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3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30화(1330/134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30화
레테와의 기차여행이 시작됐다.
다음 목적지는 아록과 꽤 거리가 있어서, 열차에서 먹고 자고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물론 그렇게 긴 여행 일정도 대화가 끊이질 않아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학교 이야기, 룬 리그 멤버들의 후일담, 그리고 레테와의 전투로 커다란 마음의 변화가 생긴 헥토르까지.
그러다 대화의 화제는 자연스럽게 결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이번에 바다에서 만난 구원자는 정말 강력했어.”
시몬이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대며 말을 이었다.
“일명 타락의 구원자. 이미 한번 다른 세계를 멸망시킨 존재를 대륙에 끌고 오기도 했고, 심지어 대륙민들을 타락시켜서 서로 싸우게 만들었지. 쉽지 않았어.”
이야기를 듣던 레테가 눈을 깜빡였다.
“정말임까? 이미 다른 세계를 멸망시켰던 존재라니……. 이전과는 스케일 자체가 다르네요.”
“그뿐만이 아냐.”
시몬이 열을 올렸다.
“보물섬이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서 사람들을 해금령이 내려진 바다로 유인했어. 그걸로 타락 사태의 전조를 만들고, 보물섬 문제로 3군단의 행정을 마비시킨 걸 보면 본연의 지능도 높은 것 같아.”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다소 작은 체구에 분홍색 머리카락, 그리고 반창고나 밴드 따위를 덕지덕지 몸에 붙인 그 구원자.
“지금까지 등장한 구원자와는 격이 달라.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반드시 잡아야 해.”
“어, 생각해 보니 제가 이번에 상대했던 구원자와 비슷한 느낌임다.”
레테가 손끝을 세웠다.
“그레일 봉우리에 사는 몬스터들의 생태계를 깨뜨리고, 굶주린 몬스터들을 산 아래로 몰아 인간들이 감당하도록 했거든요. 그중에서도 몇몇 우두머리 격 개체는 특수한 힘에 오염된 것 같았슴다.”
“우리가 싸운 구원자가 동일 인물일 수도 있겠네. 암흑연합과 신성연방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걸까.”
시몬이 턱을 짚으며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레테가 갑자기 맥이 탁 풀린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쩜 결사 쪽 이야기만 하시는 검까.”
“……그럼 무슨 이야기해?”
기다렸다는 듯 레테가 샥 하고 얼굴을 내밀며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받치고 눈을 반짝였다.
“안나 선생님 이야기해 주세요!”
갑자기 목소리부터가 바뀌었다.
“우, 우리 엄마?”
“요즘은 어떤 취미에 빠져 계신지! 어떤 요리를 새롭게 개발하셨는지! 청소하실 때 흥얼거리는 노래가 뭔지! 음식 냄새를 맡을 때 눈을 찡긋거리는 습관은 그대로신지!”
시몬이 쓰게 웃으며 뺨을 긁적였다.
“우리 엄마지만 나도 그렇게 디테일하게 보진 않아서 모르겠는데.”
“네, 네. 재미없기는.”
레테가 다리를 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럼 당신 이야기라도 해보든가.”
‘너무 관심도의 차이가 심하잖아.’
창밖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쉰 레테가 고개를 되돌려 이번엔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시몬을 바라보았다.
시몬이 흠칫하며 긴장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는데, 그녀가 손가락을 두어 번 딱딱 튕겼다. 부싯돌처럼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서 별 모양 임팩트가 톡톡 튀어나오고, 허공이 두 차례 일렁거렸다.
결계가 제대로 펼쳐져 있는지 확인한 모양.
“결사의 본거지 말임다.”
“!”
“암흑연합에서도 본거지의 차원 좌표를 손에 넣었을 텐데, 혹시 포탈 기기를 써서 인원을 투입했대요?”
시몬이 고개를 저었다.
“최고 기밀 사항이라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단 로레인이나 네프티스 님이 말씀하시기로는 지금 개발 중인 ‘포탈 기기’는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대. 그래서 다수의 인원이 동시에 진입할 수 있도록 포탈 기기의 성능을 높인 뒤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그 머릿수 제한은 아마 진작에 풀렸을 검다.”
그 말을 들은 시몬이 눈을 크게 떴다.
“그래? 그럼 왜 아직도 결사의 본거지로 쳐들어가지 않는 거지?”
“쳐들어가지 않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거겠죠.”
레테가 하얀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저희 신성연방에서도 차원을 넘나드는 성물의 해석을 완료하고, 이번에 정예 인원을 결사의 본거지로 보냈다고 들었슴다. 대주교 중 한 명이 암흑연합보다 먼저 결사를 전멸시키는 공적을 세우겠다며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었죠.”
시몬의 입이 딱 벌어졌다.
신성연방이 결사의 본거지로 사람을 보냈다니. 이거야말로 1급 기밀 중의 기밀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슴다.”
레테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몇 차례 추가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연락이 끊겼어요. 그래서 마지막 출정엔 ‘심결(心結)’로 연결된 프리스트 한 명을 같이 보냈는데.”
“심결?”
“아, 간혹 차원을 넘어서도 서로를 느낄 수 있는 프리스트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손을 빙글 돌렸다.
“차원을 넘는 순간 심결의 연결이 끊겼다고 함다. 아무래도…….”
“결사의 본거지에 들어간 순간에 당한 건가.”
“네. 그때 파견된 인원은 수호사제만 7명이 포함된 무리였다고 해요. 결사도 우리가 등장하는 좌표의 위치를 알고 있으니, 그곳에 뭔가 즉사할 수밖에 없는 조치를 해둔 것 같아요.”
“끙.”
시몬은 충격적인 이야기에 시름했다. 레테가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결사의 공세를 막아내느라 인력이 부족한데, 이번 본거지 파견 실패로 연방의 인력난이 극심해졌다고 들었어요. 암흑연합에서도 아마 비슷한 시도는 했겠지만 실패했겠죠. 그 즉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결사 본거지로의 ‘본대 진입’은 불가능할 검다.”
“그럼 결사의 본거지로 갈 수 있는 다른 좌표를 찾아내야겠네.”
“그런데 당신도 알다시피 차원 좌표는 숫자 하나, 글자 하나만 바뀌어도 완전히 다른 세계로 떨어지잖아요. 아마 연방이나 연합 모두 골치 아플 검다.”
현역 군단장과 성녀다운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두 사람도 이제 각각 키젠과 에프넬의 학생회장이고, 미래의 한 축을 담당할 인재들인 만큼 차분하게 문제를 분석하고 있었다.
콩콩-
그때 허공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열차 승무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결계에 막혀 객실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레테가 얼른 손가락을 튕겨 결계를 해제했다.
“들어오세요!”
“아, 손님.”
승무원이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열차의 안전을 위해 객실 내부에서 결계를 펼치는 건 금지되어 있습니다.”
“아, 죄송해요. 그런 줄 몰랐어요.”
레테가 몇 번이고 정중히 사과하자 승무원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걸렸다. 이내 그녀가 카트를 끌고 왔다.
“1등석 5번실, 주문하신 특제 빙수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과일이 올려져 있고 딸기 시럽이 잔뜩 뿌려진 빙수였다. 승무원이 나간 뒤, 레테는 아이처럼 좋아하며 손뼉을 짝 쳤다.
“언제 시킨 거야?”
시몬이 헛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레테가 스푼으로 빙수 위의 시럽을 골고루 섞은 뒤 한 스푼 떴다.
“아까 당신이 화장실 간 사이에요.”
그렇게 답한 그녀가 빙수를 한 입 가볍게 맛보았다. 눈을 살짝 감고 ‘으으음-!’ 소리를 내며 몸을 한 차례 파르르 떠는 모습.
방금 그렇게 진지하게 결사의 본거지 공략에 대한 논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평범한 소녀 같은 반응이었다.
“…….”
그렇게 레테가 빙수를 퍼먹는 모습을 뻘쭘하게 바라보던 시몬이 넌지시 말했다.
“치사하게 네 것만 시킨 거야?”
“헤헤, 서운하심까.”
레테가 장난스럽게 빙글빙글 웃었다.
그러고는 수저를 깨끗한 냅킨으로 닦으며 말을 이었다.
“옆 객실에서 시킨 거 봤는데, 빙수 양이 많아서 같이 먹으려고 한 거예요. 저 혼자 다 못 먹슴다.”
그렇게 말한 그녀가 스푼으로 한 움큼 빙수를 뜨고 그 위에 살살 체리까지 얹어서 보기 좋게 예쁜 한 입을 만든 뒤, 한 손을 밑에 받친 채 시몬의 입을 향해 내밀었다.
“아―”
‘잠깐만!’
이거 혹시 그거 아닌가? 당황한 시몬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좀처럼 그의 입이 열리지 않자 레테가 웃으며 말했다.
“저 팔 아파요.”
“아, 아니. 레테! 그게…….”
일순 레테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내가 주는 건 못 먹겠다는 거냐?”
결국 시몬이 눈을 감으며 입을 벌렸다. 이내 입천장에 차가운 게 닿는 게 느껴진다. 잠시 후 입안에 온갖 달달한 향연이 터져 나온다.
“맛있죠?”
“으, 응.”
시몬은 주춤주춤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속세의 맛.
아록에 머물렀던 동안 이 맛이 너무나 그리웠다. 하지만 사실 시몬 본인은 긴장해서 빙수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자요. 더 먹어요.”
레테가 시몬에게 수저를 내밀었다.
시몬이 그것을 받아들고 한 입 두 입 먹고 있는데.
“…….”
이번엔 레테가 두 손을 제 무릎 위에 곱게 내려놓은 채 말똥말똥 시몬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시몬은 인생에 커다란 위기가 닥쳤음을 느꼈다.
‘나보고 먹여달라는 건가?’
시몬은 이런 상황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무했다.
그야 배우질 않았으니까. 세상 모든 지식을 다 가르쳐 준다고 하던 키젠에서도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가르쳐 주지 않았다.
다만 이대로 레테를 방치한 채 자신만 빙수를 퍼먹는 게 올바르지 않다는 것 정도는 눈치껏 알 수 있었다.
‘크윽.’
아무리 찾아봐도 스푼은 하나뿐이었다.
결국 시몬도 레테가 했던 것처럼 젖은 냅킨으로 수저를 깔끔하게 닦았다. 그러고는 떨리는 손으로 어설프게 빙수를 한 스푼 떴다.
앞에서 레테의 말똥말똥한 눈망울이 더더욱 부담으로 다가왔다.
“레, 레테.”
차마 그녀를 보지 못하며, 시몬이 떨리는 손으로 스푼을 내밀었다.
“이거…….”
냠.
그런데 갑자기 앞에서 먹는 소리가 났다. 어느새 레테가 존재하지 않았던 새 스푼을 들고 빙수를 떠먹고 있었다.
“그게 뭐요?”
그녀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아, 아무것도 아냐!”
시몬이 원래부터 자신이 먹으려던 것처럼 빙수를 덥석 제 입으로 가져갔다. 레테가 후훗 웃었다.
“설마 먹여주려고 하셨슴까?”
“아냐!”
“흠.”
그녀가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하얀 머리카락이 고개의 각도와 함께 찰랑이며 움직였다.
“그릇 뒤에 스푼이 하나 더 놓여 있었어요. 그리고 신성연방의 성녀인 제가 당신이 먹던 식기로 먹을 리가 없잖아요.”
‘크윽!’
“그래도 부탁한다면 노력해 볼게요.”
“……아니야.”
고개를 푹 숙인 시몬이 빙수를 파먹었다.
역시 고단수다. 머리 꼭대기에 있다는 듯한 말과 행동. 앞으로도 이런 상황에서 레테를 이겨먹는 그림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레테가 다시 빙수를 한입 입에 가져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내 ‘으으음’ 하며 맛을 음미한 채 영락없는 또래 소녀들처럼 몸을 파르르 떠는 모습.
그 모습을 보니 또 분했던 감정이 녹아내린다.
시몬은 픽 웃을 수밖에 없었다.
* * *
“이쪽 보지 마십쇼.”
“아, 응.”
2층 침대에서 레테가 사브작 사브작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섬유가 끌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옷을 갈아입는 중인 듯했다. 신체와 정신 모두 건강한 10대 소년인 시몬은 본능적으로 어깨가 움찔거렸지만, 철저한 가정교육의 성과로 본능을 억누르는 데 성공했다.
잠시 후 레테가 으차 하는 소리와 함께 아래로 폴짝 뛰어내렸다. 시몬이 눈을 깜빡였다.
“어, 그 차림…….”
백색과 금색이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루며 어깨를 드러낸 상의, 백색의 스커트, 그리고 포인트가 있는 스타킹까지.
평소의 레테가 자주 입고 다니던 에프넬 교복이었다. 다만 평소와는 달리 안면 왜곡 아티팩트를 착용했고, 머리도 포니테일로 묶은 모습이다.
“이러나저러나 이 옷이 예쁘고 편해서요.”
레테가 가슴의 리본을 잡아당겨 모양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이제 정식으로 입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기도 했구?”
“하하, 그러네.”
레테의 장난 섞인 말에 시몬도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신성연방에서의 일들이 마무리되면 3학년 2학기.
두 사람 다 키젠과 에프넬에서의 마지막 학기였다.
레테는 다시 한번 거울을 보며 긴 생머리를 포니테일로 마무리했다. 긴 머리가 살짝 흔들리며 귀와 목덜미가 깨끗하게 드러났다.
“그럼 다음 임무에 대해 이야기해 볼…….”
똑똑똑.
갑작스러운 커다란 노크 소리가 대화를 끊었다.
“아직 식사가 올 때가 아닌데.”
시몬이 말했다.
“이단심문관들이 순찰할 시간도 아님다.”
레테도 말했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긴장으로 팽팽하게 엉켜갔다. 레테는 손가락을 튕겨 아주 얕은 결계를 형성했고, 시몬은 목에 메고 있는 신성 아공간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두 사람이 들어오라고 말하기도 전에, 드르륵-! 하고 문이 거칠게 열어젖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