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9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92화(1392/141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92화
퍼억!
퍽!
친위대 호문쿨루스들이 에메랄드빛을 번쩍이며 사방에서 쏟아져 왔다. 이들을 마투로 차례차례 쓰러뜨리던 별야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별야의 발차기에 닿은 호문쿨루스가 날아가고, 휘날리는 그녀의 오색 빛깔 머리카락에 닿은 호문쿨루스가 독에 괴로워하며 주저앉았다.
“우리 귀염둥이의 기술보단 확실히 약하네. 카피의 한계인가?”
아보는 안경을 닦으며 가만히 웃을 뿐이었다.
-캬아아악!
바로 그때, 덤벼드는 친위대 호문쿨루스 속에서 기습적인 속도로 달려든 호문쿨루스가 있었다. 입을 벌린 그의 송곳니가 번쩍이며 별야의 목덜미를 물려고 했다.
덥석!
그녀가 뒤로 돌아보지도 않고 팔을 뻗어 호문쿨루스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호문쿨루스가 괴로워하며 발버둥 쳤다.
“너 이 새끼.”
별야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이건 그 아이, 카미바레즈의 피잖아.”
피에 굶주린 듯 격렬히 반항하던 호문쿨루스가 그녀의 손이 닿은 목부터 빠르게 녹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호문쿨루스가 곤죽이 되어 녹아내리자, 그녀가 손을 빼냈다.
“정답이에요. 하프 우르슬라의 피는 정말이지 다루기 힘들더군요.”
아보가 안경을 다시 쓰며 말을 이었다.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카미바레즈 학생이 어떤 고충을 겪었을지 저는 깊게 이해했어요. 이 세상에서 저만이 오롯이 이해할 수 있죠. 그녀에게 다양한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군요.”
“이유가 있든 없든, 실험실의 피를 네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건 금지야. 이 새끼야!”
별야가 금방이라도 돌진할 야수처럼 몸을 쭉 낮췄다.
“그리고 네가 주력으로 쓰는 그 ‘푸른 피’도, 결국 다른 누군가의 피겠지? 소름 끼치는 자식이라니까.”
그때 아보가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잠시만요.”
“엉?”
아보가 눈을 감고 크게 숨을 한번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어느새 눈을 게슴츠레 뜬 그의 눈동자는 피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거 실례했군요.”
별야의 표정에 경계감이 서렸다.
“……또 뭘 한 거지?”
“잠깐 다른 피로 전환했습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방금 말씀하신 ‘카피의 한계’에 대해 짚고 넘어가죠. 과연 야생의 직감을 가지신 분답게 정확하다고 해야 하나요.”
촤아아아-!
아보가 그렇게 말하는 사이, 친위대가 깃든 호문쿨루스 하나가 그의 앞으로 날아가 자기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처박히며 나뒹굴었다.
“카피란 결국 흉내입니다. 상대의 피를 카피할 뿐이니 당연히 오리지널의 성능을 내진 못하죠. 특히 시몬 학생회장처럼 ‘디테일한 언데드 컨트롤’은 제가 영영 따라 할 수 없는 재능이구요. 대신 저는 다양한 능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으로 살아남아 왔죠.”
그가 이마에 손을 올렸다.
“방금 하나 ‘예지’했습니다.”
“!”
“이 싸움은 앞으로 5초 안에 끝납니다.”
별야의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3학년 혈류학과에는 미래를 본다는 혈묘족, 엘리시아가 있었다.
“오.”
그가 손가락을 펼쳤다.
“사.”
별야가 전신에 칠흑을 끌어올리며 주위를 경계했다.
“삼.”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이’를 외친 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일.”
잠시 멈칫해 있던 별야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걸 깨닫고는 헛웃음을 흘리며 자세를 풀었다.
“너 이 자식, 순 엉터리……!”
[언니이이이이이이이!]일순 굉음과 함께, 마투학 교수 홍펭이 날아차기 자세로 경기장 정문을 박살 내며 나타났다.
반응할 틈도 없이 등을 가격당한 별야가 저만치 날아가 경기장 벽면에 처박혔다.
쿠쿠쿠쿠쿠쿠쿵!
경기장 전체가 들썩이는 압도적인 위력.
별야가 부딪힌 곳에 흙먼지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후우우우!”
가볍게 숨을 몰아쉰 홍펭이 독으로 엉망이 된 경기장을 한 차례 둘러보더니 지긋지긋하다는 듯 외쳤다.
“내가 못살아 정말! 수업 첫날부터 이런 대형 사고를 치면 어떡해?”
사자후를 방불케 하는 쩌렁쩌렁한 외침에, 아보는 웃는 얼굴로 귀를 막았다.
“말썽 피우지 말라고 했지!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도 이러면 어쩌자는 거야? 일 벌이는 사람 따로 있고 수습하는 사람 따로 있어?”
유창한 대륙어로 한바탕 쌍둥이 언니에게 일갈한 그녀가, 뒤늦게 아보를 발견하고는 샥! 하고 입가를 가린 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죄, 죄종해요 아보 교주님! 다친 곳은 없으진가요?”
동시에 초원 토박이처럼 어눌한 말투로 돌아오는 그녀였다.
마찬가지도 아보도 눈에 힘을 빼고 평소의 왜소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 아슬아슬했네요. 하하! 더,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언니가 또 분위기 전환이니 진고직이니 하면저 끌고 나왔겠죠? 죄종합니다!”
그녀가 꾸벅 고개를 숙이자 아보가 손사래를 쳤다.
“괜찮아요! 괜찮구 말구요! 그, 그보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대단히 영광이에요! 혈류학을 가르치게 된 아보 벨스만입니다!”
“마투학의 홍펭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다음번에 찾아뵐 생각이었는데 혹시…….”
아보는 주뼛주뼛 말하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달랐다.
“힘을 합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
“이번 학기는 DMAT 이후에 있는 합숙훈련이 핵심이라고 들었어요. 저칠소 세 학과가 강세이니, 우리는 우리대로 졸업생을 배출하기 위해 노력을…….”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던 홍펭이 그제야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픽 웃었다. 그러고는 활짝 미소 지어 보였다.
“아보 교주님은 키젠에 적응이 아주 빠르겠네요!”
“…….”
“학과쟁들에 대한 책임감은 이해하지만, 329기 학쟁들은 조금 특별해요. 주업에 나가보면 곧 느낄 거예요. 그리고 3학년 2학기는 경쟁이 아닌 기여.”
그녀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등을 돌려 걸어갔다.
“전략을 바꾸는 게 좋을 거예요.”
가만히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꼈다.
그리고 한편.
쿠구구구구-!
부서진 경기장 흙먼지 속에서, 온몸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별야가 끙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제기랄, 남한테 부수지 말라고 해놓고는 자기가 더 부숴먹네.”
몸을 완전히 일으킨 그녀는, 자신이 챙겨 온 서류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걸 보고는 집어 들어 모래를 탈탈 털었다.
<맹독학과 석차 성적표>
그것을 보던 별야가 픽 하고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옆구리에 꼈다. 곧 맹독학과의 오후 수업이 시작할 시간이었다.
“그러엄, 우리가 더 분발해야 한다는 소식을 애들한테 알려주러 가볼까.”
* * *
마지막 3학년 2학기를 시작하기 앞서, 아론은 소환학과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석차를 이야기했다.
우선 현재 3학년 총정원은 200명이고, 학과별 생존자의 수가 학과별로 공개되었다.
저주학과 37명.
칠흑역학과 36명.
소환학과 34명.
사령학과 24명.
혈류학과 19명.
맹독학과 22명.
마투학과 28명.
전체적으로 인기 3대 학과인 ‘저칠소’가 가장 많은 생존자 수를 기록했다.
전통의 인기학과이자, 바힐과 제인이라는 스타 교수들이 버티고 있는 두 학과가 1, 2위권을 다투는 건 이상하지 않았지만 놀라운 건 소환학과의 약진이었다.
소환학과는 진입장벽이 높고 재룟값이 많이 들기에 ‘최대 전과생 수’와 ‘최하 졸업생 수’를 동시에 갱신하던 학과였다. 그러나 시몬 폴렌티아라는 천재의 등장과, 각성한 아론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수업이 더해지며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우리가 3등이야? 나이스!”
“위에 학과랑 그렇게 차이가 심하지도 않아!”
생존자 수가 3위라는 말에 소환학과 모두가 뜨겁게 환호했다. 시몬도 미소 지으며 턱을 짚었다.
‘3대 학과와 그 밑의 학과 간의 격차는 좀 있는 편이네.’
특히 이런저런 문제가 많던 혈류학과는 19명이었다. 게다가 교수도 베테랑이 아닌 신임 교수.
시몬은 아보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은 Top10 발표다. 크게 바뀐 점은 없지만 퇴학생도 있고, 성적의 변동 사항을 반영했다.”
아론이 분필을 들고는 미소 지었다.
“우리 학과에서는 이번에도 두 명이다.”
“오오!”
활짝 웃고 있는 학생들의 시선이 자연히 시몬과 헥토르에게로 집중되었다. 시몬은 민망한 듯 웃었고, 헥토르는 콧김을 뿜으며 팔짱을 꼈다.
전체 1위(수석) : 시몬 폴렌티아 – 소환학과 (-)
전체 2위(차석) : 메리다 휴 이켈 – 저주학과 (-)
전체 3위 : 헥토르 무어 – 소환학과 (+2)
전체 4위 : 에이젤 브링어 – 칠흑역학과 (-1)
전체 5위 : 메이린 빌렌느 – 칠흑역학과 (+1)
전체 6위 : 샤텔 마에르 – 칠흑역학과 (-2)
전체 7위 : 엘리사 셀린 – 사령학과 (-)
전체 8위 : 쥴 빈체레 – 마투학과 (+1)
전체 9위 : 클라우디아 멘지스 – 맹독학과 (+1)
전체 10위 : 카미바레즈 우르슬라 – 혈류학과 (+1)
실력이 어느 정도 굳어진 3학년인 만큼 엄청난 지각변동은 없었고, 모두가 아는 ‘네임드’급 학생들로 Top10자리가 꽉꽉 채워졌다.
“대단해 조장!”
“역시 시몬이야!”
1학년부터 특례 1번이었던 시몬은 이번에도 전체 1위로 시작하게 됐다. 주위 학생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군단장이 된 헥토르가 두 계단 뛰어올라 3위가 됐다는 소식이었다. 헥토르 파벌 학생들이 목청 터져라 환호를 지으며 헥토르에게 엉겨 붙었고, 헥토르는 피곤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 밖에도 엘레멘탈 마스터를 계승한 메이린이 거인 혼혈 샤텔을 꺾고 5위를 따냈으며, 카미바레즈가 정식으로 Top10에 진입하게 됐다. 반가운 소식에 시몬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다음으로 Top10 외의 석차를 발표하겠다. 전교생 석차는 이틀 뒤에 각 기숙사 게시판을 확인하도록 하고, 지금은 우리 학과생들만 호명하겠다.”
아론이 입을 열었다.
“전체 15위 피츠제럴드 잉겔스. 학과에서는 3위다. 축하한다.”
피츠제럴드가 이번에도 15위를 차지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의 열렬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아론이 그에게 시선을 보냈다.
“총학과대표 자리가 비어 있다. 시몬은 학생회장이고 헥토르는 여전히 맡을 생각이 없다고 하니 네가 정식으로 맡아줬으면 하는데.”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부족하지만 맡아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박수가 쏟아졌다. 겉보기엔 무표정해 보였지만 시몬은 피츠제럴드의 입꼬리가 흔들리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17위 게르문 스카르니르.”
피츠제럴드와는 달리 학생들의 박수 소리가 조금 줄어들었다. 존재감 없는 한 학생이 훌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복 안에 후드티를 입고, 후드를 쭉 눌러쓴 남학생이었다.
‘누, 누구더라.’
시몬이 땀을 삐질 흘렸다. 1년 반 동안 같은 학과였는데, 대화 한번 나눠본 적이 없었다.
“쟤 걔야.”
누구와도 친한 에슈 아르젤이 속닥거렸다.
“우리 학과에 여섯 명뿐인 데스나이트 서머너!”
‘데스나이트 소유자였구나.’
그 외에 40위의 피에르 버클러.
45위의 기네비어 벤너스.
78위의 첸드라 글리비체가 발표되었다.
이어서 학생들이 호명될수록 시몬의 표정이 살짝 걱정으로 물들었다. 피에르와 기네비어, 그리고 첸드라라면 학과에서 조장을 맡을 정도의 모범생이었는데 석차가 뒤로 밀린 상태였다.
‘생각보다 안전권이 많지는 않구나.’
소환학과가 34명이나 생존했다고 여유 부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위, 세르네 아인다르크.”
늘 결석을 밥 먹듯이 하며 수업에 비협조적인 세르네가 실력만으로 100위에 안착했다. 그녀가 후훗 하고 시몬에게 손바닥을 흔들어 보였다.
“110위, 토토 아모리.”
곳곳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2학년에는 300위대 후반대, 3학년에는 200위대 후반대에 위치하며 아슬아슬하던 토토가 데스나이트를 만들고서는 100위대 상위권까지 올라섰다. 소환학과에서 가장 극적인 석차 상승을 보인 학생이었다.
피츠제럴드도 평소답지 않게 흥분하며 토토의 손을 꾹 잡았다.
“10명만 더 넘자, 토토 10명만.”
“아, 알았어! 아하하……!”
그 외에도 실전 전투력은 최상위권이지만 시험 시간에 자꾸 딴생각을 하는 바람에 내신을 망친 화이트는 135위였다.
그리고 이제는 탈락권이라고 할 수 있는 150위권대였다.
“라우벨 브엔머스, 158위.”
이 순위부터는 강의실에 웃음기가 싹 빠졌다.
박수도 칠 수 없었다.
그저 어색한 공기 속에서 안 됐다는 시선, 동정과 슬픔의 시선이 오갈 뿐이었다. 카루나 바닌은 대답만 하고는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맷 코머 181위.”
“비센테 보로메오 195위.”
점점 분위기가 짓눌린 가운데, 1위부터 끝까지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이야기한 아론이 말했다.
“에슈 아르젤 200위.”
에슈의 표정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새어들었다.
쥐 죽은 듯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상위권은 더 노력을 기울이고, 하위권은 분발하도록.”
그렇게 아론은 말을 마쳤다.
시몬이 뭐라 위로의 말을 건넬지 몰라 입을 오물거리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는 것으로 예감은 했는지 덤덤한 미소를 지었다.
“……헤헤, 노력 못 한 티가 나네. 더 노력해야지 뭐.”
그렇게 말했지만, 시몬은 그녀가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만 남들보다 조금 가난했기에 학과 장학생으로서 일찍 일어나 일해야 했고, 언데드 준비물의 퀄리티도 조금 떨어졌다.
그래서 예전에 시몬이 돈을 빌려주겠다며 넌지시 권유도 해보았지만, 그녀는 웃으며 거절했다.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든 해보고 싶다는 게 에슈의 의지였다.
“힘내.”
시몬의 조용한 응원에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론이 입을 열었다.
“오늘 등교하지 않은 학생에 대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