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2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27화(1327/134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27화
“이게 무슨 짓인가요? 지라타스!”
이 신수의 이름은 지라타스인 듯했다.
아록의 가장 강대한 세 마리의 신수 중 한 마리가 시몬의 편에 서자, 아스페리아는 다소 격분한 것처럼 보였다.
“어째서 본녀가 아니라 다른 프리스트의 편을 드는 거죠? 돌아오세요!”
그녀가 팔을 휘둘렀고, 언제나처럼의 홍색 잿가루가 휘날려 지라타스의 몸에 닿았다. 일순 지라타스의 눈이 몽롱하게 풀리려 했으나.
-빠아아!
고개를 세차게 젓는 것으로 저항했다. 동시에 지라타스의 몸으로부터 터져 나온 강렬한 신성이 잿가루를 모조리 날려 버렸다.
“!”
지라타스가 아스페리아를 거부했다.
아무리 낙원의 여섯 신수라지만, 신수에 대해 절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아스페리아의 힘을 이겨낸 건 상식 밖의 사태였다.
“그래, 그래, 재미있네요.”
어느새 아스페리아의 표정에 분노가 걷히고, 고뇌가 일어났다가, 이내 다시 강한 의문과 관심을 담은 눈으로 시몬을 주시했다.
“내 권능을 써서 가짜 성녀를 몰아냈을 텐데, 아직도 그 힘을 흉내 낼 수 있는 건가요?”
“!”
정확한 배경은 모르는 듯했지만 그녀의 추측은 예리했다. 시몬은 성녀의 정수의 잔재를 가지고 있고, 그 힘은 성자로서 기능한다.
지라타스가 아스페리아의 권능을 거스르면서까지 시몬의 편을 드는 게 가능한 이유는 하나. 아직은 미약하지만, 시몬이 그녀와 같은 힘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글쎄요. 과연 그를 따르는 게 옳은 선택일지-”
아스페리아가 홍색 잿가루를 아록에 광범위하게 흩뿌렸고, 잿가루의 영향을 받은 신수들이 하늘에 날고 있는 아우레본을 향해 원거리 공격을 가했다.
그 공격들을 모조리 흡수한 아우레본이 두 날개를 크게 펼쳤다.
“궁금해지는걸요!”
화아아아아아아악!
아우레본으로부터 증폭된 온갖 신수들의 공격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지라타스는 몸을 낮춘 채 신성 방어벽을 더 두껍게 펼치는 것으로 대응했다.
퍼어어엉!
콰아아아아앙!
하지만 한계는 명확해 보였다. 점점 방어벽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지라타스! 괜찮아?”
-빠아아아!
그때 지라타스가 시몬을 돌아보며 울음소리를 냈다.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던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스페리아가 한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어.’
지금의 지라타스는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닐 터. 처음에 아우레본을 만났을 때도 저런 투명한 모습이 아니었던 것처럼, 아스페리아급 신수사제는 신수의 진가를 발휘하게 만들 수 있었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주문처럼 머릿속에 그 말을 되새긴 시몬이 눈을 감았다.
‘성자 모드로 진입해서, 아스페리아의 권능을 재현해야 해!’
시몬이 전면에 ‘극진’을 펼치고 정신을 집중했다.
성자가 되는 조건들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최근의 사례로 미루어 본다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조건 몇 가지는 알고 있다.
‘나 자신에 대한 무한한 믿음, 그리고 주변의 방대한 신성량!’
화아아아아아아!
시몬의 몸에서 방대한 신성이 일어난다. 후자는 아록이었기에 이미 성립되어 있고, 전자 또한 마찬가지. 극한의 위기감으로 정신이 고조되며 육체를 초월한 듯한 감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무의식을 깨운다.’
늘 중요한 순간에 무의식에서 나타났던 하얀 왕좌들.
갑자기 툭툭 튀어나오는 그것들을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는 없다. 지금 이 순간.
‘왕좌를 부른다!’
폭격의 소리가 사라진다.
심장의 고동이 잦아든다.
주위가 얼마나 시끄럽건, 목숨이 얼마나 위태롭건, 지타라스를 믿고 자신을 깊게 관조한다.
마침내 집중력이 극의에 도달하는 순간.
[어머.]하얗게 세어버린 세상에 돌입한다.
그리고 그곳에 남아 있는 다섯 개의 왕좌들. 왕좌 위에는 희미한 영혼체와 같은 것들이 앉아 있거나 다리를 뻗는 등 개성 넘치는 자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왔어?]제일 먼저 시몬이 손에 넣었던 정화의 정수가 손을 흔들며 키득거린다. 다른 정수들도 미소 지으며 반겨주었다.
가만히 정수들을 바라보던 시몬이 오른쪽 끝으로 시선을 돌렸다.
‘드디어 나타났다. 다섯 번째.’
다섯 번째 하얀 왕좌.
그 왕좌에는 눈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웃는 눈, 우는 눈, 분노하는 눈 등이 다채로운 표정들이 있었다.
[흥.]그 왕좌에 앉은 정수는 사춘기 소녀처럼 보이는 10대 초반의 여자아이 같은 외견을 하고 있었다. 리본을 매달고 드레스를 차려입은 그녀는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듯 볼을 부풀린 채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우리 신입이 마음을 쉽게 안 여네.]정화의 정수가 시몬을 향해 속삭이듯 말했다.
[우리 중 하나라도 거절하면 그 힘을 사용할 수 없을 거야.]시몬이 영원의 정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춘기 소녀처럼 보이는 정수는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시몬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무리하게 설득할 생각은 없어.”
시몬이 입을 열었다.
“네 마음이 열릴 때까지 기다릴게. 하지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건 네가 아록을 위해 아스페리아에게 힘을 빌려주는 건지, 아스페리아의 이득을 위해 힘을 빌려주는 건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란 거야.”
시몬이 손에 힘을 주었다.
“나는 내가 믿는 더 나은 아록을 위해 싸우겠어.”
그 말에 영원의 정수가 처음으로 반응하며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하얀 배경이 사라졌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다시 아록으로 돌아왔고, 시몬의 몸에서 맹렬한 신성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신수 지라타스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고, 상대하는 아스페리아의 눈도 커졌다.
“……이건 말도 안 돼.”
샤아아아아아아아아!
시몬이 펼친 극진이 머리 위로 올라와 링과도 같은 형태로 변하고, 시몬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가기 시작하며 눈동자가 찬란한 황금빛으로 변했다.
성자 모드의 준비.
‘큭!’
하지만 여전히 영원의 정수가 완전히 마음을 열지 않은 탓인지, 이전과 같은 성자로 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주위의 신성을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었지만 여전히 신성이 부족했다.
‘변신하려면 훨씬 더 많은 신성이 필요해!’
시몬이 뭔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파차아아아아아앙!
그 기대에 부응하듯, 아록의 하늘에 백색의 십자가가 떠올랐다.
시몬의 눈이 커졌다.
‘설마!’
* * *
“아아, 나의 신앙. 나의 영원. 나의 왕.”
아스페리아가 보낸 신수들과 성녀의 집행자들을 모조리 쓰러뜨린 모제가, 피투성이가 된 채 영원의 궁전에서 두 팔을 하늘을 향해 뻗고 있었다.
“그대의 어린양이, 부름을 받았나이다.”
그가 손을 휘두르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그대가 빛이 있으라 하심에, 빛이 있었노라.]<모제 오리지널 – 힐페크로이츠(Hilfekreuz)>
* * *
아록의 상공에 눈부신 십자가가 떠올라 번쩍였다. 그것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 시몬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아!’
시몬은 그 힘을 온몸으로 느꼈다.
극도로 정순한 신성과 축복.
‘모제, 이번에도 네 의도―’
시몬이 십자가를 움켜쥐었다.
‘확실히 알겠어.’
화아아아아아악!
십자가가 시몬의 품에 깃들며 신성이 폭발했다. 이내 시몬의 몸에서 강렬한 신성의 파동이 퍼져 나갔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
반쯤 탈색됐던 그의 머리카락이 신비한 느낌으로 완전히 새하얗게 세었고, 찬란한 빛의 옷깃이 내려앉는다.
정신이 맑아지고,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초월적 사고가 머리에 자리 잡는다. 몽롱한 황금 눈의 시몬이 아스페리아를 응시한다.
마침내, 아직 불안정하지만 성자의 힘을 깨운 것이다.
“아.”
아스페리아의 눈이 떨린다. 그녀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어쩜 저렇게 고귀한 존재가…….”
[영원.]시몬이 손을 뻗으며 중얼거리자 청색 잿더미가 일어나 신수 지라타스에게 빨려 들어간다. 이내 신수 지라타스가 긴 울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뻣뻣하게 세웠다.
지라타스의 형태가 급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가젤과 기린을 반쯤 섞어놓은 이 신수의 몸집이 다섯 배는 더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고, 등에는 황금의 등껍질이 드리운다. 더 길어진 목으로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지라타스의 시선이 하늘 위의 아우레본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스스스-
하늘에 문득 백색의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그것으로 모든 신수의 공격이 무력화되었고, 아우레본조차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수 없음을 깨닫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스스-
스스스스스스스-
아록 전역에 무지개가 피어오른다. 모두가 홀린 듯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아스페리아가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평화의 무지개. 영역 내의 모든 생물이 가진 전의 자체를 없애는 힘. 지라타스를 공격용으로만 사용했던 나로선 발현하지 못한 힘이네요.”
하얀 무지개는 점점 아록 전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바로 그 지라타스를 거느린 채, 시몬이 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서 있었다.
“갈수록 점점 더 당신을 알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데, 어떡하면 좋죠?”
아스페리아가 손끝을 세웠다.
즉시 지면에서 가시가 튀어나오려 했으나.
쿵!
지라타스가 발을 딛자 바닥이 반짝이며 신성으로 코팅되었다. 솟아오르려던 가시들은 마치 고무처럼 변한 바닥을 뚫지 못하고 꿀렁거릴 뿐이었다.
결국 공격을 가하던 사자 신수도 머리 위에 무지개가 드리워지자 멍한 표정으로 공격을 중단했다.
아록은 불가해(不可害)의 영역으로 변해갔다.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아스페리아.”
지라타스를 거느린 시몬이 태연히 말했다.
“당신이 졌습니다. 하미엘과 아리우스, 탈로크, 그 외의 모든 수련자들이 아록인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 있어요. 이제 그만 모든 아록인들을 해방한 뒤 하늘섬의 조사를 받으십시오.”
“그 요구는 곤란해요. 나의 영웅.”
펄럭!
아우레본이 날개를 펄럭이며 그녀의 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녀가 손바닥을 펼쳤다.
“평화의 무지개를 깰 수단을, 최강의 신수사제인 본녀가 가지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휘오오오오오오옹!
홍색 잿가루가 미친 듯이 넘실거리며 확장되기 시작했다.
“평화의 무지개는 자신의 격 이하의 존재에게 적용되는 힘. 결국은 위압이나 다름없죠. 그렇다면 그 위압을 뚫는 더 높은 격을 만들어내면 되는 거예요.”
부풀어 오른 잿가루가 두 날개를 펼친 아우레본, 단 한 마리에게 집중되었다.
끼기기기기기기기긱!
아우레본의 형체가 점점 더 커지며, 투명하던 외형이 홍색으로 물들고 부리를 뚫고 이빨이 튀어나오는 등 더더욱 괴물 같은 형태로 바뀌었다. 그 모습은 마치 신수라기보다는 몬스터에 가까운 외견이었다.
번뜩이는 눈동자가 시몬과 지라타스를 노려보았다.
‘계속 싸울 생각인가!’
시몬의 이마에 땀방울이 흘렀다.
지라타스를 아스페리아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쓴다면, 영혼의 정수가 앞으로도 계속 시몬에게 반감을 가질 게 뻔했다.
‘이렇게 되면 죽기 살기로 덤벼야 하나?’
“아.”
점점 더 아우레본이 커져가는 가운데, 아스페리아가 문득 눈을 깜박이며 손끝을 입술에 올렸다.
“생각해 보니 아록인들을 해방하지 못할 이유가 없겠네요. 단 영웅께서 본녀의 요구를 들어준다면요.”
“……그게 뭡니까.”
그녀가 수줍은 듯 미소 지었다.
“본녀의 것이 되세요. 당신만 본녀에게 속한다면, 그 외의 모든 국민들을 포기할 수 있어요.”
‘저기요!’
시몬이 이마를 텁 짚었다.
“우리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지 않느냐.
같은 말은 아무래도 화를 돋울 것 같으니 삼켰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며 머리를 굴렸다. 그녀를 절대 믿지 않지만, 일단 성자의 힘을 본 아스페리아가 자신에게 이런저런 호기심을 가진 건 분명했다. 이런 상황조차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아록인의 해방을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건 안 되겠네요. 먼저 당신이 본녀에게 오세요.”
당연히 이 위태로운 협상은 시작부터 흔들릴 위기에 놓여 있었다. 성자 모드의 지속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렇다면.’
시몬이 살짝 주먹을 쥐었다.
영혼의 힘이 아닌, 다른 힘.
레테의 권능이기도 한 별빛이 시몬의 주먹에 점점 모이기 시작했다.
‘일단 다가가는 척하다가-’
반짝!
그런데 작게 일으키려고 했던 별빛이, 뭔가에 반응하듯 시몬의 주먹에서 커다랗게 번쩍였다. 그 모습을 본 시몬이 움찔하며 입을 벌렸다.
너무나 반가운 기분.
동시에 뭔가 찔려서 살짝 오싹한 기분도 들었다.
“설마.”
아스페리아도 등을 돌렸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별이 지금,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내 거대한 굉음과 함께, 피할 틈도 없이 별이 아스페리아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터어어어어어어엉!
광풍이 몰아닥쳤다.
아우레본이 즉시 방어 마법을 펼쳤지만, 방금 아스페리아에게 건네받은 힘으로 방어에 전념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덩치가 휘청거릴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아스페리아도 중심을 잃고 크게 뒤로 물러나야 했다.
이내 뿌옇게 일어난 흙먼지 속에서 ‘툭툭’ 하는 발소리가 들렸다. 시몬의 눈이 커졌다.
“늦어서 죄송함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
그러나 너무나 듣고 싶었던 목소리.
눈과도 같은 새하얀 머리칼을 흩날리며, 별빛이 반짝이는 눈동자의 여성이 흙먼지를 뚫고 걸어 나와 아스페리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싸움, 끝내러 왔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