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40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404화(1404/141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404화
알을 밴 하루앓이에는 특징이 있다.
바로 몸에 선명한 붉은 무늬가 생기는 것. 이 무늬의 붉은색이 진할수록 산란이 가까워진다는 의미였다.
시몬은 붉은 무늬가 가장 뚜렷한 개체를 골라 알을 낳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왔을 때, 팔을 뻗어 저주를 발동했다.
<오디아라(Odiara)>
하루앓이의 피부가 오그라들기 시작한다.
<어보린(Abhorrin)>
하루앓이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더니.
<센서리 서지(Sensory Surge)>
급기야 하루앓이가 격렬히 발버둥 친다.
이 세 가지는 혐오를 비롯한 부정적인 감정이 겹겹이 쌓이게 하는 저주였다. 하루앓이는 지능이 극도로 떨어지는 몬스터지만, 그래도 생물은 생물이니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나이트메어>
판타서스류의 슬립이 아닌, 악몽을 꾸는 저주를 사용했다.
하루앓이가 잠에 빠진 채로 몸을 비틀며 짧고 가느다란 소리를 냈다. 그것은 공포로 찢어진 듯한 울음이었다.
그렇게 악몽에 빠진 채 모든 에너지를 소모해 알을 낳고, 힘이 다한 하루앓이는 허공에 흩어지며 사라진다. ‘해체’된 것이다.
“설명드리겠습니다.”
시몬이 바힐을 돌아보며 브리핑했다.
“우선 천년향의 동물이 해체된 뒤 다시 소생할 때, 소생된 개체는 여전히 전과 같은 개체이며 기억과 감정이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제대로 파악했군요.”
“이에 저는 알을 낳고 있는 하루앓이에게 저주로 극도의 불쾌감을 유발하게 하고, 악몽을 꾸게 했습니다. 이후 소생한 하루앓이는-”
마침 늪 근처에서 흩어진 잔해가 모이는 듯한 현상과 함께 하루앓이가 새롭게 소생했다.
그런데 이 하루앓이는 늪을 보자마자 온몸을 움찔거리며 몸을 뒤로 뺐다. 급기야 늪에 들어가기를 가기를 거부하며 도망치듯 그곳에서 벗어났다.
“고통스럽고 무의미한 산란을 거부하고 떠나게 됩니다. 하루앓이는 늪에서만 알을 낳으니, 앞으로 산란을 하느라 무의미한 목숨을 버리지 않겠죠.”
바힐이 흠- 하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저 소생한 하루앓이에게는 ‘저주’가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만.”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지 않으십니까. 저주는 끝난 뒤가 진정한 시작이라고.”
그 말을 들은 바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니……! 네, 분명 그렇게 말한 적이 있죠.”
“이번에도 그렇습니다. 저주의 효과는 사라졌지만, 저 하루앓이는 계속 저주에 걸려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덕분에 결국 저 무의미한 해체와 소생의 순환에서 벗어났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바힐의 입가에 깊은 미소가 걸렸다.
짝짝.
그가 손뼉을 쳤다.
“첫날부터 놀라운 시작이군요. 다른 학생들은 다짜고짜 여러 저주를 걸어보면서 먹히는 종류를 확인하려 들던데, 역시 남들과는 발상이 다릅니다. 훌륭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바힐이 손을 내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불합격입니다. 보통의 학생이라면 글쎄요, 그 미사여구에 감탄한 척 넘어가 줄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 저 하루앓이에게는 저주의 효과가 남아 있지 않군요.”
바힐이 미소 지었다.
“저와 함께 두 시간의 수업을 들어주셔야겠습니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첫 시도기도 했고, 그게 룰이었으니 불만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체헤클 수석조교님께 가서 더 배우고 고민해 보겠습니다.”
“아뇨. 앞으로 수업은 제가 담당할 겁니다. 그럼 바로 돌아가서…….”
삐익!
그때 합숙 훈련장에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석조교 체헤클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두 정리하고 숙소로 돌아갈 준비를 해 주세요!
저 멀리 학생들이 짐을 챙기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였다.
수업을 할 생각에 즐거워하던 바힐이 이내 아쉬움이 묻어난 얼굴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수업은 내일로 미루도록 하죠. 언제든 제 수업을 들으러 오길 바랍니다.”
“네!”
* * *
저주학 훈련이 끝나고, 시몬은 카미바레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숙소로 돌아왔다.
“감정을 조절하는 저주를 써서 하루앓이가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다니! 대단해요!”
그녀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말을 이었다.
“사실 감정을 움직이는 저주를 쓴 다른 동기분들도 계셨는데, 그분들은 모두 실패했거든요! 하루앓이는 지능이 떨어지고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생물이라, 감정 저주가 잘 안 듣는다고 했어요. 시몬의 감정 저주는 특별히 강력한가 봐요!”
“사실 나이트메어가 핵심이었어.”
시몬이 손바닥을 펼치며 설명했다.
“저주로 만들어낸 감정은 일시적이지만, 꿈과 조합되면 길어지지. 아마 계속해서 나쁜 감정에 영향을 받았을 거야.”
“그렇군요!”
카미바레즈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시몬.”
“응.”
“천년향의 생물들은 불사를 가졌지만, 그 때문에 더더욱 불행한 개체들도 있는 것 같아요. 하루앓이처럼요.”
“그러네.”
“우리가 여기 온 건 운명 같아요.”
그녀가 시몬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네크로맨서들이 이 세계의 비틀린 것들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요?”
시몬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가능할 거야.”
카미바레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어느새 숙소인 대궐에 도착했다.
와글와글와글!
학생들이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피곤해 보이는 기색이었지만, 곧 밥을 먹을 생각에 눈만큼은 반짝이고 있었다.
시몬은 카미바레즈를 혈류학과 숙소 쪽에 데려다준 뒤, 소환학과 숙소로 걸어갔다.
‘저녁 식사 시간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네.’
시몬이 복잡해진 머릿속을 비우듯 고개를 한 차례 저었다.
‘방에서 잠깐이라도 자야겠다.’
10분이라도 자는 게 간절했다.
그렇게 숙소 안으로 들어오니 주위는 텅 비어 있었다. 시몬이 안으로 들어서며 신발을 벗으려는 순간.
“찾았다! 조자앙!”
덥석!
에슈 아르젤이 시몬의 손목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시몬이 끌려가며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에슈? 왜 그래?”
“여기서 이럴 때가 아냐! 오늘 우리 학과가 저녁 당번이잖아!”
시몬이 ‘윽!’ 하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이었구나!’
* * *
시몬은 곧바로 에슈와 함께 조리실에 도착했다.
내부는 이미 난리도 아니었다.
“여기 고기 더 없어?”
“식칼 가져간 사람!”
모두가 앞치마를 두르고 정신없이 식재료를 다듬고 있었다.
“……큰일이군.”
그리고 학과대표로서 현장을 지휘하던 피츠제럴드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시몬이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아, 시몬. 수프를 만들 재료가 부족하다.”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답했다.
“당근이 다 떨어졌더군. 앞의 학과에서 허용량 이상으로 재료를 쓴 모양이다. 내일은 되어야 식재료가 도착할 텐데……”
그 말을 들은 시몬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그럼 내가 가져온 식재료를 쓸래?”
“음?”
시몬은 즉각 밖으로 나가서, 숙소 근처에 놓아뒀던 자신의 화물에서 커다란 호박을 잔뜩 카트에 실어 조리실로 가지고 왔다.
다름 아닌 레스힐의 명물 ‘황금 호박’이었다. 그것을 본 모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조, 조장? 왜 합숙에 호박을 가지고 왔어?”
에슈의 물음에 시몬이 머리를 긁적였다.
“짐 제한이 없다길래 혹시 몰라서.”
사실 이것도 다른 세계의 물물교환 용도로 쓰려고 했다.
어쨌거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오늘 저녁 수프는 호박수프로 대체되었다. 안나의 레시피를 알고 있던 시몬이 직접 조리를 진두지휘했다.
황금빛 속을 파서 솥에 넣고 약한 불로 적당히 졸여 걸쭉한 농도로 만들었다. 우유와 약간의 크림을 더해 부드러운 질감을 살리니 금방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가득 퍼졌다.
“와, 오늘 밥 뭔데?”
“……냄새 미쳤다.”
숙소 전체에 호박 냄새가 진동을 했기에 학생들이 평소보다 훨씬 일찍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웃차.”
호박수프 배식도 시몬이 직접 맡기로 했다.
호박을 아주 많이 준비하지는 못해서 배식할 양은 적은 게 유일한 단점이었다. 국자로 휘젓기만 해도 걸쭉함이 느껴지는 농도. 국자가 한 바퀴 돌 때마다 퍼지는 달콤한 향 때문에 모두의 표정이 달라졌다.
학생들이 만족스럽게 식판에 식사를 받아갔고, 곳곳에서 ‘맛있어!’ 하는 만족스러운 감탄이 터져 나왔다. 시몬도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헤이, 시몬!”
“저희 왔어요!”
딕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그 뒤에는 카미바레즈와 메이린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메이린이 호박수프를 보며 미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이거 그거니? 방학 때 레스힐에서 먹었던 몬스터 호박……?”
“몬스터라는 말은 비밀로 해줘.”
시몬이 그렇게 답하며 딕의 그릇에 한 국자 떠주었다. 딕이 물러나고 카미바레즈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식판을 얍 하고 들어 올렸다.
“많이 주세요 시몬!”
‘귀여워.’
그렇게 생각하던 시몬의 시선에 옆에 있던 메이린이 들어왔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한 시몬이 냉정한 척 말했다.
“정량 배식이야, 카미. 학생회 서기가 합숙의 룰을 어길 셈이야?”
그 말을 들은 카미바레즈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이, 이게 아닌데?’
시몬은 문득, 자기 자신이 못 할 짓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사방에서 사나운 시선들이 꽂히는 건 덤이었다.
“노, 농담이야! 카미! 그냥 농담한 거야!”
시몬이 황급히 수프를 떠서 퍼주자, 그제야 카미바레즈도 방긋 웃었다.
“에헤헤! 저도 장난이었어요!”
‘……놀랐잖아.’
메이린이 흥 하고 웃었다.
“그러게 장난칠 대상을 제대로 골랐어야지.”
그 말을 들은 시몬이 메이린에게 호박수프를 정량의 반만 퍼주었고,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와악 하고 화를 내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렇게 저녁 식사 시간이 무사히 끝났다.
황금 호박 수프는 학생들 사이에서 여러 찬사를 들었고, 귀족 학생들이 찾아와 레스힐과 영지간 거래를 맺고 싶다며 보채기도 했다.
그렇게 훈련을 마치고 요리까지 마치니 피곤함이 몰려들었다. 시몬은 뜨끈한 방바닥에 누워 곤히 잠들었다.
* * *
다음 날.
저주학 합숙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시몬은 바힐과 약속한 대로 그의 수업을 들으러 갔다.
바힐과의 1:1 수업이었는데, 시몬은 바힐이 미리 준비해 둔 문서를 받고 머리가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인돌렌스(Indolence)] [호스틸(Hostile)] [딜루젼(Delusion)] [웨이커(Waker)]“교수님 이거 설마…….”
이건 1학년 시절, 시몬을 위해 바힐이 만들어준 4대 저주였다.
그리고 가장 아래, 이 4대 저주를 배워야만 사용할 수 있는 저주의 이름이 있었다.
[콤펠로니아(Compellonia)]네크로맨서들이 겪은 무아의 경지로 진입하는 ‘콤펠로’ 상태.
천재적인 네크로맨서들도 일생에 한두 번 겪는다는 그것을 강제로 돌입하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물론 부작용이 너무나 심각한 기술이고, 이 경지에 심취해 타락하거나 미쳐 버리는 네크로맨서들도 있어 시몬은 자체 봉인해 둔 기술이었다.
“교수님 저는…….”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습니다.”
바힐이 고개를 저은 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시작이 좋지 않았죠. 그러니 나는 이 힘에 대한 당신의 인식을 바꿔야만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힘을 깨우치지 못한 상태로 졸업시킨다면, 아마 나는 평생을 후회하겠죠.”
그가 손바닥을 펼쳤다.
“궁금하겠죠. 왜 콤펠로를 지금 들고 왔는가. 아마도 이 세계의 법칙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힘으로는 불가능할 겁니다. 앞으로의 전투도 마찬가지죠.”
‘……이 세계의 법칙.’
시몬이 그 말을 곱씹고 있는 사이, 바힐의 눈빛이 강하게 번뜩였다.
“이번 한 번만큼은 나를 믿어주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