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3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33화(1333/134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33화
광원의 도시 다르블렝.
신성연방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기술적으로 발전한 도시로 손꼽힌다.
본래 역사적으로도 신학과 과학은 쉽게 양립하지 못하지만, 다르블렝은 예외였다. 이곳은 한 위대한 인물의 희생을 양분 삼아 문명을 일궜기에 이런 독특한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다.
그 위인의 이름은 ‘원류의 성녀’.
과거 다르블렝이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개활지에 불과했던 시절, 고향을 지키던 그녀는 원인 불명의 불치병에 걸렸다.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제자들을 불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죽어서도 다르블렝을 지키겠다.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마을 중심부에 세워진 ‘빛의 첨탑’이라고 일컬어지는 거대 성물에 자신을 내던졌고, 그렇게 성물은 성녀의 힘과 합쳐지며 기적을 일으켰다.
바로 그녀의 권능과 동일한 성질을 가진 ‘제2의 신성’을 끊임없는 샘물처럼 일으키게 된 것. 사람들은 이 신성 물질을 고대어로 ‘미래’를 뜻하는 이름의 ‘네옴(NEOM)’이라고 불렀다.
이 네옴 덕분에 주민들은 강력한 결계를 펼쳐 몬스터들의 위협에서 벗어났고, 평화로운 삶을 일구게 되었다.
초기에 주민들이 이 네옴을 이용해 하는 일이라곤 결계를 유지하고, 남은 동력으로 풍차를 돌려 밀알을 빻거나 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한 기술자가 이곳에 방문했다.
그의 이름은 ‘로버트’.
로버트는 네옴의 가치를 깨닫고 자신의 모든 재산을 투자했다. 평범한 마을에 불과했던 다르블렝에 도로가 깔리고, 깔끔한 신식 건물들이 들어섰다.
식량이 들어오며 영양을 섭취한 사람들의 키가 훤칠해지고, 청결이 개선되며 돌림병이 사라지는 등 주민들의 삶의 질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다르블렝에 몰리기 시작하며 다르블렝은 연방 내에서 발언권과 군사력을 갖춘 주요 거점이 되었다.
그렇게 강해진 군사력으로 인근의 몬스터들까지 몰아내는 데 성공한 로버트는 시장으로 추앙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할 로버트가 아니었다. 그는 네옴에 무궁무진한 힘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를 위협하던 몬스터 무리는 전멸했소! 이제 결계를 걷고, 결계 유지에 사용되던 네옴을 시민들의 생활로 돌리겠소. 다르블렝의 시민들을 지금보다 더 풍족하고 살기 좋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이 도시를 세운 원류의 성녀의 진정한 뜻이 아니겠소!
로버트는 네옴의 힘으로 독자적인 기술들을 발전시켜 나갔다. 그렇게 다르블렝은 다른 주위 마을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고, 신성연방 최대의 기술 기반 도시가 되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네요.”
자연스럽게 객실에 합석한 빈트로드 탐정의 말을 들으며 시몬이 탄성을 흘렸다. 빈트로드는 흐뭇하게 웃었다.
“허허! 물론 원류의 성녀와 로버트가 이 도시를 세웠지만, 다르블렝이 발전한 건 다른 이들의 노력도 있었네.”
“다른 이들이요?”
원류의 성녀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네옴’을 만든 이후, 그 성녀의 정수를 물려받은 역대 성녀들 모두 원류의 성녀를 존중했으며, 다르블렝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에프넬을 졸업하고 성녀의 지위를 인정받은 그녀들이 제일 먼저 하늘섬에 요구한 것도 바로 다르블렝을 자신의 영지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원류의 성녀 이후 그녀의 계보를 잇는 역대 성녀들은 모두 다르블렝을 자신의 영지로 삼았으며 여러 정쟁으로부터 지켜냈다. 덕분에 다르블렝은 하늘섬의 견제를 받지 않고 과학과 신앙이 공존하는 특례를 누렸다.
로버트의 가문의 역대 시장들과 역대 성녀들 간의 사이도 좋았고, 각기 정치와 신앙을 양분하며 조화롭게 도시를 이끌어 나갔다.
특히 성녀들은 자신들의 권능으로 네옴을 만들어내는 ‘원류의 첨탑’에 겹겹이 추가적인 능력을 부여했는데,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원류의 첨탑은 강력해져 갔다. 이제 다르블렝은 신성연방의 기술력을 대표하는 도시로 우뚝 서고 있었다.
“시온, 저기 봐요!”
어느새 등을 돌려 소파에 올라간 레테가 창밖을 가리키며 아이처럼 방방 뛰었다.
“드디어 다르블렝에 도착했어요!”
시몬도 슬쩍 웃은 뒤 얼른 소파 위에 무릎을 대고 올라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와……!’
신성열차는 지금 거대한 강 위에 세워진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이제 강 너머로 펼쳐진 다르블렝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깨끗하고 반듯한 건물들이 늘어선 도시, 하늘은 어두웠지만 도심 내에 불빛이 가득했다. 그 어떤 어두운 골목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가로등이 빈틈없이 솟아 있었다.
덜컹 덜컹-!
신성열차의 흔들림도 다르블렝에 와서는 급격히 안정화되었다. 깨끗하고 매끄러운 철로의 안락함 덕분인지, 뭔가 다른 기술력의 세상으로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도시 중앙에 우뚝 솟아오른 거대한 탑이 있었는데, 그 안에 녹황색 에너지가 끊임없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저게 원류의 성녀가 몸을 바쳐서 완성했다는 원류의 첨탑이구나.’
고작 이 강과 다리를 기점으로 너무나 다른 모습이 이어지고 있었다. 숲과 시골이 펼쳐진 후미진 지역과, 첨단 기술로 빛나는 도시는 한눈에도 대조적이었다.
시몬이 고개를 들어 빈트로드 탐정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탐정님, 이렇게 기술력과 인프라가 뛰어난 도시가 있다면, 주위의 다른 지역도 기술의 혜택을 누려서 같이 발전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 아주 합리적인 추론이군. 역시 자네는 추리에 재능이 있어!”
한 차례 손뼉을 친 빈트로드가 입꼬리를 올렸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네옴은 원류의 첨탑으로부터 생성되지. 이 네옴이란 에너지가 기술의 기반이네만, 네옴은 원류의 첨탑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지면 효율이 급감하고 결국은 증발해 버린다네.”
“……아!”
“한마디로 거리의 제약이 있는 셈이지. ‘네옴 테크’는 네옴 안에서만 쓸 수 있다네. 로버트 시장도 네옴의 신성연방 전체 확장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네옴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다르블렝만 집중 발전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지.”
“그렇군요.”
시몬이 턱을 짚었다.
다르블렝에서 쓸 수 있는 값비싼 네옴 장비도, 밖으로 가지고 나가면 일개 고철덩이에 불과했다. 극도로 발전했지만 동시에 닫친 체계로 고착된 도시. 그곳이 다르블렝이었다.
“네옴으로 인한 인프라가 다른 곳까지 확장되지 않은 건 아쉽지만, 바로 그 점이 신성 기반 정치를 하는 하늘섬에서 다르블렝을 내버려두고 있는 이유겠네요.”
“볼수록 총명하군!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니 아주 마음에 드는 청년이야!”
빈트로드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시몬은 순간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저 빈트로드 탐정이 아주 잠깐이지만, 키젠이나 에프넬을 비롯한 수많은 교수들이 시몬을 보던 바로 ‘그 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안감을 느낀 시몬이 괜히 휘파람을 불며 딴청을 피웠다.
-다르블렝역에 도착했습니다.
객실 위에 설치된 신성열차의 확성 수정구로부터 방송음이 흘러나왔다.
역에 도착하면 보통 분위기가 분주해지게 마련인데, 생각보다 짐을 챙기는 사람이 적었다.
시몬과 레테, 그리고 빈트로드가 짐을 챙기고 객실 밖으로 나오니, 다른 승객들이 창가에 다닥다닥 붙어서 다르블렝의 경관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가끔 이 역에서 내리는 시몬 일행을 부러운 듯 쳐다보는 시선도 있었다.
“웃차.”
열차 계단을 내려온 시몬이 어깨에 가방을 짊어지고, 레테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마침 빈트로드도 계단을 내려오다가 절도 있는 귀족처럼 고개를 숙이며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졸지에 두 남자를 사이에 낀 채 도도하게 나타난 레테가 손가락으로 퉁 하고 빈트로드의 손을 밀어내고는 시몬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죄송해요. 이런 때만이라도 하인의 체면을 살려주고 싶어서요.”
레테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크흠흠! 어쩔 수 없지!”
빈트로드도 인정한다는 듯 헛기침을 했다.
“언제까지 하인이라고 할 거야.”
시몬이 툴툴거리자, 레테는 그의 눈에만 보이게끔 눈을 찡긋하며 뒷짐을 지고 앞장섰다.
역을 나서자마자 바로 보이는 건 삼엄한 분위기의 ‘입국 심사대’였다.
하늘섬의 천국의 문이나, 국경에 있는 신성의 문 못지않게 철저한 검문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열차에 내린 사람들이 하나둘 출입 심사를 받고 있었다.
앞에 서 있던 금은보화로 치장한 두 중년 부부가 싱글벙글 웃으며 기다렸지만, 바로 심사원의 칼같은 손짓과 함께 경비원에게 붙들려 끌려갔다.
안 그래도 가짜 신분인 시몬과 레테는 더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가서 기다리겠네.”
빈트로드는 프리패스인 듯 다른 통로로 통과했다. 경비들이 그를 알아보고 극도로 친절하게 인사하며 문을 열어주는 모습이 보였다.
“빈트로드 탐정님은 확실히 유명인인가 보네.”
시몬이 부러운 듯 말했다.
“저 정도 수준이 명탐정이면 우리도 할 수 있는 거 아님까?”
레테의 한마디에 시몬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잠깐 잡담을 하는 사이, 이제 두 사람의 심사 차례가 되었다.
과연 출입 심사는 극도로 까다로웠다. 이름과 신분을 묻고, 짐과 신성 아공간을 검사했으며, 다르블렝에 들어온 이유가 무엇인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물었다.
두 사람이 제시한 건 무려 신해의 성녀 이스라필의 도장이 찍힌 협조 공문이건만, 심사원들은 눈 한번 깜짝하지 않았다. 현역 성녀의 요청에도 다르블렝 출입은 너무나 까다로웠다.
“이 알은 뭡니까!”
심사원이 이번에 아록에서 가져온 알을 살펴보며 수상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시몬이 답하기도 전에 빠르게 깃펜으로 뭔가를 써 내려갔다.
“불법 밀입 신수일지도 모르겠군!”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성녀를 찾기는커녕, 다르블렝 출입이 거부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바로 그때.
“저들은 내 조수들일세.”
어느새 뒤로 돌아온 빈트로드 탐정이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심사원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몬과 레테를 조사하던 심사원들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며, 명탐정 빈트로드!”
“정말입니까? 저들이 조수들이라구요?”
“그렇다네.”
빈트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외부 출장에서 만난 이들인데,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줬네. 이 빈트로드의 이름으로 보증하겠네.”
“비, 빈트로드 탐정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이곳에서는 현역 성녀의 인장이 찍힌 문서보다, 다르블렝 출신 탐정의 발언이 더 신뢰받는 듯했다.
대단히 실례했다며 물건들을 돌려주고 연신 고개를 숙이는 심사원들을 지나 시몬과 레테는 마침내 길고 긴 심사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탐정님!”
시몬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레테도 가볍게 손을 들며 ‘감사함다-’ 하고 인사했다.
“별말을 다 하는군! 같이 신성열차을 탄 승객끼리는 짧은 가족이 아닌가! 이런 것도 인연인데 도시 적응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게!”
그렇게 말한 그가 역 건물의 문을 활짝 열며 두 팔을 벌렸다.
“다르블렝에 온 것을 환영하네!”
시몬과 레테는 문 너머로 펼쳐진 도시의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치 새벽처럼 남색으로 물든 도시 전체가 빛나는 가로등으로 뒤덮여 있었다. 불빛이 깊은 곳까지 촘촘히 이어졌다.
‘놀랍네.’
마정석으로 유명한 상아탑의 인근 도시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귀한 마정석을 어둠을 밝히는 목적으로 쓴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사치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도시 전역에 가로등이 가득한 모습은 희귀했고, 다르블렝은 가로등의 도시라고도 불렸다.
길은 깨끗하고 도로는 잘 포장되어 있었다. 코트와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신문을 읽으며 무심히 길을 걸었다.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바삐 움직이며 자기 할 일만 하는 모습.
하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다.
“저게 뭐예요?”
레테의 물음에 빈트로드가 대답했다.
“자동차일세!”
다르블렝에는 마차가 없었다. 대신 네옴 기관을 장비한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이곳의 자동차는 커다란 바퀴가 한 쌍씩만 달려 있는, 1인승 혹은 2인승 소형 마차였다. 바퀴가 ‘위이잉’ 소리를 내며 굴러갔고, 몸체 곳곳에 네옴이 사용되는 듯 녹황색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절거덩!
저 멀리 불빛으로 자동차들의 이동을 제어하는 신호등이 보였고, 곳곳에 세워진 거대한 다리들이 하나둘 내려와 육지로 연결되면, 그 자동차들이 빠르게 다리를 건너 사라졌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에 시몬과 레테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정도로 놀라면 쓰나! 아직 놀랄 게 많을 걸세.”
빈트로드 탐정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말임다.”
레테가 말총머리를 휘날리며 빈트로드를 올려다보았다.
“빈트로드 탐정님도 탐정 소집 명령을 받고 왔다고 했잖슴까. 도시에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으으으음- 아무리 자네가 에프넬 학생이라도 외부인에게 그것까지 알려주긴 곤란하네만.”
그 말을 들은 레테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빤히 바라보자, 결국 빈트로드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다르블렝에서 일어난 엄청난 사건을 수사해 달라고 해서 말일세! 모든 탐정들의 수사력을 집중할 거라고 하더군!”
“그 사건이 뭔데요?”
주위에 누가 있는지 확인한 빈트로드가 목소리를 줄인 뒤 속삭이듯 말했다.
“……성녀님의 실종 사건일세. 벌써 6개월째라더군.”
“네?”
시몬이 당황한 소리를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레테는 이미 알고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적’이 아니라 ‘실종’이 확실함까?”
“그렇다네.”
“저도 비슷한 소식은 들었어요. 에프넬에서는 또 평소처럼 명령을 거부하고 틀어박힌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 같은데, 내부의 탐정들까지 써서 찾을 정도면 진짜 실종인가 보네요.”
“에프넬에도 소문이 퍼졌던 건가. 참! 그보다 자네들도 아까 성녀님을 찾는다고 했지.”
빈트로드가 코트 자락을 펴며 말을 이었다.
“오히려 외부인인 자네들의 시선이라면 우리가 놓친 실마리를 발견할지도 모르네. 뭐,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성녀님은 다르블렝 내부에는 없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지만.”
그 말을 들은 시몬이 저벅 저벅 걸어갔다.
스으으으읍-
그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하아아아아아아아-
이내 길게 숨을 내뱉었다. 레테와 빈트로드가 의아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틀림없이 이 도시에 성녀님이 있어요.”
“어떻게 그걸 확신하지?”
시몬이 뒤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감입니다.”
예비 성자의 발언.
사실 그 무엇보다 확실한 근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