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5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57화(1357/136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57화
“멈춰라!”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기계 성녀가 광장에서 군중들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소녀 같은 외견의 여성이 숨을 헐떡이며 광장 앞으로 뛰어나왔다.
일순 어지러웠던 광장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라이카 로버트의 표정이 보기 좋게 구겨졌고,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뒤따라 울려 퍼졌다.
“위험해요 아가씨. 고개 숙여요.”
누군가 옆에서 걱정스럽게 타이르기도 했지만 이렌은 흔들림 없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더 이상 당신의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 라이카 로버트.”
웅성 웅성!
-저 사람 누구야?
-알아?
곳곳에서 의아한 시민들의 목소리들이 퍼져 나갔다. 표정이 구겨져 있던 라이카 로버트가 이내 무표정으로 돌아가더니 픽 하고 비웃음을 흘렸다.
“이제 와서 뭘 어쩌겠다는 거지? 너는 아무것도 아닌 껍…….”
“나는!”
그때 흐읍 하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이렌이 목소리를 높였다.
“평범한 사람이다!”
그녀의 말에 사람들이 홀린 듯 고개를 들었다.
“잠시 특별한 힘을 가졌던 때도 있었지만 그때도 지금도 결국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특별한 힘을 가졌다고 해도, 특별한 사람이 되지는 않더라!”
그렇게 말한 그녀가 가슴에 손을 얹었다.
“분에 넘치는 힘이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 딴에는 노력했다! 모두가 나를 사랑해 주는 만큼 보답하기 위해 죽도록 노력했고, 재능이 부족하니 남들보다 백배 천배 더 많이 움직였다! 되지 않는 걸 되게 하려고 셀 수도 없이 많이 시도했다! 그래도 안 되더라!”
절규하듯 터져 나온 그녀의 목소리에 광장은 숨죽였다. 그녀가 주먹 쥔 손을 파르르 떨었다.
“그래서 ‘욕받이’라도 하려고 했다! 그 또한 필요한 일이니까! 사람들이 내게 화를 내고 손가락질해도, 그 뒤에 잠깐이라도 후련할 수 있다면 그걸로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하.
그녀는 잠시 고개를 떨군 뒤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
“결국 그조차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침묵이 광장을 휩싸갔다. 그녀가 두 손을 늘어뜨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뺨에 물기가 흘러내렸다.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특별한 힘을 평범한 사람이 가지는 건 ‘죄’라고. 그래서 포기하려 했다. 의무에서 눈을 돌리고 도망치려 했다. 다른 이에게 특별한 힘을 내어주고 나는 다시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이거다!”
그녀가 광장을 향해 팔을 크게 휘둘렀다.
“내 책임에 눈을 돌리고 외면한 대가로 사람들의 삶은 더 고통스러워졌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구제 불능이었다! 이런 내가 모든 걸 바로잡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충혈된 눈동자가 기계 성녀 너머의 라이카 로버트에게로 향했다.
“그래도 나는 내 사람들이 다치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
“구질구질하군요.”
라이카 로버트가 무표정하게 손짓하자, 기계 성녀의 한쪽에서 나풀거리던 네옴이 거대한 칼날의 모양으로 변했다.
“무능은 죄입니다.”
네옴의 칼날이 쏘아져 나갔지만 그녀가 팔을 뻗어서 칼날에 손을 댔다. 거대한 칼날이 산산조각 나듯 사라졌다.
터어어어어엉!
이번에는 기계 성녀가 네옴 포탄을 날렸다. 이번에도 이렌이 앞으로 나아가며 그것을 만져서 폭발 없이 무력화했다.
계보의 성녀이면서도 네옴을 잘 다루기는커녕, 네옴을 무력화하는 최악의 힘.
하지만 네옴이 무기로 변해 주민들에게 칼끝을 돌린 지금 이 순간에는, 그 무엇보다 든든한 힘이었다.
“지키고 싶다.”
그녀가 독백처럼 말했다.
“의무고 나발이고 특별한 힘이고 뭐고! 단지 그 마음뿐이다! 처음부터 그 마음뿐이었다! 그런 마음조차도 방해가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나는 그래도……!”
“아닙니다.”
그때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에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말했던 젊은 청년이었다.
“그런 선의가 방해가 될 리 있겠습니까. 저는 당신의 기도와 찬미를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당신의 진심어린 기도는 제 어린 시절을 지탱해 주었죠.”
청년을 시작으로 광장의 시민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노동법에 서명한 건 충격이었지만, 그래. 로버트사처럼 자기 이익에 따라서 행동한 건 아니었지.”
“우리 고아원에 늘 먹을 걸 보내줘서 고마웠어요, 성녀 언니!”
그녀에게 목숨을 구해진 일.
그녀의 위로 덕분에 마음을 다잡은 일.
이렌에 대한 평가에는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다. 그녀의 잘못은 명백했으니까.
하지만 지난 긴 세월 동안 그녀는 한결같았다. 결과가 어떻든, 그녀는 늘 사람들을 위해 움직였다는 것만은 자명했다. 모두가 그것을 지난 긴 세월 동안 지켜봐 왔으니까.
“어깨를 펴세요.”
한 중년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 지었다.
“왜 우리가 당신이 노력하는 걸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요?”
그 말에.
이렌의 눈가가 뜨겁게 젖어들었다.
“다들 뭘 하는 겁니까!”
라이카 로버트가 발악하듯 고함을 질러대며 기계 성녀를 가리켰다.
“저 허름한 여자가 성녀라고요? 신성모독입니다! 여기, 당신들의 진짜 성녀가 있습니다! 이 성녀를 상징하는 성의를 보십시오! 성의를 입고 성녀의 권능을 다루는 자가 성녀입니다! 당신들은 지금 여신과 데바교의 뜻에 정면으로 반하고 있어!”
스윽.
슥.
그때 시민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더니 방향을 고쳤다. 이들의 시선은 이렌 쪽으로 향해 있었다.
이내 시민들이 이렌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라툴라 미 키빌리스!”
관중들이 한마음이 되어 외쳤다.
“여신의 가장 가까운 딸을 뵙습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성녀를 선택했다.
더 유능하면서도 성녀의 권능을 가진 기계가 아닌, 권능이 없는 보통의 사람을 성녀로 선택한 것이다. 라이카 로버트는 휘청거리다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해할 수가 없어.”
그가 참담하게 구겨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도시의 위기라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뛰어난 성녀를 떠받들어야 하는 거 아냐? 노쇠하지도 않고! 정에 휘둘리지도 않고! 실수도 하지 않지! 기계와 시스템은 늘 완벽해! 그런데 왜 저딴 평범한 여자를 선택하는 거지? 왜 순간의 감정에 휘둘려 무능한 자와 같이 몰락하려는 거냐!”
쿵!
기계 성녀의 등 뒤에서 네옴으로 이루어진 팔이 뻗어 나오더니 근처에 있던 가로등을 붙잡아 번쩍 들어 이렌을 향해 내던졌다.
네옴을 쓰는 게 아닌 단순 물리공격.
가로등이 날아오고 있었지만 이렌은 주위의 다른 관중들이 휘말리지 않도록 그 자리에 똑바로 서 있었다.
쿠르르릉!
바로 이때, 하늘에서 신성한 번개가 내리쳤다. 번개와 함께 등장한 회색 머리카락의 소년이 손에 든 차크람을 내리그었고, 날아오던 가로등이 선명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이내 이렌이 두 팔을 좌우로 뻗자, 반으로 갈라진 가로등이 멀찍이 날아가 광장 밖으로 던져졌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바닥에 착지한 시몬이 허리를 펴고 똑바로 서서 미소 지었다. 이렌은 놀란 듯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안도하며 말했다.
“시온 탐정!”
시민들이 웅성거렸다.
“저 사람이 그 시온 탐정이야?”
“고아원 인신매매 사건을 해결했다는 그 사람?”
척.
시몬이 차크람을 쥔 손을 들어 올린 채 라이카 로버트를 바라보았다.
“왜 사람들이 이렌 성녀님을 선택했는지, 당신은 아마 앞으로도 이해하지 못하겠지.”
“……뭐?”
“당신이 말한 논리가 전부 틀렸다고는 할 수 없어. 하지만―”
시몬이 목소리를 높였다.
“기계 성녀의 ‘상징성’을 위해, 기계 성녀의 제작에 참여한 모든 직원들을 살해한 순간, 당신의 정당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웅성 웅성 웅성 웅성!
그 이야기를 들은 관중들의 웅성거림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라이카 로버트의 표정이 처참하게 구겨졌고, 시몬은 펼쳐진 목의 셔츠 깃을 태연하게 접었다.
“본사 내 직원 집단 학살은 상식적이지 않을뿐더러,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합리’와도 거리가 멀어. 당신의 그럴듯한 언변은 당신 본인의 행동으로 반박할 수 있지.”
시몬의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당신은 그저 자기 발명품에 매료된 미친 과학자일 뿐이야.”
라이카 로버트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어디서 감히 그딴 거짓부렁을 지껄이는……!”
파앗!
팟!
그 순간 광장을 둘러싼 모든 화면에 시몬이 촬영했던 로버트 본사 내부의 영상이 나타났다. 피로 얼룩진 바닥과 쓰러진 사람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시온 탐정 말이 맞네.”
귀에 익은 목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휠체어를 끌며 광장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았다.
“호, 홈츠 선생이다!”
“저분이 여기는 어떻게……!”
시몬이 감격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던 그가,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자리를 박차고 광장까지 나온 것이다.
홈츠가 확성 수정구를 입에 댔다.
“나는 지난 50년간 다르블렝을 누비며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 왔네.”
그의 중후한 목소리가 뜨거워진 좌중을 무겁게 내리눌렀다. 세월의 무게와 연륜이 실린 말은 사람들의 귀를 열었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 도시에는 의뢰로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음을 늘 느꼈다네. 나는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평생을 바쳤고, 늙어버린 뒤에는 후학을 양성하면서도 이 일을 계속 이어나가려 했지. 그리고 지금 결론을 말하겠네.”
팟!
홈츠가 손짓하자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었다.
크리쳐 공장에서 기계들을 조작해 이렌을 정신적으로 몰아세우는 장면, 침몰한 보트 사건 때 뚫려 있던 보트의 커다란 구멍, 이렌의 서명을 강요하는 모습까지.
“문제의 정책들, 성녀 실종, 지금의 대규모 시위까지. 이 모든 배후에는 로버트사가 있었네.”
“!”
“모든 증거자료는 확보되어 있고, 방송국을 점거한 내 제자들이 버티는 데까지 영상을 계속 재생하도록 하지.”
시몬은 홈츠의 말을 들으며, 빈트로드와, 엑스머스, 게롤이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떠올라 미소를 지었다.
“나 홈츠 빌로하츠는 여신의 이름으로, 그리고 내 모든 탐정으로서의 명예를 걸고 선언한다!”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라이카 로버트가 이 모든 죄악의 주범이다!”
곳곳에서 관중들의 분노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라이카 로버트가 이를 빠드득 갈았다.
“홈츠 당신마저…… 늘 존경했는데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손바닥으로 슥슥 마른세수를 한 라이카 로버트가 손을 얼굴에서 떼어내며 말했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다르블렝은 멸망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단 말이다! 왜 아무도 나의 결단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거지?”
스스스스-
기계 성녀가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녀의 몸체에서 흘러나온 성녀의 신성이 눈부시게 터져 나왔다.
쿠구구구구구구!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도시 곳곳의 네옴이 배관을 뚫고 하늘로 솟구쳐 기계 성녀를 향해 몰려들었다. 제대로 싸울 생각이었다.
“다르블렝은 영원하다! 내가 한 모든 일은 도시를 위해서였다!”
“그 도시도 결국 개개인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야. 라이카 로버트.”
시몬이 저벅 저벅 걸어 나왔다.
“이곳 다르블렝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시몬이 잠시 광장 주위를 둘러보았다. 험한 옷차림의 노동자들, 추위에 떠는 아이들, 그 외에도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이 시몬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시의 이득을 위해 개인의 목숨을 빼앗고 생존권을 박탈하면, 도시가 개인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런 도시에 무슨 의미가 있지?”
“도시가 있고! 그 뒤에 개인이 있다!”
콰콰콰콰콰!
기계 성녀의 힘이 점점 방대해지고 라이카 로버트도 그 네옴에 떠받들어져 높게 날아올랐다. 도시 전역에서 흘러나온 네옴이 하늘을 녹황색으로 물들인다.
“좋은 도시가 만들어져야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다! 도시의 혜택을 받으러 몰려들었으면서 그 도시의 시스템에 복종하지 않다니! 쓰레기 같고 이기적인 생각이다!”
그가 기계 성녀에 고개를 숙였다.
“성녀님, 도시의 구성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오류 제거를 위해 기동.]시몬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 한번 해보자 이거지?’
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이렌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라툴라 미 키빌리스.”
“시, 시온 탐정?”
시몬이 당황해하는 이렌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믿으세요.”
그 말에 이렌이 용기를 얻은 듯 눈에 힘을 주더니, 시몬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스스스스스-
시몬의 몸이 눈부시게 빛나더니, 그 빛이 이렌에게로 들어갔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그녀의 몸이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눈부신 신성으로 가득 차며 두 발이 공중으로 살짝 떠올랐다. 시몬이 차지한 성녀의 권능 일부가 시몬으로부터 이렌에게로 옮겨진 것이다.
성녀를 상징하는 성의가 적은 양이지만 그녀의 몸에 내려오고 있었다. 믿음으로 충만한 그녀의 정신이 신성에 반응하듯, 하늘의 기계 성녀 못지않은 신성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건 성녀의 힘……! 분명히 내 몸에서 빠져나갔을 텐데……!”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녀가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리다가 시몬을 바라보았다.
“그대는 대체……!”
시몬이 씩 웃으며 답했다.
“자, 당신의 시민들을 지킬 때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