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4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40화(1340/134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40화
레테는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눈을 빛냈다.
‘이 도시에서 대체 뭘 만들고 있는 거야?’
잠시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가 목소리를 냈다.
“내 말을 알아듣는 거니?”
[네, 베론 사장. 지시를 내려주십시오.]방에서 지시를 내리는 인물을 일괄적으로 베론이라 인식하는 모양.
아무래도 저 베론이란 작자는 보안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인 것 같았다. 사장실이라 보안 기능을 귀찮다고 해제해 둔 것 같았다.
“마빈이라는 아이에 대한 정보를 전부 찾아줘.”
[검색 중.]네옴 기어가 작동하며 거친 기계음이 방 안에 울렸다. 레테는 팔짱을 낀 채 신기하다는 듯 화면을 바라보았다.
다르블렝이 신성연방 최고의 과학기술력을 가졌단 소린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네옴이라는 힘은 얼마나 발전했고, 그 영향력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 걸까.
[검색 완료. 마빈에 대한 정보를 제시합니다.]스크린에 마빈의 신상과 위치가 공개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슬래그본 길드가 원인의 발단이었다. 말단 조직원이 고아원에서 탈출해 혼자 걷고 있던 마빈을 납치해 왔고, 그가 어린 나이에 신성을 쓸 수 있는 걸 파악한 뒤 다른 업체에 비싼 돈을 받고 팔아넘긴 것.
그 업체의 이름은 필트넘 공장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이제 나가자.’
레테는 성큼성큼 건물 밖으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고 이내 뒤돌아섰다.
[데우스 인 마키나 온라인. 명령만 내려주십시오.]레테가 다시 돌아와 말했다.
“다음은 난류의 성녀에 대한 정보를 찾아줘.”
키이이이이이잉!
기계가 아까보다 더 큰 소음을 내며 작동을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기술력이 뛰어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화이트랜드 같은 다른 세계의 기술력에 비해서는 다소 고전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잠시 후.
[난류의 성녀에 대한 정보를 출력합니다.]엔진음이 멈추며 화면에 여러 자료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앞에 즉시 나타난 벌건 글씨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최고 기밀><최고 기밀><최고 기밀>
레테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뭐 하는 거야? 빨리 보여줘.”
[최고 기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증이 필요합니다. 비콘에 손을 올려주십시오.]반짝 반짝.
테이블에 설치된 한 납작한 기기가 여기에 손을 올리라는 듯 반짝이고 있었다. 레테는 별 고민 없이 기절한 베론의 손을 붙잡아 비콘 위에 올렸다.
<3급 보안권자 베론 확인. 최고 기밀을 열람합니다.>
그녀의 눈썹이 모였다.
‘베론이 3급밖에 안 돼?’
역시나 슬래그본 길드에서 제작한 장비는 아닌 모양이다. 곧 화면에 여러 정보가 떠오르자 레테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뉴 오더 – 1단계 실행안 : 성녀 완전 배제 계획>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계획의 세부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성녀 암살 시도>
<여론 조작>
<위장 증거물 제작>
“이게 다 뭐야?”
미친 짓이었다.
슬래그본 길드는 다르블렝을 지키는 성녀에 대한 온갖 모략과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이건 신성연방의 상식으로는 쿠데타나 다름없는 일이다.
더욱 무서운 점은, 범죄조직 슬래그본 길드 또한 일개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3급이라는 베론의 직위가 모든 걸 설명하고 있었다.
‘배후는 누굴까?’
이 도시에 언론과 재력을 움직일 수 있는 누군가가 있고, 그자가 성녀를 몰아내려 하고 있었다. 레테의 시선이 화면 아래로 내려갔다.
<뉴 오더>
“새로운 질서? 대체 무슨 소리를…….”
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뜨거운 열기가 방 안을 휩쓸었다.
레테가 고개를 들자 창밖이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층 전체가 맹렬한 불길에 휩싸였다.
* * *
같은 시각.
시몬은 여전히 뒷골목의 성녀 테레지아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로 난류의 성녀에 대해서였다.
“성녀님과는 에프넬 재학 시절부터 오랜 친구 사이였죠.”
테레지아가 차를 한잔 마시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제가 다르블렝에 온 것도 사실은 성녀님과의 인연 때문이었어요. 에프넬을 졸업하고 성녀님이 다르블렝에 가는 게 두렵다며, 제게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셨거든요.”
시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난류의 성녀님 자의로 다르블렝을 영지로 택한 게 아니었어요?”
그녀가 고개를 내저었다.
“자의라기보단 여러 상황이 맞아떨어진 거예요. 성녀님은 성녀로 선택받기 전에 로버트사의 막대한 장학금을 받고 생활해 왔어요. 그렇게 성녀가 된 뒤에, 다르블렝을 다스려 달라는 로버트사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겠죠. 사실 다르블렝 정도라면 어떤 성녀들도 영지로 마다하지 않을 곳이기도 하구요.”
테레지아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다르블렝에 오셨고, 정착 초기에는 모든 게 좋았어요. 다르블렝의 편리한 생활, 성숙하고 시민의식 넘치는 사람들, 성녀님은 자신의 영지를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셨어요. 하지만…….”
시몬은 테레지아의 표정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것을 보았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성녀님께서는 자신의 의무에 대해 고뇌하시는 것 같았어요.”
의무가 괴로움으로 변했다.
지켜야 할 사람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신뢰 또한 무너졌다.
그녀는 에프넬 동창인 테레지아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테레지아는 친구로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는,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녀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성녀를 그만둘 수 있다면, 그만두고 싶다고.”
“…….”
“어머, 초면에 너무 심각한 이야기를 했네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솔직하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몬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저희가 어떻게든 성녀님을 찾아내서…….”
그때 시몬의 품에 있던 통신 수정구가 진동하며 소리를 냈다. 레테와 연결된 수정구였다.
“아, 잠시 실례합니다.”
“네. 천천히 하세요.”
시몬이 의자에서 일어나 걸으며 통신 수정구를 작동시켰다.
-콰아아아아아앙!
-쿠구구구궁!
수정구를 작동시키자마자 온갖 폭음과 함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어지럽게 들렸다. 시몬이 다급히 외쳤다.
“무슨 일이야? 레테! 괜찮아? 지금 어디야!”
-저는 괜찮슴다.
콜록 콜록 기침을 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거친 숨소리가 섞여 있었다.
-의뢰를 해결하는 중에 습격을 받아서 빠져가는 중이에요. 그 미친 새끼들 진짜. 안에 있는 사람들은 생각 안 하고 건물째로 폭격을 날리다니.
“당장 갈게! 위치를 말해줘!”
-저 혼자 빠져나갈 수 있어요. 흔적 없이 나가야 하니 당신이 와도 방해가 될 뿐이에요.
“하지만……!”
-그보다 알아냈슴다. 마빈의 위치를.
레테는 마빈이 슬래그본 길드에 사로잡혔다가, 필트넘 공장이란 곳에 팔려갔다는 정보를 전했다.
“그건 알겠는데, 나는 임무보다 네 걱정이…….”
-제가 누군지 알죠?
레테의 단호한 목소리에 시몬도 꿀렁거리는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불안감이 서서히 내려앉고, 이내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믿을게.”
-마빈을 데려와 주세요. 그 뒤에 합류해서 다음 계획으로 같이 넘어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전혀 지쳐 있지 않았다. 어느새 작은 즐거움마저 실려 있었다.
-이번 다르블렝 임무, 파헤칠 재미가 있을 것 같슴다. 자세한 건 나중에 만나서 말해줄게요.
“그래, 무사히 돌아와.”
그것으로 연락이 끊겼다.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테레지아 자매님!”
“아, 네. 무슨 일이신가요?”
시몬이 성큼성큼 다가와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번 일이 해결되면, 한 가지 협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네?”
“마빈의 미래에 관련된 일입니다.”
이야기를 듣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움에 빠진 아이가 제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무엇이든지요.”
* * *
시몬은 즉시 레테가 말해준 장소로 곧바로 이동했다.
다르블렝의 발전된 모습은 누구나 감탄할 만했으나, 지금 시몬이 가려는 곳은 그런 모습과는 대비되는 장소였다.
‘여기구나.’
도시 한복판에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다.
겉보기에는 다른 다르블렝의 시설처럼 깔끔했지만, 그 계단을 내려가 지하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차림새는 유독 남루했다.
시몬도 숨을 고른 뒤 지하 계단으로 내려갔다.
‘아.’
가로등의 도시라고도 불리며 거리 곳곳이 환하게 밝혀진 다르블렝이었으나, 이곳은 예외였다.
천장에 매달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조명 아래로 수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오가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사람들은 눈에 의욕이라곤 없었고,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들은 과도한 노동의 흔적이 몸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머리가 흙탕물에 젖어 있었고, 옷도 잔뜩 더러워진 상태였다.
이내 시몬도 군중 속으로 스며들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와……!’
모든 계단을 내려오니 과학과 신앙의 도시 다르블렝이 숨기고 싶어 하는 일면.
바로 거대한 지하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넓네!’
다르블렝만 한 규모의 도시가 지하에도 하나 들어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 지하 상층부는 위쪽 도시와 가장 가까운 곳인 만큼 비교적 깔끔했다. 여러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었고,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상점들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제각기 자신의 일터로 이동하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곳곳에 펼쳐져 있는 파이프로부터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네옴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보통 이런 지하는 지하 탄광이 있게 마련인데, 곡괭이가 깡깡 하는 소리는 전혀 울려 퍼지지 않았다. 부글부글 물 끓는 소리, 연기 소리만 가득했다.
시몬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곳의 천장은 곧 다르블렝의 바닥이기도 했다. 지하세계에서 올라온 탁한 공기와 연기들이 천장에 스며드는 모습이 보였다.
‘저래서 사람들이 바닥이나 1층에서 자면 병에 걸린다는 거구나.’
시몬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오늘도 잔업이야?”
“먹고살아야지.”
길거리를 정신없이 오가는 사람들, 그 옆의 뒤쪽 벽면에는 사창가가 있는 듯 빨간 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여성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약에 취한 사람들의 괴성과 고성방가가 들리고 있다. 다르블렝의 어두운 단면이었다.
‘음.’
길을 따라 걷던 시몬의 시선이 이번엔 아래로 향했다.
바닥 곳곳의 배출구에서 네옴의 잔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질이 낮긴 하지만 이 또한 전부 신성이긴 했다.
‘레테가 그랬지. 신성을 흡수시킬 수만 있다면 어떤 상태의 에너지도 상관없다고.’
시몬은 조용히 신성 아공간을 작동시키고 저번에 아록에서 얻은 신수의 알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배출구에 내려놓았다.
샤아아아아-
그러나 에너지가 알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신성만 쏙 뽑아먹고, 해로운 성질은 그대로 정화해 증발시키는 모습. 시몬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된다!’
근래 신수의 알은 시몬의 신성을 빨아들였는데, 가끔 시몬이 힘에 부쳐서 사무실 네옴 아티팩트를 꽂는 자리에 두었다니 네옴을 대신 흡수했다.
그러다 하루 네옴 사용량이 너무 많이 나와 차단기가 떨어졌다며 집주인에게 한 소리 듣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곳은 가히 무한 신성 공급 장소. 알은 지하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네옴도 정화해서 잘 빨아들이고 있었다.
‘여기 자주 와야겠는걸.’
신수의 알은 마치 기분이 좋은 것처럼 흔들거렸다. 시몬이 흡족하게 지켜보고 있는 그때.
후우우우웅-!
어디선가 부는 바람과 함께, 시몬은 강렬한 기운을 느꼈다.
몸을 한 차례 파르르 떤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익숙한 감각,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성녀의 정수!’
난류의 성녀가, 지금 이 지하도시 어딘가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