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8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82화(1382/138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82화
저벅 저벅.
헥토르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수백의 1군단 철갑송장들과 두 에이션트 언데드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홀로 전장에 나타난 그는 태연한 반응이었다.
허리에 매달린 물통인지 술병인지 모를 것을 꺼내 뚜껑을 열더니,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꿀꺽, 꿀꺽.
목울대가 움직이고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갔다.
1군단의 언데드들은 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이건 어떤 의도로 해석해야 합니까? 제6군단장.]레큘라가 입을 열었다. 물론 음성은 그의 머리가 아닌, 그의 가슴에 매달린 가면에서 들리고 있었다.
[황제의 뜻을 따르는 우리를 방해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지요.]푸우―
한껏 들이켜고 물통을 비운 헥토르는 텅 소리가 나게 바닥에 내던졌다. 바닥을 굴러다니는 물통에서 새어 나온 초록색 액체가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그가 손등으로 입가를 슥 훔치며 레큘라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나 보군.”
[무슨 말씀이신지요.]“근래 1군단장이 머리가 돌았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다. 자기 영역에 틀어박혀 시대에 안 맞는 황제 놀이를 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의 고개가 돌아갔다.
“이건 ‘선’을 넘었지.”
주위에 불타는 왕궁의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경비병들이 시체가 ‘시체폭발’된 뒤 그 잔해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이곳은 본디 존엄하신 황제의 땅입니다.]레큘라가 말했다.
[섭정을 죽이고 군단장의 자리에 오른 찬탈자여. 관리자의 인정도 받지 못한 그대가, 감히 황제의 이름을 모욕하는 것입니까.]푸흐흐.
헥토르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예전이라면 그 말에 분노부터 하며 달려들었겠지만, 이제는 다소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폐관수련을 마치고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벌어진 그의 입안으로 이가 용처럼 삐쭉삐쭉하게 변해 있었다.
“시몬 폴렌티아와 너희 1군단, 그 둘을 상대로 내가 어디쯤 왔을지 말이다.”
일순 헥토르의 몸이 다시 한번 급격히 커지며 ‘악룡’ 형상으로 변하더니, 아가리를 쩍 벌렸다. 그 모습을 본 1군단의 철갑송장들이 방패를 세웠다.
<포이즌 브레스>
푸화아아아아아악!
연막을 연상케 하는 자욱한 녹색 연기가 주위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레큘라가 의아한 음성을 흘렸다.
[……드래곤이 맹독을?]그러나 효과는 확실했다. 방패를 앞세운 채 앞으로 걸어가던 철갑송장들이 독의 영향으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시체에도 듣는 특수한 독인 것 같았다.
동시에 ‘탁’ 하고 부싯돌 튀기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후와아아아아아아악!
점화되며 녹색 연기가 폭발했다.
철갑송장들이 일제히 불길에 휩싸였다. 레큘라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 폭발 범위에서 빠져나왔다.
[!]그때 폭발을 뚫고 빛살처럼 날아든 악룡이 앞발로 레큘라의 몸통을 붙잡았다.
쿵! 쿠웅! 쿵!
헥토르는 레큘라를 이끌고 정원의 기둥을 몇 개나 부수며 전진했다. 곧바로 그를 바닥에 내려치려 했지만, 레큘라는 손에 빛을 모아 ‘창’을 만들어 헥토르의 목을 향해 찔러왔다.
촤악!
헥토르가 급히 고개를 틀어 그 공격을 피한 뒤, 레큘라를 힘껏 지면에 메다꽂았다.
‘감각이 없다.’
헥토르가 뒤를 돌아보았다. 원래부터 자리에 없었다는 듯,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나타난 레큘라가 오른팔을 뻗고 있었다.
[뿌리도 역사도 없는 반쪽짜리 군단장이 건방지군요.]<터치 오브 피그말리온(Touch of Pygmalion)>
후와아아아악!
에이션트 언데드의 저주가 날아와 헥토르의 몸에 씌워졌다. 직후 악룡의 몸이 꿈틀거리며 급변하기 시작했다.
그가 고통스러운 음성을 토해내며 몸을 뒤틀었으나 몸의 변화를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쿠웅!
헥토르의 몸이 거대한 ‘분수대’로 변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어지는 정적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분수대에는 쏴아아아- 하고 칠흑이 물 대신 흘러나올 뿐, 헥토르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레큘라가 팔을 내렸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뮤르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강제적 영구 변신 저주라……. 참으로 고풍스럽군. 수백 년 만에 보는 것 같은데.] [감상을 말할 시간에 다시 텔레포트 마법진을 준비하세요, 뮤르.]레큘라가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음성으로 말했다.
[암흑연합 전역에서 네크로맨서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러지.]뮤르가 다시 리치들에게 명령해 텔레포트 마법진을 새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레큘라도 등을 돌려 유유히 걸어가려던 찰나,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이 멈춘 곳엔 분수대가 있었다. 분수대에는 어느새 거대한 용의 눈동자가 박혀 있었다.
‘이렇게 빨리?’
금지된 흑마법인 강제 변신 저주를 벌써 반이나 해주(解呪)한 것이다. 이내 용의 눈동자 아래로 입까지 생겨났다.
[풀어라.]<용언>
헥토르의 음성이 울려 퍼지는 순간, 레큘라는 자신도 모르게 힘을 거두어들이고 말았다. 분수대가 꿈틀거리더니 이내 본래의 악룡의 형태로 돌아왔다.
[호오.]뮤르가 흥미를 감추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아무리 군단장의 힘이라는 가중치를 가졌어도, 용의 흉내나 내는 저급한 인간이 지금, ‘드래곤의 권능’을 사용했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지평이었다. 역사상 무어 가문의 누구도 저 경지에 오른 자는 없을 것이다.
[감히.]부르르-
레큘라의 가슴에 박혀 있던 가면이 달그락거리며 격하게 반응했다. 레큘라는 천천히 손을 움직이더니, 품에서 새로운 가면을 꺼내 바꿔 끼웠다.
그것은 분노한 듯한 괴기스러운 붉은색 가면이었다.
[감히 황제 폐하 외의 명령을 나더러 따르게 한 겁니까!]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방대한 칠흑이 레큘라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터치 오브 피그말리온(Touch of Pygmalion)>
레큘라의 저주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방대한 크기의 구름이 왕궁의 병사들, 도망치던 식솔들, 심지어 도우러 온 네크로맨서들까지 모조리 분수대나 석상으로 바꾸어 버렸다.
부우우웅!
그러나 헥토르는 날개를 힘껏 펼치고 하늘로 날아올라 저주의 범위에서 벗어난 뒤 입을 쩍 벌렸다.
<드래곤 브레스>
다시 한번 브레스가 레큘라에게로 쏟아졌다. 이에 레큘라가 반대쪽 팔을 뻗자, 빛이 번쩍이며 고풍스러운 체스말이 그의 손에 잡혔다.
[가라, 충성스러운 황제의 병사들이여.]그가 체스말 ‘폰’을 쥔 손을 앞으로 내밀자, 철갑송장들이 반딧불처럼 작아진 채 다가오더니, 다시금 커져서 레큘라의 앞을 막으며 방패를 펼쳤다.
화아아악!
1군단의 특수한 방패로 브레스를 막아내는 사이, 브레스를 끊은 헥토르가 고공에서 급강하하며 순식간에 레큘라의 후면으로 들이닥쳤다.
[어리석은!]이에 맞서는 레큘라가 이번엔 ‘폰’이 아닌 ‘나이트’ 기물을 집은 채 팔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반딧불들이 날아왔고, 그것들이 전부 1군단 특유의 갑옷을 입은 대형 언데드, 어보미네이션 두 마리로 변했다.
그들이 헥토르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부웅!
헥토르는 즉시 드래곤 폼에서 휴먼 폼으로 돌아가 크기를 줄이는 것으로 도끼를 피해냈다. 그대로 주먹을 불끈 쥔 그가 어보미네이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네놈은 늘 주특기만을 갈고닦는구나. 시몬 폴렌티아가 왜 강하다고 생각하느냐?
이 순간, 군단학 교수이자 제2군단장인 진 아르스칼트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군단의 힘을 가졌으니 약한 게 이상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딴 사고방식을 가졌으니 네놈이 안 되는 거다. 시몬 폴렌티아는 정체를 드러내기 전에도 키젠에서 필사적으로 모든 것을 갈고닦았느니라. 네놈이 만약 군단장인 채 키젠에 입학했다면, 좀비의 시체폭발이나 스켈레톤의 본 아머 따위를 진지하게 익히고 있었을 것 같으냐.
-…….
-군단의 힘에 얽매이지 마라. 너를 진정으로 강하게 만드는 건 네가 쌓아온 모든 것들이다.
헥토르가 이를 악물었다.
그랬다.
가까이서 그를 지켜봐 오고 그를 꺾으려 했기에 그가 어떻게 ‘완성’됐는지 알고 있었다.
헥토르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헥토르 오리지널 – 열멸(裂滅)>
투두두두두두두두!
연달아 마투기를 때려 박으며 어보미네이션을 밀어붙였다. 어보미네이션의 몸이 터져 나가자 헥토르가 돌파했다.
퍼억!
퍽!
은빛 화살들이 날아와 그의 등에 연달아 박혔지만,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상처의 피를 의도적으로 흩뿌린 뒤, 바닥에 고인 피를 손짓으로 끌어 올렸다.
<용혈>
용의 피를 전면에 방패를 세우고 버티고 있는 병사들에게로 보냈다. 병사들끼리 맞닿은 방패의 이음새 사이 사이로 용혈이 흘러가더니, 중심부에서 회오리치며 병사들을 날려 버렸다.
이제 방해하는 자는 없고 눈앞에 레큘라가 보인다. 헥토르가 팔을 뻗어 가속 마법진을 펼쳤다.
‘에이션트 언데드를 확보하는 건 감히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시 한번 악룡의 모습으로 변해 펼쳐둔 마법진을 통과하는 헥토르의 눈이 번들거렸다.
‘여기서 놈의 코어를 박살 내고, 1군단의 한 축을 약화시키는 것만 생각한다!’
악룡이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으나, 레큘라가 거대한 장창을 소환해 그의 아가리를 향해 내질렀다.
쩌어어어어어엉!
은빛 장창이 악룡의 아가리를 가르며 그대로 이등분했다.
용의 몸이 진흙처럼 무너져 내리고, 그 아래에 다시 한번 휴먼 폼으로 돌아온 헥토르가 눈을 빛내고 있었다.
<말레디코(Maledíco)>
헥토르가 직접 자신의 이빨에 저주를 걸고는 레큘라의 몸을 생니로 깨물었다.
꽈아아악!
[크윽!]이빨을 타고 레큘라의 몸에 저주가 퍼졌다. 헥토르가 그대로 드래곤 폼으로 커지며 강력한 이빨로 레큘라의 옆구리를 물어뜯었다.
[아아아아아악!]레큘라가 몸부림쳤다.
‘그렇군.’
이때 헥토르는 미소 지었다.
이번에는 분신 따위가 아니라 레큘라의 본체가 확실하다. 그가 감지마법으로 레큘라의 코어의 위치를 찾으려 했으나.
<그래비톤 바운드>
쿠쿠쿠쿵-!
강한 압력에 헥토르의 몸이 바닥에 내리꽂혔다.
[전설이랍시고 방심하니 그런 꼴을 당하는 거다, 레큘라.]뮤르가 흑마법을 시전하며 말했다. 그의 주위 3기의 리치들이 모두 헥토르를 중력마법으로 억눌렀다.
[10대 풋내기 소년에게 수천 년의 존재가 무슨 꼴이냐?] [크흡!]헥토르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단순한 중력마법이 아닌지 칠흑도 잘 일어나지 않았다.
그사이 레큘라는 몸을 일으켰다.
[헥토르 무어, 이제 보통의 죽음으로 당신을 단죄하기엔 부족함이 있습니다.]그가 팔을 들자, 하늘에 거대한 은빛 장창이 연달아 만들어졌다.
[정신을 유지시킨 채 힘줄을 끊어놓고 심장과 장기를 도려낸 뒤, 몸 하나하나 정성껏 다른 종류의 돌로 바꾸어 뒤엉키게 해드리죠.]그가 만든 거대한 장창이 헥토르를 향해 떨어지려는 찰나.
스릉!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장창이 반으로 가볍게 갈라졌다.
[!]뮤르와 레큘라가 급히 방어 마법진을 펼쳤고, 이내 은빛 검격이 그들을 덮쳤다.
후콰아아아아아아악!
방어가 늦은 전면의 1군단 병사들이 일순 반으로 갈라져 나뒹굴었다.
[오고 말았나.]뮤르가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저벅 저벅.
에이션트 언데드, 피어의 본 아머를 입은 시몬이 무형의 망토를 휘날리며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파직! 파직!
그의 몸 곳곳에 자줏빛 스파크가 튀기고 있었다. 마침내 척 하고 걸음을 멈춘 시몬이 씩 웃었다.
“가세하러 왔어, 헥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