세졌다. 필사적으로 버티던 아리우스가 창에 꽂힌 채 웃고 있는 탈로크를 바라보며 숨을 헐떡였다.
‘그래, 마음을 비우는 것만으로는 행복에 저항할 수 없어.’
행복을 뒤덮을 만한 강렬한 뭔가가 필요했다.
그가 고민을 거듭하며 고개를 든 순간.
“!”
저 멀리 익숙한 얼굴의 아록인이 보였다.
유적에서 빠져나온 채 낄낄거리며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신의 남자.
‘보우스 형님!’
십 년 만에 본 형제였으나, 반가움은 잠시뿐이었다.
하하하하하하!
꺼이꺼이 웃어대는 보우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마에는 핏줄이 돋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리우스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했다.
“아스페리아!”
캐차앙!
아리우스가 스스로 극진을 해제하고 성큼 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 강렬한 증오가 깃들었다.
“음?”
아스페리아가 잿가루를 조정해서 아리우스에게 집중적으로 쏟아냈지만 아리우스는 그 많은 행복의 권능을 한 몸으로 받으며 버텨내고 있었다. 그사이 모제나 하미엘, 다른 수련자들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당신만큼은 내 손으로……!”
아리우스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
번뇌에서 벗어나라고 그렇게 후배 수련자들에게 가르치던 아리우스가, 지금 가장 강한 번뇌로 무장한 채 성녀에 맞서고 있다.
‘그늘 없는 빛은 없다.’
저벅.
그가 한 걸음 내디뎠다.
‘한 점의 어두움도 없이 빛나는 행복은 허상이다.’
저벅.
그가 다시 한 걸음 내디뎠다.
‘왜 진작에 깨닫지 못했을까!’
키이이이이이이잉!
그가 다시 한번 극진을 펼쳤다. 이번에는 감정에서 벗어나는 게 아닌, 감정에 집중하여 만든 신성의 결집체.
<극진 – 각(覺)>
그 감정은 분노와 증오, 그리고 살의였다.
‘반드시 그녀를 없앤다!’
고오오오오!
그가 팔을 펼치며 신성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아스페리아가 아니었다.
“이래저래 귀찮게 하네요.”
인간은 감정을 제어하려 할 때 동작이 느려진다. 그 원리를 알고 있었기에 아스페리아는 느긋하게 손에 신성을 끌어모아 순백의 날개 달린 창을 만들어냈다.
어떤 상대라도 감정에 저항하는 사이 한발 먼저 움직일 수 있는 힘. 그것이 아스페리아가 가진 권능의 진가 중 하나였다.
“죽어요. 행복의 가치를 모르는 벌레.”
후웅!
날개 달린 창이 아리우스의 심장을 향해 날아가는 그 순간.
“고생하셨습니다.”
태연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 창이 아리우스의 가슴 바로 앞에서 텁! 하고 멈췄다.
어느새 머리 뿌리에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소년이 눈을 빛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아록에서 가장 찬란하게 살아 있는 건 당신이에요. 아리우스 형제님.”
후콰아아아아악!
시몬을 중심으로 거대한 홍색 잿가루가 돌풍처럼 몰아치며 아스페리아의 잿가루를 몰아냈다. 그 힘은 인간을 집어삼키려는 행복을 씻겨내듯 몰아내었고, 비로소 버티던 수련자들이 살았다는 표정으로 하나둘 주저앉았다.
털썩.
힘을 다한 아리우스도 주저앉았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시, 시온 형제님!”
고오오오오오!
아스페리아의 창을 붙잡은 그가 손에 힘을 주어 창대를 뽀각 하고 두 동강 내 바닥에 떨어뜨린 뒤, 아스페리아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만나서 다행이야. 가짜.”
아스페리아의 표정에 균열이 일어났다.
“……감옥에서 탈출하다 못해 또다시 본녀에게 막말을 하다니! 대가를 치를 준비는 됐겠죠?”
“대가를 치를 건 당신 쪽이야.”
홍색 잿가루가 멎어들자 성녀의 집행자들도 하나둘 창을 세우며 시몬을 포위하려 했다. 그러자 시몬이 입을 열었다.
“집행자 여러분, 저자는 가짜입니다. 진짜 아스페리아 성녀님을 유적 지하에 가두어놓고, 성녀님의 힘을 빌려 성녀 행세를 하는 위장자일 뿐입니다.”
한 집행자가 인상을 구겼다.
[무엄하…….] [그걸 어떻게 증명하지?]대장 격인 성녀의 집행자가 나서서 불쑥 물었다. 다른 집행자들이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좋은 질문입니다.”
시몬은 품에서 신성이 일렁이는 보석이 박힌 아티팩트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저는 아록의 지하 유적에서 아스페리아 성녀님을 만났고, 그분께서 자신을 의미하는 상징물을 제게 주셨습니다.”
그것의 실물을 확인한 성녀의 집행자들이 극도로 동요했다.
“저, 저건 정말로 아스페리아 성녀님의 상징이오……!”
“분명 전쟁 중 파괴됐다고 들었는데!”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위대한 상징물이 어떻게 탈옥범인 제 손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시몬이 태연히 말하며 아스페리아 쪽을 응시했다.
“진짜 아스페리아 성녀께서, 가짜의 정체를 밝히라며 제게 넘겨주신 물건입니다.”
아록은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하미엘이 두 손을 꼭 붙잡은 채 고개를 끄덕였고, 모제는 주먹을 움켜쥐며 마치 자신의 신앙을 목도했다는 듯 ‘유바르(jŭbar)’를 중얼거렸다.
“어설픈 논리군요. 다들 저런 수상한 남자의 말을 믿는 건가요?”
아스페리아가 비웃음을 흘리며 팔짱을 꼈다.
“저건 정교한 모조품이에요. 그게 아니라면 전장에서 잃어버린 본녀의 성물의 잔재를 조합해서 이런 짓을 꾸미는 것 같은데.”
그녀가 손끝을 세우자, 맹렬한 빛의 기둥이 그녀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샤아아아아!
“본녀는 영원의 성녀 아스페리아.”
곧이어 크고 작은 발소리가 울려 퍼지고, 아록의 숲에서 빛을 목도한 수많은 신수들이 걸어 나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이런 힘을 쓸 수 있는 건 신성연방에서 본녀뿐이에요.”
영원의 성녀 아스페리아의 권능은 인간의 감정을 조종할 수 있고, 동시에 신수들에게는 절대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거느리거나 다스릴 필요 없이 그저 그녀의 힘에 취해 모든 신수들이 그녀를 따르게 된다.
스스스-
그리고 그런 신수 중에 하얀 실뱀을 연상케 하는 뱀이 빠른 속도로 기어와 그녀의 팔에 휘감았다.
아리우스의 이마에 진땀이 흘러내렸다.
“아록의 귀보(貴寶), 에시람!”
“진짜로 에시람이다!”
낙원의 여섯 신수와는 별대로, 에시람은 아록을 상징하는 가장 위대한 신수였다.
여신의 뜻에 따라 인간을 최초로 시험했다는 바로 그 신수. 여섯 신수보다도 훨씬 더 오래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에시람이 본녀를 따르고 있으니, 내가 진짜라는 제대로 된 증거가 아닐까요?”
“아닐 텐데.”
시몬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고는 아스페리아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 신수가 정말로 당신을 따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있습니까?”
“쓸데없는 장광설은 이제 끝이에요!”
그녀가 팔을 뻗어 시몬을 가리켰다.
“거짓된 위장자를 물어 죽이세요. 에시람!”
명령과 동시에 에시람이 입을 크게 벌렸다. 한 방울로 수천 명을 죽일 수 있는 맹독을 가진 신수가 시몬에게 덮쳐들려는 순간이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쓰긴 어렵지만……!’
키잉!
시몬이 즉시 전면에 극진을 펼쳤고, 거의 동시에 에시람이 시몬을 향해 쇄도했다.
‘극진으로 성자의 힘을 이끌어낸다!’
시몬은 진짜 아스페리아를 만났고, 가짜를 몰아낸다는 이해관계가 일치한 성녀의 정수가 시몬에게 힘을 빌려주었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몬으로부터 강렬한 신성이 퍼져 나왔다. 그것이 아스페리아의 신성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모두가 눈이 부셔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돌렸고, 잠시 후 빛이 걷힌 후에 보이는 광경에 경악했다.
“어째서……!”
꾸드득!
에시람의 독니가 방향을 돌려 아스페리아를 목덜미를 문 것이다.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시몬이 손을 내리며 말을 이었다.
“저자가 진짜 아스페리아라면, 신수 주도권 싸움에서 위장자에게 질 리가 있겠습니까?”
모두의 머리를 일깨우는 증거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