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5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56화
하얀 괴물들의 공세가 점점 더 거세져 갔다.
키젠 학생들이 말 그대로 칠흑을 쏟아부으면서 버티고는 있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학생들은 적을 제거하는 보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죽여도 죽여도 그냥 허공에서 뚝뚝 떨어져서 밀려드는 흰 괴물들 때문에 사기는 바닥을 기고 있었다.
“막아! 대가리 깨져도 막으라고!”
그리고 붕괴 직전인 기숙사 방어선.
이쪽은 기숙사 건물을 등지고 구축한 방어선이었기 때문에 달리 후퇴할 루트도 없었다.
“초대형 네 마리 온다!”
“이제 끝이네 진짜.”
모두가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바로 그때.
하늘에서 검은 큐브들이 바람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달칵!
그중 하나가 기숙사 방어선에서도 내려왔다. 바닥에 떨어진 큐브가 분해되더니 마법진이 만들어졌고, 그 안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반쯤 체념하고 있던 학생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몇몇은 본인의 눈을 믿을 수 없는지 끔뻑거리고 있었고, 몇몇은 환호와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제인 교수님!!!”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제인이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를 내며 걸어오고 있었다.
“전부 뒤로 물러나세요.”
부총장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학생들은 목숨 걸고 사수하던 방어선을 일제히 포기하고 물러났다.
‘보란 듯이 프리마 마테리아를 이용한 테러라니, 악질적이야.’
분노가 머리끝까지 뻗쳤지만, 일단은 학생들을 구조하는 게 우선이었다.
핏발 선 눈동자로 주위를 훑던 제인이 바닥에 흑마법진을 펼쳤다.
촤아아아아―
그 안에서 수만 마리의 검은 나비들이 폭죽 터지듯 흘러나왔다.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이 인공생명체들은 눈부신 속도로 전장 곳곳에 흩어지기 시작했다.
제인이 천천히 손을 펼치자, 그 안으로도 나비들이 날아와 뭉쳐지며 커다란 낫의 형태를 이루었다.
착.
차악.
수만 마리의 나비들이 초대형을 비롯한 주위에 보이는 모든 괴물들의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낫을 붙잡은 제인이 낫을 역수로 쥐었다. 언제 튀어나왔는지, 그녀의 앞에는 짚으로 만든 저주인형이 앉아 있었다. 그녀가 역수로 든 낫을 저주인형의 목에 건 다음, 낫을 들어서 목을 베었다.
촤아아아아악!
촤아아악!
그러자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수천 마리의 흰 괴물들이 목이 잘리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학생들이 입이 딱 벌어졌다.
‘와아아……!’
‘저게 대체 무슨 흑마법인데?’
제인은 새로운 마법진을 깔았다. 그 안에서는 붉은 사슬들이 폭포처럼 솟아 나왔고, 나비들이 사슬의 끝을 붙잡은 채 비행했다.
촤르르륵!
촤륵!
마치 결계를 치듯, 나비들이 사슬들을 끌고 가 기숙사 방어선 전체를 휘감았다. 프리마 마테리아의 흰 괴물들이 사슬을 통과하려 했지만, 사슬이 닿은 부위부터 시꺼멓게 괴사되며 무너져 내렸다. 이번에는 저주였다.
제인이 학생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떤 경우에도 사슬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
“네, 넵!”
나비들에 올라탄 그녀가 수많은 사슬들을 이끌고 다음 전장으로 이동했다. 학생들은 그녀의 뒷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 * *
“……망할.”
아론이 시작부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왜 날 따라오는 거냐.”
그의 옆에는 미소 띤 얼굴의 바힐이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따라오고 있었다.
“일류 저주술사에게 거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어디 있든 저주 내릴 수 있죠.”
“그러니까 왜 날 따라오는 거냐고.”
“하하,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마세요. 오랜만의 콤비 결성 아닙니까? 옛날 생각나고 좋네요.”
“흑역사다.”
바힐이 킥킥거리며 입을 열었다.
“공격과 수비로 나눠야죠? 어느 쪽으로 하시겠습니까.”
“공격.”
“저도 공격으로 하고 싶으니, 이걸로 정합시다.”
바힐이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냈다.
“앞뒤.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뒤.”
“그럼 저는 앞입니다.”
수많은 하얀 괴물들이 몰려드는 와중에도, 두 남자는 동전을 던지기의 결과를 지켜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손바닥으로 들어온 동전을 확인한 바힐이 씩 웃었다.
“역시 앞! 선배님은 후배를 위할 줄 아시는군요!”
“……또 같잖은 장난질을.”
“그럼 사양 않고. 먼저 합니다.”
바힐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세워 들었다.
당장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괴물들과 싸우고 있던 몇몇 학생들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 달이……!”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떴다.
그중 최근에 만들어진 쪽, 커다란 보름달은 키젠 캠퍼스 전체를 가까운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내 달의 몸체가 꿀렁거리더니 중앙에 시뻘건 눈이 튀어나왔다.
저 달 전체가 바힐의 마법진이었다.
“저주의 진가를 보여드리죠.”
바힐이 히죽 웃으며 마법진을 작동시켰다.
달에 달린 눈이 부릅떠지며 실핏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붉은빛이 내려오며, 마치 세상이 핏빛으로 변한 것만 같았다.
이 붉은빛은 이지가 없는 대상의 온갖 신경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었다. 괴물들이 괴현상의 근원을 찾아 고개를 들어 올렸다.
쩌적!
쩍!
그리고 달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괴물들의 몸이 돌처럼 굳어지더니 가루처럼 무너져 내렸다.
쏴아아아.
다른 곳에 있는 괴물들도 마찬가지, 흰 괴물들이 속수무책으로 가루가 되어 사방에 휘날렸다.
초 광범위 저주. 바힐은 제 말처럼 캠퍼스 전체에 퍼진 괴물들을 한 번에 공격하고 있었다.
“갑자기 뭐야?”
방송을 마치고 열심히 괴물들과 싸우고 있던 메이린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잠깐, 메이린! 하늘을 보면 위험해!”
딕이 인챈트 된 검을 휘둘러 흰 괴물을 베어내며 말했다.
“저거 바힐 교수님의 저주야! 그 유명한 메두사의 눈이라고!”
“……?”
그녀가 귀밑머리를 쓸었다.
“이미 봤고, 저 달이랑 눈도 마주쳤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어, 진짜?”
그 말에 딕도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았다.
정말이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 주변의 괴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와, 이 범위를 커버하면서 컨트롤만으로 학생과 몬스터를 구분하는 거야? 하하! 역시 바힐 교수님은……!’
“꺄아아아악!”
딕이 깜짝 놀라 시선을 돌렸다. 메이린이 난데없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그녀의 몸에는 빨간 본 아머가 입혀져 있었다.
“뭐야, 너 어디가?”
“내가 가고 싶어서 가겠냐! 이 멍청아!!”
철컥! 철컥!
어느새 딕의 몸에도 붉은 본 아머가 입혀져 있었다.
“우와앗!”
하늘로 끌려 올라가던 딕이 눈을 크게 떴다.
주위에 붉은 본 아머를 입은 수십, 수백 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비행하고 있었다. 그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잠깐, 이 빨간 스켈레톤! 아론 교수님까지 오셨구나!’
하늘을 메뚜기떼처럼 뒤덮은 붉은 스켈레톤들을 보며 딕은 혀를 내둘렀다.
‘대체 몇 마리의 언데드를 동시에 컨트롤하시는 거야?’
차작. 착.
본 아머 상태의 붉은 스켈레톤들은 안전한 건물 옥상에 딕과 메이린을 비롯한 학생들을 내려주고는 다른 학생들을 찾으러 갔다.
옥상에 내려온 메이린은 멀미 때문에 인상을 썼고, 딕은 큰 소리로 웃으며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으하하! 이제 살았다! 교수님들이 왔다아!”
다른 학생들도 이제야 상황 파악을 하고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 정도 컨트롤은 오랜만이군.’
술사인 아론이 앞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그의 머리 위로는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언데드 전함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전함에 내장된 붉은 스켈레톤들이 쏟아져 키젠 캠퍼스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숲으로 도망치는 학생들, 지하실에 있는 학생들, 강의실 캐비닛에 숨은 학생들까지. 아론은 빈틈없이 포착해 학생들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오우, 아직 안 죽었네요. 선배.”
메두사의 눈을 유지하며 바힐이 씩 웃었다.
“소환이 아니라 저주를 전공했다면 무조건 지금보다 상위 위계에 오르실 수 있으셨을 텐데 말입니다.”
“닥치고 내 어깨에 걸린 석화나 풀어. 죽는다.”
“아, 들켰습니까.”
* * *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한 홍펭은 건물의 옥상에서 나타났다.
그녀는 눈을 감고 진지하게 의식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소맷자락을 휘날리며 사뿐사뿐 스탭을 밟다가, 점점 템포가 빨라지고 움직임이 격해지며 고난도의 발재간이 섞이고 머리를 꺾듯이 흔들기도 했다.
차악. 착.
이내 두 손바닥을 맞부딪히며 동작을 마친 그녀가 천천히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녀의 양손이 무릎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터어어어어어어엉!
터져 나오는 굉음. 그녀의 옆으로 마치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효과와 함께 바람이 휘날렸다.
퍽!
그리고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흰 괴물이 머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로 쓰러졌다.
터엉! 터어엉! 터엉!
가부좌를 튼 그녀의 몸을 중심으로 연달아 포성이 터져 나온다. 캠퍼스 전체에서 몰려드는 괴물들의 머리와 몸통이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부좌를 튼 자세 그대로였으나, 두 팔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잔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격파가 뻗어 나갔다.
그야말로 인간 포대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광경. 몰려드는 괴물들의 머리가 정체불명의 화력에 터져나갔다.
그사이 대피하던 학생들이 아론의 본 아머에 입혀지고, 제인이 미리 확보해둔 안전한 장소로 이동했다. 홍펭의 공격에 살아남은 괴물들은 바힐의 저주에 돌이 되어 사라졌다.
부상자는 많았지만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키젠 교수들의 활약으로 키젠은 안전세로 돌아섰다.
* * *
“오랜만이네. 정화의 성녀.”
네프티스가 말했다.
백염으로 만든 금속골렘에 타고 있는 플레마는 표정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정지 버튼이 눌린 것처럼 멈춰 있었다. 역력히 당황한 것 같아 보였다.
[이렇게 쉽게 결계를 뚫었다고? 난 분명 결계에 10년의 시간 저항을……!]네프티스가 빙긋 웃었다.
“응. 확실히 푸는 거 까다롭더라. 10년 지불하고 왔어.”
[……!]플레마의 거체가 움찔했다.
[노망이라도 든 것이냐! 고작 학생 몇백 명 따위가 네 10년의 가치가 있는 거냐!]네프티스가 조그만 손을 뻗었다.
“있어.”
쾅!
그러곤 딱밤을 튕기듯 손가락을 튕겼다. 플레마가 급히 옆으로 기동해서 피했지만, 그녀의 뒤편으로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크윽!]플레마가 달려들어 백염의 검을 휘둘렀다. 네프티스가 손바닥을 펼쳤다.
째깍! 째깍! 째깍!
그녀의 전면으로 시계 모양의 황금빛 마법진이 펼쳐졌다. 백염의 검이 결계에 닿자 흐물렁거리며 신성으로 돌아갔다.
“이 세상의 그 무엇도 시간에 자유로울 수 없어.”
네프티스가 말했다.
“이 세계의 근원이라는 마나, 신성, 칠흑 또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말지. 영겁이란 건 없어.”
그녀가 손끝으로 금빛의 마법진을 툭 밀었다.
그러자 마법진이 엄청난 속도로 전진하며 백염의 검을 지나 플레마를 이루고 있는 거대한 몸체까지 통과했다.
[!!]금속골렘이 벗겨지며, 어느새 팔을 뻗은 채의 플레마의 몸이 나타났다. 텅 비어 있던 오른팔도 돌아와 있고 아까 파멸의 대검에 당했던 상처도 돌아와 있었다.
완전히 시간이 과거로 돌아간 것이다.
“흐응.”
네프티스가 히죽 웃으며 손가락을 꾸물거렸다. 플레마를 지나치며 날아가던 마법진이 멈칫하더니, 다시 왔던 방향으로 역으로 되돌아가 플레마의 몸을 지나쳤다.
그녀의 오른팔이 사라져 있고 파멸의 대검에 의한 상처가 생겨났다.
[아아아아악!]다시 팔을 잃게 된 플레마가 비명을 질러댔다. 동시에 바닥의 마법진에서 악마의 팔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검은 손아귀가 그녀를 움켜쥐었다.
“쥐어 짜내.”
네프티스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먹을 꽈악 쥐었다.
“……!”
넋 놓고 지켜보던 시몬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악마의 팔이 그대로 힘을 가하며 퍽! 하고 뭔가가 물러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