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6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68화(1368/138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68화
“시몬은 처음부터 기적의 정수의 잔재를 가지고 태어난 걸지도 몰라요.”
이스라필의 말에 모두가 놀란 듯 입을 벌렸다. 시몬이 기적의 성녀 안나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기적의 정수를 손에 넣었다는 뜻이었으니까.
하미엘이 벌떡 일어났다.
“하, 하지만 성녀의 정수는 유전처럼 계승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시몬 형제님이 성자의 자격을 얻은 건 신성에 눈을 뜬 17세 시절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가정은……!”
“멍청하긴.”
다리를 꼰 채 소파에 앉아 있던 모제가 어깨를 으쓱했다.
“신은 태어날 때부터 신이다. 성모님께서 성자님을 잉태하셨을 때 성녀의 힘이 성자님께 옮겨갔을 가능성은 충분하지.”
“진지한 논의에 광신도는 좀 조용히 하십시오!”
하미엘이 버럭했고, 두 사람이 왁자지껄 말싸움을 벌였다. 그사이 레테는 계속 고민하다가 시몬을 바라보았다.
“그럼 지금 시몬은 7개의 정수의 잔재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검까?”
“제 예상이 맞다면 그렇겠네요.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
이스라필의 시선도 시몬에게로 향했다. 늘 감고 있던 그녀의 눈이 살짝 떠졌다.
“태어날 때부터 몸에 깃들어 있던 성녀의 정수의 잔재를 어떻게 발현할지를 알아내는 거네요. 결국 조카도 일곱 가지 정수의 잔재 모두 ‘사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성자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
시몬도 고심했다.
처음부터 어머니 안나의 정수를 가지고 있다면 왜 가장 먼저 발현하지 않았을까. 99% 진행률 앞에서 딱 하나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힌 기분이었다.
“하지만 더더욱 불타오르네요.”
스윽.
이스라필이 태연히 웃으며 샘플병 두 개를 들어 올렸다.
“시몬의 피와 신성을 담은 샘플이에요. 연구소의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방법을 강구해 보겠어요.”
“감사합니다, 이스라필 이모!”
“우리 조카도 계속 자기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고 고찰해야 할 거예요. 중요한 건 계기. 아주 사소하더라도 핵심에 닿을 수 있는 계기만 주어진다면.”
이스라필이 손끝을 세웠다.
“그 즉시 진정한 성자의 힘을 구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앞으로는 어떤 전투가 벌어지든 온 힘과 마음을 다해야 할 거예요.”
“네!”
그녀가 잠시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안나 언니도 걱정하고 있을 테니, 이제 우리 조카를 다시 집에 돌려보낼 시간이네요. 암흑연합으로 돌아가면 시몬의 방학도 거의 다 끝나갈 테니까요.”
그 말을 들은 모두의 얼굴에 아쉬움이 떠올랐다. 특히 레테는 입술이 삐쭉 튀어나와 있었고, 모제는 거의 슬픔에 시름하다가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오늘 하루만 여기서 친구들과 묵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내일 국경으로 출발하도록 해요.”
이스라필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내일이면 조카에게 줄 선물이 준비될 테니까요!”
“선물이요?”
“그럼요! 신성연방까지 와서 고생해 준 우리 조카인데 선물 하나 없이 보낼 수는 없죠.”
시몬의 눈이 반짝 빛났다.
과거 이스라필에게 선물받은 아칼리온의 고삐가 잠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기대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 * *
그렇게 이번 방학 내내 함께한 레테와 모제, 그리고 하미엘과 별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별관 근처에는 정원 관리자는 물론 요리사가 상주하고 있었는데, 이스라필의 부탁을 받았는지 그야말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풍성한 식탁이 차려졌다.
-크흡, 성자님! 이대로 가시면 안 됩니다! 아니지, 이럴 바엔 저도 로크섬까지 따라가서 성자님을 수행하겠습니다!
-모제 형제님은 바로 체포당할걸요? 제 정령마법이 없으면 신성도 제대로 못 숨기면서!
분위기는 금세 무르익었고, 네 사람은 아록과 다르블렝에서의 여정을 떠올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특히 모제는 하늘섬 재판에서 겪었던 영원의 성녀 아스페리아의 뻔뻔한 태도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그리고.
“좋으셨슴까.”
포도주 몇 잔 홀짝이고 살짝 뺨이 불그스름해진 레테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성녀들을 만나러 다니는 여정이었지 않슴까.”
“좋았지.”
시몬이 담담하게 답했다. 레테의 눈이 사납게 찢어지려는 그때.
“별의 성녀와 함께한 이 시간이 말야.”
레테의 표정이 봄눈 녹아내리듯 부드럽게 풀렸고, 그 모습을 본 하미엘이 오홍 하고 웃으며 모제에게 귓속말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멘트는 평범한데 분위기가 쭉 빨려 들어가는 맛이 있네요. 역시 성자라는 신분 때문이 아니라 얼굴이…….”
“또또 불경한 소리. 이제는 환멸이 오려고 한다. 외면이 아니라 내면의 신성을 보라니까.”
그렇게 말한 모제가 피곤한 표정으로 스푼을 냄비로 가져가려는 그때.
“어?”
정신없이 먹던 양배추 수프가 바닥나 있었다. 모제가 쯧 하고 혀를 찼다.
“먹어본 양배추 수프 중 최고였는데.”
하미엘이 손뼉을 쳤다.
“시간은 아직 많으니까 주방에 가서 한 그릇 더 부탁드리죠! 요리사님이 부족하면 얼마든지 오라고 하셨잖아요!”
“좋은 생각이야.”
모두가 동의했다. 하미엘이 휙 하고 옆을 바라보았다.
“그럼 다녀오십쇼. 모제 형제님!”
“천재인 내가 왜!”
“그럼 연약한 소관이 저 무거운 냄비를 들고 가야 할까요?”
“축복 걸어주마. 걸어버리면 또 힘을 주체 못 해서 천장이라도 부수겠지만.”
둘이 다투는 사이 성실한 시몬이 먼저 냄비를 들려고 일어섰지만, 레테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재미 삼아 뽑기로 정하는 건 어떻슴까?”
포크 끝에 당첨을 표시한 뒤, 1번 2번 3번 4번까지 번호를 뽑았다. 그러나 첫 번째로 뽑은 시몬이 바로 걸려 버렸기에,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함께 시몬이 냄비를 들고 별관을 나섰다.
“금방 다녀올게.”
냄비를 들고 조금 걷다 보니 별관 옆 조리실이 보였다. 시몬이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 수프를 더 받을 수 있냐고 묻자, 요리사는 활짝 웃으며 반겼다.
“이야, 맛있게 드셨다니 보람차네요! 금방 끓여 드리겠습니다! 밖에서 30분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요리사가 콧노래를 부르며 재료를 챙겼고, 시몬은 밖으로 나갔다.
30분의 자유시간이 생긴 시몬은 정원을 거닐었다. 정원에는 저녁 어스름이 서서히 깔리고 있었지만, 마정석 불빛 때문에 주위를 분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몇 번을 봐도 아름답네.’
역사와 세월이 겹겹이 쌓여서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이 탄생했으리라. 술기운도 식힐 겸 정원을 천천히 거닐며 시간을 보내던 그때.
“어?”
정원 안의 벤치에 앉아 있는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구불구불한 머리가 하얗게 세어 있는 그녀는 몸을 한껏 아래로 기울이고 있었다.
무릎 위에는 뜨개질 거리가 보이고, 작은 코바늘 같은 게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시몬이 그쪽으로 뛰어가서 바늘을 집어 건넸다.
“여기요.”
“……고맙구나, 친절하기도 하지.”
노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바늘을 받아 들었다.
나이는 들어 보였지만 곱고 선한 인상의 노인이었다. 석양이 정원의 나무 그림자를 길게 늘이고 있는 가운데, 벤치에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은 묘하게 눈길을 사로잡았다.
노인은 다시 뜨개질을 시작하며 말했다.
“젊은 친구가 이런 오래된 정원에 관심이 있다니, 의외로구나.”
시몬은 노인과 약간 거리를 두고 옆자리에 앉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꽃들을 잠시 눈에 담은 그가 입을 열었다.
“어머니께 오래된 정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노인도 그 말에 흥미가 동하는 듯 웃었다.
“어머니께서 정원을 좋아하신다고?”
“네.”
시몬이 기억 속 안나를 떠올리기 위해 눈을 살짝 감았다.
“하지만 제 고향은 시골이라서, 이런 큰 정원을 가질 여력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어머니가 벌판에 직접 나가 씨앗을 심고 물을 뿌려서, 예쁜 꽃밭을 만들기도 했어요.”
“흥미롭구나. 어머니는 어떤 분이시지?”
그 말에 시몬이 겸연쩍은 듯 옆머리를 긁적였다.
그다지 생각해 본 적 없는 물음이었다. 엄마는 그냥 엄마일 뿐, 남 앞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솔직하게 떠오르는 대로 말하기로 했다.
“항상 웃고 계세요. 모두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고…… 아, 저를 가르치실 때만큼은 엄격한 모습도 보이셨어요.”
“교육은 엄격해야지, 암.”
시몬은 처음 만난 이 노인과의 대화가 점점 즐거워졌다. 자신도 모르게 경계가 풀리고, 마음의 장벽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에 늘 하시던 말씀이 있어요.”
신이 난 시몬이 손끝을 세웠다.
“모든 길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뜨개질을 하던 노인의 손길이 우뚝 멈췄다.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이셨어요.”
“덧붙였다고?”
“네.”
시몬이 활짝 웃었다.
“타인의 길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의 마음부터 존중해야 한다.”
노인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이상적인, 어머니를 뒀구나.”
“감사합니다.”
“나에게도…… 딸이 있었지.”
그녀가 흘흘 웃었다.
“나는 딸을 엄격하게 가르쳤단다. 고귀한 가문에 덜컹 몸만 시집온 나는, 시어머니께 매를 맞으면서 힘겹게 예법을 배웠어. 못 배운 게 얼마나 서러운 일인지 알았으니, 내 딸에겐 그런 고초를 겪게 하기 싫었단다.”
그녀가 회한 섞인 미소를 지었다.
“착한 아이라 빡빡한 교육에 싫은 내색 하나 내지 않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그 아이가 자기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한 적이 있었을까 싶구나. 그러니 그런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겠지.”
“극단적인 결정이요?”
노인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무서운 숲의 야수에게 시집갔단다.”
시몬도 웃음을 흘렸다.
“동화 속 이야기 같네요.”
“그래.”
잠시 평온한 정적이 흘렀다. 두 사람은 말없이 흔들리는 나뭇잎과, 나비들, 꽃에서 꿀을 모으는 꿀벌들을 바라보았다.
평온하고 부드러운 정적이었다.
“네 어머니는-”
노인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행복해 보이더냐?”
다소 뜬금없는 물음이었지만, 시몬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네! 이 세상 누구보다도요.”
“…….”
“매일매일 행복하다고 말하세요. 요리를 할 때도, 저를 챙길 때도요. 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어머니의 찡그린 표정을 본 적이 없어요.”
노인의 굽은 등이 가늘게 떨렸다.
“……그렇, 구나.”
그때 저 멀리서 요리사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양배추 수프 다 됐습니다!”
“네! 금방 갈게요!”
그렇게 대답한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쩐지 아쉬운 작별에 발이 잘 떨어지지 않자, 노인이 미소 지었다.
“가보거라. 늙은이는 머물러 있어도, 젊은이는 계속 나아가야 하니.”
“네. 이야기 즐거웠습니다!”
타닥.
시몬이 요리사를 향해 달려갔다.
“참.”
그때 시몬이 걸음을 멈추고 노인을 돌아보았다.
“당신은…… 참 좋은 분 같아요. 이야기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하고 밝게 웃어 보인 시몬이, 서둘러 뛰어가 요리사가 직접 냄비를 들고 오려는 것을 막으며 대신 받아 들었다.
흘흘.
노인이 멀어지는 소년의 모습을 보며 눈가를 손수건으로 닦았다.
그러고는 두 손을 곱게 모으고 눈을 감았다.
“부디 저 아이와 내 딸에게 여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 * *
암흑연합.
레스힐 영지.
“으음- 이걸 어쩌지?”
안나 폴렌티아는 집 테이블에 한가득 쌓인 편지들을 보며 곤란한 듯 미소 짓고 있었다.
<친애하는 시몬에게 – 카미바레즈 우르슬라 보냄>
<시몬 보시오! 이 편지는 랭거스틴으로부터 시작되어 일 년에 대륙 한 바퀴를 돌면서…… – 딕 헤이워드>
…….
…….
…….
…….
아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좋은 일이지만, 뭔가 편지가 평소보다 너무 많이 도착하긴 했다.
특히 시몬이 자주 말하던 학생회 멤버 4명의 편지가 유독 많았다.
그러다 편지 두 통이 추가로 왔다. 하늘색 편지봉투였는데 똑같은 사람이 보낸 듯 디자인이 같았다.
<시몬! 빨리 봐 급해! – 메이린 빌렌느>
<혹시 시몬이 보지 않을 경우. 시몬의 어머님 아버님께 드림 – 메이린 빌렌느>
안나가 그 편지를 집어서 뜯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