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40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400화(1400/141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400화
단목마 한 마리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이쪽으로 터벅터벅 다가오기 시작했다.
-눈앞에 살아 숨 쉬는 걸 짓밟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하는 놈들이지.
별야의 이야기가 사실인 듯했다.
단목마를 중독시키는 게 목적이지 굳이 무한히 부활하는 생물을 상대로 싸울 생각은 없었기에, 시몬 일행은 자세를 낮추고 살금살금 옆으로 걸어갔다.
마침 주위에는 다른 단목마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시몬 일행에게 접근하려던 단목마는 결국 또 다른 단목마의 뒷발에 걷어차이며 날아갔다.
가히 포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
단목마가 암벽에 처박히고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쩍쩍 암벽이 무너져 내리며 무수한 낙석들이 쏟아져 내렸다.
“…….”
비로소 그들은 이곳에 왜 이렇게 큰 분지가 생겼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시몬 일행이 몬스터들의 영역싸움에 휘말리지 않으려 빙 돌아가고 있는데, 마침 근처에 단목마가 열매를 깨 먹은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흠.’
걸음을 멈춘 시몬이 위를 올려다보자, 나무 위로 대형 호두처럼 껍질이 단단해 보이는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이 보였다.
시몬이 말했다.
“독약 투여는 경구투여만 가능하다고 했었지? 그럼 먹이에 독을 타는 게 가장 효과적이겠네.”
“투여 방법까지 결정된 거구만! 시작하자!”
그렇게 소년들은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했고, 첫 도전자는 글렉 크로우가 되었다.
그는 훌렁훌렁 신발을 벗어 던지더니 순식간에 나무 위로 뛰어 올라갔다. 시몬은 그의 발이 늑대인간의 다리처럼 변하는 걸 보았다.
이내 나무 타는 짐승처럼 능숙하게 올라간 글렉이 바로 열매 하나를 툭 뽑아 들어 지상으로 내려왔다.
‘움직임이 좋네. 그러고 보니 1학년 때 특례 9번이었지.’
시몬이 기억을 더듬어가는 사이, 번리 이미터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투덜거렸다.
“거 올라가는 김에 우리 것도 좀 따주지, 글렉. 경쟁시험도 아니잖아.”
“하하! 그러고 보니 경쟁 아니었지? 깜빡했다!”
글렉은 열매의 꼭지 부분을 힘으로 따낸 뒤, 본인이 만든 특제 맹독을 열매 안에 부었다.
얼마나 강한 독성인지 부글부글 소리와 함께 열매 속이 녹아내렸다. 그가 악마 같은 표정으로 웃으며 다시 뚜껑을 닫았다.
“이건 몬스터고 뭐고 무조건 죽을 수밖에 없는 독이다! 나 먼저 다음 과목으로 갈 테니 열심히 고생해라, 동기들아!”
글렉 크로우는 자신의 독을 주입한 열매를 땅에 내려놓고 나무 뒤에 숨었다.
잠시 후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단목마가 그것을 보고는 다가왔다.
‘됐다!’
풀숲에 숨은 글렉 크로우가 소리 없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몬과 나머지 두 사람은 고개를 쭉 빼며 지켜보았다.
단목마는 괴물 같은 입을 쩍 벌리더니 호두처럼 단단한 열매를 덥석 물고는 으적으적 씹어 먹었다.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열매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나가고, 그 안에서 흘러내린 독극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단목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게걸스럽게 열매를 먹어치웠다.
“쇼타임 들어간다.”
글렉 크로우가 저주라도 거는 것처럼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3, 2, 1!”
우뚝.
정확히 ‘1’을 세는 순간 단목마의 움직임이 멎었다. 지켜보던 다른 세 학생도 풀숲에서 몸을 일으켰다.
“먹혔나?”
피츠제럴드가 긴장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글렉 크로우가 ‘당연한 소릴!’ 하고 외쳤다.
“내 독은 장기에 즉각 전염된다. 간과 폐, 허파는 물론 심장까지! 앞으로 10분 후엔 급성 쇼크로 모든 장기 기능이 정지할 거다! 하하!”
그리고 10분 후.
“?”
단목마는 멀쩡했다.
그 뒤로 10분을 더 기다려 보았지만 단목마는 자리에 태연히 서 있을 뿐이었다. 다들 실망한 눈빛으로 글렉 크로우를 바라보았고, 피츠제럴드는 혀를 차며 나무 열매를 따러 갔다.
“이, 이럴 리가 없어!”
글렉 크로우가 민망함 반, 분노 반의 표정으로 팔을 떨었다.
“지금쯤 심장 박동이 멈추고 장기들은 내부에서 썩어야 하는데?”
“장기가 썩는 것보다-”
시몬이 차분하게 지적했다.
“천년향 생물 특유의 수복 속도가 더 빠른 게 아닐까?”
급기야 단목마가 멀쩡히 걸어 다니자, 글렉 크로우는 격분하며 풀숲에서 뛰쳐나왔다.
“내 독은 완벽했다고! 뭐가 잘못된 거야? 이렇게 된 이상 해부해서라도 확인해야겠다!”
<메타모포시스>
글렉이 늑대인간으로 변해서 달려들었다. 그때 단목마의 뒤꽁무니 쪽에서 적나라한 소리와 함께 뭔가가 날아왔다.
“!”
그것은 독으로 절여진 보라색 분변이었다. 그중 작은 덩어리 하나가 글렉 크로우의 얼굴에 튀었고, 그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성대하게 넘어졌다. 독의 효과는 여전한지 피부가 녹으려 하고 있었다.
그사이 단목마는 모든 독극물을 태연히 몸 밖으로 배출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
“……실패지만, 그래도 소화는 잘됐네.”
시몬이 중얼거렸다.
“이걸로 닦아.”
번리 이미터가 마른 잎사귀를 휙 던져주었다.
글렉 크로우는 얼마나 괴로웠는지 눈물을 줄줄 흘리며 해독제를 얼굴에 쏟고 있었다.
“다음은 내 차례로군.”
그사이 열매를 따온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비장하게 나섰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열매꼭지를 떼어낸 뒤, 작업용 벨트에서 유리병 두 개를 꺼냈다. 그 모습을 본 번리 이미터가 지적했다.
“어이, 두 개를 한 번에 쓰는 건 반칙 아냐? 용량은 50㎖일 텐데.”
“한 유리병에 25㎖씩만 담았다.”
그렇게 답한 피츠제럴드가 두 개의 맹독을 각각의 열매에 나누어 담았다. 잠시 후 두 열매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하자, 피츠제럴드가 뚜껑을 닫고 시몬을 보았다.
“시몬, 네 졸업논문이었던 ‘코랄 언데드 연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두 성분의 독이 체내에서 만났을 때 폭발적인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이지.”
시몬이 씩 웃었다.
“기대할게.”
피츠제럴드는 자신이 중독시킬 단목마를 고르는 것부터 신중했다.
천년향의 동물은 먹지 않아도 오랫동안 살 수 있었다. 단목마들도 한 번에 열매 두 개까지는 먹으려 하지 않았기에, 먹성이 좋아 보이는 덩치 큰 단목마를 찾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러다 결국 덩치가 큰 개체를 발견하자, 피츠제럴드는 근처에 두 열매를 내려놓고 풀숲에 숨었다.
쿵! 쿵!
열매를 보고 다가온 단목마가 열매 두 개를 그 자리에서 차례대로 씹어 먹었다. 피츠제럴드가 나지막이 설명했다.
“각각의 열매에 든 두 맹독은 식도를 지나 장내에서 만나면 급격히 화학반응하여 위장을 틀어막고 전신에 쇼크를 주지.”
털썩.
그 말대로.
단목마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갑자기 자리에 앉았다.
“강력한 화학반응으로 생성된 가스는 급기야 위장을 찢고, 맹독폭발을 일으킨다.”
꿀렁!
놀랍게도 단목마의 몸이 풍선처럼 급격히 부풀어 올랐다. 마치 부력을 얻은 것처럼 움직임도 통통 튀었다.
그리고 잠시 후.
펑!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단목마의 몸이 풍선처럼 터져 버렸다. 숨어서 지켜보던 세 사람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공이야?”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다들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스스스스스!
바람 빠진 풍선처럼 변해 축 늘어진 단목마의 몸이었지만, 이마저도 노란색 빛이 일렁이며 수복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분이 지나고 모든 장기와 내부 구조가 복구되었는지, 단목마가 멀쩡히 일어나 걷는 모습이 보였다. 꺼억 하고 트림을 하며 남은 가스를 방출하는 모습까지.
피츠제럴드가 ‘큭!’ 소리를 내며 바닥에 주먹을 내려쳤다. 그가 감정을 드러내며 분해하는 모습은 오랜만이었다.
“다들 3학년 자리 반납하고 1학년 섬 생존평가부터 다시 시작해라. 어?”
이번엔 번리 이미터가 나섰다.
그가 독이 든 유리병을 흔들며 사악하게 웃었다.
“뭐가 진정한 맹독인지 보여주지.”
* * *
쿵!
30분 뒤, 번리 이미터가 지면에 머리를 박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역시 실패했다. 번리 이미터는 극도로 강력한 산성독을 만들어서 장기를 지나 뱃가죽을 녹여 버리는 위력을 선보였지만, 이때 일행들은 천년향의 불사성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었다.
개나리 같은 노란색 빛이 실처럼 번쩍이더니, 곤죽이 된 장기가 그대로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뱃가죽도 원상태로 돌아왔다.
역시 이건 대륙에서 볼 수 있는 치유나 재생력 같은 현상이 아니었다. 그나마 가까운 걸 꼽으려면 네프티스의 시간을 돌리는 힘이겠지만, 단순히 맹독에 당하기 전으로 시간이 되돌아간 건 아니었으니 그것과도 달랐다.
마치 고무를 당기면 형태가 길게 늘어졌다가, 손을 놓으면 고무가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은 느낌. 본래의 형태가 고정되어 있고, 강한 손상을 입어도 원래의 형상로 돌아오는 듯했다.
“이걸 어떻게 죽이라는 건데!”
“애초에 교수님이 불가능한 과제를 내주신 거 아냐?”
번리 이미터, 피츠제럴드, 글렉 크로우가 모두 실패한 가운데 이제는 시몬의 차례였다. 시몬은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나왔다.
‘독성만으로 천년향의 생물을 죽일 수 없다는 건 증명됐어. 다른 두 개는 안 될 거고.’
시몬은 작업용 벨트에 손을 올렸다. 준비해 둔 세 개의 유리병 중에서 가장 오른쪽 끝에 위치한 유리병을 꺼냈다.
‘이건 먹힐지도 몰라.’
열매에 독을 탄 시몬이 멀찍이 열매를 내려놓고 몸을 숨겼다.
잠시 후 새로운 단목마가 그 열매를 깨뜨려 먹었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꾸륵!
꾸르르륵!
단목마의 몸이 점점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까처럼 단순히 몸이 부푸는 게 아니라 신체가 변화하며 커져가는 것이다.
피츠제럴드가 급히 물었다.
“놀랍군! 뭘 쓴 거지?”
“세포 증식을 폭발적으로 높이는 슬라임 계열 독이야.”
세포가 통제 없이 빠르게 증식하며 신체가 비정상적으로 커져갔다. 피부가 찢어지고 이상한 돌출 조직이 생겼다. 거기에 세포의 증식 속도가 혈관의 성장 속도를 추월하면서, 저산소증까지 발생했다.
“오오! 먹힌다!”
“독으로 육체를 중독시키는 게 아니라, 병을 통해 변질시키는 거네!”
같이 온 세 사람뿐만 아니라, 근처에서 실험하고 있던 다른 학생들의 시선도 집중되었다.
하지만 시몬은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
‘이대로 끝났으면 좋겠지만……!’
화아아아아악!
결국 이 독의 가장 위협적인 요소인 ‘저산소증’에 반응하여 노란빛이 번쩍였다. 그것은 단목마의 몸 전체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시작해다.
솟아오르는 돌출 조직도, 기형적으로 커지던 덩치도.
점점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세포 증식 효과가 아직 남아 있어서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긴 했지만, 결국 독성이 다하며 마지막엔 단목마가 원래의 몸으로 완전히 되돌아왔다. 곳곳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깝다!”
“이것도 안 먹히네.”
피츠제럴드가 시몬의 어깨를 두드렸다.
“접근은 좋았다, 시몬.”
실패는 했지만, 시몬은 오히려 더 즐거웠다. 그의 눈동자가 열정으로 불타올랐다.
“바로 다른 독도 만들어서 실험해 보자!”
세 사람은 다시 각자의 공방에 돌아갔고, 잠시 후 온갖 독들을 제조해 단목마에게 투여했다.
호흡을 방해하는 독, 섭식 장애를 일으키는 독, 신체 온도를 낮추는 독, 분해 혈증을 일으키는 독, 피부를 나무처럼 만드는 독.
그 밖에도 온갖 증후군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독까지 모조리 실패했다.
“……이번에도 실패라니.”
술병독을 만든 피츠제럴드가 고개를 떨구었다. 단목마는 취해서 비틀거리는 정도일 뿐, 결국 시간이 지나니 멀쩡히 걷기 시작했다.
이쯤 되니 강력한 독을 개발해 시험하기보다는, ‘하나만 걸려라’라는 식으로 독을 던져보는 느낌이었다.
그때 맹독학과 수석조교가 분지로 내려왔다.
“학생 여러분! 오늘 훈련이 끝났습니다! 숙소로 돌아가시겠습니다!”
* * *
-꺄하하하! 오늘의 합격자는 0명이다! 다들 숙소에 돌아가서 머리 터지도록 고민하고 고뇌해 보도록! 이상!
별야의 약 올리는 듯한 한마디와 함께 해산이었다.
합격하지 못해서 아쉽긴 했지만, 주위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체적으로 합숙 자체는 유익했다는 반응이었다.
-빡세긴 한데, 생각보다 재밌네.
-이렇게 오기가 생겨서 집중해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살다 살다 내가 스스로 맹독학과 교과서를 들여다보는 날이 오다니.
창작 독을 만들어서 즉시 불사의 생물에게 도전. 실패하면 다시 공방으로. 모든 학생들이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했던 시간이었다.
시몬은 돌아가는 길에도 머릿속이 온통 맹독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당장 뾰족한 답은 떠오르지 않았지만, 내일 시험해 보고 싶은 여러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여어, 우리 귀염둥이!”
그때 긴 머리의 여성이 그림자처럼 훅 하고 나타났다. 시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 별야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