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4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49화(1349/136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49화
탈출 작전이 시작되었다.
자폭 명령을 앞두고 붉게 물드는 공장, 눈에 빨간 불을 켠 채 몰려드는 크리쳐들, 그리고 이를 돌파하는 시몬과 탐정 일행들까지.
쿠쿵! 콰콰쾅!
[디토네이트 프로토콜 발현.] [전 공장 강제 자폭 10분 전.]“설비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모두 서둘러!”
곳곳에서 공장 설비가 파괴되고 불꽃이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이쪽은 거동하기 힘든 부상자들을 데리고 있었다.
-크워엉!
곰 신수 아칼리온이 힘으로 크리쳐들을 밀어내고, 두 고양이 신수들이 시몬의 두 손을 떠나 크리쳐들을 베어내고 있었지만, 이제 시몬도 신성의 한계였다.
앞장서서 달리던 엑스머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시온 탐정! 앞에 보이는 출입구도 불타고 있네!”
“다른 곳으로 가죠!”
그렇게 말한 시몬의 눈빛이 내려앉았다.
‘이대론 위험해.’
누군가가 자신들이 벗어나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불이 붙는 방향이나, 폭발로 천장이 내려앉아서 길이 막히는 위치가 절묘하다.
콜록! 콜록!
무엇보다 다른 탐정들에게 부축받고 있는 홈츠가 힘겨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복부에 피가 점점 더 흥건해진다.
“시온…… 탐정.”
“홈츠 탐정님! 움직이시면 안됩니다!”
“이거, 받게나.”
홈츠 탐정이 목에 매고 있던 목걸이를 꺼내 시몬에게 내밀었다.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영상화해 둔…… 콜록! 콜록! 메모리얼 수정구일세. 나는 내버려두고 자네들끼리 여길 빠져나가게.”
“그럴 순 없습니다.”
시몬이 신성 방패를 펼쳐 순간적으로 솟구치는 불길을 막아내고는 말을 이었다.
“반드시 다 함께 빠져나가죠!”
시몬은 아칼리온을 보내 크리쳐들을 몰아낸 뒤, 불길이 약한 지점으로 일행들을 데리고 갔다.
‘내가 모든 진실을 시민들 앞에서 밝혀도 흔한 괴담 취급받을 거야. 홈츠 탐정님의 영향력이 반드시 필요해!’
“시온!”
반짝!
그때 허공에서 별빛이 일렁이더니 레테가 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뛰어 들어왔다. 그녀의 발차기에 다가오던 크리쳐가 맞으며 한참을 날아가 폭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레나! 습격자는?”
“못 잡았슴다. 처음엔 끝까지 쫓아가려 했는데, 이쪽이 더 급한 것 같아서 돌아왔어요.”
그녀가 분한 듯 숨을 한 차례 내려앉히고는 두 팔을 벌렸다.
“나갈 통로는 전부 봉쇄됐슴다. 여기서 빠져나가는 건 무리예요. 지금 이 자리에서 결계를 펼치고 버티겠슴다.”
“그, 그게 가능하다고?”
엑스머스가 당황한 얼굴로 반문했다.
“공장 전체를 희생해서 일대를 날려 버리는 자폭 프로토콜일세! 인간의 힘으로는 방어할 수 없어!”
“인간의 힘이 아니라면 어떻슴까?”
우웅!
시몬은 자신의 몸 내부의 무언가가 일렁이는 걸 느꼈다.
레테가 성녀의 힘을 개방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 보는 건.”
샤아아아아아-
그녀의 동공이 별빛으로 일어났다.
“못 본 척해주시면 감사하겠슴다!”
이내 그녀가 두 팔을 좌우로 펼치는 자세를 펼쳤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별빛이 그들의 몸을 뒤덮었다.
* * *
한편, 다르블렝에서는 도시를 뒤흔드는 중대 발표가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입니다.
-시민들께 참담한 이야기를 전해 드리기 앞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르블렝의 빌딩, 지하세계, 각 가정이나 일터, 광장 할 것 없이.
모든 곳의 방송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소식이 전해졌다.
-다르블렝에 사형선고가 내려졌습니다.
한 방송사는 충격적인 표현으로 뉴스를 시작했다. 그 후 다르블렝시 당국의 발표가 이어졌다.
<지속 가능한 다르블렝을 위한 협치>
다르블렝은 원류의 첨탑과 네옴 고갈 문제를 비롯해 인구, 주거, 경제 등 모든 부분에서 한계에 봉착했으며, 이를 해결하고 찬란한 도시 문명을 지속하기 위해 뼈를 깎는 쇄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로 네옴 공급가는 내일부로 각 가정과 기업 모두 12배 인상됩니다.
-저녁에 거리의 모든 가로등을 소등하며, 다르블렝에서 18시 이후의 활동을 엄격히 제한합니다.
-…….
-…….
지금까지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꿀 만한 정책들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을 가장 격분하게 만든 건 다음 내용이었다.
<다르블렝 인구 제어 정책>
가히 참담한 이야기였다. 인구 제어 정책은 다르블렝의 시민을 수입, 신분, 자격 등 여러 기준을 통해 3개 계급으로 나누는 제도였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노동자나 일용직인 3급 시민일 경우.
-3급 시민은 거주권이 즉시 박탈됩니다.
-3급 시민은 무단 체류자로 간주하며, 대규모 퇴거 조치를 시행합니다.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며 힘겹게 밧줄에 기대어 자던 사람들에게, 무단 체류자 전락은 곧 삶의 붕괴를 의미했다. 그리고 이 모든 정책의 총책임자는 다름 아닌.
-다르블렝의 성녀, 이렌의 이름으로 해당 정책은 인가되었습니다.
이 소식이 도시 전역으로 퍼져 나가며 사람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렌 성녀는 물러나라!”
“도시의 정책 실패를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나!”
“불태워라!”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도시의 빌딩과 거리에는 불길이 치솟았고 폭발음이 끊이지 않았다. 군중들은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경관들이 무기를 들어 진압을 시도했지만, 격렬히 저항하는 시민들을 막을 수 없었다.
가게들은 모두 문을 걸어 잠갔으나, 유리창이 깨지고 사람들이 난입해 물건들을 약탈했다.
“우리는 무단 체류자가 아니다!”
“도저히 이렇게는 못살겠다! 우리도 사람이다!”
억눌려 있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펄럭!
거리 곳곳에 ‘자유’를 상징하는 깃발들이 등장했다. 강에 빠져 죽었던 보트 사태의 비허가 체류자들 그림이 깃발에 새겨지며 새로운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거리로 나가자!”
“몇백 년을 해쳐먹은 로버트 가문과 성녀가 우리의 적이다!”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지고 방망이를 휘두르며 시 건물을 폐쇄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다쳤고, 경관이 시위를 막다 사망하거나 고위 계층의 자녀들이 붙잡혀 돌팔매질당해서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언론은 이 소식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며 혼란을 부추겼다.
상류층 자본가들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저들은 더 이상 시민이 아니라 폭력적인 무단 체류자들이다.
-강경 진압 명령을 내려야 하지 않겠소.
경관들도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그리고 스스로 살기 위해 네옴 무기를 들고 이들을 진압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평화롭게 시위하던 시위자들마저 몇몇이 크게 다치거나 죽고, 언론에서는 다시 이 광경을 대서특필했다.
네옴 라이플에 맞아 팔을 잃은 소녀가 울먹이며 말했다.
-다르블렝을 지켜주세요!
그 한마디에 겁먹고 숨어 있던 일반인들까지 모조리 거리로 나와 시위에 참가했다. 무수한 대혼란과 폭력의 사태가 다르블렝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분노가 분노를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그리고.
“……늦네.”
시온과 레나 사무실에서 그 경관을 지켜보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소르엘라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무너뜨려!
-하나 둘!
난류의 성녀의 동상이 성난 시민들에 의해 끌어내려지고 무너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던 그녀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눈을 돌린 대가.”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가 이내 길게 숨을 내뱉더니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겉옷을 몸에 걸치고는 걸음을 옮겼다.
* * *
<지속 가능한 다르블렝을 위한 협치>가 발표된 지 3일.
시몬과 레테, 그리고 탐정들은 빈트로드의 탐정 사무실에 모여 있었다.
중앙의 침대에 누워 있는 건 홈츠였다.
레테의 힘으로 공장의 자폭으로부터 살아남는 데는 성공했지만, 홈츠는 총알을 맞은 뒤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였기에 생사가 위태로웠다. 애초에 총탄을 위험한 곳에 맞은 것 같았다.
“……신성마법으로도, 네옴 기술력으로도, 환자분의 상태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치유를 담당한 프리스트가 고개를 내저었다.
“환자분을 여신께 보내 드릴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곳곳에서 한탄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상태를 진단한 프리스트가 깊게 고개를 숙이고 사무소를 나가자마자 게롤이 벽을 쿵 하고 후려쳤다.
“한발 늦었어!”
“…….”
“공장에서 있었던 일을 숨기려고 로버트 측에서 선수 친 거야! 도시 전체가 미쳐 돌아가고 있는데, 홈츠 님이 누워 계신다는 소식에 누가 귀를 기울이겠냐고! 로버트사 이 정신 나간 새끼들!”
그 말을 들은 빈트로드가 팔짱을 꼈다.
“글쎄. 이번 사건을 묻으려고 로버트사가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건 지나친 비약이 아니겠나? 지금 비난의 화살은 성녀님뿐만 아니라 로버트사 측에도 쏠려 있네. 도시의 기득권 전체가 타도의 대상이지. 왜 그들이 자신들도 위험해질 길을 택했겠나?”
가만히 듣고 있던 엑스머스가 입을 열었다.
“리스크를 감수한 거겠지.”
“흐음…….”
“결국 비난의 화살은 성녀님께 집중된 게 사실이고, 성녀는 대체될 수 있어도 기술력을 독점한 로버트사는 대체될 수 없어. 만약 이 난리가 벌어지기 전에 우리가 진실을 퍼뜨렸다면 모든 비난의 화살이 로버트사에게만 쏠렸을 테니 그들의 선택은 합리적이지.”
탐정들이 이 상황을 놓고 각자의 논리를 이야기하는 가운데, 레테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시몬에게로 향했다.
시몬은 창밖을 보며 불타는 도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시온?”
다른 탐정들의 시선도 시몬에게로 쏠렸다. 그제야 시몬이 입을 열었다.
“뉴 오더, 그게 로버트사가 꾸민 계획의 이름이었습니다.”
시몬이 창밖에서 고개를 돌려 탐정들을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세요. <지속 가능한 다르블렝을 위한 협치>는 지나치게 과도한 경향이 있습니다. 네옴의 비용을 12배로 올린다거나, 도시민의 1/3을 강제로 도시 밖으로 이주시키겠다는 선언까지.”
“확실히 그렇지.”
“지금 도시를 불태우며 시위하는 사람들도, 내심 다르블렝이 예전의 평화와 질서를 되찾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시몬이 눈을 반짝였다.
“로버트사는 모든 시민들의 머릿속에 ‘최악’을 머릿속에 심어두고, 현재 상황의 심각성과 이대로 흘러가며 안 된다는 위기감을 각인시킨 다음 완전히 새로운 질서를 발표할 겁니다.”
“새로운 질서…….”
레테가 그 말을 한 차례 중얼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말은 곧 자기들 멋대로 성녀를 갈아치우고 새로운 인물을 앉히겠다는 뜻 아니겠슴까? 에프넬과 하늘섬이 가만히 있을 리 없어요!”
“내 생각엔 성녀를 바꾸는 정도가 아닐 거야.”
시몬이 고개를 저었다.
“체제의 근본을 완전히 뒤트는 결정일 거야. 우리는 로버트사가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그 진실을 알아내야 해. 그들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모르는 이상, 우린 절대로 로버트사를 이길 수 없어.”
“이제 와서 진실이 그렇게 중요할까?”
게롤이 회의적인 표정으로 턱을 괬다.
“우리가 시민들의 존경을 받는다지만, 결국 탐정은 돈 받고 의뢰나 하는 심부름꾼일 뿐이야. 우리가 진실을 발표해서 로버트가 나쁜 놈이고 성녀를 모함했다는 사실을 발표해도, 지금 분노에 눈이 먼 시민들은 ‘어쩌라고?’ 하는 정도의 반응일 거다. 당장 생계가 걸려 있고 목숨이 걸려 있는 마당에 진실이 뭐가 중요하지?”
“그래도 저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한 수가 바로 ‘진실’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소설에서 본 내용이었다. 시몬이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는 홈츠를 바라보다가 이내 앞으로 밖으로 나가며 겉옷을 걸쳤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 눈으로 확인해야겠습니다.”
“어, 어쩌려고?”
“방법은 하나뿐이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몬이 냉정하게 말했다.
“로버트사에 잠입하겠습니다.”
모든 게 명료해졌다.
지금부터는 ‘속도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