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7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70화
신성의 문은 무사히 통과했다.
하지만 아직 검문 절차가 남아 있었다. 신성의 문으로 불순한 존재는 감지할 수 있으나, 마약류나 금지서적 등 연방에서 금지하는 물건들은 직접 사람이 확인해야 했다.
당연히 검문관들이 직접 짐마차를 뒤지러 오겠지만, 그 전에 빠져나갈 방법을 강구해 둔 뒤였다.
펄럭!
브로커가 짐마차를 파란 천으로 덮는 게 느껴졌다. 이내 그가 마차를 두 번 툭툭 치며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 파란 천은 마나의 흐름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파란 천을 뒤집어쓰고 상자 바닥에 그려져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작동시켜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일단 신성연방 안에만 들어오면 되는 거지.’
신성연방의 경계에는 허가되지 않은 텔레포트를 막는 백마법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일단 연방 안으로 들어오기만 한다면, 텔레포트를 써도 문제없다.
“자, 준비하죠.”
두 사람은 텔레포트 마법진 안으로 최대한 몸을 구겨 넣었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서로 바짝 붙어 껴안은 자세가 돼야 했다.
시몬은 식겁했지만, 레테는 애써 표정 변화 없이 마법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우리의 도착 지점 반경 내의 무작위 텔레포트. 재수 없으면 물에 빠지거나 수도원 한복판에 떨어지거나 할 수 있어요. 준비됐슴까?”
“어? 어. 준비됐어.”
그녀가 ‘갑니다’ 하고 작게 중얼거리며 텔레포트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우우웅!
시몬의 몸이 떠오르며 마법진이 발동됐다.
‘크윽!’
온몸이 어마어마한 속도감에 내달리며 뭐가 뭔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온갖 색깔들이 뒤섞여 범벅된 추상화 같은 공간에서, 좁은 파이프를 타고 초고속으로 이동하는 기분. 다시 느끼는 거지만 전문가들이 다루는 키젠의 텔레포트가 그리워졌다.
세상이 어지러워지며 지독한 멀미가 몰아친다.
이제는 진짜 못 견디겠다고 생각하는 그때.
화아아아앗!
울렁거림이 멈추고 비로소 바닥이 느껴진다. 이마를 감싸며 잠시 정신을 다잡을 시간을 가졌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본다.
“……?”
주위는 온통 황금빛, 고개를 들면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이 보인다.
시몬은 밀밭 한가운데에 떨어져 있었다.
“여신이시여.”
그런데 밑에서 레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가 죗값을 치르는 중 그를 살해하지 않도록 참을성을 주옵시고, 그의 피로 목욕하지 않도록 인내를 내리시옵소서.”
“?”
고개를 내려보니 시몬은 그녀를 바닥에 깔아뭉개고 있었다. 기겁한 그가 재빨리 사과하며 옆으로 비켜주었다.
“방금.”
그녀가 상체를 일으키며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내 머릿속에서 다채로운 방법으로 500번은 뒤졌어. 제게 인내를 내려주신 여신께 감사하십쇼.”
“……그렇게 부둥켜안은 자세로 텔레포트를 탔으니 어쩔 수 없잖아.”
“입 닥쳐.”
두 사람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밀의 키가 엄청나게 컸다. 커봐야 1m 정도 되는 게 밀인데, 시몬의 경우에는 머리만 보일 정도였고 레테는 간신히 정수리만 보였다.
“신성농법으로 키운 밀인 모양임다.”
그녀가 옷을 탈탈 털며 말했다. 특히 시몬과 닿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털었다.
“신성농법?”
“네. 농사를 짓기 전에 프리스트를 불러서 예배를 드리고 지반에 신성을 투여하면 농작물이 잘 자라거든요. 신의 은총이죠.”
“별게 다 있네.”
그녀가 우월한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꼈다.
“별게 다? 그 정도가 아니죠. 국가 운영의 근본인 농작물의 수확량이 달라지는데요? 암흑연합은 어떻게 합니까?”
“……그냥 거름 뿌려서 지력을 높이고, 휴작 같은 것도 하고, 가끔 아버지가 뭐 시내에 가셔서 비료 같은 걸 사와서 뿌리기도 하시고.”
레테가 쯧쯧 혀를 찼다.
“그렇게 막 냄새나는 똥 같은 걸 밭에 뿌리는 게 야만적이란 검다. 우리가 싼 똥을 다시 우리 입에 다시 넣는 거랑 뭐가 달라요?”
“아니, 그거랑은 전혀 다르지. 너 비료가 뭔지 모르……”
“암튼! 앞으로 신성연방의 우월함을 자주 보여줄 테니 각오하십쇼.”
그녀가 홱 등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갔다. 본인이 사는 곳에 와서 심적인 안정감을 느끼는 걸까. 어쩐지 기분 좋아 보였다.
“밀 도둑이다!”
그것도 몇 분 정도였다.
누군가의 외침이 들리더니 사방에서 병장기, 아니, 농기구를 든 농부들이 살벌한 기세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언제 나오나 했더니 드디어 나타났구나!”
“전부 뛰어나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살벌하게 변했다. 레테가 시몬의 옷자락을 확 잡아당겼다.
“뭘 멀뚱히 있슴까! 뛰어!”
난데없이 추격전이 펼쳐졌다. 밀밭으로 우르르 농부들이 몰려들었다.
사방팔방에서 밀밭이 갈라지며 날카로운 농기구들이 다가오는 모습은 퍽 공포스러웠다. 다짜고짜 무기부터 휘두를 분위기였기에 일단은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레테와 시몬은 정신없이 밀밭을 가로질러 달려서 근처에 보이는 작은 창고로 들어갔다. 각종 농기구들과 볏짚들이 쌓여 있는 곳이었다.
레테가 문을 잠그자마자 쾅! 쾅! 하고 문을 걷어차는 소리가 들렸다.
“여깄다!”
“아, 문 열어! 안 열어?”
경첩이 금방이라도 박살 날 것처럼 흔들렸다. 문을 온몸으로 틀어막은 시몬이 말했다.
“이제 어쩔 건데?”
“텔레포트로 뚝 떨어졌다고는 못 말함다. 괜히 우리 동선을 노출할 필요가 없죠.”
어느새 레테는 가방에서 에프넬 교복을 꺼내고 있었다. 신발을 휙휙 벗어 던지고 스타킹을 신었다.
“에프넬 교복으로 갈아입는 데 5분이면 됩니다. 버텨주십쇼.”
“아니, 5분은 무슨! 2분 만에 해! 스타킹은 됐고 옷부터!”
“알았으니까 눈깔 돌려 미친 새끼야! 옷 좀 입자!”
와장창!
좌우의 작은 창문이 박살 나며 갈퀴 같은 농기구들이 들어와 주위를 휙휙 훑어댔다. 괜히 긁힐까 봐 시몬은 쪼그려 앉는 자세로 바꾸었다.
콰직!
동시에 시몬의 머리 위에서 삽 한 자루가 문을 부수고 튀어나왔다. 시몬은 기겁하며 왼손을 문에 가져다 대고 마법진을 그렸다.
새하얀 신성의 벽이 펼쳐져 문을 틀어막았다. 분노한 농부들의 집중 공격에 문은 박살 났고, 이제는 수호의 방패를 직접 두들기기 시작했다.
“레테! 빨리!”
시몬이 방패를 등에 대고 버티며 소리쳤다.
“힐끔이라도 훔쳐보면 너 죽이고 천국 갈 겁니다.”
“안 봐!”
척!
마침내 윗옷을 다 입고 단추를 잠근 그녀가 허공에 마법진을 하나를 그렸다. 그러곤 손가락을 딱 튕겼다.
화아아아아아악!
“윽!”
눈부신 빛이 일어나 시몬과 레테를 삼켰다. 그것은 순식간에 창고를 박살 내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허억!”
“이게 무슨……!”
거대한 신성의 흐름에 농부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섬광이 솟구친 이후, 무너진 창고 건물 너머로 바닥에 쓰러진 소년, 그리고 하얀 교복을 입은 소녀가 보였다.
레테가 머리에 묶은 끈을 풀자 순백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며 바람결에 휘날렸다. 농부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건 틀림없이 성의포로 제작한 에프넬의 교복이었다.
“아직도.”
레테의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상황파악이 안 됩니까?”
절그럭! 쿵!
농부들이 일제히 농기구를 떨어뜨리며 바닥에 엎드렸다.
“에프넬의 프리스트를 뵙습니다!”
순식간에 바뀐 분위기에 시몬은 어안이 벙벙했다. 반면에 그녀는 익숙한 상황인 듯 콧방귀를 뀌며 엎드린 농부들을 바라보았다.
“위대한 여신께서 내려주신 아름다운 밀알을 보고 감탄하여 내려왔거늘, 다짜고짜 날붙이부터 들이대며 목숨을 위협하다니. 죽을 준비는 됐나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농부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
하나같이 공포에 질려 덜덜 떠는 모습에 시몬은 눈을 끔뻑였다. 역시 신분제가 확실한 신성연방이 맞구나.
“당신들 말대로 죽을죄를 지었다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겠지?”
레테가 차가운 목소리로 손가락을 펼쳤다.
“전원…….”
“사제님.”
그때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나 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능숙하게 성호를 긋는 현란한 손짓은 정말로 사제의 그것이었다.
시몬이 두 손바닥을 모으며 말했다.
“신도들이 사제님을 알아보지 못한 죄는 큽니다. 하오나 그들 모두 밀밭을 손상한 도둑을 잡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는 점을 불쌍히 여기시어 면죄를 청하옵나이다.”
공포에 질려 엎드려 있던 농부들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시몬을 올려다보았다. 설마 자기들 편을 들어줄 줄은 몰랐다는 눈치였다.
레테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면죄? 며칠 데리고 다녔더니 분수를 모르고 기어오르는군요. 수습사제가 감히 프리스트의 결정에 토를 다는 겁니까.”
“이 잘 자란 황금의 밀밭은 사제님께서도 감탄해서 내려와 보신바, 여신의 은혜를 내려받은 밀을 지키는 것은 농부들의 몇 없는 역할이옵니다. 여신의 은혜를 지키려 무리하다가 일을 그르쳤사오나 그것은 순수한 신앙심에서 발로한 일이오니 그 점을 어여삐 봐주시어 죄를 덜어주시옵기를 간청드립니다.”
‘……와, 이 새끼.’
레테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혓바닥이 이렇게까지 잘 돌아가는 녀석이었나?
레테는 자신의 안위를 위협한 농부들을 벌주려 했다.
하지만 여신이 내린 임무를 수행하려다 일어난 실수였으니 여신을 뜻을 섬기는 프리스트가 용서하라는 논리. 여신의 뜻과 프리스트 개인의 안위를 놓고 저울질하면 여신의 뜻이 더 높을 수밖에.
게다가 신성농법에 대해선 방금 설명했는데, 그걸 또 현지인들이 눈치 못 챌 정도로 세 치 혀로 좔좔 지껄이는 응용력은 칭찬할 만했다.
“그 말도 맞네요. 고개를 드십쇼.”
레테는 특별히 이번 한 번만은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농부들이 굽신거리며 감사를 표하는 모습에 새삼 신성연방에서 프리스트, 그리고 에프넬의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 수 있었다.
원래 목적지인 도시와는 거리가 조금 멀었는데 농부들 쪽에서 즉시 마차를 준비하겠다고 나섰다.
두 사람이 잠시 앉아서 기다리는 사이, 온갖 음식들이 상에 가득 나왔다.
‘……우리 집에 온 기분인데.’
마차가 올 때까지 30분 정도 머무르는 건데 농부들이 끊임없이 음식을 가져와서 곤란했다. 시몬은 공짜 밥이라서 눈치가 보였지만 레테는 당연한 듯 먹기 시작했다.
“사양 말고 드십쇼.”
레테가 말했다.
“원래 수습사제들이나 프리스트들이 찾아오면 음식을 대접하는 게 당연한 문화예요. 특히 19고행 중인 수습사제들을 배불리 먹이지 않으면 집에 여신의 저주가 내린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별 문화가 다 있네.”
“그리고 뭐, 공짜 밥은 아니니까 맘껏 먹어둬요. 좀 이따 내가 값을 치르러 갈 거니까.”
확실히, 기왕 차려준 걸 안 먹겠다고 하는 것도 조금 그랬다. 시몬도 신성연방 특유의 밀국수를 한 젓가락 맛보았다.
“맛있어!”
“흥, 당연하죠.”
암흑연합의 음식에 비해서는 간이 약한 밍밍한 맛. 그래도 꽤 먹을 만했다.
그리고 레테는 잠시 농부들과 같이 갔다가, 농사를 준비하던 밭에 신성을 뿌리고 돌아왔다. 농부들은 여신이라도 내려온 듯 고개를 조아리며 기뻐했다.
그녀는 터덜터덜 자리로 돌아와 시몬의 옆에 앉아 다시 밀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프리스트는 배곯을 일은 없어서 좋겠네.”
“꼬우면 프리스트 되든가.”
레테가 그렇게 말하다가 히죽 웃었다.
“그런데 당신, 혹시 열차 타봤습니까?”
“열차?”
* * *
뿌우우우우우!
두 사람은 마차를 타고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역에 들렸다.
암흑연합에서도 촌구석 소년이었던 시몬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이, 이게 뭐야?”
신성 섞인 하얀 증기를 내뿜는 바퀴 달린 쇠붙이 덩어리가 역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심지어 철로는 지상에 깔려 있다가 중간에 공중에 떠 있는 종류도 있었다.
철컹! 철컹! 철컹!
저 열차는 이번 역이 정차역이 아닌 모양이었다. 열차는 그대로 역을 떠났고 시몬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 뒷모습을 보았다.
“5일.”
레테가 허리에 양손을 얹으며 미소 지었다.
“신성연방을 횡단하는 이 신성열차를 타고 갈 겁니다. 이단 심문관들이 우글거리니 각오하십쇼.”
“……하하.”
시몬 본인이 생각해도 다이나믹한 여름방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