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2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25화(1325/134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25화
시몬은 아스페리아의 궁전에서 빠져나와 아록의 드넓게 펼쳐진 벌판으로 나왔다.
오늘도 아록인들은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풀밭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흐르는 강에 발을 담그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아록의 신수를 쓰다듬으며 놀고 있는 사람들까지.
전에 보았던 그 ‘행복의 광기’는 크게 수그러든 모습이다. 겉보기에는 가짜 성녀의 세뇌가 완전히 풀리고 평화를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모든 게 정상으로 되돌아온 걸까?’
시몬이 생각에 잠긴 채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마침 아는 사람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수련자 도복을 입고 있어서 바로 눈에 띄었다.
‘안내원님!’
시몬 일행이 아록에 왔을 때 처음으로 맞이해 준 안내원이었다.
-저 또한 연방 일을 하면서 수련을 병행하고 있지요. 언젠가 신수의 인정을 받아 저희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갈 겁니다.
시몬은 조용히 그쪽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어머니, 아버지, 정말 괜찮은 거예요?”
안내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부모의 손을 잡고 그렇게 묻고 있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는 아록에서 너무나 행복하단다.”
“성녀께서 자비를 베풀어주셔서, 수련자들에게도 좋은 제안이 왔다고 들었다. 너도 아록에 남지 않겠니?”
시몬은 인기척을 내지 않고 숨을 죽인 채 뒤에서 이야기만 들었다. 가족이 서로 끌어안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안내원의 얼굴에는 어느새 행복감이 서려 있었다.
처음에 가짜 성녀가 만든 충격적인 아록의 실태에 실망했겠지만, 아마 그는 소망했던 대로 아록에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몬은 그들을 지나쳐 계속 걸어갔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모든 게 좋아 보였다.
성녀의 정수의 잔해도 손에 넣었으니, 시몬은 이제 이곳에서 나가면 그만이었다. 수련자들도 아록에 남거나 떠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아록에 남아 행복을 추구할 수도 있고, 가짜 아스페리아가 만든 아록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면 떠나면 된다.
그런데 왜 마음이 자꾸만 불편할까.
왜 이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걸까.
시몬은 한 가지 불편한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흠- 흠- 아아.”
일일이 발로 뛰어서 찾기엔 아록이 너무 넓었기에, 시몬은 노래를 불러 아록에 사는 정령들을 끌어모았다. 이내 정령들에게 찾는 사람의 인상착의를 알려주고 찾아달라 부탁한 뒤 시몬도 계속 발로 뛰어 움직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아록을 횡단하던 시몬은 마침내.
‘아!’
그 남자를 찾아냈다.
다른 아록 사람들과는 달리 행복하지 않아 했던 인물.
“보우스 형제님!”
시몬의 외침에 보우스가 고개를 휙 돌렸다.
“아, 시온 형제! 잘 있었소?”
이전에 만났을 때와 다를 바가 없는 모습.
그러나 시몬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뭇잎 따위로 몸을 가리고 있지 않았다. 다른 아록인처럼 헐벗고 있었다.
“하하하! 일도 잘 해결됐고, 하늘도 맑고, 날씨도 시원해서 좋구만!”
그가 풀밭에 앉아 중얼거렸다.
“이런 게 행복이지, 암!”
시몬이 그와 조금 떨어진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행복하신가요? 보우스 형제님.”
“그럼 그럼! 행복하지! 모든 게 잘 풀렸지 않나?”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나는 6년 전에 아록에 들어왔소!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행복을 느끼지 않게 됐소! 어느 순간부터, 저 꼴이 바보 같다고 느꼈으니까.
보우스는 원래부터 의심이 많은 성격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그는 불안과 걱정, 그리고 의심의 감정이 깨끗하게 사라진 모습이었다.
시몬이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저는 이틀 뒤에 아록에서 떠날 겁니다.”
“아, 그렇소?”
“혹시 함께 아록 밖의 속세로 나갈 생각이 있으신가요? 제가 아스페리아 성녀님께 직접 부탁한다면, 형제님도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거예요.”
“하하하하! 그게 무슨 농담이오!”
그가 손을 휘저었다.
“나는 아록에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오! 아록 밖에 나가면 불안과 걱정에 미쳐 버리고 말 거요!”
“…….”
시몬 그 말을 가만히 듣다가 불쑥 말했다.
“아리우스 세올라.”
움찔.
그 말을 들은 보우스의 어깨가 반사적으로 떨렸다.
“동생인 아리우스 형제님 말이에요. 성녀님께서 수련자들이 아록에 남는 걸 허락해 주셨는데, 아리우스 형제님이 아록에 남길 원하세요?”
그 말에 보우스는 처음으로 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의 입술이 씰룩거렸다. 행복과 안락으로 가득한 그의 표정이 아주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내 보우스가 뭐라 목소리를 내려는 순간.
“형님.”
불쑥 들리는 음성에 시몬과 보우스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급기야 보우스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루 종일 형을 찾아다닌 게 틀림없는, 피곤에 찌든 얼굴의 아리우스가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다. 시몬이 말없이 목례했고, 아리우스도 살짝 목례한 뒤 다시 형인 보우스를 바라보았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 나도 듣고 싶습니다.”
그 자리에 못 박힌 것처럼 멈춰 있는 보우스를 향해 아리우스가 말했다.
“내가 아록에 남기를 원합니까?”
“…….”
보우스가 입술을 연신 씰룩이며 제 머리를 붙잡았다.
“아, 아리우스! 그, 그야 네가 행복해야 하니까! 그래! 너는 행복해야 해! 음! 그렇고말고!”
뚱딴지같은 이상한 동문서답을 늘어놓던 그가 괴롭게 몸을 비틀었다.
아리우스가 한 걸음 더 성큼 다가왔다.
“똑바로 대답해 주세요, 형님. 내가 아록에 남기를 원합니까? 형님이 원한다면 나도 여기 남겠습니다.”
보우스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뭔가 답답한 듯 머리를 쥐어뜯거나, 제 목을 움켜쥐거나, 주위를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그의 숨이 거칠게 헐떡였다.
“아록에 남……! 남……!”
마침내.
숨 넘어갈 듯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남…… 지 마.”
시몬은 심장이 뜨거워지는 감정과 함께,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을 느꼈다.
‘아스페리아는.’
역시 세뇌를 풀지 않았다.
가짜 아스페리아가 죽고 잠식의 강도를 낮췄을 뿐, 그녀는 여전히 아록인들을 행복에 잠식시킨 채 기만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보우스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보우스는 지금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하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형님. 말의 앞뒤가 안 맞잖아요.”
아리우스가 다가왔다. 입가는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너무나 진지했다.
“아록은 행복한 곳이 아니었어요?”
“그, 그래! 아록에 있으면 행복해!”
“그런데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면서요? 그럼 내가 행복하려면 아록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건……! 그건!”
그가 머리를 붙잡고 괴로워했다.
행복이 무너져 내리고, 고뇌와 갈등으로 가득 찬 그가 마침내 힘겨운 소리와 함께 외쳤다.
“여긴 지옥이야!”
쩌렁 쩌렁!
낙원 그 자체라고 불리는 아록 한복판에서 보우스가 외쳤다.
“내가 떠나라고 했으면 그냥 좋은 말로 할 때 떠나라고! 이 정신 나간 자식!”
“형님!”
“아……!”
그제야 보우스가 뭔가 깨달은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세뇌가 풀린 걸 깨달았는지 울먹거렸다.
“아리우스!”
“형님!”
두 형제가 서로 얼싸안으며 비로소 재회를 만끽했다. 시몬도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
그런데 갑자기 소름 끼치는 감각이 등을 타고 내달렸다. 시몬이 급히 외쳤다.
“피해요!”
그 말을 들은 아리우스가 눈을 부릅뜨더니 거의 반사적으로 보우스를 껴안은 채 몸을 날렸다. 그 즉시 지면으로부터 두 사람을 향해 날카로운 가시가 솟아올랐다.
촤악!
촥!
붉은 선혈이 흩뿌려진다.
가시들이 보우스의 어깨와 가슴을 가르며 솟구쳤다. 그대로 있었으면 절단됐을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중상을 입은 정도로 그친 두 사람이 바닥에 엎어졌다.
‘이건!’
틀림없었다.
성녀의 집행자들이 사형선고를 내린 뒤 탈로크를 관통한 바로 그 가시였다.
“슬프네요.”
시몬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차박 차박.
성의로 몸을 가린 긴 머리의 여성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어째서 행복을 부정하는 거죠?”
시몬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스페리아 성녀.”
* * *
같은 시각.
“역시.”
모제는 궁전의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가 문서를 뒤적이고 있었다.
아스페리아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록을 지배해 왔다. 그런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가짜 성녀가 아록을 지배한 지는 10년.
그러나 여기 기록이 말해주고 있었다. 가짜 성녀로 추정되는 성녀의 집행자가 들어온 건 고작 3년 전이다.
‘결국 가짜 성녀가 지배한 기간은, 전체 30년 중에서 길어도 2, 3년 정도밖에 안 돼.’
그렇다면 이 기만적인 행복의 산실은 최소 27년 이상 진짜 아스페리아의 의도대로 유지되고 있었단 뜻이었다. 시몬 일행이 추측한 내용과 일치했다.
이에 필요한 건 하늘섬에 정식으로 보고를 올릴 실질적 ‘증거’다.
“그럼 이쪽부터…….”
수납장을 열려던 모제가 흠칫하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스스스.
-스스스스스스.
어느새 창가나 천장 위로 무수한 신수들이 눈을 빛내며 모제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모제가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리 쉽게 풀리진 않나.”
방 안에 빛이 퍼지며 맹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 * *
“영원의 성녀, 아스페리아.”
시몬이 성큼성큼 걸어가며 선고하듯 입을 열었다.
“당신은 지난 30년간 아록을 ‘행복 농장’으로서 운영해 왔습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낙원의 재현이라는, 신성연방 사람이라면 누구나 혹할 만한 이미지를 앞세우고, 아록을 추종하는 수련자들을 이용해 아록의 명성을 쌓아왔죠.”
아스페리아는 침묵을 지켰고 시몬은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나 아록의 현실은 돈을 받고 사람을 성녀의 권능에 심취하게 하는 ‘인위적 행복의 부여’였습니다. 십수 년간은 그 행복 농장의 운용이 순조로웠겠지만 세상에 완전한 비밀은 없는 법이겠죠. 점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고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겁니다. 제가 의심한 걸 하늘섬도 의심하지 못할 리가 없구요.”
시몬이 팔짱을 꼈다.
“그렇게 고민이 길어지던 당신에게, 아록을 지배하려는 야망을 가진 결사의 일원이 나타났습니다.”
그자는 기만적인 결사의 일원답게, 겉모습을 바꾸거나 능력을 일부 훔치는 것도 가능했다.
아스페리아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로 그녀의 술수에 걸린 척했다. 결사의 일원은 자신이 아스페리아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정작 지배당하는 쪽은 결사의 일원 쪽이었다.
아스페리아의 권능은 ‘감정의 잠식’, 아스페리아의 권능을 빌려 쓰면 쓸수록 결사의 일원 또한 아스페리아의 통제 아래에 놓이게 된 것이다.
아스페리아가 이렇게까지 번거로운 일을 한 이유는 하나, 모든 죄를 가짜 성녀에게 뒤집어씌운 뒤 그녀를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도 당신의 손에 이용당했을 뿐이었습니다.”
시몬이 어깨를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가짜 성녀를 해치우면, 당신은 뒤늦게 갇혀 있었던 척 빠져나오면 그만이니까요. 그걸 위해 낙원의 여섯 신수 중 하나를 보내 저를 돕게 한 거겠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결사를 역이용한’ 성녀.
이런 적수는 또 처음이었다.
“가짜 성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사람들을 기만하기까지. 아직도 이 행복 농장에 미련이 남은 겁니까? 이제 사람들을 해방해 주시죠.”
“…….”
아스페리아가 미소를 지었다.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네요. 나의 영웅.”
쿠구구구구구구구!
그녀의 측면으로 시몬을 한때 도왔던 새하얀 용과 새를 섞어둔 듯한 신수, 아우레본이 거구를 일으키며 발톱과도 같은 날개를 펼쳤다.
콰콰콰콰콰콰!
이번에는 지면에서 가시들이 연이어 솟구치더니 지면을 뚫고 눈이 번뜩이는 사자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이 신수 또한 측근에서 그녀를 보호하는 것으로 보아, 낙원의 여섯 신수 중 하나가 틀림없는 것 같았다.
무려 두 강력한 신수들을 거느린 채, 진짜 아스페리아가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에게 관심이 아주 많아졌어요.”
그녀의 눈이 시몬에게로 향했다.
“나와 함께 아록에서 살지 않겠어요? 영원토록 행복을 누리게 해줄게요.”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하죠.”
시몬이 두 고양이 성수를 꺼내 던지며, 양손에 차크람을 붙잡으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제 행복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