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41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415화(1415/141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415화
“죽음을 드리겠습니다.”
시몬의 그 충격적인 한마디에, 궁궐 전체에 터질 듯한 웅성거림이 퍼져 나갔다.
용상에 올라 있는 천년향의 왕 또한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죽음을?”
“예.”
스읍.
후우우우-
시몬이 한 차례 심호흡을 한 뒤 왕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미 결사에서 자신들의 정체를 까발렸으니 괜한 겉치레는 필요 없다. 철저히 네크로맨서스럽게 나가기로 했다.
[크흐흐! 죽음을 세일즈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재미있군, 소년!]일등석에서 구경하는 피어의 목소리를 흘려넘기며 시몬이 입을 열었다.
“저 또한 왕도로 오면서 세월에 잠식된 백성들을 여럿 만났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영원이 아닙니다. 이 또한 언젠가 ‘끝’이 있을 거라는 안도감입니다.”
시몬이 손바닥을 펼쳤다.
“저희가 죽음을 만들면, 세월에 잠식된 자들에게 생에 끝이 있음을 약속하십시오. 그리고 그들의 노력에 따라 죽음과 영생을 택할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하십시오. 그것만으로 모든 것에 무뎌진 자들은 다시 열정을 되찾고 살아갈 겁니다.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던 시간도 되돌아보게 되겠죠.”
왕이 ‘음’ 하고 시몬의 말을 곱씹는 사이,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도마뱀 태수가 날카롭게 말했다.
“생의 끝이라니! 고작 그런 약속으로 그들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오?”
“예.”
시몬이 단호하게 답했다.
“인간은 태생부터가 영원을 살도록 설계된 생물이 아닙니다. 삶은 끝이 있기에 눈부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암흑연합의 역사는 300년에 불과하지만, 숱한 어려움과 세월의 제약 속에서 발버둥 치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천년향은 어떻습니까?”
궁 안에 묘한 정적이 흘렀고, 시몬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지금 이 문화, 이 궁전, 도술까지. 모든 게 1,000년 전의 유산을 유지하는 데 그치고 있지 않습니까? 모든 게 정체되어 있지는 않나요?”
도마뱀 태수가 흠칫했다. 제대로 정곡을 찌른 것 같았다.
옆의 다른 한 태수가 버럭 외쳤다.
“이 무슨 망측한 소리요! 허무히 짧은 생을 마감하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 만인에게 불사의 힘을 내리신 전하의 뜻을 지금 폄하하는 것이오?”
그러나 왕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계속 말하시오.”
“저는 폄하하는 게 아닙니다. 불사에 만족하는 자들이 있는 만큼, 그것을 힘겨워하는 자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들에게 죽음을 선물로 주십시오. 그것만으로도 이 땅은 변할 수 있습니다.”
왕이 한동안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죽음을 허용한다면 많은 백성들이 사라질 테고, 그만큼 천년향의 힘은 약해지는 것이 아니오?”
좋은 질문이었다.
지금까지의 장황한 연설은 이 질문을 끌어내기 위한 전조에 불과했다. 시몬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답했다.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입니다. 단순히 소멸하는 게 아닌, 순환이 있는 죽음을 약속드리겠습니다.”
“!”
웅성거리는 소리가 파도처럼 퍼져 나갔다.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천년향에도 죽음이 있었고 새 생명이 태어났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죽음을 맞이한 숫자만큼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태어난 세대는 천년향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왕과 태수들의 표정이 점차 복잡해졌다.
묘하게 바뀌는 분위기에 바스테리온이 나섰다.
“사악한 악마들의 입발림에 속아 넘어가선 안 됩니다! 죽음은 그저 절대악입니다! 저들은……!”
“시몬 폴렌티아.”
왕이 시몬을 향해 입을 열었다.
“죽음을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겠소?”
거래가 눈앞이다.
이제 시간을 잘 부르는 게 중요했다. 시몬은 현재 천년향에 있는 교수진과 학생들, 그리고 한 달 뒤 열리는 천도제를 고려하며 답했다.
“최대한 빠르게 작업한다면 한 달…….”
“10일 주겠소.”
왕이 단호하게 말했다.
시몬의 뒷목이 서늘해졌다.
“그때까지 그대들이 죽음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 천년향은 바스테리온과 계약할 것이오.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소.”
* * *
천년향 조정에서의 회의가 모두 끝났다.
다행히 시몬과 세르네를 데려온 벽운지 태수가 지탄받는 일은 없었다. 천년향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영향받지 않을 정도로 강하며, 두 세력 중 득이 되는 쪽을 취하겠다는 것.
이후 태수들과 함께 궁을 빠져나온 직후, 시몬과 세르네는 몰래 바스테리온의 뒤를 밟으려 했지만 그들은 이미 후문으로 나가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흔적이 남아 있어 추적은 가능했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두 팀으로 나눠요.”
세르네가 제안했다.
“결사를 계속 추적하는 팀, 그리고 키젠으로 돌아가 이 소식을 알리고 ‘죽음’을 만들어 올 팀으로요.”
“……설마 네가 계속 결사를 추적하겠단 거야?”
시몬의 물음에 그녀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내가 하죠. 추적과 정보 조사, 잠입은 내 특기잖아요?”
“너무 위험해! 너 혼자 이 위험한 곳에 남겨둘 수 없어.”
시몬이 황급히 말하자 세르네가 여우 같은 미소를 흘리며 뺨에 손을 얹었다.
“지금 걱정해 주는 거예요?”
“당연하지! 장난칠 때가 아냐. 같이 돌아가자.”
세르네는 잠시 이 상황을 음미하듯 눈을 감고 있다가 이내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세계에서 정말로 죽음을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요. 만든다고 해도 정말 왕이 약속을 지킬지도 모르죠. 최소한 한 명은 여기 남아 결사를 계속 추적하면서 정보를 모아야 해요.”
“…….”
시몬은 입술을 다물었다. 그녀의 말은 정론이고, 사실이었다.
거기에 확실히 이번 일은 세르네가 적임자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녀라면 알아서 빠져나올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으니까.
결국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해. 무모한 짓은 하지 말고.”
“그럼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시몬은 잠시 망설였다. 이건 개인적인 부탁이었기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다는 듯 세르네가 훗 하고 웃었다.
“시몬의 친구인 그 류운 씨에 대해서도 알아볼게요. 아직 왕도에 도착하지 않았으니 조금 시간이 있을 거예요.”
“정말 고마워. 부탁할게.”
그렇게 시몬은 키젠 학생들의 숙소가 있는 대궐로 급히 돌아가야 했다.
배나 말을 타고 이동하면 일주일 가까이 걸리는 먼 거리였기에, 더 빠른 방법이 필요했다.
칠흑을 어느 정도 온존하면서도 눈에 띄지 않고 돌아갈 방법.
고민 끝에 시몬은 이곳에서 가장 높은 산맥 위로 올라간 뒤, 거기에서부터 스컬윙에 매달려 상승기류를 타고 빠르게 나아갔다.
펄럭! 펄럭!
맞바람을 이겨내며 나아가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공중에서 산맥을 몇 개나 넘으면서 최단거리로 이동했다.
칠흑을 아끼기 위해 최대한 군단형 스컬윙들을 사용했고, 계속 스컬윙들을 바꿔 끼우면서 속도를 높였다.
그렇게 6일에서 7일 정도 걸리는 거리를 하루 반 만에 주파.
마침내 저 멀리 류운과의 약속 장소였던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로 숙소인 대궐까지 보인다. 학생들이 합숙 과제를 하느라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왕이 준 죽음을 만드는 기한까지 8일 반나절.
최대한 서둘러야 했다.
* * *
대궐에 도착한 시몬은 곧바로 제인에게 찾아갔고, 제인은 즉각 교수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시몬은 천년향의 조정 회의에서 있었던 일들을 빠짐없이 전했다.
결사의 바스테리온과 자신이 천년향의 왕에게 각각 제안을 했고, 왕이 죽음을 만드는 것에 동의하며 10일의 시간을 준 것까지.
이야기를 모두 들은 저주학과 교수 바힐이 한 차례 손뼉을 쳤다.
“훌륭합니다, 시몬 학생! 죽음으로 천년향의 왕과 딜을 하다니, 임기응변이 아주 놀랍군요!”
“잘했어요 지몬. 그리고 다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마투학과 교수 홍펭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젠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저 죽음을 만들어야 해요! 그렇지 않아도 마지막 전공 과제도 이쪽으로 하려 했었잖아요?”
시몬이 입을 벌렸다. 마지막 합숙 과제가 ‘죽음’ 만들기였다니.
채 놀라움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사령학과 교수 스테이시 세잔이 발언했다.
“……이건 더 이상 합숙이나 과제가 아니네요. 학생들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우리 교수들까지 모두 동원되어 연구에 임해야 합니다.”
“에이, 그렇게 복잡하게 갈 필요 있어?”
이번엔 맹독학과 교수 별야가 호전적인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허공에 붕 하고 휘둘렀다.
“다 같이 천년향의 왕도로 가서 결사를 박살 내자고! 천년향 놈들이 방해한다면 걔들도 같이 물리치고 결사를 끌어내면 돼!”
“……무, 무력을 써야 하는 상황 자체는 맞는 것 같아요.”
이번엔 혈류학과 교수 아보가 소심하게 손을 들며 안경을 고쳐 썼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그가 어깨를 움츠린 채 말을 이었다.
“……아하하, 이런 말 하긴 조금 그렇지만…… 결사를 상대로 어떤 여지도 줄 수 없어요. 천년향 측도 모든 일이 끝나면 우리의 결단을 이해해 줄 거예요.”
“불가능합니다.”
이번에 발언한 전 소환학 교수 아론이었다.
다크서클이 짙게 생긴 그는 꺼슬꺼슬한 턱수염을 긁으며 말을 이었다.
“결사는 그렇다 치고, 천년향의 생물은 죽지 않으니 천년향의 조정은 불사의 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들을 죽이지 않고 하나하나 제압하는 건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죠. 결사와 대륙, 둘 중 득이 되는 쪽을 취하겠다. 그들의 자신감은 타당합니다.”
어떻게 보면 군사력에 자신이 있기에 결사와 대륙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기로 한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아론이 시몬을 보았다.
“그렇지 않나? 시몬.”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금군이라는 정예병은 강하면서도 죽지 않고, ‘도술’이라는 마법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병사조차 끊임없이 수복하고 소생하니 무력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거예요.”
그제야 모두가 잠시 고요해졌다.
이에 다시금 바힐이 입을 열었다.
“자, 그럼 결론이 나왔군요.”
바힐이 깍지를 꼈다.
“협상하는 쪽이든, 싸우는 쪽이든, 결국 ‘죽음’이 없다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죽음을 만드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좋습니다.”
마침내 결단을 내린 부총장 제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학생들을 비롯해 조교, 하수인, 키젠 본부, 언론과 관계자들까지 모두 한 장소에 모이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 * *
모두가 대궐 앞에 모이자, 제인은 곧바로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지금부터 합숙 훈련을 무기한 중지합니다.”
그리고 시몬에게 전해 들은 내용을 학생들에게도 가감 없이 전달했다. 다소 어리둥절하던 학생들은 결사가 엮인 문제라는 말을 듣고 분노를 토해냈다.
“진짜 그렇게 말했다고? 결사 이 새끼들 너무 뻔뻔한 거 아냐?”
“이 기회에 제대로 쓸어버리자!”
대궐에 격양된 목소리가 가득 찼다.
제인이 다시 한번 손을 들어 모두를 진정시키고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는 합숙이 아닌 실전입니다. 다시 강조합니다. 훈련이 아닌 실제상황입니다. 이곳에 있는 모든 네크로맨서들이 지금 하는 일을 내려놓고, 오로지 ‘죽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힘을 합칠 겁니다.”
침 삼키는 소리.
손바닥 비비는 소리.
긴장으로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결사의 방해가 언제 시작될지 모릅니다. 우리는 대궐 경계와 연구를 번갈아가면서 진행할 겁니다. 하루에 두 번 연구 성과를 종합하고 공유하겠습니다.”
그녀가 옷깃을 펴고 말을 이었다.
“이 세계에는 죽음이 없습니다.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야 합니다. 누군가 해줄 거라는 기대는 버리세요. 연구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그 데이터는 실패에서 쌓입니다.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진행한 과정, 그 모든 것들이 목표를 위한 토대가 되어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이 열렬히 환호했고, 제인이 힘주어 말을 이었다.
“늦어도 7일 안에는 성과를 내야 합니다. 바로 시작하죠.”
모든 네크로맨서들이 달려들어 연구를 시작했다. 교수들은 각자의 연구실에 틀어박혔고, 조교들은 연구팀을 지원했다.
학생들도 각자의 개성과,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저주학과 학생들은 불사의 몬스터의 소생을 차단하는 저주를, 칠흑역학과 학생들은 죽음을 이해하기 위한 기반 이론을, 소환학과 학생들은 불사 몬스터의 언데드화를.
그밖에 사령학과, 혈류학과, 맹독학과, 마투학과 학생들까지 모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몬스터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개발했다.
모든 과정은 꼼꼼히 기록되었고, 각 학과에서 치열하게 실험을 진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해 나갔다.
그리고 이 연구의 핵심은 바로, 시몬이 만든 ‘각인의 룬’이었다.
“이게 그나마 천년향 생물에 통하는 룬이란 거지?”
“소생을 한 뒤에도 효과가 남아 있어. 더 발전시킬 여지가 있을 것 같은데.”
학생들은 각인의 룬을 기반으로 죽음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시몬이 잠시 왕도에 다녀온 사이, 각인의 룬에 대한 소문은 빠르게 퍼져 있었다. 특히 바힐의 저주학 과제가 적극적으로 각인의 룬을 활용하는 내용이었기에, 거의 모든 학생들이 이에 대해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수백 명의 네크로맨서들이 죽음과 각인의 룬에 대해 연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지만.
‘……각인의 룬만으로는 모자라.’
정작 제작자인 시몬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장거리 이동을 한 그는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라는 명령받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조금 더 죽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룬이 필요해. 임페라투스 콤펠로를 한 번 더 써볼까?’
하지만 제약을 무시하고 더 이상 콤펠로 상태에 들어가는 건 정말로 정신이 붕괴할 위험이 있었고, 거기에 콤펠로를 써서 죽음 자체를 만들 수 있을지도 시몬은 회의적이었다.
그래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그날 오후부터 연구에 몰두했다.
그렇게 왕이 준 10일 중에 5일 정도가 지나고 있을 무렵.
“시몬.”
카쟌이 시몬의 개인 공방에 찾아왔다. 그는 깃털 하나를 들고 있었다.
“왕도에 있는 세르네 아인다르크의 새로운 소식이다. 뭔가를 발견한 것 같더군.”
시몬이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