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4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45화(1345/134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45화
시몬과 레테는 말끔하게 다려진 탐정 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
조수가 된 소르엘라도 함께 데려가고 싶었지만, 이번 탐정 총소집은 엄중한 보안이 요구되어 초대받은 당사자만 참석할 수 있었다. 소르엘라는 탐정 사무소를 지키고 있기로 했다.
그렇게 시몬과 레테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
장소는 도심지의 한 고층 호텔이었다. 본래 건물 재단장 준비로 영업이 중지되어 있었고 입구도 모두 막혀 있었지만, 편지에 통보받은 대로 지하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 비밀통로가 있었다.
지하로 내려와서 조금 걷다가, 낡은 사다리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오니, 어느새 호화찬란한 호텔 내부가 눈앞에 펼쳐졌다. 네옴 조명이 곳곳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바텐더들이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
레테가 두 손을 모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눈을 빛냈다.
“장소부터 달라도 뭔가 다르네요! 진짜 탐정이 된 것 같슴다!”
“우리 이제 진짜 탐정 맞거든.”
시몬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받은 뒤 그녀를 데리고 걸어갔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프런트 직원이 두 사람이 도착한 시간을 확인하고는 웃으며 손바닥을 펼쳐 보였고, 시몬과 레테가 초대장과 탐정 자격증을 내밀었다.
“시온 탐정님, 레나 탐정님. 확인되셨습니다.”
직원이 그렇게 말하며 초대장을 하늘로 던지자, 아무런 마나나 신성 반응이 느껴지지 않았음에도 화르륵! 소리와 함께 초대장이 불타 사라졌다.
“와!”
화려한 쇼맨십에 레테가 작게 탄성을 흘렸고, 방심하고 있던 시몬도 깜짝 놀랐다.
‘마나 없이 불이라니. 마법보다 마술이 더 대단한 것 같기도…… 하고?’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안내해 주는 직원을 따라 이동했다.
다르블렝의 고층 건물에는 네옴 동력으로 건물을 오르내릴 수 있는 승강기가 있었는데, 모두 작동이 중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직원이 승강기 문에 손을 대자, 그 승강기만 모든 동력이 돌아오듯 녹황색으로 반짝이며 위이잉 소리와 함께 작동을 시작했다.
레테가 조용히 시몬에게 귓속말을 했다.
“탐정 모임이라 그런가 모든 게 이색적이네요.”
“응, 그러게.”
스윽.
직원이 승강기에 먼저 올라탔고, 두 사람도 뒤따라 승강기에 올랐다.
“약속 장소로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직원이 손목시계를 보았다. 그러자 층수를 누르지도 않았는데 자동으로 승강기가 움직였다.
시몬은 정적 속에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바깥의 경관은 보이지 않았다. 직원은 종종 시계를 확인하곤 했다.
그렇게 승강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직원이 말했다.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올라와서도 손목시계를 본 직원이 허리 숙여 인사를 마친 뒤, 다시 승강기를 타고 내려갔다.
저벅 저벅.
시몬과 레테가 텅 빈 복도를 걸었다. 일부 방들은 어둠에 잠긴 채 먼지가 조금 쌓여 있었지만, 두 사람이 걷는 복도는 청소를 마친 듯 유난히 깨끗했다.
그렇게 복도를 지나니, 커다란 홀의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시몬이 당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잠긴 문에는 네옴 아티팩트가 설치되어 있었고, 아티팩트에는 0부터 9까지 숫자 버튼이 있었다.
그리고 문 중앙에는 ‘F’라고 적힌 쪽지가 붙어 있었다.
“알겠어.”
시몬이 손가락을 튕겼다.
“비밀번호는 이 건물의 층수인가 봐.”
“아니, 기껏 초대해 놓고 뭐 하잔 검까.”
레테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시몬이 희미하게 웃었다.
“이 정도도 못 풀면 자기들 모임에 올 자격이 없다는 거겠지.”
당장 이곳이 몇 층인지 알 수 있는 단서는 주위에 없다. 바깥 풍경은 모두 커튼 같은 것으로 가려졌고, 승강기가 올라올 때도 층수는 따로 표시되지 않았다.
“일단 한번 찍어보고.”
레테가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
“안 되면 주먹으로 부수고 들어가죠.”
“잠깐만, 레테.”
시몬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렸다.
“재미 삼아 한번 풀어보자. 힌트가 뭐가 있을까?”
“음.”
레테는 잠시 생각하다가 손끝을 세웠다.
“우선 이 건물의 꼭대기는 30층임다. 1층 로비에서 올라올 때, ‘30층 펜트하우스 식사’라는 광고 글귀를 본 기억이 있어요.”
“그렇지. 30층이 펜트하우스라면 그 위층은 없겠네.”
시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호텔 데스크 직원의 습관.”
호텔 직원은 두 사람을 응대하면서 계속 시계를 힐끔힐끔 봤다. 승강기가 도착했을 때도, 이 층에서 떠날 때도 규칙적으로 시계를 확인했다.
“시계는 보는 텀은 일정한 시간을 의미해.”
시몬도 직원의 행동이 조금 강박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관찰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늘 일정하게 30초 간격으로 시계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시계를 본 직후 승강기가 출발했고, 총 3번 시계를 본 즈음에 정확히 승강기가 도착했다.
“그러니까 네옴 승강기가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 90초 걸린 거지. 그리고 승강기 속도는 한 층당 약 3초 정도.”
“그건 어떻게 아셨슴까?”
레테가 고개를 갸웃하자, 시몬이 웃으며 답했다.
“직접 센 건 아니지만, 승강기가 움직일 때마다 들리는 미세한 진동음을 기억해. 덜컹, 덜컹, 이런 소리. 반복되는 주기가 대략 3초였어.”
시몬이 입으로 진동음을 흉내 내며 말을 이었다.
“굳이 폭을 넓히면 2초에서 3초 정도인데, 정확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90초 동안 3초에 1층씩 올라갔으니 이곳의 위치는 30층. 2초에 한 층씩 올라갔다고 해도 30층이 최대 층이야. 즉 정답은-”
시몬이 숫자 키패드에 ‘30’을 입력하자, 네옴 장비에서 ‘띠릭!’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시몬과 레테가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인 뒤 안으로 들어갔다.
덜컹!
문이 좌우로 열리며 크고 웅장한 홀의 모습이 드러났다. 중앙을 비워놓은 채 U자로 늘어선 긴 테이블에 각 탐정들이 위엄 있는 자세로 착석해 있었다.
시몬이 그들을 눈으로 훑으며 들뜬 미소를 지었다.
‘이 사람들이 다르블렝의 명탐정들이구나!’
“라우스! 라우스! 어서 오시게!”
친근한 얼굴도 보였다. 테이블 가장자리에는 신성열차에서 만났던 빈트로드 탐정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었다.
레테가 푸훗 웃었다.
“하여간 근엄함이라곤 없는 아저씨라니까요.”
시몬과 레테도 손을 흔들며 걸어가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빈트로드는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허허 웃었다.
“내가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 다르블렝을 발칵 뒤집어놓은 고아원 사건을 자네들이 해결했다지? 투자한 보람이 있구만!”
“당연한 일임다.”
레테가 엣헴 하고 다리를 꼬았고, 시몬은 소리 내어 웃었다.
“……이게 맞는 겁니까?”
그때 테이블 중앙 자리에서, 구부정하게 앉은 꽁지 머리 탐정이 투덜거렸다.
“수많은 다르블렝 탐정 중에 딱 10팀만 오는 자리인데, 사무소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저런 풋내기들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다니요.”
그런 말이 왜 안 나오나 했다. 시몬이 태연히 웃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실례지만 이름이…….”
“뭐?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네.”
시몬이 진짜 몰라서 묻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기다렸다. 꽁지 머리 탐정은 쯧 하고 혀를 찼다.
“게롤 사무소의 게롤이다. 이번 사건을 해결해서 누가 다르블렝에서 가장 유망한 탐정인지 증명하지.”
“기대하겠습니다. 게롤 선배님.”
“제기랄, 누가 이 녀석들을…….”
“불만 있나?”
좌석 반대편 끝에서 들린 낮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에 게롤이 흠칫하며 다리를 내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중절모를 드리운 채 시가를 피우고 있는 중년 남성. 그의 풍채와 분위기는 탐정이라기보다는 범죄조직의 우두머리 같은 느낌이었다.
“저들을 초대한 건 나다.”
빈트로드와 함께 다르블렝 3대 탐정이라 불리는 엑스머스였다.
시몬과 레테의 고아원 사건 해결을 눈앞에서 본 인물이었다. 게롤이 쩝 하고 입맛을 다시더니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먼저 이들을 찜해두고 후원한 건 나일세!”
빈트로드가 불쑥 한마디 했다. 엑스머스는 그러시든지 하고 중얼거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 보니까요.”
레테가 빈트로드를 보며 속닥거렸다.
“여기서 마지막 3대 탐정은 누굼까?”
“원래는 벤드릭이라는 탐정이었지만 나이가 많고 실적도 떨어지는 바람에 밀려났지. 이제 3대 탐정은 저 게롤이네.”
레테가 꽁지 머리 탐정을 보다가 다시 빈트로드를 바라보았다.
“우와, 의외네요. 저 싸가지가요?”
“실적은 아주 좋다네! 무시할 인물이 아니지.”
“다들 이제 정숙해 주시게.”
엑스머스가 먼 쪽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분께서 오시는 것 같으니.”
일순 홀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탐정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차림새를 점검했고 모자를 벗었다. 시몬과 레테도 적당히 분위기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릭 끼릭.
이내 바퀴가 부드러운 바닥 표면을 긁는 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나이가 연로해 보이는 희끗한 백발의 남자. 몸이 불편한지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팔 곳곳에 주삿바늘이 가득했다.
세월로 인해 바랬지만 중후한 카리스마가 물씬 느껴지고 있었다. 시몬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어마어마한 박력이다.’
이 사람의 전성기 시절은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분야든 극의에 이른 사람은 한 길로 통한다더니. 저 남자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홈츠 선생님.”
엑스머스가 한숨을 푹 쉬며 잔소리를 했다.
“네옴 아티팩트로 만든 휠체어를 타시라니까요. 불편하게 굳이 그렇게 수동식을 고집하셔야겠습니까.”
“나는 기술을 신뢰하지 않는다.”
노인처럼 고집스럽게 말한 그가 부리부리한 눈을 치켜떴다.
“그것이 네옴 테크라면 더더욱.”
시몬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휠체어에 탄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 옆에서 단정히 두 손을 모은 채 서 있던 레테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시몬, 왜 그러심까?”
“저분.”
시몬은 가슴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내가 보던 소설의 주인공이야! 역시 실존 인물이었구나.”
홈츠 하웰스.
그저 ‘전설’이라는 말 외에는 그를 수식할 단어로 적합한 게 없다. 전성기 시절에는 다르블렝 최고의 명탐정이었고, 지금의 탐정 시스템을 만들어 부흥시키고, 탐정이 수사권까지 가지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시몬은 팬심으로 마음이 들떴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얼굴도 보이는군.”
그렇게 말한 홈츠가 시선을 돌려 시몬과 레테를 바라보았다. 그가 바퀴를 직접 움직여 다가왔고 시몬은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흠.”
그가 레테의 앞에 섰다. 그녀를 가볍게 눈으로 훑던 홈츠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리고 수수께끼처럼 말했다.
“어째서 북극성이 우리 밤하늘에 떴는지 모르겠지만, 별자리를 어지럽힐 의도는 아닌 것 같으니 안심입니다. 부디 여신의 뜻이 함께하시길.”
레테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시몬도 가슴이 철렁했다.
‘한눈에 레테가 성녀인 걸 알아봤어?’
그가 바퀴를 슥슥 끌고 이번에는 시몬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으흠. 하고 턱에 손을 얹었다.
“이상하군, 이상해.”
“……?”
그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몸을 세우고 손을 곧게 폈을 때, 검지와 중지를 살짝 구부리고 오른 다리에 힘이 들어간 건 전형적인 칠흑 사용자들의 동작이네만, 이상하군.”
시몬은 가슴이 철렁였다. 홈츠의 눈동자가 시몬의 모든 것을 꿰뚫듯 움직였다. 마치 시선이 자신을 벌거벗기다 못해 뇌를 후벼파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약지는 곧게 펴 있고, 허리는 안정화되어 있어. 프리스트의 습관도 있군. 프리스트의 습관은 나중에 형성된 건가.”
“…….”
“추리는 그만두지.”
그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자네 같은 사람을 ‘논외’라고 부른다네. 상식을 넘어선 자들은 현실적인 추론이 통하지 않지. 그런 자들을 추정하는 건 어디까지나 공상의 영역이니 말이야.”
‘아.’
시몬은 입이 바싹 마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사람으로서 평가하자면, 자네는 좋은 사람이야. 정체가 뭔지는 몰라도-”
드륵 드륵.
그가 휠체어를 끌고 멀어졌다. 마지막 한마디는 모두에게 들릴 만큼 컸다.
“자네가 다르블렝에 있어서 나쁠 건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가 멀어지자 시몬은 비로소 온몸을 옥죄던 압박감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주위 사람들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게 바로 홈츠의 신고식이란 걸, 시몬은 나중에나 알게 되었다.
“그럼 논의를 시작하지. 엑스머스.”
“예.”
엑스머스가 자신의 테이블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자 무수한 마나 스크린들이 펼쳐졌다.
브리핑은 홈츠가 직접 했다.
“이미 들었겠지만 여기 있는 10팀의 탐정들에게 합동수사를 제안하겠네. 안건은 하나, 난류의 성녀님의 실종 사건일세.”
곳곳에서 그녀의 실종 전의 모습 등을 촬영한 사진이나 기록들이 마나 스크린에 펼쳐졌다. 홈츠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 일의 배후로 예상되는 세력이 있지.”
“자, 잠깐만요! 지금 배후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홈츠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이 도시를 지배하고 있는 자들. 바로 로버트사가 이번 실종 사건을 꾸민 장본인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