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5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58화(1358/136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58화
“당신들이 지금, 무엇에 맞서려는 건지 알고는 있는 겁니까!”
라이카 로버트가 광장을 향해 소리쳤다.
“이 도시의 모든 것이 네옴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르블렝의 성녀님을 상대하겠다는 건, 이 도시 전체와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란 말입니다!”
쿠구구구구구구!
기계 성녀의 힘으로 고층 빌딩과 건축물이 쩍쩍 무너져 내리고 바닥이 갈라진다.
길가에 놓여 있던 네옴 자동차들이 하나둘 떠오르는 건 물론, 다르블렝을 상징하는 거대한 다리인 현수교마저 뜯겨 나가며 공중으로 치솟았다. 종말의 풍경을 만들어내듯 조각난 도시들이 하늘에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올곧게 적대감 가득한 눈으로 기계 성녀와 라이카 로버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라이카 로버트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래, 역시 너희를 꺾어야―”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시몬과 이렌, 그리고 홈츠였다.
“공포라는 시스템에 사로잡혀 시민들도 협조적으로 변하겠지.”
[공포 주입 개시. 도시를 정화합니다.]기계 성녀로부터 흘러나오는 듣기 좋은 여성의 음성과 함께, 건물 파편과 네옴 자동차 따위가 광장으로 두둥실 날아왔다.
이에 성의를 입은 이렌이 성큼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한 손은 시몬의 손에 올린 채, 다른 한 손은 곧게 펼쳐서 앞으로 두었다.
“사람들을 지키겠다.”
그녀의 결연한 선언과 함께, 이렌의 권능 ‘성풍’이 전면으로 불어닥치며 날아오는 네옴 구조물들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러자 구조물들이 쩍! 빠득! 하는 소리를 내며 가루가 되거나 갈기갈기 찢어진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곳곳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분명히 말해두마, 라이카 로버트. 다르블렝은 이 땅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녀가 신성을 끌어올리며 라이카 로버트를 노려보았다.
“설령 이 땅이 모래가 되더라도, 사람들이 남아 있다면 그것이 곧 다르블렝이다.”
“문명을 모욕하지 마라! 이렌!”
라이카 로버트가 그렇게 외치고는 기계 성녀를 바라보았다.
“저자가 가장 큰 오류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입니다 성녀님! 저자 때문에 도시 전체가 괴팍한 사상으로 오염되고 있습니다!”
[즉각 정화 개시.]신 성녀와 구 성녀.
기계 성녀와 난류의 성녀가 정면으로 맞붙기 시작했다.
한 발 떨어져서 지켜보던 시몬은 식은땀을 흘렸다.
‘끼어들 엄두도 못 내겠네.’
터어어엉!
퍼어어어어어엉!
이렌도 다나와 아스페리아 같은 베테랑 강경파 성녀라고 했던가. 차례차례 권능을 실은 성풍으로 구조물을 해체하고 잔해나 파편이 사람들에게 닿지 않도록 디테일하게 지우는 모습은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저 실력이 뭐가 평범하단 거야?’
본래 힘의 1/4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태로, 도시 전체를 이용한 압도적인 홈그라운드 보정을 받는 기계 성녀를 어떻게든 상대해 나가고 있다.
저런 사람을 ‘재능이 없다’며 까내려서 정신을 붕괴하게 만든 라이카 로버트의 화술이 더 대단할 따름이었다.
“크, 크리쳐다!”
“공장에서 나왔어!”
사람들의 외침을 들은 시몬의 고개가 돌아갔다.
척! 척! 척!
지하세계와 여러 공장에서 빠져나온 네옴 크리쳐들이 광장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홈츠가 외쳤다.
“여기 있으면 성녀님의 발목을 잡는다! 모두 흩어져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게!”
그러나 사람들은 눈앞에 벌어지는 거대한 스케일의 광경에 완전히 압도당한 나머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크리쳐들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하는 수 없이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그보다 먼저 기계 성녀와 싸우고 있던 이렌이 주먹을 움켜쥐더니 뒤로 성풍을 보냈다.
<라이언하트(Lionheart)>
후우우우우우우우웅!
그녀의 권능인 성풍의 진가는 네옴처럼 ‘힘의 전달’에 있다.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축복을 담은 바람이 광장을 감싸자, 침체된 공기가 깨어나며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다.
“아!”
“우, 움직이자!”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 마침내 두려움을 떨쳐내고 하나둘 일어나 움직였다.
“일단 광장에서 빠져나간 뒤에 대응해야 합니다!”
“경관들에게도 소식을 알리고 무기로 무장해! 모두가 힘을 합쳐서 이 도시를 상대해야 한다!”
“아이들부터 안전한 곳으로 보내!”
이성과 용기를 되찾은 시민들은 질서 있으면서도 발 빠르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시민들 모두가 싸워야 할 적을 확고히 구분했다.
“시온 탐정.”
그때 이렌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아까 어떻게 한 건진 모르겠지만, 내게 힘을 더 불어넣어 줄 수 있겠나?”
시몬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방금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네 시간 전, 로버트사 본사가 있던 상공에서 탈출한 시몬은 떨어지는 금속 저장고를 뒤쫓아갔다. 중간에 네옴 전투기들이 방해하긴 했지만, 무사히 물리치고 성녀의 정수가 갇혀 있는 저장고 위에 안착하는 것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이 저장고는 성투나 혼돈을 포함해 시몬이 당장 쓸 수 있는 어떤 방법을 써도 부서지지 않았다. 이건 이렌이 직접 와서 권능으로 무력화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최선의 방법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직접 닿는 것보다는 효과가 떨어지겠지만, 시몬은 금속을 사이에 두고 손바닥을 펼친 뒤 성녀의 정수로부터 힘을 받아냈다.
-저기 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로버트사의 군대가 몰려드는 바람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 뒤에 그들은 저장고를 옮겨가 지상에서 또 다른 기계 성녀를 조립하여 완성하고, 예정된 시간에 연설을 강행하기 위해 광장으로 간 것 같았다.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회상에서 깨어난 시몬이 결론을 내렸다.
“결국 저 기계 성녀를 이렌 님의 권능으로 직접 녹이고, 성녀의 정수를 되찾으셔야 합니다.”
“나도 그러고 싶다만!”
그녀가 숨을 헐떡였다.
“지금 이 힘으로는 가까이 가기는커녕 대치하는 것도 한계다!”
“방법이 있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홈츠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여전히 네옴으로 작동하는 게 아닌, 보통의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저 기계 성녀가 보이고 있는 압도적인 권능에 현혹되지 말게. 결국 저건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니까.”
그가 위를 보며 말을 이었다.
“따뜻한 피가 흐르지도 않고, 신성을 가지지도 않았지. 인간의 몸과 정신이 아니란 말일세.”
“그렇다는 건!”
시몬이 손가락을 튕겼다.
“스스로 신성이나 네옴을 회복하진 못한다는 말씀이네요. 네옴이 다 떨어지면 결국 작동을 멈출 거예요!”
“바로 그렇네. 저건 성녀도 프리스트도 뭣도 아니야. 네옴이라는 자원으로 현상을 출력하는 고성능 기계일 뿐일세. 그리고 권능을 일으키려면 ‘가공된 네옴’이 아니라 ‘순수한 네옴’이 필요하지. 기계나 금속에서 네옴을 추출해서 동력으로 쓰진 못할 걸세.”
사람처럼 마나나 신성의 자연 재생을 기대할 수 없다.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저 기계 성녀의 몸체에는 고압축 네옴이 들어가 있을 걸세. 그게 바닥나면 끝이지. 다만-”
촤아아아아아아!
마침 하늘에서 네옴 비공정들이 다가와 기계 성녀에 네옴을 주유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쪽에서도 계속 네옴을 공급하려 하겠지. 우리는 힘으로 억지로 저것을 쓰러뜨릴 게 아니라, 보급을 막아 연료를 전부 소진하게끔 유도해야 하네!”
-여기는 엑스머스.
그때 통신 수정구에서 엑스머스 탐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사히 잠입해서 비행 주유 기지를 전부 점거했습니다. 비공정으로 네옴을 주유하는 건 이제 불가능할 겁니다.
“아주 잘했네. 엑스머스.”
시몬이 헛웃음을 흘렸다.
‘빠르다. 탐정 선배들은 벌써 움직이고 있는 건가?’
-하지만 라이카 로버트가 크리쳐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크리쳐들로 운송수단을 운용하게 해서 도로와 철로, 강 등으로 계속해서 네옴을 운반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막아보게. 모든 시민들이 우리를 도와줄 걸세.”
시몬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그럼 네옴의 공급을 끊을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래.”
두 사람의 시선이 가장 먼 곳, 네옴이 계속 흘러나오는 원류의 첨탑으로 향했다.
“결국 네옴의 근원을 파괴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길 수 없네.”
“말도 안 된다!”
이렌이 반발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것만은……!”
“결심을 상기하십시오. 성녀님. 저건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자 이제는 우리 손을 떠난 힘입니다. 다르블렝 사람들이 있는 곳이 다르블렝이지 않겠습니까.”
그녀는 입술을 짓씹으며 망설였지만, 이내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다. 사람을 구하는 것만 생각하겠다.”
“저도 가겠습니다.”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나 등 뒤에 매고 있던 차크람을 단단히 붙잡았다.
홈츠의 말대로, 연료가 부족했는지 잠시 기계 성녀의 공격이 멈춘 상태였다. 시몬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류의 첨탑을 공략해 보죠.”
-홈츠 선생님.
그때 엑스머스의 힘겨운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러지?”
-꼭 말씀드려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탐정들 사이에…….
뒤이은 이야기를 들은 시몬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배신자가 생긴 것 같습니다.
* * *
원류의 첨탑 앞.
시청 본사.
-훌륭한 결단입니다. 게롤!
통신 수정구로부터 라이카 로버트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당신을 부시장으로 임명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뉴 오더의 시대에, 당신의 역할이 클 겁니다.
“예, 감사합니다.”
통신이 끊겼다.
후우 하고 긴 숨을 내뱉은 게롤이 커튼을 걷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철컥.
쿵!
창밖에는 무수한 크리쳐 군대가 질서 정연히 배치되어 있었다. 전부 원류의 첨탑을 지키기 위한 병력이었다.
“……도시가 모두 무너져도 사람을 구하겠다고? 정신 나간 것도 아니고.”
3대 명탐정이라 불리던 게롤은 자신의 본분에 늘 진심이었다.
다르블렝의 탐정이라는 직업적인 사명감으로 무장한 그는 홈츠를 온 마음으로 따랐고, 다른 동료들과 함께 로버트사의 비밀을 밝혀내려고 했다. 로버트사가 공장을 폭파시켰을 때의 분노도 모두 진심이었다.
그러나 광장에서 본 기계 성녀의 압도적인 힘은 그의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
-성녀가 도시 그 자체입니다.
멀리서나마 그 힘을 마주한 순간, 절대로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한 쪽에 붙는 것이야말로 생물의 섭리.
무엇보다 병상에서 막 일어난 홈츠가 부하들에게 지시한 명령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선 원류의 첨탑을 파괴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을 걸세.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게 일그러졌다. 반발심에 가슴에 불길이 치고 올랐다.
네옴이 사라지면 이 도시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그동안 탐정으로서 쌓아온 커리어는? 은행에 있는 수백만 크로바는? 내 집은? 명예와 인망은?
그동안 승승장구하며 최연소 3대 탐정이 됐고, 이제 홈츠의 뒤를 이를 사람으로 손꼽히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쌓아오고 가진 모든 게 무너지게 생겼다.
“싫다.”
진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합리와 효율을 외면하고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도 싫었다.
“동지들.”
그가 뒤를 돌아보자, 네옴 블래스터 등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굳건히 서 있었다.
“다르블렝은 하나의 방대한 시스템이며, 시스템은 일개 개인보다 위대해. 그 시스템의 근간을 해치려는 자들이야말로 반역자들이다.”
촤악!
그가 커튼을 힘껏 젖히고 창밖을 응시했다. 저 멀리 기계 성녀가 비공정으로부터 네옴을 공급받고, 다시금 성녀의 권능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처억.
척.
모두가 한쪽 무릎을 꿇고 창밖의 기계 성녀를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그라툴라 미 키빌리스.”
모두의 엄숙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게롤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다르블렝이여, 영원하라.”
방에 있는 모두가 경건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그때.
벌컥!
문이 거칠게 열리며 한 남자가 뛰어 들어왔다.
“게롤 부시장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뭐?”
“우리 측이 점거했던 항구 시설이 전부 파괴됐습니다! 기계 성녀께 전달할 네옴을 실은 배들도 전부 가라앉고 있습니다!”
게롤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폭격인가?”
“그게 아니라…….”
남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답했다.
“단 한 사람에게…….”
* * *
휘오오오오오오!
다르블렝 강 하류에 위치한 도시 최대의 항구 기지는 크고 작은 흠집이 생긴 채 쩍쩍 갈라져 있었다.
크리쳐들이 모두 쪼개져 박살 나 있었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경관 한 명이 덜덜 떨며 네옴 블래스터를 침입자에게 겨누었다.
“너, 너는 정체가 뭐냐!”
그가 블래스터를 발사하려는 순간, 쩍! 소리와 함께 총의 몸체가 반으로 갈라지며 단면을 보였다.
경관이 ‘흡!’ 소리를 내며 기겁했다.
그리고 앞으로 저벅 저벅 다가오고 있는 건, 검은 타이즈 차림에 두 발등 위로 칼날을 일으킨 여성이었다.
“나는 다르블렝 최강의 암살자-”
아.
거기까지 말한 그녀가 잠시 하늘의 눈치를 보더니 흠흠 헛기침을 하며 정정했다.
“준최강의 암살자 ‘밀레’다.”
“무슨 헛소리냐! 그냥 차강이라고 해라!”
빠악!
그녀의 발길질에 경관이 기절했다.
자세를 다잡고 선 그녀가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로버트 본사를 보며 두 손을 착! 하고 모았다.
“앞으로도 정진하겠습니다.”
도시 내 불법 조직 슬래그본의 용병으로 일하던 밀레.
그녀는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슬래그본을 도시에서 지워 버린 로버트사에 대해 분노했고, 이제 그들과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기도를 마친 그녀가 쓰러진 경관을 보고는 조용히 웃으며 걸어갔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