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3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35화(1335/134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35화
한 시간 전.
시몬과 레테는 빈트로드의 탐정 사무실에 방문했다.
그의 사무실은 고층 건물 최상층에 위치해 있었다. 다르블렝에서는 지면과 멀리 떨어진 층일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최상층 3개 층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빈트로드의 명성과 부를 단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대낮부터 그와의 면담을 위해 사무실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까지.
“제가 말했죠? 시몬.”
레테가 으스대며 말했다.
“탐정 일은 돈이 될 거라구요.”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암흑연합의 정보길드에 익숙해져 있는 시몬은 결국 탐정이라고 해도 사설탐정 정도의 역할에서 조금 더 나아간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 다르블렝에서 탐정의 역할과 영향력은 한 차원 달랐다.
“한번 생각해 보십쇼.”
레테가 제 머리를 가리켰다.
“빈트로드 탐정님 정도가 명탐정의 반열에 올랐다면, 우리라면 명탐정을 넘어 최고탐정 자리는 노려볼 수 있는 거 아니겠슴까! 덤으로 성녀님도 찾고요.”
“하하, 말처럼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다 보니, 앞선 손님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시몬과 레테의 차례가 되었다.
사무실에서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던 빈트로드가 반갑게 두 사람을 맞이했다.
“어이쿠, 이게 누구야! 자네들 왔구만!”
“라우스. 빈트로드 탐정님.”
레테가 그가 남긴 쪽지를 꺼내 보였다.
“말씀해 주신 대로 도움이 필요해서 왔슴다.”
그리고 그녀는 ‘탐정 사무실’을 차릴 테니 가불을 부탁드린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래서 여기 온 거군. 진심인가?”
레테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원해 주시면 10배로 갚아드리겠슴다!”
“흐으으음.”
빈트로드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콧수염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다르블렝에서 탐정의 이름값은 꽤 높다네. 이 도시는 대륙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종류의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경관이나 공무원이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없으니 탐정이 성행하게 된 걸세. 명성이 높은 탐정들은 공무 자격과 더불어 합법적인 수사 권한까지 보유하고 있지.”
바로 나 같은 사람 말일세. 라고 덧붙이며 빈트로드가 턱을 치켜세웠다.
레테가 짝짝하고 싱거운 박수를 보냈다.
“신성열차에서 보여준 자네들의 추리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네만, 그와 별개로 탐정도 명성이나 이름값이 중요해. 처음 시작하면 시행착오가 많을 걸세.”
“네, 각오하고 있습니다.”
시몬이 힘주어 말했다.
사실 ‘탐정 사무소’를 차리자는 레테의 돌발 제안을 듣고, 정말로 돈을 벌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제안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이유는 바로 정보 때문이었다.
탐정 일을 하면 온갖 정보가 들어온다.
생활에 필요한 돈벌이와, 원래 목적인 성녀 수색을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매력. 이 도시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될 것이고, 일이 잘 풀린다면 빈트로드가 말한 그 ‘탐정 총소집’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르블렝의 대단한 탐정들이 전부 모인다면 틀림없이 실종된 성녀에 대한 정보와 실마리가 가득할 테니까. 시몬은 초대를 받지 못하면 잠입을 해서라도 갈 생각이었다.
시몬의 진지한 눈을 본 빈트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탐정이 되려면 자격이 필요하네만, 그 부분은 내가 임의로 손을 써주겠네. 비어 있는 내 조수 신분을 활용하면 되겠지.”
그가 서류를 펼치고 깃펜을 들어 올렸다.
“다만! 자금을 빌려주는 건 탐정 사무소의 초기 개업 비용뿐. 사무소의 다음 달 유지비부터는 자네들이 해결해야 할 걸세.”
“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시몬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빈트로드 탐정이 척 하고 손끝을 세워 황금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카드 중앙에는 반짝이는 네옴 보석이 박혀 있었다.
“네옴 아티팩트가 발달한 다르블렝에서는 카드로 대금을 결제할 수 있지.”
“감사함다!”
레테가 얼른 앞으로 뛰어와 애교스럽게 두 손을 모았다. 빈트로드가 카드를 그녀의 손바닥에 건네는 척하다가 다시금 샥 하고 높게 들어 올렸다.
“대신 신성열차 사건은 나 혼자 해결한 것으로 하고,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실어도 되겠지?”
여전히 손바닥을 내민 레테가 예쁘게 웃는 얼굴로 맞받아쳤다.
“저희 둘 이름을 조수로 싣는 선에서 허용해 드리겠슴다.”
“흐흠!”
잠시 고민하던 빈트로드는 결국 헛기침을 하며 카드를 레테에게 건넸다.
‘나이스, 레테.’
빈트로드 탐정도 오랜만에 사무소에 복귀했으니, 자신이 돌아왔음을 대대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신성열차 사건은 그 니즈에 딱 맞아떨어지는 홍보 거리.
물론 신문에 시몬과 레테의 이름이 조수로서 함께 실린다면 이쪽도 윈윈이었다.
‘빈트로드의 조수들이 독립해서 탐정 사무소를 개업하다. 그림이 나쁘지 않네.’
신입 시절에는 어떻게든 사람들 눈에 드는 게 중요하다. 우연한 계기로 얻은 인맥의 후광을 살리는 것도 능력. 시몬이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 사이 빈트로드가 손깍지를 꼈다.
“그리고 만에 하나 탐정 일을 하다가 실종된 성녀님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면 서로 공유하는 건 어떤가? 자네들이 정보를 주는 만큼, 내가 얻은 정보도 알려주겠네!”
이번에는 같은 직종인 탐정으로서의 협력 제안.
실종된 성녀를 찾는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그녀를 찾아내야 한다는 목적은 같았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시몬과 레테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 * *
그렇게 시몬과 레테는 사무실을 차릴 장소를 찾으러 돌아다녔다.
빈트로드가 내준 카드에도 한도는 있었고, 그의 사무실이 위치한 중심지는 워낙 고가라서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대신 다르블렝의 외곽 지역에 허름한 방 하나를 임대할 수 있었다.
“비록 1층이지만 이게 어딤까.”
레테가 싱글싱글 웃으며 식사 대용으로 산 샌드위치를 냠 하고 베어 물었다. 시몬은 벌써 다 먹은 샌드위치 종이를 곱게 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달 임대료 300크로바, 운이 좋았지.”
그렇게 말한 시몬이 아득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이 돈이면 암흑연합의 시골에서 집 한 채도 사겠네. 정말 말도 안 되게 비싸.’
네옴의 성질 때문에 확장이 되지 않는 다르블렝의 도시 구조상, 집값 하나는 살인적이었다. 한 달 임대료가 1,000크로바에서 2,000크로바 하는 곳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그리고 이 자리, 우리가 들어오기 전에도 탐정 사무소였다고 함다. 덕분에 가구도 그대로 있어서 돈을 아꼈네요.”
“응.”
고개를 끄덕인 시몬이 쓰게 웃었다.
“사실 동종업계가 망한 자리에서 같은 업종을 시작하는 건 피하고 싶었지만 말야.”
“에이! 그것도 배부른 소리임다! 우리가 더 잘하면 되죠!”
삐익. 삑. 삐익-
마침 사무실 밖에서는 유리 기술자가 사무실 유리에 하얀 고체펜 같은 것으로 글씨를 쓰고 있었다.
유리창에 ‘바르토 탐정 사무소’라고 적힌 하얀 글자에서 ‘바르토’라는 단어만 칼로 살살 긁어서 지우고, 그 자리에 시온 & 레나라고 썼다.
거기에 레테의 의견으로, 아래에 ‘빈트로드 탐정의 조수 출신’이라는 문구도 추가하기로 했다. 기술자는 다르블렝에서는 심플함이 미덕이라고 말렸지만 레테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그렇게 유리 기술자가 떠나고, 첫 사무실이 완성되었다.
“후후! 이걸로 당분간 집세도 세이프임다.”
아록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두 사람은 그물침대를 만들어 사무실에 매달려 자기로 했다.
드디어 이 낯선 타지에 둘만의 공간이 생겼다. 레테는 뿌듯한 얼굴로 좁은 사무실을 기웃기웃 돌아다니다가, 이내 테이블에 앉아서 파이프 담배를 물고 탐정인 척 폼을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시몬이 웃음을 터뜨렸다.
“기분 좋아 보이네, 레테.”
“불과 어제 빨랫줄에 매달리거나 관 안에서 잘 뻔했잖슴까. 이 정도면 엄청난 발전이죠.”
그녀가 시몬을 돌아보며 활짝 웃었다.
“보란 듯이 성공해 봐요. 우리.”
그 말에 시몬이 흠칫하며 뺨이 상기되었다. 레테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아하하! 아, 아무것도 아냐.”
“참!”
그녀가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야 할 곳이 하나 더 있슴다.”
“응?”
* * *
레테가 시몬을 데리고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양장점이었다.
-누가 우리처럼 입은 사람을 보고 탐정 의뢰를 맡기겠슴까.
그녀는 다르블렝 사람들처럼 차려입어야 탐정으로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실제로 시몬도 신성열차에서 처음 빈트로드 탐정을 만났을 때, 그가 풍기는 분위기에서 신뢰감과 카리스마를 느꼈다. 그 일로 차림새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동의했다.
돈이 다소 걱정이었지만 그녀는 이것도 ‘탐정 사무소 개업 비용’이라며 빈트로드의 카드로 긁을 작정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근처에 규모가 크고 괜찮은 양장점에 들어갔다.
레테가 가격대는 상관없으니 무조건 ‘탐정 같아 보이는 복장’으로 추천해 달라고 말했고, 양장점 주인은 제안이 명쾌해서 좋다며 숙련된 솜씨로 두 사람의 사이즈를 재고는 옷장으로 달려 나갔다.
“신사분은 이거 입고 나오세요!”
체크무늬 셔츠와 바지, 프렌치 코트를 시몬의 품에 퍽 소리가 나게 안긴 양장점 주인이 명령조로 소리쳤다.
그녀는 오랜만에 온 비율 좋은 손님들을 보고 프로의식이 강렬하게 불타고 있었기에, 시몬은 군말 없이 피팅실로 들어갔다.
‘음, 무늬가 조금 부담스럽네.’
깔끔 단정한 차림을 선호하는 시몬에게는 다소 화려했지만, 그래도 여기 온 목표는 탐정처럼 보이는 것. 확실히 그 점에 부합하는 복장이긴 했다.
갈색 바지에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착용한 다음, 깔끔하게 떨어지는 프렌치 코트를 둘렀다. 몸이 끼거나 불편한 곳이 없는지 확인한 뒤 흑색 헌팅캡 모자를 쓰고 구두도 발에 쏙 넣었다.
시크한 새 정장 냄새가 물씬 난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시몬은 피팅실 밖으로 나와 유리거울을 바라보았다.
‘와…….’
그동안 키젠 교복이나, 룬 리그 정복, 3군단의 제복 등 여러 옷을 입어봤지만 이렇게 자신이 새롭게 보이는 옷은 처음이었다.
맞춤 정장에 탐정 모자, 잘 빠진 현대식 지팡이를 짚은 채 서 있으니 이야기 속의 젊은 신사 그 자체였다. 체크무늬도 다른 옷과 매치되니 매력적이었다.
‘마음에 들어.’
어제 밑바닥 생활을 경험한 뒤라 그런지 더더욱 마음이 동했다. 산골 마을 레스힐에서 나와 처음으로 키젠 교복을 입었을 때의 바로 그 감동.
마음만으로는 벌써 탐정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시몬은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아깝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나아! 데바 여신이시여 세상에나!”
레테에게 입힐 새옷을 무더기로 들고 달려가던 양장점 주인이 그대로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탄성을 터뜨리며 시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어쩜 이렇게 근사하실까! 어머님께서 아드님을 훤칠하게 잘 키우셨네요!”
“감사합니다.”
시몬이 코트를 가다듬으며 옷매무새를 살피고 있는데, 옆에 피팅실 커튼이 스르륵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시몬은 그대로 몸과 사고가 정지하는 것을 느꼈다.
커튼 뒤로 머리를 뒤로 단정히 묶은 하얀 머리카락의 레테가 조명을 받은 듯 반짝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단정한 갈색 조끼가 그녀의 어깨선을 감싸고, 머리카락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은빛 단추가 소매 끝에서 은은히 빛났다.
조끼 안에 받쳐 입은 흰 셔츠는 지적인 느낌을 풍겼고, 그 아래로 언더바스트 밴드가 자연스럽게 허리 라인을 잡아주었다. 바지는 하반신을 타고 다리를 부드럽게 감싸며 신사적이면서도 여성의 선이 은은하게 드러나도록 했다.
마무리는 헌팅캡과 롱부츠였다.
“이거 바지가 너무 꽉 끼는 거 아니에요?”
“어머나, 지금이 딱 좋아요 아가씨! 한 치수 더 늘리시면 허리가 많이 남을 거예요.”
“그런가?”
레테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한 차례 살피며 옆머리를 다듬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시몬을 향해 생긋 웃어 보였다.
“어떻슴까? 이제 좀 탐정 같아 보여요?”
“…….”
“시온?”
뒤늦게 넋을 놓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몬이 벌게진 얼굴로 퍼뜩 정신을 차리며 답했다.
“아, 응!”
“또 뭔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검까! 돈 걱정은 나중에 하라니까.”
레테가 토라진 표정으로 말했지만, 옆의 양장점 주인은 다 안다는 듯 으흠~ 하고 웃으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귀여운 파트너분이시네요!”
“그냥 하인임다.”
* * *
이제 탐정다운 옷까지 맞춰 입었다.
구두에 모자, 남성복 여성복 세트를 모두 합쳐서 가격은 80크로바.
살인적인 집값에 비하면 그나마 옷값은 합리적이었다. 그리고 양장점 주인의 말로는 옷이 비로소 주인을 찾았다며, 손해를 봐서라도 어떻게든 두 사람에게 입힌 채 내보내고 싶다며 20크로바나 깎아준 값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차림으로 정돈한 시몬과 레테가 사무실로 들어와 밤사이에 잠시 불을 밝히고 손님을 기다렸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에 손님은 오지 않았다.
“잘 자요.”
“응. 잘 자.”
두 사람이 결국 불을 끄고 벽과 벽 사이에 연결된 그물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투둑, 툭.
쏴아아아아아-
비가 억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밤거리의 다르블렝 경관들도 비를 피하러 황급히 주변 건물로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비가 쏟아지는 어둠에 잠긴 길목에서.
차박 차박.
발소리와 함께 맨발로 걸어가는 한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 동공이 천천히 움직이며 주변을 살폈다.
<시온&레나 탐정 사무소>
시선은 그 아래에 단정하게 적힌 글씨로 향했다.
<성녀에 대한 어떤 정보라도 받습니다.>
쏴아아아아아-
어둠 속의 동공이 가늘어지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차박 차박 발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완전히 사라져 자취를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