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8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86화(1386/138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86화
추모행사를 다녀온 시몬은 랭거스틴의 야외 강단으로 향했다.
딕이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몰라도,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기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고정형 메모리얼 수정구를 설치하고 있었고, 일반 주민들도 호기심에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새, 생각보다 많네.’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이 정도로 사람이 몰릴 줄은 예상치 못했다. 시몬이 긴장을 풀기 위해 팔을 당겨 스트레칭을 하는 사이, 불쑥 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헥토르 무어였다.
툴툴거리는 말투와는 달리 복장은 꽤 신경 써서 온 듯했다. 긴 롱재킷을 입었고 한쪽 어깨에는 갈색 휘장 같은 것을 걸치고 있었다.
“오느라 고생했어, 헥토르. 그보다 그 복장은 뭐야?”
헥토르는 자신의 차림을 한번 내려다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벨른과 다섯 군도를 다스리는 지배자의 상징이라더군. 격식을 갖춰 오라고 하지 않았나.”
‘아.’
그 말을 들은 시몬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예전의 헥토르는 섭정에 대한 모든 것에 신경을 곤두세웠는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걸 보니 정신적인 부분에서 많이 나아졌다는 걸 느꼈다.
시몬의 미소를 본 헥토르가 미간을 찌푸렸다.
“짜증 나니까 웃지 마라.”
‘말만 조금 더 부드럽게 하면 좋을 텐데.’
시몬이 어깨를 으쓱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느릿한 하품 소리가 들렸다.
“흐아아암―”
민트색 머리카락에 작은 체구의 소녀가 파자마 차림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시몬의 시선이 그녀의 옷에 머물렀다.
“안녕, 메리다. 혹시 옷 챙겨 입는 건 깜빡한 거야?”
“……아니.”
눈을 비비며 대답한 그녀는 태평한 표정으로 스피릿을 일으켰다.
확실히 그녀는 따로 옷을 챙길 필요가 없었다. 왕녀의 권능을 일으키자 스피릿이 드레스처럼 펼쳐지고, 머리에는 유령왕녀를 상징하는 티아라까지 나타났다.
“빨리 끝내고 자고 싶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시몬도 자신의 차림을 마무리했다. 그의 몸 곳곳에 피어의 뼈가 날아와 달칵달칵 달라붙으며 본 아머의 형태를 이루었다. 세간에서 가장 사람들에게 알려진 모습이 바로 피어의 본 아머를 입은 모습이었다.
“헤이, 시몬! 준비 다 됐어?”
강단 위에서 확성 수정구를 점검하던 딕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시몬은 가볍게 목을 풀고는 답했다.
“그래, 지금 나갈게.”
시몬이 걸음을 내디뎠고, 헥토르와 메리다가 좌우에서 나란히 따라갔다.
드디어 세 사람이 강단에 등장하자, 기자들이 즉시 메모리얼 수정구와 마력 촬영구를 들어 올렸다. 구경하던 군중들도 더더욱 웅성거리며 몰려들었다.
‘후우.’
시몬은 고개를 들고 군중과 눈을 마주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수천 개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순간에는 늘 긴장감이 밀려들곤 했다.
천천히 몸을 움직여 긴장을 털어낸 그가 마침내 확성 수정구를 들어 올렸다.
“저는 제7군단장이자 키젠의 학생회장인 시몬 폴렌티아라고 합니다.”
그가 시선을 양옆으로 던졌다.
“이쪽은 4군단장 메리다 휴 이켈, 그리고 이쪽은 6군단장 헥토르 무어입니다. 저희 세 군단은 공동발표를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세 군단의 공동발표.
그 무게감에 좌중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해졌다.
“우선 이번 일로 희생되신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저희는 최선을 다했지만,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시몬은 고개 숙여 묵례한 뒤 다시금 관중들을 바라보았다.
“여러분도 느끼셨을 겁니다. 그동안 먼 곳에서 테러를 일으키며 소식으로만 접하던 그들이, 이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인 랭거스틴을 공격했습니다. 이 모든 일은 결코 우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
“이 끔찍한 일을 누가 벌였고, 누가 관여되어 있는가. 언론과 기관들이 각기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으니 현장에 있었던 저희가 확실히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시몬이 후읍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랭거스틴에 벌어진 키젠 학생을 노린 테러는 결사의 소행이며, 드레스덴의 별궁에서 벌어진 테러는 1군단의 소행입니다. 저희는 이 두 가지 사건이 별개로 일어난 것이 아닌, ‘하나의 사건’이라 확신합니다.”
웅성 웅성 웅성!
그 말에 강단의 공기가 달라졌다. 사람들의 동요가 거세게 퍼져 나갔고, 기자들의 촬영구가 정신없이 빛을 뿜었다.
“결사와 1군단은 손을 잡았습니다. 그들의 관계가 영속적인 동맹인지, 아니면 단순한 이해관계에 따른 임시적인 결탁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1군단의 행동은 선을 넘어섰습니다. 왕궁을 침범하고, 재물을 약탈했으며,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모자라―”
몇 번이고 고민하던 이야기.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이야기라면, 시몬은 자신이 말하기로 했다.
“황제를 사칭하고 있습니다.”
폭발적인 웅성거림이 일었다.
그간 쉬쉬하며 금기처럼 여겨졌던, 누구도 공적인 자리에서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말을 시몬이 과감히 말한 것이다.
“우리는 조금 더 강경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현재도 암흑연합 내에서 1군단에 대한 제재가 진행되고 있지만, 효과적이지는 못합니다. 왜일까요? 결사의 전방위적 공세로 모든 일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사와 1군단이 한통속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몬이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결국 누군가는 나서야 합니다.”
척.
헥토르가 앞으로 한 걸음 나와 선서하듯 오른손을 들었다.
“벨른과 다섯 군도, 그리고 나 헥토르 무어가 이끄는 6군단은 1군단에 선전포고한다.”
척.
이어서 메리다가 손을 들었다.
“유령궁과 소프리아, 그리고 저 메리다 휴 이켈과 4군단은 1군단에게 선전포고하겠어요.”
척.
마지막으로 시몬이 손을 들었다.
“데스랜드와 프로스트 필드, 비명의 정글과 벌레무덤, 그리고 7군단의 깃발이 걸린 모든 영지와 저 시몬 폴렌티아의 7군단은 1군단에 선전포고하겠습니다.”
군중들 사이에서 터져 나올 듯한 함성이 쏟아졌다.
“이상 우리 세 개 군단은 정식으로 1군단에 군단전을 선포하며, 지금 이 순간부터 1군단을 우리의 확고한 적으로 규정합니다.”
시몬의 눈빛이 한층 날카로워졌다.
“가짜 황제가 무너지는 순간까지, 우리는 싸우겠습니다.”
* * *
세 개 군단의 1군단에 대한 선전포고는 당장 언론에서 대서특필되며 암흑연합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이는 거의 대륙에 폭탄을 터뜨린 듯한 충격이었다. 이번 사태를 단순 미치광이들의 테러라며 주체를 빼고 모호하게 다루던 언론들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사건의 정황과 주범들을 기사에 실었다.
그만큼 세 신인 군단장의 발언은 놀라운 파급력을 보였다. 결사 킬러이자 배신의 군단장으로 알려진 시몬의 명성도 주요했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그 군단장들 모두가 키젠의 학생이라는 사실이었다.
키젠과 네프티스는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즉 군단전이 시작된다면 키젠이 3개 군단의 편에 서서 움직일 것이라는 신호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이번 일의 피해자인 드레스덴 왕국도 힘을 실어주었다.
-세 젊은 군단장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우리 왕국은 내일까지 1군단이 어떤 해명도 하지 않을 경우 1군단을 결사와 동일 취급하며, 대륙에서 몰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네.
무려 드레스덴 국왕이 직접 나서서 성명을 발표했다. 여러 정치적 문제로 결정을 미루고 있었으나, 세 군단장들이 먼저 움직이자 자신들도 마침내 입장을 확고히 정한 것이다.
드레스덴 왕국은 단순한 제재를 넘어 1군단과의 본격적인 적대관계를 선언했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군사적 조치도 밝혔다.
-왕국의 적과 내통하거나 그에 협조하는 자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겠네. 황제 참칭자가 대륙에 살아 숨 쉬는 걸 우리는 용납할 수 없네.
이 성명과 함께 분위기는 급물살을 탔다. 1군단에 우호적이던 외부 조직들도 즉각 그들에 반기를 들었다.
수익을 위해 물불 안 가리던 상회나 상단들도 꼬리를 내리며 1군단 인근 도시에 대한 거래를 중단했다.
그 결과 1군단 영지 근처의 바다는 텅 비게 되었고, 물류 공급이 철저하게 차단되었다. 키젠의 황천고래들이 1군단 바다를 맴돌기 시작했으며, 몇몇 1군단이 차지하고 있던 영지들에 대한 공격이 재개되었다.
암흑연합에서도 ‘군단전’에 대해 논하기로 했다. 물론 이것은 명목상의 승인일 뿐, 애초에 군단이 다른 군단과의 군단전을 벌이는 데는 허가가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연합까지 힘을 실어준다면, 1군단은 완전히 고립될 터였다.
그동안 ‘결사의 공격 때문에라도 1군단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1군단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게 말하던 의견들도 싹 들어갔다.
-속이 다 시원하네 시몬!
판을 다 뒤집어 버렸다며 신이 난 딕이 시몬의 등을 세차게 때렸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긍정적이었지만, 키젠 측 수뇌부 사이에서는 ‘조금 성급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빨라도 너무 빨랐습니다, 학생회장. 우리와 조금 더 협의한 뒤에 일을 진행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요.”
그날 저녁에 만난 스테이시 교수가 이마를 짚으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시몬은 그녀의 두통에 죄책감을 조금 느끼긴 했지만, 이번 일은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었다.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지만, 언제까지고 결사 측에 주도권을 쥐여줄 순 없으니까요.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피해는 더 커질 겁니다.”
실제로 1군단은 7군단을 공격한 전례가 있었으며, 이번 사건 역시 무고한 희생이 생겨났다.
이에 시몬이 군단전을 천명해 외부 세력에 저항하기 위한 단합을 유도하고, 공격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거기에 결사는 거점이 다른 세계에 있기에 함부로 침공할 수 없었지만, 1군단은 다르다. 1군단은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거점이 대륙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결사와 달리 선제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다.
이 모든 설명을 들은 스테이시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키젠의 지침을 이야기하자면, 지금 당장 1군단의 본토를 공격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알죠.”
시몬도 결사와 1군단에 대한 경계심을 끌어올리고, 더더욱 압박을 가하기 위해 이번 일을 벌였을 뿐, 사실 그에게도 시간은 필요했다.
코랄 리치 부대 완성과 1군단전 비장의 무기인 마검 마누스의 조정이 필요했으니까. 다만 모든 준비가 끝나면.
‘헤일이 있는 곳으로 간다.’
시몬은 1군단의 본토를 공격할 생각이었다. 키젠과 연합의 허가, 그리고 다른 군단의 합류가 확정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결사 때문에 1군단을 공격하지 못한다는 건 어불성설. 결사가 기다리는 ‘그날’이 오기 전에, 1군단을 먼저 처치해 두고 배후의 적을 없애놔야만 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다면…….’
1군단은 이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왕궁을 침공한 것이고, 심지어 에이션트 언데드까지 잃어가면서도 얻으려 했던 것이 있었다.
그런 대가를 치르면서 무엇을 가져갔던 걸까. 1군단장 헤일이 그것으로 뭔가를 하기 전에, 1군단을 쓰러뜨려야 했다.
시몬은 그렇게 생각을 마무리 짓고 스테이시 세잔의 성에서 빠져나왔다.
* * *
[군단장니임!]“아, 에르제!”
밖으로 나오자, 마침 군단의 대장들이 시몬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미 부대의 대장 에르제베트.
좀비 부대의 대장 프린스.
백귀 부대의 대장 좀비집사와 마코.
미라 부대의 대장 헤르세바까지.
[보고 싶었사와요!]에르제베트가 시몬을 꼭 껴안았고, 프린스는 주먹으로 시몬과 장난을 쳤다. 좀비집사와 마코는 의젓하게 인사했고, 새로운 육신을 되찾은 헤르세바는 활발하게 두 손을 흔들었다.
“그럼 다들 잘 부탁해.”
시몬은 전면전을 선언한 만큼 실질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생각이었다.
군단의 전력을 조금씩 조금씩 1군단의 본토 앞으로 집결시킬 생각이었다. 에르제베트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다 가면 군단장님은 괜찮겠사와요?]“걱정 마, 에르제.”
이 에이션트 언데드들을 다 보내도, 아직 시몬에게는 관리자 피어와 라미아, 그리고 끊임없이 분열하는 브루트와 본 드래곤 미르미즈가 있었다.
거기에 프린스도 언제 어디서든 시몬을 도울 수 있었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
“준비가 되기 전까지 학기 초는 정상적으로 키젠에서 공부하면서 보낼 거야. 마지막 조정이 끝나는 대로-”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1군단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