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9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96화(1396/141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96화
숙소로 쓸 방을 정할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짐부터 챙기거나 경관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에슈 아르젤은 한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학과별로 움직이라니까 나는 소환학과 애들 찾아볼게!”
“그래, 에슈.”
1학년 때부터 친했던 칠흑역학과 여학생과 헤어진 에슈는 빠른 걸음으로 숙소인 대궐에 들어섰다.
‘먼저 좋은 자리 차지하고 우리 애들 불러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걸어가던 그녀의 머릿속에 불쑥 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릴 때 돈 없어서 로레인 집에서 일했다지 아마? 학교에서 매번 로레인 님, 로레인 님, 하면서 졸졸 따라다니는 거 별로 보기 안 좋았어.
큭.
갑자기 훅 떠오르는 생각에 가슴이 쿡 하고 송곳으로 찔리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 사과도 들었고, 이제는 다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한번 뛴 심장의 두근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언제쯤 이 말이 잊혀지게 될까. 얼마나 더 지나야 기억이 희미해질까.
‘생각하지 말고 할 일에 집중하자.’
에슈는 애써 상념을 털어내듯 고개를 흔든 뒤 계속 걸음을 옮겼다.
대궐은 역시나 넓고 복잡했다. 깊은 곳까지 들어온 그녀가 적당한 자리를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저기가 좋네.’
마침 마당도 널찍하고, 건물의 상태도 괜찮은 곳을 발견했다. 에슈는 바로 그쪽으로 뛰어 들어갔고.
“!”
순간 사고가 정지하며 몸이 얼어붙었다.
마당 한가운데, 커다란 생명체가 있었다.
‘……뭐야 저게. 사슴?’
그녀가 사슴이라고 생각한 것도 머리에 달린 뿔 때문이지, 사실 사슴이라 정의하기엔 대단히 특이한 외형이었다. 길쭉한 주둥이, 몸의 곳곳에 이질의 생물이 뒤섞인 것처럼 다른 색의 솜털이나 깃털이 자라나 있었다.
거기에 이 동물도 이 세계의 나무처럼, 뿔이나 몸 곳곳에 낙엽이 난 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이 고개를 돌려 에슈를 응시했다.
-푸룩.
천년향의 몬스터가 콧김을 뿜으며 공격할 채비를 했다. 대궐 한복판에 몬스터가 들어와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 못 했던 에슈는 당혹감에 굳어졌다.
“미, 미안해. 네 보금자리였니? 얼른 나갈게!”
그녀가 적의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두 팔을 들며 물러섰지만, 몬스터는 뿔을 앞세우며 돌진해 왔다.
에슈도 어쩔 수 없이 흑마법진을 펼쳤다.
“저리 가!”
칠흑으로 이루어진 창이 연달아 쏘아져 나가 위협용으로 지면에 박히자, 몬스터는 더더욱 흥분해 속도를 높였다.
에슈는 이번엔 제대로 조준해서 발사했다. 몇 발은 저 생명체의 가죽에 부딪히거나 스쳤지만, 대부분의 창들이 빗맞았다.
‘왜 이러지? 대륙에서와는 뭔가 느낌이 달라! 투사체가 느리고 컨트롤도 잘 안 돼!’
에슈가 당황하며 옆으로 몸을 던졌다. 몬스터가 그녀가 있던 자리를 지나쳐 돌담을 들이박았고, 돌로 만든 듯한 벽이 후두둑 무너져 내렸다.
차악!
공격을 피해낸 그녀가 바닥에 미끄러지듯 굴러 자세를 다잡았다.
“자꾸 이렇게 나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그녀가 품에서 볏짚으로 만든 저주인형을 꺼내 들었다. 또다시 몬스터가 달려들자 에슈는 덤블링을 하듯 폴짝 뛰어올라 몬스터의 머리를 넘어간 뒤, 등에 저주인형을 붙이며 착지하는 데 성공했다.
촤아악-!
그녀가 흙바닥을 미끄러뜨리며 바닥에 내려온 뒤, 허리춤의 도구 상자에서 송곳을 꺼냈다.
“미안!”
그녀가 칠흑을 일으킨 저주인형의 머리에 송곳을 깊숙이 찔러 넣자.
푸슉!
몬스터의 머리에도 같은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피가 아닌 노란색의 기묘한 무언가가 상처에서 흘러나와 대기 중으로 흩어지더니, 이내 몬스터가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살았다.”
에슈가 비로소 안도하며 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죽어 미동도 없는 사슴 몬스터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죽이면 안 되는 걸 죽인 건 아니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가 뒷걸음질 치다가 빠르게 돌아섰다. 조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다른 생명체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스스스스스-
머리에 송곳 구멍이 뚫린 몬스터가 다시금 서서히 일어서고 있었다.
그것이 달려들었고, 에슈가 뒤늦게 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한발 늦었다. 그녀가 고통을 각오하며 눈을 감는 순간.
촤아아아악!
누군가가 뛰어나와 팔을 휘둘렀다. 에슈가 눈을 동그랗게 떴고, 저 위로 사슴의 목이 날아가고 있었다.
“비켜라.”
용의 발톱처럼 변형된 거대한 팔을 세워 든 헥토르 무어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헥토르!’
에슈가 얼른 옆으로 물러섰고, 머리를 잃은 몸통이 계속 다가오자 헥토르가 강제로 쳐서 옆의 돌담으로 밀어냈다.
쿠쿠쿵!
‘헥토르가 날 구해줬어!’
에슈가 두 손을 입가에 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1학년 때부터 좋아했지만 2학년과 3학년 시절에는 그의 비뚤어진 모습을 보고 마음이 상당히 식어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보니 또 가슴이 들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군.”
헥토르가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죽음이 없는 세계란 게 이런 의미였나.”
-푸루룩-!
잘려 나간 머리가 멀쩡히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그 광경에 에슈가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스스스스스!
이내 잘려 나간 머리가 움직이고, 목을 잃은 몸통이 움직였다.
마치 서로 달라붙으려 하는 자석처럼, 목과 몸통의 단면에 노란색 빛이 번쩍이더니 서서히 그 절단면으로 달라붙어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까 에슈에게 당한 상처는 물론, 헥토르에게 당한 상처도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프리스트 놈들의 치유와 재생과는 다른 개념인가? 귀찮군.”
그렇게 말한 헥토르가 에슈를 돌아보며 말했다.
“에슈 아르젤. 너는 가서 교수님들께 상황을 전해라.”
“으, 응!”
헥토르가 순식간에 악룡의 형태로 변하더니, 머리와 몸통을 붙이고 있는 사슴 몬스터를 강력한 두 다리로 낚아채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마도 대궐을 지나, 한참 멀리 떨어진 곳에 몬스터를 떨어뜨리고 올 생각인 것 같았다.
“에슈!”
그때 그녀의 비명을 들은 토토와 피츠제럴드가 뛰어들어 왔다. 토토는 벌써 뿔 달린 모자를 쓰고 자신의 데스나이트까지 꺼낸 상태였다.
“무, 무슨 일이야? 누군가의 공격이야?”
“아…… 그게.”
에슈가 무안하게 웃은 뒤 부끄러운 듯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 학과 방으로 쓸 만한 곳을 찾고 있었는데 몬스터가 있었어. 다칠 뻔했는데 헥토르가 구해줬어.”
“?!”
그 말에 토토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토토는 같은 학과에 들어온 뒤로 쭉 에슈를 좋아하고 있었다. 피츠제럴드는 조용히 그의 어깨를 두들길 뿐이었다.
“다, 다른 몬스터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니 내가 잡으러 갈게! 가자, 데스나이트!”
토토와 데스나이트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광전사 데스나이트는 달리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칠흑을 뿜어내고 있었다.
“토토, 아직 합숙 시작도 안 했는데 그렇게 칠흑을 낭비했다간 고생한다.”
피츠제럴드가 타일렀지만 토토는 그 말을 듣지도 않았다. 어느새 데스나이트와 함께 저만치 사라져 버린 뒤였다.
에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조장은?”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시몬도 지금 정신이 없는 것 같더군.”
* * *
“꺄아아아아!”
“징그러! 뭐야 대체!”
한 무리의 학생들이 마당 밖에서 손바닥을 펼친 채 대치하고 있었다. 그들이 묵을 숙소 앞에 있는 건, 커다란 구렁이를 연상케 하는 몬스터였다.
비늘 대신 몸 곳곳에 털이 달려 있는 이것은 어찌나 큰지, 건물을 두 바퀴를 둘러도 남을 정도였다.
“정신 차려! 엘리사!”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숙소에 앉았다가 마루 아래로 스스륵 나타난 이 몬스터 때문에 엘리사는 거의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그녀는 ‘나 뱀 싫어’를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공격이 안 통해!”
“어쩌지?”
마투는 물론, 어지간한 맹독이나 혈류계 흑마법도 통하지 않았다.
몸 곳곳에 난 상처들이, 노란색의 번쩍이는 효과와 함께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구렁이 몬스터는 이곳에서 떠날 생각이 없는 듯 연신 혀를 낼름거리며 학생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실례할게.”
바로 그때 시몬이 검은 코트를 휘날리며 나타났다.
“회장이다!”
“시몬!”
학생들이 좌우로 물러나 비켜주었고, 마검을 든 채 서 있던 쥴이 안도하며 상황을 보고했다.
“목을 자르고 꼬리를 베어도 소용없었소. 계속 재생하는 것 같소.”
“재생이 아냐.”
시몬이 오른손을 펼치자, 아공간에서 피어의 뼈가 오른팔에 달라붙는 것과 동시에 파멸의 대검이 튀어나왔다.
동시에 구렁이가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고,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쩡!
일격에 구렁이의 머리가 쪼개졌다.
그리고 파멸의 대검은 재생 불가능한 상처를 남기는, 가히 프리스트의 천적과도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스스스스-
잘린 머리가 빠르게 달라붙으며 구렁이의 육체가 복구되고 있었다.
‘치유와 재생의 개념이 아니라니 흥미롭네. 조금 더 시험해 보고 싶지만…….’
조금 있으면 집합 시간이니 사태부터 진정시켜야 했다. 시몬은 아공간을 열고 ‘자이언트 스켈레톤’의 뼈를 날려 보냈다.
<본 프리즌>
쿵! 쿠웅!
거대한 뼈들이 기둥처럼 박히며 구렁이 몬스터를 포획했다. 시몬은 그 상태로 가방을 뒤적거리다가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옆에 있던 쥴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건 무엇이오?”
“설계도.”
시몬이 책장을 빠르게 넘기다가 책에 수록된 여러 무기 중에 ‘공성무기’ 페이지에서 멈추더니, 이내 손을 쓱쓱 움직이기 시작했다.
뼈들이 빠르게 맞춰지며 형태를 변환해 갔다. 빈 공간을 착착 채워 나가더니 어느새 뼈로 이루어진 공성무기의 형태로 변했다. ‘클라우드’를 써서 뼈를 직접 잇기도 했다.
걸리는 시간은 고작 1분에 불과했다.
<시몬 오리지널 – 본 캐터펄트>
드드륵!
클라우드를 감은 둥근 뼈가 태엽처럼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철컥! 하고 끝부분이 열리더니, 그대로 회복 중인 구렁이를 사출해 버렸다.
구렁이는 대궐 밖으로 벗어난 뒤에도, 거기서 한참을 더 멀리 날아갔다.
“……대, 대단하네.”
“방금 그냥 오리지널 흑마법을 만들어낸 거야?”
시몬이 착 하고 책을 닫으며 동기들을 돌아보았다.
“죽음이 없는 세계라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나 봐. 아마 브리핑 때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거야. 다들 짐부터 풀어.”
“오케이!”
“응!”
* * *
학과별로 흩어진 학생들은 남자 숙소와 여자 숙소로 구분해 짐을 풀었다.
숙소로 쓸 이 대궐 자체가 작은 마을을 연상케 할 만큼 넓어서, 조교들은 학생들이 숙소로 쓸 수 있는 지역을 지정해 주어야 했다.
몬스터 사태도 정리되었다. 합숙 전에 이미 하수인들이 주변을 치워두었지만, 며칠 사이에 천년향의 몬스터들이 담을 넘고 들어와 자리 잡았던 모양.
적당히 이들을 무찌른 뒤에 조교들이 다시금 꼼꼼히 결계를 펼쳤다.
“웃차.”
시몬과 토토, 피츠제럴드는 다른 두 명의 소환학과 남학생들과 함께 숙소의 한 방을 쓰게 되었다. 무척이나 오래된 나무집 같아 보였지만, 청소는 이미 끝나 있어서 깔끔했다.
“여기 좋다.”
“가끔 이런 감성도 나쁘지 않은데?”
무엇보다 바닥이 따끈해서 좋았다. 다들 바닥에 누워서 눈을 감고 상쾌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시몬도 이대로 누워서 잠시 쉬려던 찰나.
“학생 여러분 집합입니다!”
조교의 외침에 눈을 떠야 했다.
그렇게 학생들 모두가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니, 제인이 아닌 다른 교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론 교수님이다!’
여전히 늘어진 셔츠 차림에 반바지와 슬리퍼를 신은 채 퀭하고 피곤한 얼굴로 턱을 쓸고 있었다. 뭔가 교수들도 할 일이 많은 모양이었다.
“지금부터 천년향의 법칙에 대해 설명하겠다.”
그의 옆에는 세 마리의 천년향 몬스터들이 가만히 멈춘 채 서 있었다. 미리 저주를 걸어둔 것 같았다.
“외워야 할 건 세 가지다.”
아론이 손가락을 세 개 세웠다.
“이곳의 동물들은 모두 불멸인 만큼 수복(修復), 해체(解體), 소생(蘇生)이라는 세 개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저주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도록 했으니 걱정 말고 보도록.”
아론이 손가락으로 신호를 주자 조교가 절삭마법을 사용했다.
파악!
팍!
도마뱀을 연상케 하는 몬스터들의 꼬리와 앞다리 일부가 베어졌으나, 모두 노란색 빛이 번쩍이며 상처가 아물어 버렸다.
절단된 부위는 접합되거나 새로 자라나기도 했고, 대륙에서 가져온 맹독도 빠르게 몸으로 배출시켜 버렸다.
“이를 수복(修復)이라고 한다. 천년향의 동물들은 어지간한 중상을 입어도 빠르게 원래대로 돌아온다.”
강력한 흑마법으로 산산조각 내도 마찬가지. 파편들이 서서히 들러붙어 다시 본래의 형상을 되찾았다. 몬스터들은 어떤 공격에도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폭발을 이용해 형체조차 남지 않게 날려 버려도 마찬가지다. 천년향에서는 수복하지 못할 만큼 큰 피해를 입은 생물은 ‘해체(解體)’되어 사라지지. 그리고 해체된 생물은-”
그가 메모리얼 수정구를 작동시켰다. 먼 벌판에 한 몬스터가 갑자기 튀어나오듯 깨끗하게 생성되는 모습이 보였다.
“죽어 없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곧 어딘가에서 다시 형체가 모여서 부활한다. 이를 ‘소생(蘇生)’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게 천년향이 죽음이 없는 세계라고 불리는 이유다. 죽음이 없는 세계에서, 죽음을 다루는 우리 네크로맨서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진정한 죽음이란 무엇인가.”
시범을 마친 아론이 팔을 내리며 그들을 돌아보았다.
“이 모든 것들을 고찰하고 고민하는 게 이번 합숙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