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4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47화
마법기술관 4층 강의실.
뼛속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냉기가 강의실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살얼음이 꽁꽁 낀 바닥을 걸으며, 하늘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옅은 입김을 흘렸다.
데솔레이터를 지키고 있던 모든 식물은 극한의 냉기로 무력화되거나 얼어 죽었다. 메이린은 미끄러운 빙판을 사뿐거리며 지나갔다.
그리고 강의실 뒤편에 있는 데솔레이터를 무사히 회수해 본인의 아공간에 넣었다.
“클리어.”
그녀가 입김을 흘리며 안경테 옆의 작은 버튼을 꾹 눌렀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카쟌에게 이 버튼으로 신호를 보내기로 한 것이다.
무사히 자신의 몫을 해낸 그녀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허리를 세웠다.
“에, 에츄! 엣취!”
그러곤 연신 기침 소리를 냈다. 닭살 돋은 팔뚝을 스르륵 쓸며 다리는 잔뜩 오므린 채 떨었다.
“어우, 감기 걸렸네. 나 정말 빙결계가 적성에 맞는 거야?”
멋지게 임무를 완수했지만 조금은 모양이 빠졌다.
메이린은 총총걸음으로 얼어붙은 강의실을 뛰쳐나갔다.
* * *
1학년 남자 기숙사 창고.
“자, 자! 저기에 식물 또 있다!”
딕이 손뼉을 치며 외치고 있었다. 식물형 몬스터들이 들어찬 강의실 안에는 거의 열 명이 넘는 키젠 학생들이 뒤엉켜 맹렬한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편안히 앉아서 그 모습을 관전하던 딕이 턱을 슥슥 쓸었다.
‘텐션 살짝 끌리는데.’
그는 주머니에서 황금알 모양의 장식품을 꺼내 넝쿨 쪽에 던지고는 말했다.
“황금알이다! 5골드 상당의 황금알이 저기 있다!”
“뭐어?”
“어디냐!”
학생들이 앞다투어 달려들었다. 방해가 되는 넝쿨들은 검술계 학생에게 썰리고, 식물 몬스터들은 칠흑 화염계 학생에게 불태워져 잿더미가 되었다.
역시 키젠은 키젠. 딕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근데 난 왜 쩌리가 된 기분이지?”
저주로 식물들을 약화시키던 학생이 딕을 보았다.
“야, 이거 저주 지망생한테 너무 불리한 거 아니냐?”
딕이 어깨를 으쓱했다.
“끝나면 가서 네 지분을 요구해 봐. 네 저주 덕분에 이기고 있는 거니까 잔돈 정도는 주지 않겠어?”
“흠.”
그렇게 열댓 명의 키젠 학생들이 힘을 합치자 창고에 있던 식물계 몬스터들은 빠르게 정리되고 있었다. 그사이에 딕은 카쟌의 안경을 쓴 다음 느긋하게 걸어갔다.
딕의 입담에 홀라당 넘어간 학생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는 동안, 그는 인식 장애 마법이 걸려 있는 데솔레이터를 회수해 아공간에 안전하게 집어 놓고는 안경의 버튼을 눌렀다.
‘후후, 가뿐히 클리어!’
“우악! 야! 이거 진짜 독이잖아!”
“콜록! 콜록! 피부에 반점 생겼어!”
갑자기 뒤에서 학생들이 난리가 났다. 딕이 씩 웃으며 로체스트에서 구매한 해독제를 바닥에 주르륵 꺼냈다.
“식물형 몬스터인데 독이 있는 건 당연하지! 자, 자, 손님들 한 잔씩 드시죠!”
학생들이 우르르 해독제 쪽으로 몰려들었다.
“참고로, 이거 한 병에 100실버인 거 아시죠?”
“……이 미친놈이?”
* * *
학습관 2층.
찌익! 퍽! 으직!
이곳에서는 일방적 학살의 현장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현장을, 강의실 벽에 딱 붙은 채 덜덜 떨며 지켜보고 있는 남학생이 있었다.
바로 1학년 A반의 토토였다.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머리에 왕관을 쓴 소년이 성큼성큼 걸어가며 넝쿨들과 식물형 몬스터들을 일방적으로 찢어버리고 있었다. 저 압도적인 힘이 자신에게로 향할 수 있는 상황. 토토는 점점 공포에 젖어 들어갔다.
[야! 찐따!]마침 소년의 시선이 토토에게로 향했다.
[너 도망치면 진짜 내 손에 뒤진다!]“네, 넷!”
프린스는 화가 난 듯 감정적으로 식물형 몬스터들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당연히 같이할 줄 알았는데! 좀비 왕자인 내게 이런 짬 처리나 시키다니! 쓰읍!]일방적인 폭력의 시간이었다. 거의 5분 만에 상황 종료. 모든 식물형 몬스터들이 강의실 바닥에 축 늘어져 있게 됐다.
프린스는 시몬에게서 받은 카쟌의 안경을 쓰고 버튼을 누르곤 말했다.
[찐따. 일로와.]프린스가 손짓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숨이 소중했던 토토가 후다닥 달려갔다.
[이거 네 아공간에 넣어.]프린스가 허공에 손짓하니, 갑자기 그의 손안에 새까만 상자 같은 게 튀어나왔다. 토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 씹냐?]“아, 아닙니다!”
토토가 시키는 대로 본인의 아공간에 상자를 넣었다. 프린스가 히죽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래, 계속 그렇게 말 잘 들으면 아무 일 없이 끝나는 거야. 알겠어?]“네, 넵!”
[다음 질문, 네가 쓰는 아공간이 뭐냐?]“이 팔찌인데요.”
[벗어.]토토가 기겁하며 팔찌를 가슴에 착 붙였다.
“안 돼요! 이건 제 소중한……!”
[안 내놔?]프린스가 주먹을 치켜세우며 ‘확 씨!’ 하고 성질을 부리자 토토는 눈물을 머금고 팔찌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아, 질질 짜지 마! 뺏는 거 아니라고!]토토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자, 프린스가 버럭 소리 질렀다.
[네 안전을 위해 잠깐 빌리는 거야. 오늘 저녁에 돌려주러 갈게.]“저, 정말이죠?”
[약속한다. 좀비 왕자의 명예를 걸고.]좀비 왕자는 또 뭐야?
아무튼 아공간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뭐든 좋았다. 하지만 이대로 그를 보내기엔 뭔가 찜찜했다.
막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지만, 왠지 이 사람 그냥 까먹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의 물건을 담보로 가지고 있겠다고 하면 맞을 것 같고.
체념한 토토는 새끼손가락이라도 내밀었다.
“그, 그럼 약속해 주세요.”
[…….]프린스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흘렸다.
[하여간 요즘 애들이란.]프린스가 쪼그려 앉아 토토의 새끼손가락에 본인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기억해 주겠거니 생각한 토토가 손을 떼려 하자, 프린스가 버럭 소리 질렀다.
[아, 뭐 해? 도장은 안 찍어?]“네?”
[약속한다며? 새끼손가락 걸고 엄지손가락 붙여서 도장 찍고, 싸인이랑 코팅까지 해야지!]“아니, 그런 건 진짜 애들이나 하는…….”
프린스가 “와악!” 하고 불같이 화를 내자 토토가 벌러덩 쓰러졌다.
“하, 하겠습니다!”
이상한 놈한테 잘못 걸렸다.
그렇게 프린스의 주문대로 이상한 약속 의식까지 마쳤다.
그런데 이번엔 프린스가 토토의 옷차림을 위아래로 훑고 있었다.
[야, 근데 그 교복 좀 좋아 보인다?]“네, 네?”
* * *
같은 시각.
시몬은 드디어 교정에서 피어, 에르제베트와 합류했다.
“계속 가슴 졸였잖아요. 다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시몬의 물음에 플레이트아머 차림의 피어가 인상을 굳혔다.
[망할! 안개를 뚫고 오니 또 다른 결계가 있었다.]에르제베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키젠 1학년 캠퍼스 전역을 뒤덮는 규모의 대형 결계였사와요. 스텔스 능력이 있는 저도 통과할 수 없었으니, 외부자의 침입을 원천 봉쇄하는 종류인 것 같아요.]결계가 벌써 그 정도로 완성됐나. 시몬이 굳은 얼굴로 이마를 짚었다.
“그럼 우리가 무조건 이 사태를 해결해야겠네요.”
[크흐흐! 바로 그런 거지!]시몬이 잠시 고개를 돌려 북쪽을 응시했다.
‘카미는 무사히 빠져나갔으려나.’
카미바레즈가 영묘로 나가서 교수들을 불러오면 또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는 거지만, 일단 시몬은 자신과 카쟌이 이 일을 해결하는 걸 최선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맹독학관 건물로 들어온 시몬은 카쟌이 지키고 있는 지하로 내려왔다. 어두운 통로를 지나 비밀 위험물 보관고에 도착했다.
“왔나.”
어둠 속에서 카쟌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장에 붙어 있던 그가 바닥에 착 내려왔다.
[어우, 또 이 사람이야.]에르제베트가 지긋지긋하다는 듯 말했다. 시몬이 쓴웃음을 흘리고는 카쟌을 보았다.
“프란체스카는요?
“아직 안 나왔다.”
카쟌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긍정적인 소식이 하나 있다. 너희 동료들 전원, 성공적으로 데솔레이터 4개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
“잘됐네요!”
이제야 프란체스카와 싸울 수 있는 기본 조건이 갖춰졌다.
모든 데솔레이터가 각자의 아공간에 들어가 있고, 프란체스카의 점화 신호로 폭파되지 않는다. 그녀가 폭파로 협박하는 것도 이제는 불가능.
그리고 무엇보다, 그 대규모 폭발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다행스러웠다. 시몬은 정신적으로 크게 안도할 수 있었다.
대참사가 일어나는 미래는 바뀌었고, 지금부터는 시몬과 카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훨씬 더 좋은 상황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저도 랭 교수님의 집무실에서 일기장과 교수증을 발견했어요.”
시몬이 랭의 교수증을 꺼내며 말했다.
“일기장은 카미바레즈에게 줘서 교수님들이 있는 영묘로 향하게 했어요. 이제 이 교수증을 써서.”
“안으로 들어가 프란체스카를 체포하면 되겠지.”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에르제.”
[네에~]에르제베트가 거미줄을 넓게 펼쳐서 시몬의 교복을 덮었다. 거미줄의 모습이 바뀌며 시몬은 새로운 감색옷을 덧입었다.
“피어.”
[간다!]어느새 갑옷을 벗어 던진 피어의 몸이 수백 개의 뼈로 분해되어 시몬의 몸에 착착 달라붙었다.
망토가 시몬의 몸을 두르고 두개골이 투구처럼 시몬의 얼굴을 가렸으며 오른팔에 연결된 손뼈에 피어의 대검이 딱 손에 잡혔다.
‘오버로드도 이상 무.’
모든 준비를 마쳤다.
시몬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랭의 교수증을 흑마법진에 댔다.
우우우웅!
랭의 교수증이 그대로 벽면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벽면과 문이 수백 개의 블록으로 변했다. 마치 피아노의 건반처럼 쑥 올라왔다가 움푹 들어가길 반복했고, 이내 빈틈이 벌어지며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 안에 프란체스카가 있다는 사실에 긴장감이 잔뜩 몰려들었다. 시몬은 앞장서는 카쟌을 따라 숨을 죽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비밀 위험물 보관고라고 했던가.
그 이름이 정확했다. 이곳의 위험물들은 철저하게 합금이나 봉인구 등으로 수십 중의 봉인이 걸려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통이 가득한 방으로 보였다.
그때 앞서 나가던 카쟌이 손가락으로 수신호를 보냈다.
‘……?’
시몬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틀림없이 원래는 뭔가 있어야 할 곳에 네 개의 빈 공간이 보였다.
흑마법 봉인이 지워져 있다. 주위에는 먼지로 가득한데, 중앙의 바닥만 사각형으로 깨끗했다.
누군가 최근에 물건을 가져간 흔적.
‘데솔레이터를 여기서 가져갔구나!’
딱 네 개의 빈 공간을 보니 무척이나 안심되는 기분이었다. 혹시나 미래에서 제대로 폭발을 확인하지 못한 게 아닐까 걱정도 했었으니까.
두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때 앞서 나가던 카쟌이 주먹 쥔 오른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온다.”
부우우우우웅!
검은 십자가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고 있었다.
“물러서.”
카쟌의 팔 근육이 터질 듯 꿀렁거렸다. 그는 날아오는 십자가를 피하지도 않고 정면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꾸우웅!
칠흑의 십자가와 카쟌의 주먹이 제대로 충돌했다. 카쟌의 팔에서 연신 뚜둑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십자가는 와작 소리를 내며 캔처럼 찌그러지더니 산산조각이 나 흩어졌다.
“쯧!”
카쟌이 인상을 찡그리며 팔을 탈탈 털었다. 시몬이 기겁하며 말했다.
“그, 그냥 피하면 되지 않아요?”
카쟌은 말없이 뒤를 가리켰다. 그의 손끝에 가리킨 곳에 저장탱크 같은 게 보였다.
시몬은 바로 이해했다. 십자가가 저기 부딪쳐 저장탱크를 부수기라도 했다면…… 끔찍했다.
‘역시 카쟌. 쌓아온 경험이 다르구나.’
속으로 감탄하며 시몬도 좀 더 시야를 넓게 잡았다. 카쟌이 말했다.
“바짝 숙여.”
“!”
시몬과 카쟌, 에르제베트가 즉시 바닥에 드러눕듯 몸을 숙였다. 세 방향에서 날아온 십자들이 그들의 머리 위에서 서로 충돌하더니, 이내 구겨지며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무척이나 살벌한 공격이었다.
[……프리스트 따위가 감히.]에르제베트가 살기를 뿜어내며 고개를 들었다.
[우리가 이딴 공격에 당할 리가 없잖아? 이만 모습을 드러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