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5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54화(1354/136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54화
“새로운…… 성녀?”
시몬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레테가 눈에 힘을 주며 팔을 확 휘둘렀다.
“헛소리 그만하고 모습을 드러내십쇼!”
“그러지요.”
저벅 저벅.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본 모두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신체 일부를 기계로 대체한 모습이었다. 두 다리는 물론, 한쪽 팔과 동공까지 기계로 이루어진 남자를 보며 이렌이 이를 악물었다.
“라이카 로버트……!”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렌.”
라이카는 태연히 인사를 건네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라툴라 미 키빌리스. 별의 성녀님과 동료 탐정님도 어서 오십시오.”
‘……레테가 외부에서 온 성녀라는 것도 눈치채고 있었나.’
시몬이 잔뜩 경계하고 있는 가운데, 레테가 화를 참듯 훅 하고 숨을 내뱉었다.
“알고 있다면 더 이야기가 빠르겠네요. 분명히 말하십쇼. 다르블렝을 뒤집어놓은 성녀 실종 사태와,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란들. 그리고 성녀의 권능을 쓰지 못하는 이렌 성녀님까지.”
별빛으로 반짝이는 눈동자가 라이카 로버트에게 향했다.
“이 모든 중심에 당신의 ‘뉴 오더’ 계획이 있는 거 아님까.”
“예, 맞습니다.”
부인하지 않고 말한 라이카 로버트가 옆으로 천천히 걸었다.
짙은 정적 속 대체된 신체에서 나는 쇳소리가 달칵 달칵 울렸다. 전투의 여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섣불리 달려들 수 없는 묘한 압박감이 주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저는 로버트 가문의 일원으로서, 어린 나이부터 다르블렝을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품고 자랐습니다. 비록 저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앞세대가 길을 잘 닦아놓았으니 저 또한 다르블렝을 다음 세대에 무사히 물려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운명이 장난을 치는 걸까요? 얄궂게도-”
그의 실망감에 젖은 시선이 이렌에게로 향했다.
“원류의 성녀님의 정수를 물려받은 주제에, 네옴을 다루지 못하는 성녀가 제 대에 등장하고 말았습니다.”
꾸욱.
이야기를 듣던 이렌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인다.
“탓하는 게 아닙니다, 이렌. 무능한 성녀의 탄생은 제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었겠죠. 저는 다르블렝의 존속을 위해 이 심각한 위기를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잠도 자지 않고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겪으며 연구를 계속해 나갔죠.”
그가 너덜너덜해진 네옴 기계로 이루어진 팔을 펼쳐 들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 과정에서 이런 몸뚱이 따위, 망가지든 병이 들든 상관없었습니다.”
“미치광이의 장광설을 듣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냐.”
척.
시몬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이렌 성녀님께 무슨 짓을 했지?”
“저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도왔을 뿐입니다, 탐정님.”
그가 가슴에 손을 올리며 신사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자신의 의무에 짓눌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짐을 덜어주었을 뿐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렌? 모든 게 당신이 원한 것 아닙니까.”
“…….”
이렌이 입을 열려는 찰나.
“웃기지 마.”
레테가 분노를 토해내며 대신 말을 가로막았다.
“이렌 성녀님이 뭐라고 하셨든, 그건 네가 오랜 시간 심적으로 조종하고 정신적으로 한계까지 몰아붙인 결과겠지! 그리고 이렌이 아니라 이렌 성녀님이야. 입조심해, 새끼야.”
“네에?”
그가 고개를 기울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가. 그럴-리가. 그럴 리가요!”
동공이 있어야 할 자리에 보이는 기계 센서에 시뻘건 불이 들어왔다. 반대편에 남아 있는 인간 눈 또한 튀어나올 듯 커진 채 살벌한 예기를 뿜어냈다.
“당신의 옆에 서 있는 그 여자는 더 이상 성녀가 아닙니다! 그냥 대륙 지천에 널려 있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해요!”
“뭐?”
“성녀의 좌는 이미 이분께 옮겨갔죠. 소개합니다.”
그가 두 팔을 벌렸다.
“다르블렝의 진정한 주인을.”
덜컹!
갑자기 딛고 있는 바닥이 사라지며 세 사람의 몸이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우왓!”
발밑이 붕 뜨는 소름 끼치는 감각과 함께 강한 맞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아래는 너무나 깊었고, 아무것도 없는 무저갱처럼 보였다.
‘연구실 너머에 이런 공간이 있었다니!’
<페더 폴(Feather Fall)>
레테가 즉시 축복을 준비해서 일행들에게 걸었다. 등 뒤에 신성으로 이루어진 날개의 형상이 일어나며 낙하 속도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이내 공중에서 천천히 내려가는 동안, 세 사람의 동공이 까마득한 아래쪽으로 향했다.
웅-
귓가에 찌를 듯한 기계음이 울려 퍼진다.
웅- 우웅-
시커먼 어둠 속에서, 여섯 개의 붉은 조명이 번쩍였다. 시몬은 그것이 마치 ‘눈’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쿵-
이내 주위가 조금 밝아지며 바닥에 ‘거대한 얼굴’ 세 개가 드러났다.
인간을 닮았지만 분명 인간이 아니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했다. 창백한 피부는 비인간적인 감촉을 떠올리게 했고, 눈과 입이 멀찍이 떨어져 있다.
머리카락은 한 톨도 없고 기계의 용접 자국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귀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금속 프로펠러 같은 것이 서서히 회전하고 있었다. 얼굴의 전면부만 그마나 사람의 형상을 취하고, 그의 외분은 기계. 소름 끼치게 기분 나빴다.
쿠르르르르르-
이어지는 소리에 귀가 멍해졌다. 맹렬한 엔진음, 액체 연료가 관을 따라 콸콸 흐르는 소리, 스파크 튀기는 소리, 철근이 덜컹이는 소리가 귀를 가득 메웠다.
이내 ‘그것’이 상승하기 시작한다.
철컹! 철컹!
셀 수도 없이 많은 수천 수만 개의 철관 파이프들이 그 얼굴을 지탱하며 일으킨다. 몸체가 바로 저 파이프들이고, 여러 쌍의 ‘기계 손’들이 파이프 속에서 하나둘 튀어나온다.
터업.
금속과 전선 다발로 이루어진 손이 기계 스태프를 붙잡더니, 바닥에 찍고 마치 노인처럼 육중한 금속 육체를 일으킨다.
‘젠장.’
시몬이 입술을 짓씹었다.
정말로 믿기 싫고 자신의 감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성녀의 정수가 바로 저기서 느껴지고 있었다.
“시온! 조심해요!”
“!”
중앙에 있던 얼굴이 목을 길게 늘리며 시몬에게 다가와 빤히 바라본다.
그 인위적인 눈동자가 자신을 훑는 것이 느껴진다.
스륵.
곧 얼굴이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세 개의 얼굴이 각자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내 다른 한 손은 바닥을 짚고, 다른 두 손은 서로 곱게 포개어진다.
[반갑습니다.]‘그것’이 인사를 한다.
기계음으로 구축한 여성의 음성이 울려 퍼진다.
[여신의 축복이 형제자매님들과 함께하시길.]키이이이이이이잉!
이어지는 광경에 시몬은 몸서리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정말로 여신이 저런 기계 덩어리를 성녀로 인정하기라도 한 듯, 기계의 몸에 신성의 고리가 웅장하게 펼쳐진다.
곳곳에 천사의 형상을 이룬 것들이 피리를 불고, 빛의 깃털이 흩날렸다. 이어서 그 빛 속에서 성녀들이 입는 ‘성의’가 내려온다.
성의가 면사포처럼 중간에 있는 기계 얼굴에 드리워지고, 빛의 천들이 철근과 파이프 곳곳을 포근하게 감싼다.
“……신성모독도 정도가 있지.”
레테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중얼거렸다.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선을 아득히 넘어버리니 뭐라 말이 나오질 않았다.
“레테 성녀님, 같은 성녀끼리 인사라도 나누시는 게 어떻습니까.”
어느새 천장에서 내려온 라이카 로버트가 기계 성녀의 어깨 부근에 가볍게 안착한다. 그가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펼쳤다.
스스스-
온기라곤 없는 차가운 금속의 손이 라이카 로버트의 손에 내려앉는다. 라이카는 그것에 입술을 맞추었다.
“그라툴라 미 키빌리스.”
그가 황홀하고 사랑에 빠진 눈으로 기계를 바라보았다.
“나의 하나뿐인 성녀여.”
쐐애애액!
그때 천장에서 맹렬한 별빛이 떨어져 파이프 몇 개를 연달아 박살 내며 폭발을 일으켰다. 라이카 로버트가 고개를 들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별의 성녀님.”
레테가 씩씩거리며 손을 내리그은 자세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기는 하는 검까!”
“예. 보시다시피 이렌이 ‘양도한’ 성녀의 정수를 이용하여 진정으로 완벽한 성녀를 창조했습니다.”
라이카 로버트가 차가운 금속 손에 제 얼굴을 얹었다.
“다르블렝이 멸망을 앞둔 순간에도 저는 이렌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재능 없이 태어난 것은 그녀가 선택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대체재를 마련했을 뿐입니다.”
그러고는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자신의 발명품을 바라보았다.
“저는 인간의 변동성에 역겨움을 느꼈습니다. 4대째 내려오는 성녀들의 계보도, 위대한 문명의 발전도, 단 한 사람의 잘못과 무능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습니다. 그런 변동성 때문에 다르블렝이 멸망해야 한다는 사실이 질색하도록 싫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한 겁니다!”
그가 목소리를 높였다.
“인간의 정신은 변하지만 기계의 정신은 변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육체는 노쇠하지만, 기계의 육체는 영원합니다! 나약하지 않고, 결점도 없으며,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성녀! 51명과 49명의 목숨이 걸렸을 때 정에 휘두르지 않고 과감하게 51명을 고를 수 있는 이성까지! 이건 신성모독이 아닙니다!”
그의 눈이 광기에 휩싸였다.
“이것이야말로 ‘진화’입니다!”
키이이이이이잉!
무수한 기계 손들이 파이프 아래에서 솟아올라 두 손을 기도하듯 모았다. 그 손 아래로 무수한 신성마법진들이 펼쳐진다.
“와, 진짜 너무너무 싫다.”
레테가 질색하며 팔을 휘둘렀다. 그녀의 몸에 성의가 일렁이며 내려앉아 전력을 발휘할 준비를 마쳤다.
덜덜.
그리고 옆에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이 광경을 지켜보는 이렌이 있었다.
“괜찮을 거예요. 이렌 성녀님.”
시몬이 이렌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저희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이렌이 덜덜 떨리는 고개를 애써 끄덕였다. 이내 레테가 팔을 내리긋자 별빛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동시에 기계 성녀가 금속스태프를 앞세우는 것으로 신성마법들을 위로 쏟아 보냈다.
성녀들의 두 강력한 신성마법들이 연달아 부딪히며 굉음을 토해냈다.
‘진정하자. 겉모습에 위압되지 말고 목표에 집중하자.’
시몬의 시선이 예리하게 기계 성녀를 관찰했다.
‘성녀의 정수를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결국 이번 사건도 시몬의 ‘성자 모드’에 달렸다.
저 기계가 품고 있을 성녀의 정수를 잠깐이라도 자신에게 깃들인다면 십중팔구 자신도 네옴을 다스릴 수 있을 터. 하지만 다른 성녀들처럼 단순 접촉으로는 안 될 가능성이 높았다.
‘방법을 떠올려야 해. 방법을!’
* * *
같은 시각.
팔랑 팔랑!
성녀의 정수 연구소의 일원인 하미엘은 몰래 연구실에 들어와 정신없이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
성난 군중들이 흩어진 틈을 타, 조용히 연구실에 잠입한 것이다.
“……역시.”
단서를 찾아낸 그녀가 입맛을 다셨다.
“이건 이렌 성녀님의 문제가 아니었어!”
전 세대에 대한 정보가 적고, 그마저도 기록이 일정하지 않아 찾아내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다르블렝의 계보라 불리던 원류의 성녀 이전의 성녀를 찾아내는 게 핵심이었다.
그 성녀는, 네옴이 아닌 얼음을 이용하며 ‘빙결의 성녀’라고 불렸다. 그 이전의 성녀들도 서리의 성녀나 빙하의 성녀라고 불리는 등 얼음을 이용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다음 성녀가 얼음이 아닌, ‘네옴’이라는 액체를 다루는 권능을 가지게 된 것이다.
4번.
이 성녀의 정수를 타고난 성녀들은 4번째의 주기마다 다른 힘을 타고나게 되는 것 같았다.
4번이라는 숫자가 확실하지 아니더라도 특정 주기마다 다른 힘의 성녀들이 나타나는 건 필연이었다.
“이렌 님이 네옴을 쓰지 못하는 게 당연한 거였어!”
당연한 변화. 네옴은 이번 세기에 사라져야 할 기술이었다.
하지만 변화를 막기 위해 다르블렝, 그리고 로버트 시장은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려야 해.”
이렌이 가진 힘도 사실 ‘네옴의 무력화’가 아니었다. 네옴이 실을 수 있는 권능은 최대가 4개였고, 하나를 더 추가하면 네옴이 과잉 부여로 붕괴되는 것. 그게 네옴 무력화의 진실이었다.
모든 사실을 깨달은 그녀가 통신 수정구를 붙잡아 드는데.
쿠쿠쿵!
밖에서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녀가 급히 달려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응?”
도시 전체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갈라지며, 그 가운데 새하얗게 변한 로버트사의 본사 건물이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
마치 신이 선택하기라도 했다는 듯, 빛의 광명이 그 건물에 내리쬐고 있었다. 뭔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시온 형제님.’
덜덜.
하미엘이 손톱을 깨물었다.
‘뭐, 뭔가 방법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