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34화(1334/134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34화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이 주소로 찾아오게.
빈트로드부터 그의 탐정 사무소 주소가 적힌 쪽지를 받고 헤어진 시몬과 레테는 이제 본격적인 계획을 진행하기로 했다.
“성녀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활동할 거점이 필요함다!”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지.”
그렇게 두 사람이 간 곳은 도시 내 환전소였다. 여직원이 환한 미소로 맞아주었고, 레테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신성연방 화폐인 1,000만 블랑을 다르블렝의 화폐인 ‘크로바’로 환전하고 싶슴다.”
시몬은 자산이 많았지만 어디까지나 암흑연합의 돈이었으니, 여기서는 레테에게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돈을 빠르게 세던 여직원이 친절하게 말했다.
“1,000만 블랑 확인했습니다. 100크로바로 환전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시겠어요?”
순간 시몬은 멈칫했다. 숫자가 너무 확 줄어든 느낌이었다.
“말도 안 돼요!”
레테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얼굴이 붉어진 채 목소리를 높였다.
“1,000만 블랑이 어떻게 100크로바가 되냐구요! 우리가 외부인이라고 벗겨 먹으려는 검까!”
“죄송하지만 환전율이 그렇습니다. 다른 환전소에 가도 모두 공시제라서 동일할 거예요.”
“이 도둑놈들아!”
레테가 마구 열을 올리자 시몬이 얼른 중재를 위해 끼어들었다.
“저희가 잘 몰라서 그런데, 다르블렝의 하루 숙소비가 보통 얼마 정도 하나요?”
여직원이 상냥하게 답했다.
“30크로바 정도겠네요.”
레테가 가진 돈을 다 털어서 100크로바를 손에 넣어도 고작 3일 치 숙박비밖에 되지 않았다.
시몬은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러니까 신성연방의 1,000만 블랑이 암흑연합의 100골드 정도 되는 돈이니까…… 숙소 하루 묵는 데 30골드인 거야?’
최고급 숙소, 아니, 왕궁에 딸린 별장에 묵는 것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어지간한 레스힐 영지민의 한 달 생활비를 하루에 다 써야 하다니.
‘물가가 대체 왜 이렇게 비싼 거야?’
다르블렝은 뭔가 시장 원리가 철저하게 비틀어져 있는 게 틀림없다.
시몬이 멍해 있는 사이, 레테는 더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말이 안 되잖아요! 이 사기꾼들!”
레테가 바락바락 소리 지르고 있자, 여직원이 조용히 테이블 아래로 손을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은 덩치 큰 남자들이 이쪽으로 다가오려는 걸 보았다.
‘진정하자.’
소란으로 쫓겨날 수는 없다. 방금 입국 심사를 치렀으니 여기서 문제를 일으키면 다르블렝에서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제 곧 밤이다. 빠르게 상황 판단을 마친 시몬이 얼른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환전해 주세요!”
“네에,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내원이 밝은 미소로 응대하며 환전 과정을 마쳤다. 결국 두 사람은 100크로바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순 사기꾼들이야! 진짜!”
레테가 투덜거리며 100크로바를 손에 들었다. 낡은 초록색 지폐를 붙잡고 파르르 떨던 그녀가 고개를 푹 떨구었다.
“내 피 같은 용돈이…….”
시몬이 눈을 깜빡였다.
“성녀들은 돈 걱정 안 할 줄 알았는데.”
“그건 학교 졸업하고 제대로 된 정식 성녀가 된 뒤의 이야기구요.”
레테가 자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아직 학생 신분이라서 영지도 갖지 못하고 여러모로 제약이 많아요. 가진 건 장학금이나 품위유지비 정도에 불과함다.”
“그랬구나.”
“제가 벌어온 돈이나 기부금은 죄다 에프넬이 가져가면서 나한테는 쥐꼬리 같은 돈만! 세상은 순 사기꾼들뿐이야!”
그렇게 잠깐 투덜거리던 레테가 감정을 가라앉히고는 고개를 돌렸다.
“이제 어쩌죠?”
“글쎄, 잘 모르겠지만 하루 묵는 데 전 재산의 1/3을 쓰는 건 역시 거부감이 드네.”
“무조건 동감임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자금은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게 중요했다. 특히 성녀 수사를 진행하면 이런저런 돈 들어갈 일이 많을 것이다.
“레테만 괜찮다면 노숙할까 하는데 어때? 밤에 날씨가 추워지면 천막을 치자.”
“네, 그게 좋겠네요.”
그렇게 두 사람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공원으로 갔다.
아록이 낮이 길었다면, 다르블렝은 밤이 긴 도시였다. 하늘의 오로라가 펼쳐진 곳에서 두 사람은 잠시 근처의 공원 벤치에 누워 있다가 슬슬 천막을 칠 준비를 했다.
그런데 길을 가던 중년 여성이 두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거기 학생들! 늦은 시간에 그렇게 있으면 큰일 나요! 경관들이 노숙 행위로 간주하고 잡아갈 거예요!”
“네? 노숙으로도 잡아가나요?”
“당연하죠!”
중년 여성이 목소리를 높였다.
“도시 밖에서 왔죠? 다르블렝에서는 야외에서 잠을 자는 행위 자체가 중죄예요. 경관에게 들키면 당장 도시 밖으로 쫓겨날 거라구요!”
이건 다소 당혹스러운 이야기였다.
노숙은 금지면서 숙소는 30크로바나 한다. 그 돈이 아까워서 밖에서 자려고 하면 노숙죄로 바로 도시에서 쫓겨난다니.
시몬이 얼른 앞으로 뛰어나와 말했다.
“죄송하지만 부인, 혹시 근처에 저렴한 잠자리가 있을까요? 다른 조건은 상관없으니 가장 저렴한 곳으로요.”
그 말을 들은 중년 여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나는 곳이 있긴 한데…… 거긴 너무 최악인데요. 아마 말해줘도 싫어할 거예요.”
시몬과 레테가 합창하듯 말했다.
“괜찮습니다!”
* * *
왜 그곳이 ‘최악’인지, 두 사람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웅성 웅성 웅성 웅성!
수많은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깨끗하고 반듯했던 다르블렝의 거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후줄근한 차림의 사람들이 가득했다.
기름때 낀 옷에 땀으로 절어 비틀거리는 남자들, 진한 화장과 분 냄새를 풍기며 짧은 옷차림으로 지나가는 여자들, 그 밖에 차마 말로 묘사하지 못할 온갖 인간군상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시몬과 레테도 좁은 통로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들어가야 했다.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두 손을 꽉 잡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통로를 지나 내부에 펼쳐진 광경에 시몬과 레테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지금…….”
레테가 어깨를 떨었다.
“저기서 자라는 건 아니겠죠?”
이곳은 오래된 예배당 같은 시설이었다. 건물 기둥이나 말뚝 곳곳에 밧줄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밧줄에 사람들이 빨랫감처럼 기대어 자고 있었다.
바닥에 똑바로 눕는 게 아니라서 잠자리가 상당히 불편해 보였지만, 술에 취했거나 과한 노동으로 지쳐서 그런지 세상모르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뒤에서 뒤통수를 때려도 깨지 않을 것 같았다.
“비켜!”
“옆으로 조금만 가!”
이런 곳에서도 경쟁은 있었다. 조금이라도 튼튼하고 뻣뻣한 밧줄을 차지하려고 싸우는 사람들, 이미 밧줄에 기대어 자는 사람들을 옆으로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들까지.
고성방가와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이건 인권에 대한 모욕임다.”
레테가 질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시몬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빨래처럼 널려 있는 모습은 충격적이면서도 다소 지독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냥 바닥에서 자면 안 되는 건가요?”
시몬의 물음에, 돈을 수거하던 시설 직원 중 한 사람이 손사래를 쳤다.
“큰일 날 소리, 다르블렝에서 지면에 붙어 자면 병에 걸려.”
“병이요?”
“그래, 피부가 떨어져 나가고 몸이 녹아내리지. 나도 못 배운 놈이라 자세한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지면에 끔찍하게 몸에 나쁜 성분이 흘러서 그렇다더군. 그래서 이 도시에는 사람이 주거하는 곳은 2층부터고, 바닥과 떨어질수록 숙박비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그렇게 말한 그가 두 사람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기본금은 5크로바야. 6시간 동안 잘 수 있고 한 시간 더 잘 때마다 1크로바씩 요금이 추가돼.”
저렇게 인간임을 포기하고 빨래처럼 기대어 자는 것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시몬과 레테가 망설이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의 다소 말끔한 모습을 본 직원이 한쪽을 가리켰다.
“정 찜찜하면 3크로바를 더 내고 제대로 누워 잘 수도 있어.”
그가 가리킨 곳에는 ‘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이 관에 들어가 눕고, 직원들이 관 뚜껑을 덮어주었다.
바닥에 붙어 자면 좋지 않다는 이유 때문인지, 관 밑에 금속 기둥이 달려 있어 약간 지면에 떠 있는 상태였다.
“이건 인권을 넘어서 신성모독임다!”
레테가 소리를 높였다.
여신을 섬기는 데바교의 신도더러 죽은 사람이 쉬어야 할 관짝에서 자라니! 신성연방의 프리스트 입장엔 정말로 망자만도 못 한 처사였다.
그 말을 들은 직원이 헹 하고 코웃음을 쳤다.
“나야 댁들이 어디서 자든 상관없지만, 이제 곧 밖에 경관들이 돌아다닐걸? 추위에 떨면서 떠돌아다니면 100% 노숙자로 의심받고 도시에서 쫓겨나겠지.”
“…….”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곳 다르블랭에서 ‘가장 싼 값’에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장소는 여기란 거야.”
레테의 갈등이 깊어 보였다.
그녀는 두 손을 꼭 모은 채 밧줄에 빨래처럼 기댄 사람들을 보다가, 관에 들어가 자는 사람들을 보았다.
결국 그녀가 고개를 떨구며 돈을 꺼내 내밀었다.
“그럼 저쪽 관으로 부탁드립…….”
덥석.
그때 시몬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레테가 동그래진 눈으로 시몬을 바라보았고 시몬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
“다른 곳을 찾아보자.”
아무리 임무가 중요해도 에프넬의 성녀를 관에서 자게 할 수는 없었다.
아니, 그 전에 레테를 저런 곳에서 재우고 싶지 않았다.
* * *
시몬과 레테는 다시 거리를 돌아다녔다.
날씨는 추웠고, 옷깃을 여미며 가장 저렴한 숙소를 찾아다녔다.
‘이런 경험도 경험이겠지.’
시몬이나 레테나 자신이 살던 곳에서는 이제 충분한 대우를 받을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는 아무 가진 것도 없이 낯선 곳에 막 내던져진 날것의 느낌. 시몬은 가출을 시도해 본 적 없지만, 가출해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느끼는 막막함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오로지 서로에게만 의지할 수 있었다. 옆에는 레테가 미안함 반 걱정스러움 반의 얼굴로 시몬을 보고 있었다.
시몬은 괜찮을 거라며 미소 지었다.
결국 예약이 비어 있던 20크로바짜리 숙소를 찾아냈다. 가장 저렴한 2층이었고, 침대 하나에 화장실 하나가 전부인 좁고 낡은 방이었지만 이 정도가 어디인가.
시몬은 ‘방’에서 잘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거기에 여관주인이 두 사람을 보고 타지로 간 자식들이 생각난다며 아침 주방 일을 조금 돕는 조건으로 2크로바 깎아주기로 했다.
“하아아-”
잠옷으로 갈아입은 레테가 침대에 몸을 던지며 한숨을 쉬었다. 시몬이 씩 웃으며 말했다.
“어때?”
“쿰쿰한 냄새가 나는 이불이지만, 아까 본 꼴을 생각하면 낙원보다 좋슴다.”
“다행이네!”
소리 내어 웃은 시몬도 바닥에 얇은 담요를 깔고 누웠다. 레테가 옆으로 샥 몸을 돌리며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올라와요. 바닥에서 자면 안 좋다는 말 들었잖슴까.”
“2층이니까 괜찮아.”
“침대에서 자도 된다니까 고집은.”
레테가 그렇게 말하며 이불을 들어서 얼굴을 슥 가리고 말똥한 눈만 내민 채 말했다.
“고마워요.”
“응?”
“관에서 자려는 거 막아줬잖슴까. 좋은 숙소도 결국 찾아내 줬고.”
옆에 쥐 한 마리가 후다닥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시몬과 레테는 못 들은 척했다.
“고맙다는 인사는 내가 해야지. 결국 네 돈으로 여기서 자는 거잖아. 네가 시간도 내줘서 이렇게 성자가 되려는 내 일을 도와주는 거고.”
“면목 없슴다.”
레테가 눈을 감았다.
“당신이 이쪽으로 넘어오면 제가 책임지고 편하게 지내게 해주고 싶었는데. 설마 돈이 문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하하! 아냐 아냐, 나는 이런 종류의 고생도 꼭 해봐야 하는 경험이라고 생각해.”
시몬이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말했다.
“돈을 벌자.”
“?”
“성녀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이곳에서 우리 생활 기반부터 안정화시키는 게 급선무야. 이대로는 돈이 다 떨어져서 다르블렝에서 쫓겨나거나 밧줄에 매달려 자야 할 테니까.”
레테도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떻게 돈을 벌죠?”
“글쎄, 뭐라도 일용직 같은 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 레테가 눈을 반짝였다.
“좋은 생각이 났슴다!”
* * *
다음 날 아침.
시몬과 레테는 숙소에서 주방 일을 도운 뒤, 밖으로 나섰다.
밤의 그 우중충한 느낌은 사라지고, 아침 햇살 아래의 다르블렝은 생동감으로 가득 찼다. 거리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차도로는 1인승 네옴 자동차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가는 사람들, 공원에서 산책하며 수다를 떠는 젊은 엄마들.
밤과는 완전히 다른, 활력 넘치는 도시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쪽지에 적힌 빈트로드 탐정 사무실을 찾았다.
“……그래서 여기 온 거군.”
빈트로드 탐정이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보다 아까 한 말, 진심인가?”
레테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원해 주시면 10배로 갚아드리겠슴다!”
지금까지 농담으로 툭툭 던지던 이야기를 현실로 만드는 일.
레테는 탐정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