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5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59화(1359/136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59화
기계 성녀의 대규모 공세가 한 차례 멈추었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일 뿐이었다.
시몬과 홈츠, 그리고 탐정들은 의논을 마치고 움직였다.
그들의 목표는 원류의 첨탑, 그리고 기계 성녀에게 네옴을 공급하는 수송망의 차단이었다.
부우웅!
덜컹 덜컹!
순수 네옴을 가득 실은 대규모 화물차들이 기계 성녀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이들이 더 많이 도착할수록 기계 성녀의 힘이 강해지고, 광장에서 싸우고 있는 이렌이 패배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기에.
“죽을힘을 다해 막아야 함세!”
빈트로드 탐정은 직원들과 주민들로 구성된 임시 시민군을 이끌며 주요 도로를 봉쇄했다. 급히 모은 가구나 컨테이너, 각종 적재물들 따위로 바리케이드를 세웠다.
기계 성녀 때문에 제대로 네옴 아티팩트를 쓸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들이 손에 쥔 건 모두 크로스보우나 슬링 같은 구식 무기였다.
“공격 개시!”
빈트로드의 지시에 따라 신성 사용자들의 백마법들이 찬란하게 쏟아지고, 구식 무기가 지나가는 화물 차량들의 바퀴에 구멍을 뚫었다.
그렇게 도로에서의 전투가 계속되는 사이, 철도에서의 전투도 진행되고 있었다.
“철로를 틀어라.”
사람들을 이끌고 철도를 장악한 엑스머스가 발 빠르게 철도의 방향을 바꾸었고, 네옴을 실은 화물열차가 급히 방향을 틀려다가 탈선해 지면에 엎어졌다.
그 모습을 본 엑스머스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옴 원료는 즉각 회수해서 폐기해라. 이렌 성녀님은?”
“아직 잘 버텨주고 계십니다!”
쿠쿠쿠쿠쿵-
콰쾅!
광장에서는 여전히 이렌과 기계 성녀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었다. 건물들이 날아다니고, 파편이 휘몰아치는 격렬한 전투였다.
그 모습을 본 엑스머스가 안도하듯 중얼거렸다.
“……그나마 저 기계 성녀가 이렌 님께 집중하고 있어서 다행인가.”
이렌 성녀가 죽으면 무슨 짓을 하건 다르블렝 시민들의 패배다. 기계 성녀와 라이카 로버트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어떻게든 지금 저 자리에서 이렌을 처단하려는 것 같았다.
“섣부른 판단이지.”
엑스머스가 팔짱을 꼈다.
“처음부터 기계 성녀가 원류의 첨탑을 점거하고 멀리서 폭격만 쏟아부으면, 우리는 손쓸 도리가 없었을 거다.”
“에이- 그럼 전투에서는 이기겠지만, 전쟁에서는 이기지 못하죠.”
옆에 서 있던 여탐정이 싱글싱글 웃으며 말을 받았다.
“라이카 로버트는 다르블렝 시민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자신의 성녀가 사람들에게 인정받길 원하고 있어요. 그래야 하늘섬과 협상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 그러니 우리는 더더욱 기계 성녀에게 향하는 네옴 공급을 물고 늘어지면 되는 거다.”
철컥!
엑스머스가 신성이 일렁이는 석궁을 어깨에 짊어지고는 사악하게 웃었다.
“다음 열차 온다, 털 준비해.”
“……아무리 생각해도 엑스머스 님은 탐정보다 이쪽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엑스머스 탐정님!”
이번에는 그의 조수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엑스머스가 허허 웃었다.
“네옴 수정구에 의존하다가 이렇게 발로 뛰는 보고를 받자니 적응이 어렵군.”
“큰일 났습니다! 아! 저, 저기!”
조수가 팔을 뻗어 한쪽을 가리켰고, 엑스머스의 시선이 따라갔다.
“……제기랄.”
쿵! 쿵! 쿵! 쿵! 쿵!
기계 성녀의 명령을 받은 크리쳐 군단이 엑스머스와 시위대가 점령한 철도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시위대보다 몇십 배는 많은 숫자였고, 심지어 모두 네옴 아티팩트로 무장하고 있었다. 엑스머스가 피곤한 표정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역시 저 크리쳐부터 어떻게 해야 해.”
* * *
현재 네옴에는 네 명의 성녀의 힘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것은 창류의 성녀가 남긴 ‘크리쳐 생성 능력’이었다.
크리쳐는 다르블렝 어디에나 있다. 각 공장에서 노동자들을 대체하고 있는 건 물론, 거리나 공원, 상류층 집에는 가정부용으로도 한 대씩 있을 정도다.
바로 그 크리쳐들이 전장에 합류했고, 네옴 아티팩트로 무장한 채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반항하거나 도망치려 하면 즉각 네옴 탄환을 발포했다.
“……그래서 일부러 크리쳐들을 피해 주거지 쪽으로 온 건데.”
공중전 이후 하양이와 까망이가 힘을 완전히 소진해 버렸기에, 시몬은 직접 발로 뛰어 이동하고 있었다.
비교적 안전한 주거지를 지나 원류의 첨탑으로 향하는 루트를 선택했지만, 이곳조차 안전하지 않았다.
인간을 공격하는 크리쳐들이 주거지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 특징은 눈 대신 달려 있는 한 쌍의 렌즈에 빨간빛이 들어와 있다는 점이었다.
“사, 살려주세요!”
“쏘지 마! 우린 아무 짓도 안 했어!”
바로 근처에서 도움을 구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시몬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려갔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크리쳐에게 포위당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렌즈에 빨간빛이 들어온 크리쳐가 네옴 총구를 세웠다.
[구속 명령 이탈자들 발견. 오류 제거 개시.]‘위험해!’
시몬이 얼른 사람들 앞으로 뛰어들려는 그때.
뿌우우우우우우-!
그보다 한발 앞서 맹렬한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크리쳐들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가 버렸다. 몇몇은 창문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고, 나머지는 한참 멀리까지 튕겨 나가 고철 더미로 변했다.
‘이 기술은!’
시몬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나팔을 입에 물고 있는 익숙한 얼굴의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시온 님도 여기 계셨군요! 소관입니다 하미엘!”
그녀가 척 경례 자세를 취했다. 시몬도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하미엘! 여긴 어쩐 일이야?”
“연구소가 이 근처에 있어서 소관이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있었습니다!”
덜컹 덜컹!
멀리서 크리쳐의 기계음이 들렸다. 하미엘은 반사적으로 움찔하더니 급히 손짓했다.
“이, 일단 움직이면서 이야기하죠! 주민분들도 저희를 따라오세요!”
하미엘과 시몬이 앞장섰고, 시민들이 그 뒤를 뒤따랐다.
하미엘이 숨을 헐떡이면서 시몬에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을 이어나갔다.
“지하에서 올라온 공장 크리쳐들이 주거지역을 공격해 왔어요! 그나마 여기 있는 가정용 크리쳐들은 사람들에게 우호적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태도가 바뀌어서 사람들을 쏘기 시작했죠!”
“모든 크리쳐들이 기계 성녀의 지시를 받는 거 아냐?”
“아뇨! 처음부터 전부 그런 건 아니었어요!”
하미엘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 가정용 크리쳐들은 인간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 했다고 한다. 떨어지는 잔해를 대신 맞거나, 불이 난 곳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해낼 정도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붉게 빛나는 렌즈의 크리쳐들이 와서 가정용 크리쳐들에게 새로운 명령을 전달했고, 그 후로는 가정용 크리쳐들마저 렌즈가 붉어지며 인간을 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떠벌떠벌 설명을 하던 하미엘이 앞을 가리켰다.
“아, 저기! 저거 봐요!”
삐리리릭!
인간에게 우호적이었던 녹색 렌즈의 가정용 크리쳐에게, 빨간 렌즈의 크리쳐가 다가와 가슴의 화면을 통해 데이터를 전달했다.
그렇게 데이터를 수신한 가정용 크리쳐의 녹색 렌즈는 점차 붉게 변했다.
철컥!
[위험 바이러스 발견. 오류 제거 개시.]렌즈가 붉게 변하자마자 시몬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모습이었다. 시몬도 얼른 두 주먹에 신성을 끌어모으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이러면 전부 쓰러뜨릴 수밖에 없겠네.”
하미엘도 나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네요. 제가 보조를-”
[제거 명령 정지 요청.]그런데 갑자기 또 다른 크리쳐가 나타나 두 팔을 번쩍 들며 시몬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대상은 협력자입니다.]“?”
시몬은 갑자기 자신을 보호하려 드는 크리쳐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협력자에 대한 추가 정보 입력.]삐리리릭.
이 초록색 렌즈의 크리쳐가 빨간색 렌즈의 다른 크리쳐들에게 새로운 데이터를 전달했다. 모든 크리쳐들이 잠시 동작을 멈췄고, 데이터를 내려받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삐익! 하고 짧고 강렬한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요청을 거부합니다. 상위 명령을 우선시합니다.] [오류 제거 우선 개시.]그들이 다시 시몬을 공격하려고 했지만, 크리쳐가 직접 달려가 몸으로 부딪히며 막아섰다.
[협력자님을 지켜야 합니다.]위잉! 윙!
크리쳐들끼리 서로 아등바등 몸으로 부딪히며 다투고 난리도 아니었다. 하미엘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크, 크리쳐들끼리 싸우고 있네요?”
“…….”
“고장이라도 난 걸까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이 기회입니다!”
하미엘이 나팔을 입에 물려고 하자 시몬이 팔을 뻗으며 그녀를 제지했다.
“잠깐만 하미엘.”
“네?”
시몬은 자신을 지키려는 크리쳐를 주목했다. 몸 곳곳에 보이는 두들겨 맞은 흠집과 상처. 벗겨진 외피, 방망이에 맞아 찌그러진 옆구리까지.
어쩐지 익숙하다고 했다.
“너였구나!”
시몬이 처음으로 지하세계에 갔을 때, 일자리를 빼앗겨 분노한 노동자들에게 두들겨 맞던 것을 구해줬던 바로 그 크리쳐였다.
[피하십시오. 협력자님.]크리쳐가 어떻게든 시몬으로 향하려는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결국 숫자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크리쳐들이 다시 시몬에게 총구를 겨냥했다.
[오류 제거 개시.]터어어엉!
그러나 총성은 다른 곳에서 울렸다. 시몬은 멀쩡한 상태로 눈을 깜빡였고, 그 대신 시몬을 쏘려던 크리쳐들이 몸통에 구멍이 뚫린 채 넘어졌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초록색 렌즈 크리쳐가 같은 크리쳐를 네옴 탄환으로 쏜 것이다.
[협력자 보호가 최우선.]“……!”
절걱.
초록색 렌즈 크리쳐가 자리에서 일어나 시몬에게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협력자님. 작은 상처가 있다면 1번, 심각한 부상이라면 2번…….]“난 괜찮아.”
시몬이 멍한 얼굴로 그렇게 답했다.
“……있을 수 없어.”
뒤에서 지켜보던 한 시민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몬도 동감이었다.
크리쳐는 기본적으로 명령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런데 눈앞의 크리쳐는 상위 명령을 거부하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같은 크리쳐를 공격했다.
“……성자는 성녀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더니.”
하미엘이 당혹스러운 미소를 흘렸다.
“이젠 로봇들의 사랑까지 독차지할 생각이에요?”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시몬이 턱을 짚으며 생각에 잠겼다.
난류의 성녀 실종 단서를 찾으러 크리쳐 공장에 갔을 때, 홈츠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크리쳐가 독립적 판단이 가능한 건, 혼류의 성녀가 남긴 정신체 구축 능력 덕분일세. 정신체가 없었다면, 크리쳐는 단순한 껍데기였겠지.
다르블렝의 모든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사람들은 이를 단순 기계적 프로그램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홈츠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혼류의 성녀가 남긴 정신체에 기반하여 명령, 처리, 저장, 출력, 상호작용이 쌓아 올려진 결과물이다. 정신체의 반응에 따라 시스템을 정의하고 구축한 게 지금의 다르블렝 소프트웨어인 것이다.
더 간단히 말하면, 성녀가 남긴 정신체를 인간들이 명령어를 이용해 조작하는 느낌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터업.
시몬이 손바닥을 펼쳐 크리쳐를 만졌다.
“거기 있는 거지?”
[삐리리릭! 저는 여기에 있습니다. 협력자.]“다르블렝의 사람들이 위기에 처했어.”
시몬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고 지키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 이대로라면 크게 다칠 거야. 도움이 필요해.”
초록색 렌즈의 크리쳐는 마치 작동을 멈춘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잠시 후.
[명령 확인. 협력 시작.]놀랍게도 크리쳐가 고개를 끄덕이듯 움직이더니, 시몬의 말을 빠르게 데이터화하여 명령으로 받아들였다.
동시에 시몬은 아주 약간 남아 있던 권능의 힘을 조금씩 크리쳐에게 나누어주었다. 권능은 크리쳐의 몸을 통해 네옴 엔진으로 흘러 들어갔다.
“부디 힘을 빌려줘.”
“저, 저기이. 죄송하지만…….”
뒤에서 하미엘이 주춤거리며 말했다.
“뒤쪽에서 다른 크리쳐들이 오고 있어요! 기계한테 무슨 말을 해도…… 아!”
화아아아아아아아악!
그때 크리쳐의 몸에서 눈부신 신성이 솟구쳤다. 몸체의 망가진 금속 부분들이 재생하듯 복구되었고, 그 크기는 조금 더 커지며 독특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무엇보다 크리쳐의 렌즈 눈동자가 녹색도 빨간색도 아닌, 선명한 ‘검푸른색’으로 변했다.
마치 금속으로 된 생명체가 신성의 축복을 받는 것 같은 모습에, 곳곳에서 시민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새로운 명령을 입력했습니다.]렌즈에서 검푸른 빛을 내는 크리쳐가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바로 이때 후방에서 몰려든 붉은 렌즈 크리쳐들이 일제히 총구를 겨누며 위협적인 기계음을 내기 시작했다.
[오류 발견.]철컥!
철컥!
그들이 시몬과 하미엘, 그리고 시민들을 총구로 조준했다.
척.
이에 검푸른 렌즈의 크리쳐가 앞으로 나와 두 팔을 벌렸다. 공격을 가로막으려 하는 모습에 선두의 빨간색 렌즈 크리쳐가 경고했다.
[방해 행동을 중지하십시오. 명령 정정을 요청합니다.]삐리릭.
빨간 렌즈에서 빛이 흘러나와 검푸른 렌즈 크리쳐에 명령을 전달했다. 하지만 크리쳐의 눈동자는 여전히 선명한 검푸른색일 뿐,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요청을 거부합니다. 최상위 명령을 우선시합니다. 최상위 명령 전달.]삐리리리리릭.
이번엔 역으로 크리쳐가 주변의 다른 크리쳐들에게 명령을 전달했고.
우웅!
웅!
그들의 렌즈가 붉은색에서 검푸른색으로 변하며 총구를 내렸다.
[최상위 명령 수행 개시.] [다르블렝의 시민들을 지키겠습니다.]최상위 명령이 들어서고, 이들 모두가 시민들의 수호를 제1지침으로 삼게 된 것이다.
처억.
척.
명령을 받은 수호자 크리쳐들이 주위로 빠르게 흩어졌다. 그들은 골목골목에서 사람들을 공격하는 빨간 렌즈 크리쳐들에 다가가 자신들의 새 명령을 덧입히기 시작했다
시몬에게 직접 힘을 받은 첫 크리쳐가 고개를 돌려 시몬을 바라보았다.
[협력에 감사드립니다.]시몬이 씩 웃었다.
“고마워, 잘 부탁해.”
다르블렝 시민들은 이 상황을 보고도 믿지 못한 채 웅성거렸다.
“대, 대단해! 네옴 해킹인가?”
“실력 있는 네옴 아티팩트 기술자인가 봐.”
털썩.
그리고 하미엘은 눈앞에 벌어진 기적을 보며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당연히 그녀는 방금 그게 해킹 따위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지금 이거…… 모제 형제님한테 말해주면 진짜 난리 날지도.”
* * *
시몬이 기적을 일으키는 동안에도, 크리쳐들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었다.
“위험해! 에밀리! 돌아와!”
“우리가 알던 녀석이 아니야!”
막다른 골목에 몰린 피난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 그리고 붉은 렌즈의 크리쳐들이 인간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앞으로 한 여자아이가 울먹이며 걸어가고 있었다.
“핑키! 나야 에밀리! 기억 안 나?”
선두에 있는 분홍색 리본이 매달린 크리쳐가 렌즈에 붉은빛을 뿜으며 소녀를 응시했다. 기계적인 음성이 공허하게 울렸다.
[오류 제거 개시.]위이이잉.
총구가 작동하며 네옴 에너지가 회전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에밀리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저 울먹이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핑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날 떠올려 줘! 제발!”
뒤에서 사람들이 도망치라며 비명을 질러댔다. 크리쳐의 총구에 선명한 녹황색이 일렁이는 순간.
삐리리리릭!
붉은 렌즈의 크리쳐들이 갑작스럽게 동작을 중지했다. 뒤에서 나타난 수호자 크리쳐들이 최상위 명령을 전달한 것이다.
스으-
리본을 맨 크리쳐도 에밀에게 겨눈 총구를 거두었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소녀에게 다가갔다.
[마스터 에밀리.]늘 가정에서 했던 방식으로 팔을 뻗어 에밀리를 꼭 안아주었다.
[명령 정정. 죄송합니다. 대피소로 안내를 도와드리겠습니다.]“돌아왔구나 핑키!”
에밀리는 눈물을 흘리며 크리쳐의 차가운 금속 몸에 얼굴을 묻었다. 크리쳐의 팔이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최우선 명령 전달.] [최우선 명령 전달.]수호자 크리쳐들은 계속해서 도시 전역으로 흩어져 다니며 인간을 공격하는 크리쳐들에게 ‘최상위 명령’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주거지에 진입한 붉은 렌즈 크리쳐들이 전부 수호자로 돌아섰고, 심지어 다른 크리쳐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어느덧 주거지에서 시작한 검푸른 크리쳐의 물결은 군대가 형성될 정도로 방대해졌다.
[위험에 빠진 인간들을 돕습니다.]바로 이 타이밍.
붉은 크리쳐들에게 공격받고 있던 엑스머스 측을 돕기 위해 크리쳐들이 나타난 것도 지금이었다.
“엑스머스 탐정님! 크리쳐들이 우리를 돕고 있습니다!”
“……나도 보고 있다. 오래 살다 보니 별일을 다 보는군.”
전황은 눈 깜짝할 사이에 역전되어 갔다. 기계 성녀의 크리쳐들이, 기계 성녀를 빠르게 배신하고 있었다.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직접 기계 성녀로부터 명령을 받은 상위 크리쳐 개체가, 저 멀리 환호하는 사람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오류 제거. 오류를 제거해야 합…….]터엉!
그러나 사격하기도 전에, 상위 크리쳐가 구멍이 뚫린 몸으로 바닥에 무너졌다. 뒤에서 나타난 수호자 크리쳐가 조용히 총구를 내리며 검푸른 안광을 번쩍였다.
[생명은 어떤 경우에도, 오류가 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