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7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74화(1374/138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74화
새벽에 벤야와 만나서 마누스의 상태를 확인하고 숙소에 복귀한 시몬은, 이번엔 카미바레즈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좋은 아침이에요! 시몬!”
본인의 머리카락 색상과 잘 어울리는 연분홍 원피스를 입은 그녀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인사했다.
“둘이서 걷는 건 오랜만이네요!”
“그러네. 카미.”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이런저런 근황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미바레즈는 방학 동안 뱀파이어 로드이자 아버지인 디트리히로부터 뱀파이어의 피를 극대화하는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디트리히 또한 근래 대륙의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느끼고 각지에 흩어진 뱀파이어들을 하나둘 집결시키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커다란 표지판이 있는 거리였는데, 주위는 한적했다. 출근길의 사람들이 하나둘 지나칠 뿐이었다.
“신임 교수님은 안 보이네요! 아직 도착하시지 않은 것 같아요.”
참새처럼 재잘재잘 이야기하던 카미바레즈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시몬을 올려다보았다.
“새로운 혈류학 교수님은 어떤 분이실까요?”
“……나는 짐작도 안 가.”
정체를 숨기고 키젠에 잠입하려는 혈천교 대주교만 아니면 되지 않을까. 시몬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픽 웃은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독이 든 성배, 아니, 그냥 독만 든 술잔인가.’
1년도 아니고 한 학기. 그것도 문제가 있던 혈류학과의 3학년 2학기를 땜빵하는 일이다.
시몬은 이 제안을 받아들인 사람이 누굴지 정말로 궁금했다. 잘해도 본전이고, 못하면 지금까지 쌓아둔 커리어가 모두 망가질 수도 있다.
이전 혈류학 교수였던 프레스턴도, 이런저런 전임 교수들의 문제나 세간의 압박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성과를 만들어내려 한 걸지도 몰랐다. 그래서 일라이저의 기생 악마에 모른 척 조력하고 있었을 테고.
새로운 교수는 그런 절망적인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시몬은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약속 시간이 다 됐다.
카미바레즈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시몬! 저기 저분 아닐까요?”
“저분은 아니겠지.”
그녀가 가리킨 사람은, 아직 젊어 보이는 나이에 머리에 커다란 땜빵이 나 있는 남자였다.
다소 산만해 보였는데, 구두에 모래가 들어갔는지 길거리에서 구두를 벗고 탈탈탈 털고 있었다. 그러다 바람이 불어오며 모래가 그의 입으로 들어갔다. 푸푸푸! 그가 오만상을 쓰며 혀를 내밀었다.
“저 사람 아닐까?”
반대편에서는 고급 정장을 쫙 차려입은 중년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주머니에 꽂은 한 손에는 고급 시계가 반짝거렸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신문을 바르게 들고 눈으로 훑는 모습. 중후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러다 그가 신문을 접고 시몬과 카미바레즈를 향해 미소 지었다.
“안녕하세……!”
두 사람이 얼른 고개 숙여 인사하려는데, 남자는 쌩 하고 그들을 지나가 뒤에서 뛰어오던 지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었구나.’
시몬이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
“저기…….”
앞에서 기운이 쭉 빠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 얼른 고개를 되돌리자, 아까 구두에 든 모래가 입에 들어갔던 바로 그 남자가 머쓱하게 웃고 있었다.
“호, 혹시 너희들이 시몬 폴렌티아와 카미바레즈 우르슬라니?”
놀랍게도 이 젊은 남자가 새로운 혈류학 교수였다. 아론과 바힐, 제인보다도 더 어려 보였다.
첫인상은 썩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가르쳐야 할 학생들과 눈을 못 마주치고 땅을 향해 가 있는 시선, 구부정한 어깨와 심각해 보이는 거북목, 전체적으로 마른 체격에 커다란 머리.
정장도 새로 산 것 같았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은 걸 골랐는지 지나치게 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정장 바지 아랫단이 미친 듯이 좌우로 펄럭펄럭 휘날렸다.
시몬이 이 사람 괜찮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사이.
“처음 뵙겠습니다!”
카미바레즈가 활짝 웃으며 몸을 깊게 숙여 인사했다. 시몬도 퍼뜩 정신을 차리고 인사했다
“저는 혈류학과 소속의 3학년 카미바레즈예요! 그리고 이쪽은 학생회장 시몬 폴렌티아구요!”
“그, 그래. 두 사람 다 키젠 본부 직원께 이야기 많이 들었단다.”
그가 어설픈 동작으로 손을 바지 자락에 문지른 뒤 내밀었다.
“아보 벨스만이라고 한다.”
“잘 부탁해요! 아보 교수님!”
카미바레즈가 공손하게 악수했다. 이어서 시몬도 아보와 악수했다.
‘카미랑 같이 와서 다행이네.’
시몬은 속으로 안도했다. 다르블렝에서 탐정 노릇을 하느라 사람을 관찰하려는 버릇이 생겨서 결례를 범할 뻔했다. 겉모습이나 첫인상으로 섣불리 사람을 판단하는 건 좋지 않았다. 비록 반년짜리지만 그래도 암흑연합 전체가 선망하는 키젠 교수가 아닌가.
가슴속에는 엄청난 야망이 도사리고 있는 남자인 게 틀림없었다.
“제비뽑기에 걸리고 말았단다.”
아보 교수가 자신의 머리로 날아와 철썩 들러붙은 신문지를 떼어내며 말했다.
“후보자가 여섯 명 있었는데 모두 하기 싫어해서…….”
‘아.’
그 말은 본인 가슴속에만 간직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고 시몬은 잠시 생각했다.
“우와! 운이 좋으셨네요!”
카미바레즈가 두 주먹을 꼬옥 쥐며 앙증맞은 박쥐 날개를 파닥거렸다.
“키젠은 너무너무 좋은 곳이에요! 같이 힘내봐요! 저희도 교수님께 열심히 배울게요!”
“그, 그래. 고맙다.”
그녀의 긍정 파워에, 아보 교수 또한 수긍하고 말았다.
시몬은 옆에 있는 카미바레즈의 존재가 너무나도 든든하고 감격스럽게 느껴졌다. 1학년 시절 그렇게 낯을 가리던 소녀가 이제는 먼저 남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있었다.
덕분에 시몬도 정신을 차리고 미소 지었다.
“키젠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교수님.”
“그, 그래. 유명 인사를 이렇게 만나는구나, 학생회장. 그 나이에 군단장이라니, 정말 놀라워.”
“많은 사람들이 도와준 덕분입니다.”
“대단하구나. 음, 나는 그 나이에 뭘 했더라…… 보증 사기를 당해서 팬티 바람으로 길거리에…….”
또다시 스스로 나락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어 가려는 아보 교수의 말을 시몬이 잽싸게 끊었다.
“실례지만 소속이 궁금합니다! 어디서 일하시다가 키젠에 오게 되셨나요?”
“펜타모니엄에서 왔단다.”
‘오호.’
펜타모니엄에서 왔다면 연구자 출신인 모양. 시몬은 자연스럽게 펜타모니엄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2학년 수석이자 후배인 사샤 이야기를 꺼냈고, 아보 교수 또한 그 이름을 들어봤다고 말했다.
조금씩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려는 즈음에.
“부, 부디 잘 부탁하마…….”
갑자기 아보 교수가 시몬의 손을 두 손으로 덥석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시몬이 당황해하며 말했다.
“교수님! 고개를 드세요.”
“사실 난 학생들이 무섭단다. 내가 신입생도 아니고 3학년들 담당이라니……. 만나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너희가 친구들에게 실망하지 않도록 미리 말해주렴.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시몬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그의 손등을 가볍게 맞잡았다.
“키젠에 임용된 것만으로도 교수님은 대단하신 분이고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으신 겁니다. 그리고 여기 있는 카미바레즈가 도와줄 거예요. 혈류학과 최고 성적자거든요!”
“카미바레즈 양!”
그가 목숨을 구걸하듯 달려들어 그녀의 두 손을 붙잡았다.
“잘 좀, 자알 좀 부탁한다!”
“네!”
카미바레즈가 생글생글 웃었다.
“제가 최선을 다해 혈류학과에 적응하는 데 도와드릴게요!”
그렇게 함께 스테이시 교수에게로 가는 길에, 아보 교수는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줄줄 물어보았다.
“추, 출석부부터 다 외우는 게 급선무겠지? 이름 외우기! 관계의 형성은 이름 외우기부터! 3학년 교과서는 50번 정도 정독하긴 했는데 괜찮겠지? 음, 음! 부족하진 않겠지? 10번만 더 읽고……! 혹시 야외 수업 같은 것도 해야 하니?”
시몬과 카미바레즈는 자신들이 아는 한에서 키젠에 대한 것들을 전부 이야기해 주었다.
‘살다 보니 이런 때도 오는구나.’
키젠 교수에게 학교 팁을 알려주는 날이 오다니.
아보의 물음에 척척 막힘없이 대답하는 자기 자신을 돌이켜 보니 문득 키젠에 잘 적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보 교수를 스테이시 교수가 있는 성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고맙구나.”
아보가 던전에 들어가려는 용사의 표정을 지으며 성 앞에 발을 디딘 채, 마지막으로 시몬과 카미바레즈를 돌아보았다.
“또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도 될까?”
두 사람이 동시에 미소 지으며 답했다.
“물론입니다!”
“화이팅이에요! 교수님!”
* * *
몇 시간 뒤, 스테이시 교수와의 면담을 마치고 성에서 나온 아보 교수는, 마치 폭풍을 맞은 나뭇가지처럼 너덜너덜해진 모습이었다.
온갖 질타와 비난을 들은 뒤라 그의 표정은 퀭하고 어두웠다.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그가 골목길에 들어섰다. 반대편에는 크고 밝은 대로가 보였지만, 이 골목을 통과해야만 저쪽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가 침을 꿀꺽 삼키고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다.
찍! 찍!
골목은 더러운 오물과 쓰레기가 가득했고, 오물을 뒤지던 쥐들이 후다닥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주위를 경계하듯 둘러보며 걷던 아보 교수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어느새 그의 걸음은 뜀박질 비슷하게 변했다. 이제 저 앞에 밝은 대로가 보이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대로의 빛을 본 그의 얼굴이 펴지려는 그때.
[아-보.]스스스스-
차갑고 낮은 목소리와 함께 그늘진 골목이 더더욱 어둡게 변했다. 아보 교수가 흠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마치 이 골목만 다른 세계로 단절된 것처럼 기이한 색상과 분위기로 변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몰골을 정돈했다.
스스스스스-
골목 바닥에 검은 연기가 일렁이더니 그 안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쩍 마른 몸, 비정상적으로 긴 팔은 뼈처럼 말라붙어 있었고, 칭칭 두른 붕대가 입을 가리고 있었다. 그 위로 드러난 눈은 음침한 빛을 흩뿌리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보석 같은 게 삐져나와 있었다.
[보이는구나.]그가 입을 열었다.
[네 눈에 일렁이는 갈등과 고뇌가.]“……코르비니스 경.”
아보 교수가 애써 목소리의 떨림을 가라앉혔다.
[설마 도망치려고 한 건 아니겠지?]“그, 그럴 리가 없잖소.”
그의 흐릿한 몸이 아보 교수의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메모리얼 수정구였다.
[네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그 메모리얼 수정구에는 아보 교수의 아내와 어린 딸이 감옥에 갇힌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아보 교수의 표정이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아주 좋은, 고뇌의 향기구나. 하지만 생판 남과, 평생을 함께할 가족. 천칭에 놓고 저울질할 게 못 될 텐데.]“……학생들은.”
그때 그의 입이 열렸다.
“아직 어린 학생들은 죄가 없잖소. 다른 이들로 봐주시오.”
[그들이 목표다.]코르비니스가 단호히 말했다.
[그리고 왜 그들을 걱정하지? 네가 교수로 임명된 것도 너의 의지와는 무관하지 않나.]“…….”
[잘 판단해라. 나는 고뇌의 향기를 좋아하지만, 이제는 기다릴 수 없어. 오늘 밤에 다시 오겠다.]사악한 웃음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사라지고, 어둡고 그늘진 골목길이 다시 보통으로 돌아왔다.
스윽.
바닥에 쪼그려 앉은 아보 교수가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는 고뇌하는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 * *
학생회 멤버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는 바로 내일이 개학일이다. 오늘은 랭거스틴 전역에 흩어져 있는 3학년들을 소집하고, 작전에 합류하겠다는 동의를 받아내야 했다.
“학생들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유사시에 전투에 참여하라고?”
“그러지 뭐. 위험한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몇몇 3학년들은 흔쾌히 동의했고.
“으음- 언제까지 말해줘야 해?”
“나 지금 졸업 통과할 생각으로도 머리가 아파서.”
또 몇몇은 결정을 보류했다.
아직 학기가 시작한 것도 아니고, 위급 상황이 벌어질 근거도 적다.
무엇보다 이제 3학년 2학기를 앞둔 학생들은 추가 임무에 부담감이 커 보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
결과를 들은 딕이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3학년 2학기잖아. 졸업할 수 있는 사람은 낙관적으로 생각해도 고작 100명뿐. 여기서 절반은 ‘키젠 졸업생’이 아니라 ‘키젠 퇴학생’ 신분이 되어야겠지.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을 거야.”
“그건 그렇지만…….”
메이린이 표정을 굳힌 채 팔짱을 꼈다. 개인의 선택이니 비난할 수도 없고, 할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때 카미바레즈가 앞을 가리켰다.
“저기가 하수인분들이 말해준 곳이에요!”
문을 덜컥 열고 들어가니 한 카페에 늘어지게 잠들어 있는 한 소녀가 보인다.
흥미로운 상황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구경하고 있었는데, 잠이 든 그녀 주위의 카페의 커피나 화분 따위가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 녀석이 가장 중요하지.’
어지간한 3학년 여러 명보다 이 한 사람을 설득해서 섭외하는 게 중요했다.
시몬이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언제까지 자고 있을 생각이야?”
시몬이 씩 웃으며 말했다.
“유령왕녀.”
그 말에 민트색 머리카락 소녀의 눈이 게슴츠레 떠지기 시작했다.
“……시, 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