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3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31화(1331/134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31화
“안녕하세요 레나! 잘 지내셨죠?”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한 여성이 객실 문을 활짝 열고 들이닥쳤다. 시몬의 동공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누, 누구?’
예상하던 것과는 달리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밝은 인사에 시몬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사이, 레테가 반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리셀 자매님!”
“레나 자매님!”
두 사람이 두 손을 맞잡고 활짝 웃었다. 시몬만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멍하니 있자 레테가 시크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옆 객실 6번 방의 승객분이심다. 모르셨슴까?”
“모, 몰랐어.”
“승객들끼리 인사도 쫌 하고 지내요. 신성열차에서 같은 열차 칸 사람들은 여행의 동반자를 넘어선 짧은 가족이나 다름없슴다.”
시몬이 가슴에 손을 얹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냥 열차 승객이구나.’
최근에 여러 사태들을 겪으며 늘 긴장 상태였던 탓에, 누군가 갑작스럽게 나타나면 경계부터 하게 된다.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겠다고 시몬은 생각했다.
“어머, 레나 자매님! 그러고 보니!”
레나는 레테의 가명인 모양.
뒤로 한 걸음 물러난 에리셀이 레테의 차림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깜짝 놀라며 입을 가렸다.
“에프넬 학생이셨어요? 세상에! 교복이 너무 예쁘고 잘 어울리세요!”
“아, 감사해요. 방학을 조금 늦게 시작해서 이제 고향에 가는 길이거든요. 에리셀 자매님도 머리띠가 잘 어울리세요!”
레테도 그녀의 텐션에 맞추며 수다를 떨었다. 1분에 단어가 몇 개나 왔다 갔다 하는지 모를 만큼 빠른 대화였고, 시몬은 점점 기가 빨려가는 것을 느꼈다.
마침내 에리셀의 시선이 시몬에게도 향했다.
“그런데 이 형제님은 누구예요? 혹시-!”
“그냥 제 하인 나부랭이임다.”
레테가 툭 내뱉듯 답했다.
‘이봐!’
시몬이 눈빛으로 항의했지만 레테는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농담인 걸 깨달은 에리셀이 후후 웃다가 문득 뭔가 떠오른 듯 펄쩍 뛰었다.
“참, 내 정신 좀 봐! 곧 파티가 시작할 거예요! 두 분도 같이 축하하러 와주세요!”
“파티요?”
“사실 오늘이 벨라로사 부인의 세례일이거든요! 이제 서프라이즈 축하 파티가 열릴 거예요!”
와아아아아아!
말 끝나기 무섭게 저 멀리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에리셀은 급해졌는지 먼저 가보겠다며 윙크를 날리고는 객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우리도 가보죠.”
다시 평소의 분위기로 돌아온 레테가 거울을 보고 간단히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시몬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세례일이라면…….”
“네, 데바교 신도로서 첫 세례를 받은 날을 기념하는 검다. 신성연방에서는 개개인의 생일보다 세례일이 더 중요한 행사예요.”
“그렇구나. 그런데 초면인 우리가 파티까지 가서 축하해도 되는 거야?”
레테가 훗 하고 웃었다.
“아까 말했잖슴까? 신성열차에서 같은 객실 승객끼리는 짧은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신성열차는 방대한 신성연방 곳곳을 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이동 수단이다. 목적지에 따라 하루에서, 많게는 한 달 넘게 열차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워낙 긴 시간을 열차에서 보내야 하기에, 그 안에 승객의 세례일을 비롯한 기념일이 있을 경우 승객들이 다 같이 축하해 주는 게 신성열차의 문화이자 관례였다.
시몬과 레테도 객실 밖으로 나왔다.
오늘의 주인공이 있는 7번실은 벌써 난리도 아니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와서 손뼉을 쳐주거나 환호했고, 작은 폭죽을 터뜨리기도 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에리셀이 말한 벨라로사 부인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눈물을 글썽이며 기뻐했다. 그녀가 유리장식 위에 촛불을 불자 사람들이 환호했다.
“세례일 선물입니다!”
“부인을 위해 비싼 와인을 구해왔소!”
여러 사람들이 선물을 건네고 있는 가운데, 방금 시몬과 레테를 불렀던 에리셀도 본인 객실에서 뛰쳐나왔다.
“벨라로사 부인!”
그녀가 품에 한가득 들어오는 커다란 꽃다발을 건넸다. 벨라로사 부인은 반색을 하며, 들고 있던 선물 상자를 전부 내려놓고 그 꽃다발을 안아 들었다.
“세례일 축하해요!”
“정말 고마워요 에리셀! 내가 꽃을 좋아하는 걸 또 어떻게 알고!”
벨라로사 부인이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꽃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후읍 하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꽃향기를 맡자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시몬과 레테도 사람들 사이에서 손뼉을 치며 축하해 주고 있는 그때.
콜록 콜록!
꽃향기를 맡은 벨라로사 부인이 갑자기 사레가 들린 듯 기침을 했다.
“어머, 괜찮으세요?”
“괘, 괜찮아요! 콜록! 콜록! 콜록!”
하지만 그녀의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듯 코를 흡흡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당혹스러운 음성이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그리고.
쿵!
벨라로사 부인이 눈을 뒤집은 채 그대로 객실에 쓰러졌다. 품에 안고 있던 꽃다발이 흩어져 객실 바닥에 나풀거렸고, 그녀의 입가에는 거품이 물려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승객들의 찢어질 듯한 비명이 객차를 뒤흔들었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잎 아래로 의식을 잃은 벨라로사 부인의 모습은 으스스한 공포감을 자아냈다.
‘독!’
시몬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리고 옆에 있던 레테가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잠깐만요! 실례하겠슴다!”
그녀는 순식간에 인파를 헤치고 쓰러진 벨라로사 부인 앞으로 갔다. 그 근처에는 한 남자가 벨라로사 부인의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벨라로사! 벨라로사! 괜찮아? 무슨 일이야! 이거 장난이지? 갑자기 왜……!”
“흔들지 마십쇼!”
레테 강렬한 외침에 남자가 움찔하며 손을 놓았다. 그러다 뒤늦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레테를 노려보았으나, 그녀가 입은 에프넬 교복을 보고는 바로 눈을 내리까는 모습이었다.
레테는 벨라로사 부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맥박을 확인한 뒤, 가슴에 손을 얹기도 하다가 이내 두 손을 모아 신성마법을 일으켰다.
“독 맞슴다. 아직 괜찮아요. 정화할게요.”
화아아아악!
강력한 치유의 힘이 벨라로사 부인의 몸에 일렁였다.
자신도 치유 전공이라며 나서려던 사람들도 레테의 신성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지금 이 순간, 이 정도 수준의 정화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건 레테뿐이었다.
레테가 치유를 시작하자, 승객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도, 독이라니……!”
“그럼 누군가 세례일 파티에 벨라로사 부인을 독살하려 했단 말이오? 그것도 열차 안에서?”
“여신의 천벌을 받을 일이야!”
소란을 듣고 다른 객차에서도 사람들이 올려왔다.
“무슨 일이에요!”
“누가 쓰러졌다고?”
주위가 점점 혼란에 휩싸였다. 다른 객차 사람들까지 몰려들기 시작하며 주위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되어갔다. 사람들끼리 밀고 밀리고 있었다.
‘위험해!’
시몬이 얼른 인파를 뚫고 들어가 레테 곁에 섰다. 마침 한 사람이 뒤로 밀려 치유마법을 펼치고 있는 레테에게로 쓰러지려는 것을 간신히 막아냈다.
뭔가 더 사고가 나기 전에 누군가 이 상황을 통제해야 했다. 시몬이 스읍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목소리를 높이려는 순간.
“동작 그만!”
뱃심에서 나온 듯한 박력 있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혼란스러운 객실에 있던 모두가 동작을 멈추고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벅 저벅.
사람들이 비켜서며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다소 눈에 띄는 외모와 차림이었다. 특히 신성연방 사람들이 자주 입는 튜닉이나 로브, 신도복이 아닌 말끔한 트렌치 코드를 늘어뜨리고 머리에는 플랫 캡을 썼다.
양 갈래 수염이 옆으로 길게 나 있는 그가 걸음을 멈추고 세련된 지팡이를 붙잡은 채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이 수사 현장은 내가 지휘하겠네!”
그가 선언하듯 말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대로 멈춰 있고, 다른 객차에서 넘어오려는 승객들은 모두 돌아가 주시게!”
“당신 뭐야?”
아까 레테에게 반발했던 그 남자가 또 한 번 나서며 물었다. 그러자 수염 난 남자가 조용히 수첩을 꺼내 펼쳤다.
“내 이름은 빈트로드 페이버린. 다르블렝의 명탐정이오. 총소집 명령을 받고 사무소로 돌아가던 길에 사건이 벌어지다니! 이 또한 여신의 뜻이겠지.”
그 말을 들은 남자가 움찔했다. 다른 승객들도 웅성거리더니 하나둘 물러나기 시작했다.
꽤나 권위가 있는 모습이었지만, 암흑연합에서 온 시몬은 다소 당혹스러웠다.
‘탐정이라고?’
옛날이야기에서나 등장하는 직업이었다. 현재 암흑연합에서는 카쟌이 속한 도둑길드를 비롯한 정보길드들이 탐정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신성연방에서는 여전히 탐정이 성행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잘하고 있군.”
레테가 치유마법을 거는 모습을 보며 빈트로드가 중얼거렸다.
“이 정도 치유 능력을 가진 에프넬 학생이 객실에 있다면 다른 이들은 방해만 될 뿐일세. 모두 물러나시게!”
승객들이 웅성거리며 현장에서 거리를 두는 사이, 이번엔 쿵쿵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세 명의 남자가 객차로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연방 주민이라면 누구나 공포의 대상으로 꼽는 이단심문관들이었다. 객차 내부는 순식간에 무거운 긴장감에 휩싸였다.
척!
“열차 내 독살 시도 사건이 일어났소.”
빈트로드가 탐정 수첩을 꺼내 보이며 당당히 말했다.
“현재 피해자는 에프넬 학생이 치유 중이고, 사건 조사는 나, 다르블렝의 명탐정 빈트로드가 맡겠소!”
시몬은 긴장한 얼굴로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현장에서 사람을 즉결고문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이단심문관 앞에서 저런 당당함이라니. 시몬은 이 탐정을 자처한 빈트로드도 그대로 붙잡히거나 쫓겨날 거라 생각했지만.
“라우스! 빈트로드!”
“이 열차에 당신이 탄 것도 사건을 해결하라는 여신의 뜻이겠지요! 믿고 맡기겠습니다!”
이단심문관들 모두 극도의 예를 취했다. 그러곤 자리를 비켜주며 다른 객차에서 온 승객들을 통제했다. 시몬은 흥미로운 듯 팔짱을 꼈다.
‘그런데 다르블렝? 어디서 들어봤더라…….’
“그럼! 이야기를 들어보겠소!”
빈트로드 탐정이 목소리를 높였다.
시몬도 의문은 잠시 지워두고 사건에 집중했다.
* * *
빈트로드가 사람들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파악했다.
피해자는 벨라로사 부인. 신성열차 1급실 객차에서 세례일 축하 파티를 받던 중, 갑자기 기침을 하다가 중독 증상을 보인 채 쓰러지며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것.
누군가 그녀를 독살하려고 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빈트로드는 용의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우선 피해자인 벨라로사 부인에 대해 먼저 살펴보겠소.”
빈트로드가 수첩을 넘기며 말을 이었다.
“신성열차 1급실에 덜컥 탈 만한 재산을 보유했군. 브릭톤이라는 도시의 예배용품 사업가고, 150개 성당에 촛대와 수건을 공급하고 있다라……. 남편은 신혼 2년 차에 사망했군. 그렇다면 그녀가 사망할 시 가장 많은 이익을 볼 사람은-”
빈트로드의 고개가 돌아갔다.
“바로 자네로구만. 슐리 벤톤.”
처음에 레테와 빈트로드를 경계했던 바로 그 남자였다.
젊고 수려한 외모의 슐리 벤톤이 당황해하며 손사래를 쳤다.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슐리 벤톤, 22세. 45세인 벨라로사 부인과 동거하며 약혼까지 마쳤군. 그녀는 유언을 남기지 않았네. 만약 그녀가 사망한다면 모든 재산은 당신의 것이 되겠지.”
“말도 안 됩니다! 저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요!”
슐리가 항의했지만, 주위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는 이미 강한 의심이 서려 있었다.
“그럴 줄 알았어. 아까 벨라로사 부인이 쓰러졌을 때도 막 어깨를 흔들면서 독이 빨리 퍼지게 만들었잖아!”
“심지어 에프넬 학생이 치료하는 걸 방해하려고 했지.”
“20살 넘게 나이 차이 나는 연상녀……. 진짜 사랑일까?”
슐리 벤톤의 얼굴이 벌게졌다.
“아, 아무리 다르블렝의 탐정이라고 해도 이렇게 인신공격성 추리를 해도 되는 겁니까! 억측입니다! 나는 내 여자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고!”
“그건 차차 밝혀지겠지.”
빈트로드가 무심하게 대꾸하며 수첩의 다음 장을 넘겼다.
“벨라로사 부인의 원한 관계가 아주 많군. 심지어 바로 옆 객실에 탄 두 지인들.”
움찔!
움찔!
맞은편 6번실에 탄 두 여성이 땀을 삐질 흘리며 고개를 피했다.
“먼저 세오라 퀴넷, 45세. 벨라로사 부인의 동갑내기 고향 친구이고 함께 열차 여행을 갈 만큼 절친한 사이로 보이지만…… 사실은 늘 그녀의 그늘에 가려 살았군. 평생을 하녀처럼 부려먹혔고, 만나는 자리마다 벨라로사 부인으로부터 심한 모욕과 험담을 들었다라.”
“누, 누가 그런 증언을 한 거예요!”
세오라 퀴넷이 그렇게 빽 외치며 바로 옆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옆자리의 젊은 여성이 어깨를 으쓱했다.
“에이, 내가 틀린 말 했어요?”
“멜크린 자매님!”
“멜크린 호딘. 그러는 자네도 수상해.”
빈트로드의 날카로운 말에, 이번엔 멜크린이 움찔했다.
“나이는 22세, 포칸 지방 출신의 방앗간지기의 딸. 자네, 여기 있는 슐리 벤톤을 사모한다고?”
모두의 경악한 시선이 멜크린에게로 향했다. 멜크린이 시뻘게진 얼굴로 슐리 벤톤을 보았다가 이내 옆자리의 세오라 퀴넷을 바라보았다.
“세, 세오라 자매님, 설마 당신이 그렇게 진술한……!”
세오라가 코웃음 쳤다.
“뭐 어때? 너희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걸 누가 모를 줄 알아? 슐리 벤톤과 짜고 치고 벨라로사 부인을 해치려는 거 아니었어?”
빈트로드 탐정도 의미심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공동 범행일 수 있겠군.”
“아니에요!”
세상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는 사이, 시몬은 태연히 앉아 설명을 들으며 신수 알을 쓰다듬고 있었다.
‘……근데 진짜 명탐정 맞아?’
시몬이 언제쯤 끼어드는 게 좋을지 생각하고 있는데, 위기에 몰린 멜크린이 한 사람을 지목했다.
“동기가 있다고 저를 살인자로 취급하는 거예요? 벨라로사 부인이 왜 쓰러졌는지를 생각해야죠!”
탐정 빈트로드는 물론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바로 시몬과 레테가 있던 객실에 들이닥쳤던 바로 그 여자.
“벨라로사 부인은 에리셀이 준 꽃다발을 받고 갑자기 쓰러진 거예요!”
에리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