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8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85화(1385/138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85화
같은 시각.
본궁에서 출발한 왕국 네크로맨서들이 1군단의 공격을 받은 별궁에 들어섰다.
그들의 표정에는 하나같이 당혹감이 묻어나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지?”
“분명 1군단의 병력이 수백은 된다고 했는데…….”
궁전의 벽면과 바닥에 핏물의 잔해가 흥건한 가운데, 1군단의 언데드들이 모조리 절단되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철갑송장들뿐만 아니라 리치들까지 전부 기능을 정지한 채 갈가리 찢겨 있었다.
그리고 그 경관의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한 언데드.
모든 1군단 병력을 단신으로 격파한 것으로 보이는 이 언데드는 듀라한의 몸통에, 해골 머리가 달려 있었다.
그는 칠흑이 뿜어져 나오는 마검을 손에 쥐고 있었는데, 언데드의 시체들 앞에서 마치 ‘추모’를 하듯, 경건하게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이를 치켜보던 한 네크로맨서가 말했다.
“주위의 다른 술사도 없이 단독으로 움직이고 있소! 1군단의 군단형 언데드인 것 같으니 처치합시다.”
그 말에 다른 네크로맨서들이 칠흑을 끌어모았으나, 이들 사이로 스테이시 세잔 교수가 나타나 가로막았다.
“멈추세요. 저건 1군단이 아닙니다.”
“예?”
“저희 키젠의 학생회장, 시몬 폴렌티아의 7군단 언데드로 보이는군요.”
스테이시는 최근 시몬과 만났기에 7군단의 칠흑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모든 의식을 마친 듯, 바닥에 꽂은 마검을 들어 올린 마누스가 몰려든 네크로맨서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자, 네크로맨서들은 일순 어깨를 움츠렸다.
[……슬픔.]언데드가 중얼거렸다.
[나는 슬픔을 이해했다.]마누스는 그 말만 남기고 등을 돌려 저벅저벅 걸어갔다. 잔뜩 경계하고 있던 네크로맨서들이 황당한 표정으로 손을 내렸다.
“저 녀석, 뭐야?”
그렇게 마누스는 단독으로 나타나 1군단 병력을 처치한 뒤 바람처럼 궁전에서 사라졌고.
탈출했던 바닐라 연구실에 그대로 복귀했다.
박살 난 연구실을 보고 충격에 빠져 있던 벤야 바닐라는, 다시 돌아온 마누스의 모습에 겨우 한마디를 내뱉을 수 있었다.
-어, 어디 갔다 온 거니?
마누스는 그저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나는 슬픔을 이해했다.]* * *
쿠구구구구구!
프린스의 시체폭발이 레큘라를 집어삼킨 채 터지고, 주위는 쑥대밭으로 변했다.
공중에 떠 있던 시몬은 지면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의 품에 안겨 있던 메리다도 변신 저주가 풀린 뒤, 뒤늦게 시체폭발이 휩쓴 현장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궁전을 지키려다 더 부숴 버린 건 아니지?”
“최대한 위력 조절은 했어.”
시몬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후우우웅-!
검푸른 연기 너머로 레큘라의 모습이 드러났다. 입고 있던 로브는 온통 찢어져 있고, 해골 같은 언데드의 몸통만 남아 있었다.
뼈에 칠흑이 감도는 걸 보니 방어마법진을 펼쳐 막은 것 같았지만, 이미 뼈 곳곳에 금이 가 있거나 부러진 곳들이 보였다. 움직일 때마다 뼛가루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아직 싸울 수 있습니다. 위대한 황제 폐하시여.]레큘라가 바닥을 짚고 일어났다.
[부디 제게, 한 번 더 싸울 힘을!]레큘라는 다시 한번 마지막 힘을 끌어내 ‘터치 오브 피그말리온’을 사용하려 했지만.
[!]칠흑이 끌어올려지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왼쪽 옆구리.
그곳에 큼지막한 용의 발톱이 박혀 있었다.
“코어의 위치는 아까 접촉했을 때 알아냈다. 에이션트 언데드.”
헥토르가 용의 날개를 접으며 내려와 말했다.
“브레스에 발톱을 숨겨뒀지. 잘 가라.”
쩌적.
쩍.
옆구리에 위치한 레큘라의 코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가 ‘아아’ 하고 한탄 같은 소리를 내뱉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본분을 다하지 못한 불충을 용서하여……!]쩌저저저정!
코어가 깨지고, 결국 레큘라의 육신 또한 무너져 내렸다.
그의 몸은 이제 언데드가 아닌, 그저 오래됐을 뿐인 보통의 시체로 돌아갔다.
이후, 레큘라의 변신 저주가 완전히 해제되었다. 세 군단의 병력들이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며 1군단 잔당들을 정리해 갔다. 뮤르를 여기서 잡지 못한 건 아쉽지만, 1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 하나를 무너뜨린 건 놀라운 성과였다.
시몬과 헥토르, 메리다는 조용히 걸어가 레큘라의 상태를 확인했다. 관리자인 피어가 직접 나서서 레큘라의 사념이 완전히 소멸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잔해는 가져가라, 시몬 폴렌티아.”
헥토르가 등을 돌리며 말했다.
의외로 먼저 레큘라를 양보하자, 시몬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괜찮겠어? 나는…….”
“부아가 치밀지만, 이 전투에선 네 공헌이 나보다 컸다.”
그가 터덜터덜 걸어가며 덧붙였다.
“어차피 내가 가져도 쓸 수 없는 거라면, 네가 가져가서 더 높이 올라가 봐라. 나도 그만큼 따라갈 테니.”
헥토르가 떠나고, 메리다 또한 레큘라에는 관심 없는지 피곤한 얼굴로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나도 소환학과가 아니라 괜찮아.”
“그래도…….”
“등이나 빌려줘.”
척.
메리다가 당연한 요구를 하듯 두 팔을 벌렸다. 그러다 졸음이 쏟아졌는지 몸이 기우뚱하며 넘어가려 하자 시몬이 급히 그녀를 받아냈다.
“하여간.”
메리다를 둘러업은 시몬이 결국 레큘라의 시체를 아공간에 회수했다.
코어가 사라진 에이션트 언데드는 마누스 같은 예외가 아닌 이상 되살릴 수 없지만, 알라제에게 가져다주면 무언가 성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우웅! 우우웅!
그때 품속의 통신 수정구가 정신없이 진동했다. 시몬이 그것을 꺼내 작동시켰다.
[시몬! 큰 폭발음이 들리던데, 몸은 괜찮아?]메이린의 걱정 가득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몬은 빙긋 웃으며 괜찮다고 답했다.
[다행이야. 아! 그리고 방금 카쟌 측 요원에게서 연락이 왔는데…….]카쟌과 네크로맨서들이 구원자 코르비니스를 쫓으며 궁지에 몰았지만, 생각보다 저항이 거세다는 이야기였다.
시몬이 급히 말했다.
“코르비니스는 구원자야! 내가 갈 테니까 절대 섣불리 싸우지 말고 멀리서 추격만 하라고 전해줘! 위치는 어디야?”
* * *
시몬은 코르비니스전, 레큘라전을 거쳐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직 쉴 때가 아니었다. 구원자 코르비니스까지 잡아내야만 이 전쟁을 확실히 끝낼 수 있었다. 시몬은 메이린이 말해준 좌표를 향해 빠르게 달렸다.
향하는 길 곳곳에는 격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카쟌의 흔적인 듯 지면에 거대한 발톱 자국들이 그어져 있고, 핏방울이 가득했다.
부상당한 도둑 길드 측 요원이나 키젠의 하수인들이 나무에 기대어 신음하는 모습도 보였고, 보석 일족들의 시체도 보였다. 어떻게든 족장인 코르비니스를 이곳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던 것 같았다.
‘큰 부상이라 많이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원자는 구원자. 코르비니스도 강적이었다.
가는 길에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망가진 모습들도 보였다. 코르비니스 측에서 텔레포트로 탈출하려 한 것 같았지만, 카쟌과 일행들이 저지한 것이 분명했다.
마음이 초조해진 시몬이 더더욱 속도를 높였다. 광야 끝 지평선 너머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광야 끝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하나가 보인다.
‘찾았다!’
저 멀리 코르비니스가 피를 줄줄 흘린 채 절뚝이며 걷는 모습이 보였다.
그 앞에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작동되고 있었고, 누군가가 그 앞에 서서 코르비니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몬이 피어의 투구를 눌러쓰고 외쳤다.
[코르비니스!]쩌렁 쩌렁!
공포를 느끼게 하는 강렬한 외침에 코르비니스가 멈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내 하늘에서 오는 시몬을 본 그가 몸에 남은 보석을 날리며 저항했으나, 시몬이 대검으로 가볍게 쳐냈다.
“텔레포트를 작동시켜라. 서둘러!”
코르비니스가 로브를 뒤집어쓴 자에게 명령했다.
시몬이 대검의 손잡이를 으스러질 듯 쥐었다.
‘절대 도망치게 둘 순 없어!’
힘이 많이 소진된 상태지만 어떻게든 잡아야 했다. 시몬이 공중에서 참격을 준비하려던 그때.
척!
텔레포트 마법진 앞에 서 있던 자의 소매 아래로 붉은 단검이 튀어나왔다. 코르비니스가 당황한 듯 물러나려 했지만.
스릉!
붉은 검격이 코르비니스의 머리에서부터 정확한 하나의 직선을 그었다.
<홍섬(紅閃)>
“?!”
코르비니스가 당혹스러운 음성을 흘리더니,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 틈이 생기고, 붉은 눈의 개들의 머리가 튀어나와 갈라진 코르비니스를 잘근 잘근 씹으며 안으로 끌고 갔다.
보석 일족을 이끌던, 구원자의 가차없는 죽음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타악!
시몬이 급히 지면으로 내려서며 눈앞의 인물을 응시했다.
“이 칠흑, 설마……!”
단검을 다시 소매에 숨긴 자가 텔레포트 마법진을 작동시키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이 다급히 한 걸음 내디디며 외쳤다.
“로레인!”
그자가 조용히 시몬을 돌아보았다. 그러다 사락 후드를 걷어 올리며 밤하늘 같은 검은 머리카락을 드러냈다.
‘로레인…… 맞지?’
뭔가 달라졌다.
그녀의 긴 머리는 단발처럼 짧아져 있었고, 이마에 자라난 붉은 뿔은 더욱 뚜렷해졌으며 등 뒤에는 날개 같은 돌출부가 보였다. 루비처럼 예쁜 눈동자는 이제 음울한 핏빛을 머금고 있었다.
“시몬.”
짙은 피로감이 느껴지는 음색에 시몬이 흠칫했다.
“그동안 고마웠어.”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마치 작별인사를 하는 분위기였기에, 시몬이 재빨리 다가갔다.
“오늘이 개학이잖아. 소환학과 기숙사에서 만나야지!”
“미안.”
로레인이 등을 돌렸다. 작동된 텔레포트 마법진의 빛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내게 해야만 할 일이 생겼어. 학교는…… 네가 있으니까, 믿고 맡길 수 있어.”
그녀는 마지막으로 아주 잠시 미소를 지었다.
“널 잊지 않을게.”
“잠깐……!”
화아아아아아악!
눈부신 빛무리와 함께, 로레인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세간에서 일명 ‘랭거스틴 사태’로 불리는 이번 일은 암흑연합 전체를 발칵 뒤집어놓기에 충분했다.
코르비니스는 전사했고, 레큘라는 소멸했으며, 전투 용병인 보석 일족은 모두 체포되었다.
이들의 결사의 키젠 학생 테러, 그리고 이어지는 1군단의 드레스덴 왕궁 습격까지. 왕국민들은 분통을 터뜨렸고, 다른 왕국에도 이 소식이 빠르게 전해졌다.
외부에 나가 있던 드레스덴 국왕은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즉각 본궁으로 복귀했고,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다만 공식 발표에 앞서, 국왕은 강한 어조로 선언했다.
-이번 일로 희생된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바이며, 이 사태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모든 자는 반드시 심판의 칼날을 받게 될 것이오.
그렇게 드레스덴 왕국 전역에서 대대적인 추모 행렬이 벌어졌다.
메리다가 꿈으로 보호하던 랭거스틴에는 사망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무방비로 1군단의 공격을 얻어맞았던 왕궁에서는 다치거나 죽은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하인들이나 병사들, 그 외에 귀족들까지 사망자 명단에 실렸다.
키젠에서도 개학식을 하루 미루며 추모에 동참했고, 그렇게 정말로 벽보에 붙은 내용대로 개학식은 누군가의 장례식처럼 변했다. 시몬은 그때 그 벽보를, 협박이 아닌 키젠 측에 위험을 알려주기 위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다.
모두가 검은 옷을 입고 별궁으로 나와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시몬 일행도 그 행렬에 참여했다.
다만 이들에겐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더 있었다. 교복을 입고 검은 넥타이를 착용한 시몬이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메이린과 딕, 카미바레즈 앞에서 설명했다.
“로레인이…….”
메이린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문을 잇지 못했다. 카미바레즈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모두에게 털어놓고 함께하는 게 더 좋을 텐데…… 어떤 힘든 일을 혼자 짊어지려는 걸까요?”
“네프티스 님의 딸이잖아. 나는 후계자 수업의 연장이라고 봐.”
딕이 넥타이를 고치며 말을 이었다.
“그 과정에서 맡게 된 중책이나, 알게 된 진실 같은 게 로레인을 짓누르는 게 아닐까?”
“……그래. 이건 네프티스 님께 직접 여쭤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부분이겠네.”
시몬이 가만히 생각에 잠긴 가운데, 딕이 말했다.
“아무튼 이걸로 난 거의 확신해, 시몬.”
“뭐를?”
“결사와 1군단이 어떤 이해관계로 엮여 있다는 거.”
시몬도 고개를 끄덕였다.
결사와 코르비니스는 누가 봐도 무모한 공격을 감행했다. 이는 ‘시선 끌기’일 가능성이 컸으며, 그 습격은 1군단에게 시간을 벌어주었다.
물론 1군단도 에이션트 언데드 레큘라를 잃는 커다란 손실을 입었지만 본래의 목적대로 왕국 지하에 보관된 뭔가를 훔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사태로 결사와 1군단이 손을 잡았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그건 그렇고.”
딕이 손을 펼쳤다.
“네가 부탁한 대로 기자들을 죄다 끌어모았어. ‘시몬 폴렌티아가 할 말이 있다’고 알렸지.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시몬이 넥타이를 고치며 말했다.
“바로 현장으로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