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6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67화
신수를 보여달란 시몬의 요구에, 레테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실소했다.
“웃겨 진짜. 천연덕스럽게 요구하길래 나도 모르게 보여줄 뻔했네.”
“?”
“나와 당신은 적입니다.”
그녀가 서늘한 눈으로 시몬을 손끝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제발 서로의 처지를 생각하십쇼. 난 에프넬의 선발 1번, 당신은 키젠의 특례 1번! 지금은 안나 선생님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은 겁니다. 안나 선생님만 아니었으면 당신은 벌써 내 손에 몇 번이고 목이 날아갔어! 알아?”
적나라한 표현에도 시몬은 미소 짓기만 했다. 그 모습에 더 울컥한 레테가 소리를 높였다.
“아! 우리가 뭐 친구야? 전력을 노출해 주십시오 하고 진짜 쉽게 이야기하네? 지금 당신의 요구는 무례한 거야!”
“무례하게 느꼈다면 미안해.”
시몬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레테도 움찔하며 눈을 깜빡였다.
또 웃는 얼굴로 사람 속 박박 긁어댈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고개를 숙이고 나올 줄은 예상 못 했다.
“그럼 거래를 하는 건 어때?”
시몬이 말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몸가짐을 바르게 한 그녀가 심드렁하게 물었다.
“무슨 거래요.”
“네가 정보를 노출하면, 나도 그에 상응하는 정보를 노출하겠어.”
“아, 뒤질라고 진짜.”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내가 그딴 속셈에 넘어갈 것 같슴까?”
“그럼 내가 먼저 할게. 내가 정보를 노출한 뒤에, 네가 그걸 보고 거기에 상응하는 정보를 내는 거야. 어때?”
그녀가 입꼬리를 세우며 팔짱을 꼈다.
아주 뻔하게 나오시는구만. 그냥 보고 입 샥 닦으면 그만이다.
시몬은 아직 자신을 양심 있는 인격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다. 적을 상대로는 일말의 빈틈도 보이지 말라는 게 에프넬에서의 가르침이었다.
“좋습니다. 해봐요.”
시몬이 진지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레테는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정보를 내려고 저렇게 자신 있어 하는 거지?
“사실 나는 군단장이야.”
“……!!”
상상도 못 한 소리가 튀어나오자 그녀의 입이 떠억 벌어졌다.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고 넋을 잃은 표정이 되어 자세가 무너졌다.
“자, 공개했다. 이제 네 차례.”
“우, 우, 우, 웃기지 마!”
그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17살에 군단장이라고? 개소리! 정말로 당신이 군단장이라면 에프넬에 알려지지 않을 리가 없잖아!”
“진짠데.”
“그럼 증거를 보여!”
시몬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건 네가 상응하는 정보를 보여줬을 때겠지.”
“……아오!”
네크로맨서와 프리스트가 손을 잡고 국경을 넘는다. 키젠에서든 에프넬에서든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고, 서로에 대해 발설하는 순간 목이 날아간다.
둘 다 서로의 비밀을 철저히 엄수해야 하는 상황.
시몬은 그런 상황을 고려해서 슬쩍 군단장 떡밥을 흘렸다.
사실 이번 신성연방 여행에서 군단장의 힘을 아예 안 쓰는 건 힘들 것 같고. 어차피 들킬 거라면 그녀의 정보를 뜯어내는 데 쓰자는 심산이었다.
“보여주기 싫으면 그냥 여기서 끝내도 되고.”
시몬이 뻔뻔스럽게 말했다.
그녀가 표독스럽게 노려보았지만, 시몬은 꿈쩍도 하지 않고 점잔을 뺐다.
결국 레테가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히 이야기했어요. 당신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끝없는 넝쿨에 얽매이는 기분이야.”
그렇게 말한 그녀가 에프넬의 아공간을 작동시켰다. 허공이 열리며 찬란한 빛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어떤 생명체가 튀어나왔다.
‘이건!’
시몬은 자신이 군단장이란 정보 이상을 받아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용?”
눈부신 프리즘 빛깔의 비늘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백색의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새끼인 듯 크기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키이잉.
새끼용은 오래간만에 마시는 바깥 공기가 좋은지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녔다.
그러다 레테의 팔을 뻗으니, 기다렸다는 다가와 몸으로 팔을 휘감았다. 그녀의 뺨에 머리를 비비던 용이 할짝하고 얼굴을 핥았다.
“아하하! 간지러워 란!”
“란?”
“이 아이의 이름입니다.”
레테에게 애교를 부리던 용이 시몬을 발견했다. 그러곤 스르륵 레테의 팔에서 빠져나와 입을 벌렸다.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
“아, 조심해요! 신수들은 칠흑에 적대적이라 물지도 모르……!”
할짝할짝.
란이 시몬의 뺨도 핥기 시작했다.
시몬이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자, 란은 시몬의 몸을 빙글빙글 돌며 관찰했다.
시몬이 레테가 한 것처럼 슬쩍 팔을 뻗어보자, 란이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 그의 팔을 휘감았다.
-키잉.
이 자세가 편안한 듯 란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좋아했다. 시몬이 눈이 반짝였다.
“너무 귀엽다.”
키젠에서 스켈레톤이나 좀비, 송장거미 같은 것들만 보다가 이런 신수를 보니 솔직히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이쪽이야 란!”
-키잉!
시몬이 풀밭을 달리자 란도 신이 나서 공중제비를 돌며 달려갔다. 갑자기 벌어진 술래잡기를 보며 레테는 헛웃음을 흘렸다.
‘뭐지? 칠흑이 느껴진다 싶으면 일단 브레스부터 날리던 애가.’
신성이 느껴진다는 점 때문에 신수가 호감을 가지는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신수와 교감하는 네크로맨서라니…… 저 녀석은 대체 사람을 몇 번이나 놀라게 하는 걸까.
“란. 이제 돌아와.”
레테가 팔을 뻗으며 말했다.
하지만 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시몬과 놀기 바빴다. 네크로맨서와 신수가 서로 껴안은 채 풀밭을 뒹굴며 장난쳤다.
“아, 못 들은 척하지 마! 돌아오라고!”
화를 내보았지만 이번에도 무시당했다.
결국 레테가 달려가서 란의 꼬리를 잡아당겨 간신히 떨어뜨렸다. 란이 계속 끼잉거리는 소리를 내며 시몬 쪽으로 가려고 하자 아예 품에 끌어안고 있어야 했다.
“하하.”
시몬이 괜히 어깨가 으쓱해져서 말했다.
“신수학이 막 신수와의 유대를 높이는 건 아닌가 봐?”
“입 닥쳐어어!”
레테가 드물게 부끄러워하며 소리쳤다.
가장 위협적인 적이 될 남자 앞에서 이런 추태라니, 수치스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란을 아공간 안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그리고 시몬은 레테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강력한 레테가 나중에 용까지 제대로 다루게 되면, 어느 정도로 강해질까.
“흠흠! 자! 이제 다시 당신 차례입니다. 군단장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를…….”
“웃차차, 여기까지 하자.”
“어디 가 이 새끼야!”
시몬이 뒤를 돌아보며 슬쩍 웃었다.
정보 교환은 1:1. 시몬이 정보를 보이면 그녀가 이에 합당한 정보를 낸다. 합의된 건 딱 여기까지.
거래를 그만두는 건 먼저 정보를 제시하는 시몬의 권리였다.
“더 이상 네가 가진 정보가 탐나진 않…… 솔직히 말하면 사실 지금 에이션트 언데드가 없어서 보여주고 싶어도 못 보여줘.”
“콱 죽어버려! 이 사기꾼 새끼! 역시 네크로맨서들은 다 똑같애!”
“집에 가면 네가 좋아하는 오믈렛 만들어줄게.”
“짐승도 아니고 먹을 거로 회유하지 마!”
* * *
방학 15일 차.
신성연방 여행까지 남은 시간 이틀.
방학이라지만 시몬의 생활은 휴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레테에게서는 프리스트의 백마법을, 리처드에게선 시체폭발을 전수받으며 정신이 없이 보냈다.
그러는 중에도 리처드의 영주 후계자 임무까지 수행했다. 처음 리처드가 제안했던 두 팔과 다리에 팔찌와 발찌를 차고 산맥을 넘는 훈련도 시몬 스스로 계속했다.
경사진 산맥을 넘으면서 왼손으로는 신성 켜고 끄기. 오른손으로는 신성연방의 문화에 관한 책을 펼쳐 읽었다.
공부를 못 해 죽은 귀신이라도 쓰인 듯 노력하는 시몬의 모습에 레테도 자극을 받았는지, 시몬을 가르친 시간 외에는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어.’
그렇게 시몬이 다음 마을이 있는 산맥을 오르고 있는데, 저 앞으로 마운틴 고블린들이 두 마리가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최근 영지민들이 계속 위협을 느끼고 있다던 바로 그 몬스터였다.
-키릭!
고블린들도 시몬을 발견하고 달려들었다. 시몬은 걸음을 멈추고 가뿐히 전투 자세를 취했다.
쩌억!
퍽!
물론 몸풀기도 되지 않았다. 초 단위 만에 몬스터 두 마리가 절명해 바닥에 쓰러졌다.
‘2급 몬스터는 이제 정말 쉽네.’
손을 탈탈 턴 시몬이 쓰러진 고블린의 몸에 손바닥을 올렸다.
데스랜드에서 백귀의 좀비화도 경험한 시몬에게 고블린 정도는 간단했다.
잠시 후 마법진이 완성되고, 좀비화된 고블린들이 흐느적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컹! 컹!
‘?’
갑자기 들리는 개 짖는 소리에 시몬의 고개가 올라갔다.
산의 포식자라고 불리는 ‘그린 놀’. 놈은 고블린들이 흘린 피를 보고 입맛을 다셨다. 피냄새를 맡고 난입한 모양이다.
‘마침 잘됐네.’
그린 놀은 고블린보다 강한 3급 몬스터다. 안 그래도 실전에서 시체폭발을 연습해 보고 싶었는데, 딱 좋은 상대가 나타났다.
-커엉! 컹! 컹!
그린 놀이 자세를 낮추더니 빠르게 달려들었다.
시몬은 좀비들의 사념에 접속해 공격명령을 내렸다. 좀비들이 달려드는 그린 놀의 몸을 붙들자, 시몬이 오른손을 펼치고 마법진을 준비했다.
-시체폭발의 원리는 ‘코어’의 폭발이란다.
머릿속에서 리처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환형, 자연형 가릴 것 없이 모든 언데드에게는 코어가 존재한다. 소환형 언데드의 경우는 좀비를 움직이는 ‘소환 마법진’이 코어의 역할을 대신한다.
어떤 좀비를 터뜨릴 것인가에 따라 시체폭발 마법진에 들어가는 수식의 종류나 난이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시몬은 좀비의 소환 마법진에 간섭해 준비를 마쳤다.
“시체―”
시몬이 마법진을 작동시키며 주먹을 쥐려는 순간.
쩌억!
놀의 날카로운 발톱에 좀비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가슴까지 베이며 마법진에 손상이 일어났다.
‘아차.’
흑마법이 캔슬됐다. 다른 좀비도 발로 차서 떨어뜨린 그린 놀이 시몬을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시몬은 아쉬운 표정으로 팔을 내렸다.
‘시체폭발에 집중하느라 좀비의 컨트롤에 소홀했어.’
역시 연습과 실전은 별개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변수와 실수를 경험해야 진짜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시몬은 소중한 경험에 감사하며 자세를 낮추었다.
화아아악!
날카로운 놀의 발톱이 허공이 갈랐다. 시몬의 몸이 옆으로 기민하게 빠져나오며 왼손으로 백마법을 준비했다.
적색과 녹색이 감도는 신성이 시몬의 몸을 휘감았다. 공격이 실패한 놀이 바닥을 짚고 재차 도약을 위해 무릎을 굽혔다.
쩌어억!
그보다 빠르게 시몬의 니킥이 놀의 얼굴에 틀어박혔다. 놀의 안면이 일그러지더니 그대로 흙먼지를 뿌옇게 일으키며 날아갔다.
‘프리스트의 축복.’
시몬이 새삼 감탄하며 강화된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직접 부딪쳐 봐야 알겠지만, 가히 네크로맨서의 저주에 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부터 프리스트가 축복을 둘둘 두르고 오면 상대하는 네크로맨서로는 고역이리라.
-크르르르!
격노한 놀이 지면을 박차며 도약했다. 시몬이 왼손을 펼쳤다.
시몬의 앞으로 반투명한 신성의 방패가 펼쳐지고 도약한 놀의 몸뚱이가 텅! 소리와 함께 가로막혔다.
‘해제.’
시몬이 제자리에서 몸을 회전시키는 동시에 방패를 해제했다. 방패가 사라지고, 허공에 체류한 놀의 몸통으로 송곳 같은 발차기가 틀어박혔다.
꽝!
놀이 피를 토하며 수십 미터를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꽤나 부상이 심해 보였지만 전의는 꺾이지 않았는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시몬의 공격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덥석!
아까 밀려났던 좀비가 놀을 뒤에서 붙잡았다. 몸에 건 축복을 해제한 시몬이 이번에는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시체―”
제대로 포착했다.
좀비에게 붙잡혀 버둥거리는 놀을 향해, 시몬은 펼쳐둔 오른손을 꾹 말아쥐었다.
“―폭발!”
꽈아아아아앙!
놀의 목덜미를 붙잡고 있던 좀비가 그대로 검푸른 폭발을 일으켰다.
잠시 후, 머리가 날아가 버리고 상체가 크게 손상된 채 쓰러지는 놀의 몸뚱이가 보였다.
“후우, 이겼다.”
시몬은 이제야 긴장을 풀며 쓰러진 놀에게로 다가갔다.
“손상이 너무 심해서 좀비로 쓰긴 글렀네.”
일류 네크로맨서라면 어떤 시체든 산송장으로 일으키겠지만 아직 시몬의 ‘서먼 좀비’의 수준으로는 무리였다. 일단은 손상된 시체라도 아공간에 넣었다.
“좋아, 다시 가자!”
* * *
그렇게 시몬이 할당받은 모든 마을을 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레테?”
마당에서 레테가 팔짱을 낀 채 시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손끝으로 흰 머리카락을 넘기며 입을 열었다.
“준비하세요. 오늘 새벽 일찍 신성연방으로 넘어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