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6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63화(1363/136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63화
펄럭 펄럭!
바람이 강하게 불어닥친다. 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성자의 힘을 발현한 시몬이 기계 성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처억.
기계 성녀 또한 아래로 내려와 시몬과 같은 높이에 섰다.
[당신에 대한 비정상적 이끌림 감지.]시몬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뭐?”
[오류로 추정된 1급 관리자는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성녀로서 당신에게 이해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기계 성녀가 갑자기 시몬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다르블렝은 회생 불가합니다. 네옴은 한계에 달했고, 주민들은 도시를 유지하기 위한 당연한 노동을 고통이라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어떤 경우에도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주민들 또한 도시 구성원으로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 도시는 리셋되어야 합니다.]시몬이 눈썹을 긁적였다.
“그래서 학살과 파괴를 자행하고 있는 거야?”
[1,000년, 2,000년 뒤 다르블렝의 번영과 주민들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다소간의 희생입니다.]시몬이 한숨을 푹 쉬었다.
마치 ‘그들’이 주장하는 것과 쏙 빼닮은 논리. 시몬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논리였다.
“네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지?”
[본 성녀의 가동 시간은 1,213시간 30분 1초를 지나고 있습니다.]“그렇다면 50일이네. 태어난 지 50일 만에 도시에 대해 회생 불능 판정을 내리고 다 갈아엎겠다는 거잖아?”
시몬의 황금빛 눈동자가 찬란하게 빛났다.
“고작 50일을 인내하지 못하고 자포자기한 채 쉬운 길을 택하려는 너를, 내가 어떻게 신뢰할 수 있지? 미래의 1,000년? 그사이에 네 판단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으면 너는 그때마다 계속 도시를 부수고 다시 지으려 할 거야.”
시몬이 그녀를 손끝으로 가리켰다.
“오류를 제거하겠다고 했지?”
[…….]“세상은 원래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아. 그래도 인간이 번영할 수 있었던 건, 네가 말하는 오류와 비합리가 가득한 세상에서도 어떻게든 살아왔기 때문일 거야.”
스윽.
시몬이 팔을 내리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너와 우리는 공존할 수 없어.”
기계 성녀는 잠시 기능이 정지된 듯 가만히 서 있었다. 이내 그녀의 눈동자에 붉은빛이 들어왔다.
[아쉽습니다. 당신은 처음으로 오류를 감수하고도 제가 설득하고 싶었던 유일한 인간입니다.]기계 성녀가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른다.
[당신에게 더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목표에 대한 장애로 판단. 더 월드 플랜을 속행합니다.]쿠구구구구구구구!
도시가 온통 격변하기 시작한다. 바닥이 갈라지고 그 아래에서 지하세계의 공장 따위가 올라와 지상의 빌딩과 마구 뒤섞이며 엉망이 되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뿜어져 나온 오염된 네옴 연기가 스모그처럼 하늘을 자욱하게 덮어갔다.
[도시를 리셋하겠습니다.]시몬은 이것이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꾸르르르륵-
기계 성녀의 앞으로 검은 액체가 고여 모이기 시작했다.
지하세계의 가장 밑바닥.
라이카 로버트가 무엇보다 숨기고 싶어 했던 네옴 작업에서 극소량 추출되는 최악의 폐기물. 지하에 고인 채 방치되어 다르블렝을 병들게 만든 그것.
이제는 녹황색이지도 않은 그 검은 네옴 폐기물이 중심에 고이고 있었다.
[이것은 도시가 흘린 피입니다.]도시가 점점 쪼그라드는 반면, 이 검은 네옴은 반대로 커져 나가고 있었다. 석유가 터지듯이, 혹은 생물이 피를 흘리듯이, 구덩이에 고인 검은 네옴이 점점 커져 나가기 시작했다.
참방.
기계 성녀는 스스로 그 극독을 향해 들어갔다. 성의는 물론이고 네옴 몸체마저 치이이 녹아내렸지만, 기계 성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쑤우우우욱-
기계 성녀의 몸이 그 안으로 완전히 들어갔다. 마치 녹아들어 간 것처럼 보였다. 뽀글뽀글 방울이 조금 올라오나 싶더니 잠잠해졌다.
그러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검은 네옴이 끓는 물처럼 들끓고.
그곳에서 악의 화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뚜둑.
뚝.
뚜둑.
검은 네옴을 옷처럼 뒤덮은 거대한 그것은 흑색 로브를 뒤집어쓴 새까만 수녀처럼 보인다. 그것의 손이 움직여 두 손을 모으고, 검은 얼굴을 비틀며 시몬을 바라본다.
[모든 것은 다르블렝을 위해.]화아아아아아아아악!
형언할 수 없는 힘의 흐름이 느껴진다. 시몬의 설득을 포기한 기계 성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더욱 강력해졌지만, 시몬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시간을 끌고 있던 건 시몬 또한 마찬가지.
무언가를 기다리듯 하늘만 바라보던 시몬이 마침내 입꼬리를 올렸다.
“왔구나.”
콰콰콰콰콰콰콰!
하늘에서 무수한 별들이 내려왔다.
별들이 떨어지며 주위를 정화하자 균열이 일어난 지반이 크게 안정화되며 가라앉았고, 네옴의 연기도 정화되어 사라졌다. 주위에 흐르고 있던 검은 네옴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이 힘은……!]기계 성녀의 시선도 하늘을 향한다.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별의 성녀 레테가 하늘에서 강림하듯 내려오고 있었다. 어느새 다르블렝 상공은 별자리와 은하수로 가득한 밤하늘로 뒤덮여 있었다.
“번거로운 함정이었던 건 인정함다.”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상공에 떠 있는 다르블렝 본사가 빛을 뿜으며 이중 삼중으로 봉인되었다. 건물 밖으로 레테를 쫓으러 빠져나온 세 개의 얼굴들이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하지만 네옴 공급이 끊기면 제가 더 유리하죠.”
그렇게 말한 레테가 사뿐히 지면에 내려서고는 시몬을 향해 주먹을 세우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까 나 걱정했죠? 제가 누구라고 생각하심까.”
“하하.”
시몬이 거기에 자신의 주먹을 탁 하고 부딪혔다. 이내 두 사람의 결의에 찬 눈동자가 단 하나의 적에게로 향했다.
[당신들이야말로 다르블렝과 여신의 적.]기계 성녀는 두 인간의 시선을 감당하며 더더욱 적대감을 일으키듯 엔진음을 토해냈다.
[반드시 섬멸하겠습니다.]레테가 헛웃음을 흘렸다.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저도 말하죠. 당신은 무단으로 성녀의 정수를 탈취하고, 성녀를 참칭하여 신민들을 억압하고 해치려고 한 존재임다. 에프넬의 이름으로-”
그녀가 손끝을 세웠다.
“이렌 성녀님을 도와 별의 성녀가 이 전장에 정식으로 합류함을 선언함다.”
우우우웅!
밤하늘의 별들이 그녀의 선언에 화답하듯 은은한 진동을 퍼뜨렸다.
“가자, 레테.”
“그러죠, 성자님.”
타악. 탁.
두 사람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성스러운 빛이 그들을 감쌌다. 이내 그 두 빛은 단숨에 기계 성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중대 오류를 제거합니다!]콰콰콰콰콰!
기계 성녀도 모든 힘을 쏟아냈다. 지하세계에서 쏟아져 나온 오염된 네옴 잔해물과 파편들이 두 사람에게 맹렬히 날아들었다.
이에 레테가 뒤로 물러나고 시몬이 앞으로 나왔다.
콰악!
왼발로 대지를 단단히 짓밟고, 오른손이 성스러운 빛의 바람을 끌어올렸다.
“난류!”
시몬이 주먹을 내뻗자 성풍이 방사형으로 퍼져 나갔다. 네옴으로 만든 건축물과 철근이 모조리 성풍에 닿아 분해되어 대기 중으로 사라졌다.
“하압!”
그사이 레테가 두 팔을 내리긋는 것으로, 밤하늘에서 별똥별을 끌어내렸다.
이에 대응하는 기계 성녀는 지하세계에서 네옴 잔해를 끌어 올려 엄폐물로 사용했다. 이내 하늘에서 떨어진 별과, 네옴이 섞인 도로와 도시 기반물이 부딪히며 굉음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타닷!
그사이 시몬이 옆으로 우회하며 기계 성녀의 빈틈을 쫓아 달리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이 기술!”
촤악!
시몬이 허공을 움켜쥐듯 손을 뻗었다.
“나한텐 이미 익숙해!”
암흑연합의 바다에서 배운 결을 잡는 것처럼, 성풍을 붙잡은 시몬이 몸을 회전하자 신성의 바람이 태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이건 축복, 정화, 치유 등 모든 걸 바람에 담아 흩날리는 힘이야.
“내가 이번 바람에 실을 건-”
<수페르페로(Supérfĕro)>
신성을 이용한 중력마법이었다.
시몬이 씩 웃으며 성풍을 날려 버리자, 바람은 광범위하게 퍼져 기계 성녀가 쏟아낸 투사체들을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그사이 레테의 별똥별이 무방비가 된 기계 성녀의 몸체를 연달아 타격하며 폭발했다. 기계 성녀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겼다.
“계속 밀어붙여야 해! 레테!”
이번엔 시몬이 팔을 아래서 위로 휘두르는 것으로 성풍을 일으킨 뒤 그쪽으로 훌쩍 올라탔다. 부드러운 성풍에 올라탄 그의 몸이 빠르게 기계 성녀에게로 향했다.
[당신들은 우리를 막을 수 없습니다!]기계 성녀가 눈을 한 차례 깜빡이자, 시몬의 앞으로 거대한 공장 하나가 지하에서 통째로 튀어나왔다.
공장의 개폐구가 열리며 수천 마리의 신성 크리쳐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붉은 눈들이 소름 끼치게 번쩍이며 수천의 총구가 시몬 한 사람에게 겨누어진다.
“오류는-”
시몬이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다시 성풍을 일으켰다.
“정정해야겠지?”
후우우웅!
강렬한 칼바람이 아니라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크리쳐들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번에 바람에 담은 건 시몬의 권능 그 자체.
그것으로.
처억! 척!
모든 크리쳐들의 센서 눈동자가 붉은색에서 검푸른색으로 변했다.
[생물은 어떤 경우에도 오류일 수 없습니다.]시몬을 겨눈 그들의 총구가 그대로 180도 돌아가며 기계 성녀에게로 향했다.
[오류는 당신입니다.]무수한 총구가 불을 뿜었고, 기계 성녀가 일일이 자신의 권능을 일으켜 쏟아지는 네옴 총탄을 허공에서 막아내야 했다. 기계 성녀의 음성이 지직거렸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그녀가 그대로 총탄을 크리쳐에게 되돌려 주려고 했으나, 시몬이 풍차처럼 팔을 휘둘러 성풍을 일으켜 막아낸 뒤, 그 크리쳐들을 살려서 도시 전역으로 날려 보냈다.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줘. 너희 도움이 필요할 거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기계 성녀가 지직거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이해 불능. 정의 불가. 당신은 무엇입니까?]“나도 가끔-”
시몬이 손끝을 들어 올리며 씩 웃었다.
“그게 궁금할 때가 있어!”
휘오오오오오오오오!
그가 날린 성풍이 기세 좋게 일직선으로 뻗어나갔지만, 기계 성녀는 네옴으로 주변의 보통 바위나 암벽을 들어 올려 막아냈다.
성풍은 물리적인 방어에 약하다. 하지만 이 전투에서 시몬은 서포터일 뿐 공격수는 따로 있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시몬이 시간을 끌어주는 사이 레테가 백마법을 완성했다.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두 팔을 밤하늘을 향해 뻗었다.
“이게 바로!”
마치 하늘의 별을 끄집어내듯, 그녀가 두 팔을 끌어당기자 밤하늘이 호수처럼 출렁였다.
“지금의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별이다!”
중앙에 빛이 번쩍였다. 레테의 유도에 따라 거대한 뭔가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기계 성녀가 포착 범위를 파악하고 회피를 시도했으나.
“후읍!”
시몬이 성풍을 모은 검격으로 기계 성녀의 한쪽 다리를 잘라냈다. 순간적으로 기동력을 잃은 기계 성녀가 날아오는 별을 막기 위해 두 팔을 세웠으나.
쩌어어어어어어엉!
막을 수 있는 종류의 일격이 아니었다. 기계 성녀의 전신이 강대한 물리력에 부딪혀 찌그러졌다.
‘저거 별 아니지 않나?’
시몬이 땀을 삐질 흘렸다. 레테가 던진 건 진짜 별이 아니라, 그녀가 봉인시킨 로버트사 본사 건물이었다.
“내 권능이 강하게 깃든 물체라면!”
레테가 팔을 거칠게 아래로 내리그었다.
“전부 별처럼 날릴 수 있어!”
쩌어어어어어어엉!
기계 성녀가 내려오는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본사 건물 벽에 깔린 채 틀어박혔다. 이내 레테가 미리 걸어둔 봉인의 힘이 새어 나오며 기계 성녀가 봉인되기 시작했다.
[멈추십시오! 인간!]“멈추겠냐!”
<수페르페로(Supérfĕro)>
레테가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다시 ‘별’이 된 본사 건물이 떠오르고, 붙들린 기계 성녀도 공중으로 떠올랐다.
“딱 좋은 과녁이야. 레테.”
휘오오오오오!
그리고 시몬이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 성풍이 모이며 거대한 바람의 활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성풍이 모조리 모이며 활대에 화살을 이루었다.
정수의 힘과 성풍을 담은 성자의 비기.
“끝이다.”
시몬이 눈을 감았다.
<시몬 오리지널 – 종성(終成)>
후와아아아아아아악!
성풍의 화살이 정면으로 쏘아져 나갔다. 움직일 수 없는 기계 성녀가 다급히 네옴 금속들을 끌어 올려 방패를 만들어냈지만, 네옴을 지우는 권능에 닿는 순간 모조리 가루가 될 뿐이다.
[아.]하얗게 변하며 사라져 가는 기계 성녀의 시스템이 부드러운 신호음을 냈다.
[이것이- 인간의-]후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흔적도 없이 기계 성녀가 사라지고, 마침내 이어지는 거대한 바람이 도시 전역으로 나아갔다.
시몬이 숨을 헐떡이며 두 팔을 내리뜨렸다.
“이 도시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야.”
성풍에는 축복을 담을 수 있었다.
이번에 사용한 축복은-
<브릴리언트 데이>
다르블렝의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서 바람이 퍼져 나가고, 축복의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
“이건.”
눈이 몸에 닿자 지친 몸에 활력이 돋았다.
무너진 도시, 사라진 재산, 더는 사용할 수 없는 네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내리는 눈을 좇아 고개를 들었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두렵기도 했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는 있을 거라는 막연하고도 또렷한 희망이 깃들었다.
그들은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이 전쟁이 끝났다는 것을.
“고생하셨슴다!”
“수고했어.”
가볍게 손을 맞부딪힌 두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황무지가 된 도시 안으로, 저 멀리 시민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