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4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43화(1342/134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43화
“탐정님들께 라벨라의 악행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의뢰한 건 바로 저, 테레지아입니다.”
그 말을 들은 라벨라가 격양된 표정으로 이를 빠드득 갈았다.
“뒷골목의 성녀……!”
“여기 있는 마빈과는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테레지아가 마빈의 머리를 한 차례 쓰다듬은 뒤 다시 라벨라를 노려보았다.
“저는 한때 고아들을 돌보는 당신을 존경했지만, 지금은 거대한 배신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왜 진작에 당신을 의심하지 않았을까요?”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지 마세요!”
라벨라가 으르렁거렸고, 테레지아가 태연히 미소 지었다.
“라벨라. 방금 여신께 맹세코 몰랐다고 했죠? 저 또한 여신 앞에서 저의 신성을 걸고 맹세합니다.”
“!”
“라벨라의 악행은 진실이며 그녀는 여신의 천벌을 받아야만 해요. 라벨라를 고아원장 직에서 박탈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다르블렝시에 고발하겠습니다.”
뒷골목의 성녀의 신성 맹세에 연회장이 폭발적으로 들끓었다.
탐정들은 자기들끼리 상황을 정리하며 단서의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고, 연회장에 나온 기자들은 의도치 않은 특종에 눈을 빛내며 수첩에 내용을 적어 내려갔다.
“아직 놀라긴 이릅니다.”
저벅 저벅.
다시금 대중들 앞에 선 시몬이 복사본 파일을 들어 올렸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지금부터니까요. 이건 다르블렝 복지부에 요청한 자료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파르노 고아원은 고아들이 새 부모를 찾을 때까지 돌봐주고 키워주는 곳입니다. 하지만-”
시몬이 서류를 넘기며 인상을 썼다.
“올해 파르노 고아원에서 진행된 200건의 입양 중, 다르블렝의 부모가 아이를 데려간 경우는 4건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196건은 모두 도시 밖 외부의 부모들이 데려간 케이스죠. 그리고 이 외부 입양 부모들의 명단을 살펴보니-”
시몬은 냉랭한 시선으로 서류를 들어 올렸다.
“이름이 중복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1년에 아이를 5명이나 입양한 부부도 있었죠.”
“아……!”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 지난 10년간의 기록도 꼼꼼히 살펴보고, 신성연방의 다른 기관과 공조하여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시몬이 팔을 펼쳤다.
“입양 부모의 90% 이상이 익명, 가짜 신분, 혹은 범죄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죄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신매매, 노예거래, 성매매.”
“그럴 수가!”
탐정 한 명이 다급히 뛰쳐나와 ‘내가 좀 보겠소!’ 하고 말했고, 시몬은 순순히 자료를 넘겨주었다.
자료를 보던 탐정이 자료가 사실이란 걸 확인하고는 한탄하고, 주위의 사람들도 몰려와 내용을 살폈다.
그러는 사이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다르블렝 전체를 기만하며 막대한 후원금을 제공받아 고아들을 키우던 파르노 고아원장의 정체는 사실, 도시의 아이들을 외부로 팔아넘기는 잔혹한 인신매매범이었습니다!”
연회장의 분위기가 폭발하듯 들끓어 올랐다. 사람들이 격앙된 목소리로 비난을 쏟아냈다.
“찢어 죽일 여자 같으니!”
심지어 이번 세례일 파티의 주인공인 백발이 무성한 올레스티아 부인마저 이야기를 듣다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열을 올렸다.
“저런 사악한 마귀가 내 세례일 연회에 참석해?”
“지, 진정하세요! 너무 흥분하시면 혈압이……!”
연회장의 분위기가 점점 더 험악해져 갔다.
하아.
그때 라벨라가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차갑게 내려앉은 눈빛으로 한마디 했다.
“쏴.”
일순 연회장 뒤편에서 섬광이 한차례 번쩍였다.
이어서 맹렬한 발포음과 함께 커다란 네옴탄이 날아들었다.
그 탄두는 테레지아를 노리고 있었다. 움직임이 굳어 있는 그녀를 향해 시몬과 레테가 재빨리 그녀의 좌우에서 뛰어나오며 방어마법진을 펼쳤다.
콰콰콱!
두 사람이 네옴탄을 막아내며 한 차례 주르륵 길게 밀려났다. 바로 그사이 라벨라가 달려들어 마빈을 낚아채 허리에 끼고 달리기 시작했다.
“시, 시온 형! 레나 누나!”
마빈이 소리쳤다.
철컥!
쿵!
이내 도망치는 라벨라를 호위하듯 나타난 턱시도 차림의 남자들이, 네옴 테크 무기인 네옴 블래스터를 짊어진 채 총구를 연회객 방향으로 겨누었다.
호텔 직원으로 위장한 무장 괴한들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악!
무기를 든 괴한들의 등장에 연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마빈을 끼고 달리던 라벨라가 쯧 하고 혀를 찼다.
“조직의 철수 기한이 조금 빨라졌지만 어쩔 수 없지.”
이내 그녀의 서늘한 눈동자가 마빈에게 향했다.
“마빈! 네가 신성뿐만 아니라 ‘이능’을 깨우쳤다는 건 알고 있어.”
“!”
“도망쳤다고 생각했지? 너는 절대 우리 손아귀에서 못 벗어나!”
이내 턱시도를 입은 괴한들이 사방으로 네옴탄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테이블이 엎어지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자세를 낮추고 도망치기 바빴다.
바로 그 혼란스러운 아수라장 속에서.
척. 척.
시몬과 레테가 걸어 나왔다.
펄럭!
시몬이 턱시도 재킷을 멋들어지게 벗어젖히며 넥타이를 고쳐 맸고.
촤륵.
레테는 흘러내린 머리를 한 차례 더 단단히 묶었다.
“고아원이 암흑의 비즈니스 업체였다는 건 알아냈지만, 이렇게까지 막 나갈 줄은 몰랐슴다.”
“나도 그래.”
시몬이 아공간에서 하양이와 까망이를 꺼내 차크람 형태로 손에 쥐었다.
“내가 마빈을 구할게.”
레테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받았다.
“제가 저 덩치들을 쓰러뜨리겠슴다.”
철컥!
척!
남자들이 네옴 블래스터를 시몬과 레테에게 집중적으로 겨누더니 일제히 발사했다. 레테가 앞으로 뛰어나갔고 시몬은 벽면을 따라 우회해서 달렸다.
“하압!”
퍼엉!
그녀의 주먹에 신성이 담기더니 대형 네옴탄을 주먹으로 연달아 쳐냈다.
펑! 펑! 퍼엉!
네옴탄을 쳐낼 때마다 공중으로 불꽃이 튀었다. 맨손으로 탄환을 자유자재로 튕겨내는 불가사의한 모습에 괴한들이 흠칫했다.
휘청!
그런데 주먹을 내지르던 레테가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앞으로 헛걸음질 쳤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네옴탄 하나가 날아가 기둥에 부딪히며 폭발했다.
사람들의 비명이 어지럽게 울려 퍼졌다.
“……괜히 빡세게 꾸몄나? 옷이 방해네.”
레테가 예쁘지만 치렁치렁한 드레스 자락을 바라보았다. 이거 빌린 옷인데- 하는 순간적인 고민이 스쳐 지나갔지만, 고민은 찰나일 뿐. 그녀가 앞부분의 드레스 자락을 붙잡고.
촤악!
그대로 양손으로 찢어버렸다. 걸레짝이 된 드레스가 좌우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하얀 허벅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흡!”
테이블 밑에 머리를 감싸고 숨어 있던 남자가 얼굴을 붉히며 헛숨 삼키는 소리를 냈다. 레테가 시크한 표정으로 굽 높은 구두를 휙 벗어 그의 이마에 맞혔다.
텁.
다리가 자유로워졌다. 맨발로 바닥을 디딘 그녀가 자세를 낮추며 비로소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 한번 그녀를 노리고 사방에서 네옴탄이 날아들었지만.
터어어어엉!
그녀의 몸이 잔상과 함께 쏘아져 나가고, 순식간에 무장한 괴한의 후위로 파고들었다.
당황한 괴한이 블래스터를 해머처럼 휘둘렀으나, 한층 더 몸을 낮춰 피한 레테가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뿌드득!
뭔가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괴한이 무릎을 꿇었고, 레테가 주먹으로 턱을 쳐 올려서 그를 천장에 꽂아버렸다.
쿠쿵!
괴한은 천장에 박힌 채 몸이 축 늘어졌다.
“뭐 하심까.”
당황한 괴한들을 바라보며 그녀가 손바닥을 휙휙 움직였다.
“들어와요.”
“이익!”
괴한들이 분노하며 탄환을 전부 소모할 기세로 네옴탄을 쏘아 보냈다. 레테가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며 손바닥을 휘둘렀다.
터엉! 텅!
아까와는 달랐다. 그녀가 손바닥으로 네옴볼을 철썩 때려서 밀어내자, 네옴볼의 방향의 크게 틀어져 다른 아군에 부딪혀 폭발하기도 했고 다른 방향에서 날아온 네옴볼에 부딪혀 상쇄되기도 했다.
그녀가 손을 휘두르는 족족 아군만 도탄 피해를 입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크후웁!”
결국 가까이 있던 괴한이 사격을 중지하고 네옴 블래스터의 몸체에 칼날을 일으켜 레테에게 휘둘렀다.
쩌어어억!
레테는 피하지 않고 그저 정권을 내질렀다. 그녀의 주먹에 맞은 블래스터가 찌부러지더니, 이내 와작! 소리와 함께 두 동강 나버렸다. 얇은 전선 다발이 늘어진 내부 구조가 훤히 드러났다.
“이, 이런 괴물이……!”
당황하는 그의 명치에 레테의 주먹이 꽂혔다. 그녀가 귀밑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런 고철에 의지하니까, 그것밖에 못 하는 검다.”
* * *
파밧!
레테가 전면에서 적의 주의를 끌며 싸우는 사이, 시몬은 벽면을 따라 우회하며 라벨라를 쫓고 있었다.
라벨라는 마빈을 안은 채 정신없이 건물 밖의 야경이 보이는 유리창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무슨 속셈이지?’
시몬이 차크람을 휘둘러 달려드는 괴한을 베어내며 눈매를 좁혔다.
째애애앵!
바로 그때, 갑자기 유리창들이 산산조각 나며 건물 밖으로 하늘을 나는 비공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기는 소형 비공정이었고, 네옴을 기반으로 움직이는지 몸체 곳곳에 녹황색 빛이 가득했다.
“왔구나! 저 지긋지긋한 탐정 놈을 쏴버려!”
두두두두두두두!
라벨라의 외침과 함께 창가에서 네옴 탄환들이 쏟아졌다. 시몬이 두 차크람을 힘주어 고쳐 잡고 날아오는 탄환을 향해 휘둘렀다.
태대대대대대댕!
잔상이 일어나듯 현란한 움직임으로 탄환을 베고 받아내는 모습에, 멀리서 지켜보던 모두가 입을 떡 벌렸다.
옷 곳곳에 탄이 스쳐 지나간 흔적이 남았지만 시몬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차크람을 휘둘러 댔다.
결국 비공정의 탄약이 떨어졌는지 발포가 잠시 멈췄고, 시몬이 그 틈을 타 차크람 형태의 까망이를 던졌다.
“흐익!”
라벨라가 급히 몸을 숙였고, 차크람이 그녀의 옷자락을 베며 지나간 뒤 비공정의 날개 부분에 부딪히며 튕겨 나갔다. 고개를 든 라벨라가 버럭 소리 질렀다.
“타는 건 내가 알아서 탈 테니 그냥 출발해! 빨리!”
드드드!
그녀의 지시를 들은 비공정이 빌딩으로부터 거리를 벌리며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어어어엉!
바로 위층에서 유리창을 와장창 박살 내며, 거대한 곰 형태의 신수가 아래로 뛰어내렸다. 시몬의 신수인 아칼리온이었다.
쿠우우웅!
아칼리온이 비공정의 날개에 착지하자 비공정이 크게 중심을 잃고 기우뚱했다.
“나이스 아칼리온! 밀어붙여!”
시몬의 외침에 아칼리온이 신성이 일렁이는 앞발로 조종석을 무차별적으로 내리찍기 시작했다.
퍼억!
퍽!
퍼어어어억!
강화 유리창에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끝내 째앵! 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다.
-우오오오오!
아칼리온이 포효하며 조종석에 앉아 있는 남자를 입으로 붙잡아 밖으로 내던져 버렸다.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추락하다가 다급히 낙하산을 펼쳤다.
“큭!”
조수석에 있던 남자가 다급히 조종석으로 뛰어들어 키를 붙잡았다. 기체가 급격히 기울더니, 건물 벽에 가볍게 부딪히며 아칼리온을 떨쳐냈다.
주르륵!
아칼리온이 발톱으로 건물 벽면을 긁으며 멈춰 섰다. 부조종사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다시 고도를 높이며 소리쳤다.
“라벨라! 그 이능 꼬맹이부터 던져서 이리로 보내!”
“어딜!”
라벨라가 달리며 소리쳤다.
“나까지 데려가지 않으면 이 꼬마도 없어!”
“하여간!”
부조종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라벨라가 있는 곳으로 비공정을 가까이 붙였다.
<엑소시즘>
콰릉!
그러나 기다렸다는 듯 신성의 벼락이 라벨라의 바로 앞에 꽂혔다. 놀란 그녀가 흐헉 하고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치다가 발이 엉켜 바닥을 뒹굴었다.
그와 동시에.
터엉!
벽을 타고 달리던 시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손을 교차하며 신성을 모으더니, 손끝에서 찬란한 빛의 창을 만들어냈다.
<레테 오리지널 – 라 에스크림>
시몬이 던진 가장 숙련도가 높은 신성마법이 비공정의 날개에 달린 프로펠러를 정통으로 맞혔다. 드드득 하고 프로펠러가 갈리는 듯한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이내 연기를 뿜어내며 비공정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비공정은 비행력을 잃고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부조종사가 잽싸게 깨진 유리창 틈으로 뛰어내리고, 비공정이 다르블렝 상공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건물 내부에서 보는 하늘이 온통 녹황색 불꽃과 연기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마빈을 붙잡은 라벨라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며 굳어 있는 가운데.
툭.
그 폭발을 등지고, 시몬이 가볍게 착지했다. 그가 라벨라를 향해 천천히, 그러나 단호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가, 가까이 오지 마!”
그녀가 급히 품에 숨겨두었던 단검을 꺼내 마빈의 이마에 겨누었다.
“가까이 오면 이 아이의 목숨도 없어!”
이제는 아이의 목숨으로 협박까지.
고오오오오오!
폭발로 그늘이 드리워진 시몬의 눈에 안광이 살벌하게 일렁였다. 라벨라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지만 두려움에 떨면서도 더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못 할 것 같아? 당장 물러나지 않으면……!”
그때 그녀의 동공이 아래로 움직였다. 시몬에게 모든 시선이 꽂혀 있는 사이, 마빈의 손바닥이 빛을 일으키며 그녀의 얼굴 앞에 도달해 있었다.
“어?”
화아아아악!
순간 눈부신 빛이 번쩍이며, 라벨라의 몸이 떠밀리듯 날아가 벽면에 쿵 하고 부딪혔다.
시몬은 준비하고 있던 움직임을 멈춘 채, 놀란 눈으로 마빈을 바라보았다.
“마빈!”
하아. 하아.
그의 첫 이능 사용.
마빈이 덜덜 떨리는 손을 내리며 힘겹게 웃어 보였다.
“나, 나 해냈어 시온 형!”
시몬이 씩 웃었다.
“아주 잘했어.”
“괜찮으심까!”
레테가 달려와 라벨라를 걷어차 완전히 기절시키며 말했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부상자들을 구호하고, 레테가 쓰러뜨린 괴한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연회장은 어느새 정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
“……놀랍군.”
민간인들을 보호하던 방어마법진을 거두며, 한 탐정이 태연히 미소 지었다.
3대 탐정 중 하나인 엑스머스였다.
“뛰어난 추리, 탁월한 상황 판단력과 연출, 그리고 전투 능력까지.”
그가 턱을 쓸었다.
“……저들이라면 초대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