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8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80화
이 남자가 모든 일의 원흉.
이 남자만 쓰러뜨리면 된다.
시몬은 칠흑을 밟고 알로켄에게 돌진했다.
“……!”
즉시 주먹을 휘두르려던 시몬의 앞으로, 찰랑거리며 날아오는 붉은 핏방울이 눈에 들어왔다.
“큭!”
발목에 부하가 갈 정도로 강제로 방향을 꺾어서 몸을 날렸다.
퍼어어어엉!
모래알 같은 핏방울이 커다란 피폭발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시몬은 진땀을 흘렸다.
알로켄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자네, 아직 프로는 아닌가?”
알로켄이 오른팔을 휘두르자 세 개의 핏방울들이 날아갔다.
“행동 하나하나에 티가 나.”
연달아 터져 나오는 폭발. 이 객실이 너덜너덜해진 이유가 바로 저 알로켄의 기술 때문이었다.
‘메틴이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무조건 당했겠는데.’
시몬이 오른팔에 장착된 본 아머 핸드건을 작동시켰다. 좁은 공간에서 비산하는 핏방울들을 피하며 알로켄의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눈다.
이어지는 격발음.
그리고 알로켄은 단 하나의 방울만 자신의 앞으로 보내 폭발시켰다.
“……!”
피폭발 마법은 한번 터지고 끝이 아니다. 응축된 피가 폭발하며 그 질량이 공중에서 일정 시간 머무른다.
일종의 벽이 형성되는 셈. 탄환이 모두 폭발에 막혀 튕겨 나가거나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끙, 은근히 까다로워. 주특기 마법 하나만 극단적으로 훈련하고 파고든 케이스인가?’
엘리트 네크로맨서들을 양성하는 키젠에서야 다양한 학문을 가르치지만, 사실 현장에서 뛰는 네크로맨서들 사이에선 이렇게 하나의 흑마법만 파고드는 타입도 흔했다.
시몬이 연쇄로 날아오는 피폭발을 피하고 있는데, 폭발에 시야가 가려진 사이 후면에서 붉은 채찍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큭!’
상처가 꽤 깊은지 핏물이 튀었다.
“업계 선배 되는 사람으로서 하나 알려주지.”
알로켄이 혀를 달싹였다. 시몬의 어깨에 눈 깜짝할 사이에 마법진이 그려졌다.
“혈류계 전공자에게, 티끌의 상처라도 나면 패배다.”
그가 검지와 중지를 붙이자, 시몬의 어깨에 피 분수가 촤아악! 하고 솟구쳤다.
‘출혈 마법!’
시몬이 다급하게 왼손으로 상처 난 어깨를 짚었지만 피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소용없다. 말라 죽어라.”
“힐(Heal).”
“…뭐?”
우우웅!
시몬의 왼손에 신성력이 흘러나와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었다. 알로켄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네놈! 분명히 네크로맨서였을……!”
시몬이 문답 무용으로 검지를 치켜올렸다.
알로켄이 당황한 찰나의 사이, 바닥에서 솟구친 네 개의 칼날이 그를 끌고 올라가 열차의 천장을 부수며 위로 날려 보냈다.
“흐읍!”
시몬도 마찬가지로 바닥에서 나오는 오버로드를 하나를 밟고 위로 올라갔다.
덜컹! 덜컹!
바람이 쌩쌩 불어오는 열차 밖. 두 남자는 이제 열차의 천장을 딛고 마주 서게 됐다. 알로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재밌군. 좁은 객실이 아니면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
그가 손바닥을 펼치자 손가락 사이로 네 개의 방울이 찰랑거리며 형성됐다.
“네 풀이가 맞는지 직접 경험해 봐라.”
시몬은 냉정하게 상황을 관조했다.
마투는 접근 자체가 불가.
오버로드. 방금 제대로 들어갔는데 별 타격을 입지 않은 모습이다.
스켈레톤과 좀비. 소환수들은 광범위 공격에 취약하다.
시몬은 인정했다. 나보다 훨씬 강한 적이고, 지금의 나로서는 이기지 못하는 상대다.
시간도 그렇게 많진 않다. 지금도 열차에 탄 수많은 승객이 다치거나 죽고 있다.
이 열차가 놈들의 목적지까지 도달하면 또 다른 위험이 발생할 것이다.
‘결정했어.’
시몬은 아공간에서 금빛의 왕관을 꺼냈다. 그것을 두 손으로 잡고 머리 위로 올렸다.
‘바로 쓴다.’
두 다리를 살짝 벌리고 낮은 자세를 취한 시몬이, 이내 천천히 왕관을 머리 위에 올렸다.
왕관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알로켄이 극도의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왕관을 쓴 뒤, 시몬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뭐야. 그냥 블러핑인가?’
괜히 바짝 긴장했다고 생각한 알로켄이 공세로 전환해 핏방울을 손에 불러왔다.
[──────────!!!]그때 시몬의 목에서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 소리는 열차에 탄 모든 승객들과 혈천교 신도들, 그리고 열차를 향해 달려오고 있던 좀비들에게까지 닿았다.
알로켄은 저릿저릿한 감각을 느꼈다.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거지?’
그때 시몬의 주위로 블러드 좀비들이 열차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좀비들이 시몬을 포위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케에에에에!
좀비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금빛으로 물들어지며 이내 온몸에서 검푸른 칠흑이 연기처럼 흘러나온다.
검게 물든 좀비들이 난데없이 알로켄에게로 달려들었다.
‘!’
알로켄이 급히 팔을 휘둘러 핏방울을 보냈다. 사방으로 핏방울이 폭발해 좀비들을 폭사시키기 무섭게, 또 다른 좀비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좀비들의 컨트롤을 빼앗겼다!’
알로켄의 고개가 올라갔다. 마찬가지로 금빛으로 변한 눈의 시몬이 팔을 뻗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설마 저 왕관의 힘인가?’
시몬이 가볍게 숨을 토해내며 왕관을 오른손으로 붙잡고 말했다.
[나를 따르라.]우르르르르르르!
열차의 모든 객실이 있던 좀비들이 시몬의 부름에 응답했다. 열차가 좀비들로 새까맣게 뒤덮이는 모습은 알로켄의 입장에선 더없이 끔찍했다.
시몬의 뒤로 온 좀비들이 자기들끼리 뭉치고 뭉쳐서 언덕을 형성하더니 왕관을 쓴 시몬을 위로 올리기 시작했다.
‘망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냐!’
* * *
레테가 당황해서 눈을 깜빡였다.
조금 전만 해도 혈천교 신도들과 함께 싸우던 좀비들이 이상한 외침에 반응하더니, 단 한 마리도 빠짐없이 창밖으로 나가서 천장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나야 신도들만 상대해서 좋긴 한데, 무슨 일이야?’
타다닷.
그때 정면의 객실에서 누군가의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레테가 멈칫하며 경계했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건 심문관 복장을 입고 안경을 쓴 30대 여자. 레테의 신체검사를 했던 그 여성 심문관이었다.
“나 참, 놀래라.”
레테가 전투 자세를 풀며 안도했다. 심문관도 그녀를 알아보고는 소리쳤다.
“사제님! 무사하셨군요!”
“당연하죠. 그보다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심문관들은 대체 뭐하는 검까?”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며, 면목 없습니다. 지금 내부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습니다.”
“저쪽부터는 내가 다 쓸고 왔으니까 같이 머리칸으로 가요. 일단 주모자를 찾아서 죽여야 해요.”
“네, 이쪽으로.”
그녀의 안내에 따라 레테가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때 레테 앞에서 굽신거리던 심문관의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 레테가 지나가기 무섭게 그녀의 목덜미로 손날을 휘둘렀다.
탓.
기다렸다는 듯 팔을 뻗어 막아낸 레테가 허리를 틀며 발차기를 날렸다. 심문관도 팔을 세워 가드했다.
쩌어어어엉!
발차기에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광풍이 객실에 휘몰아쳤다. 커튼이 흔들리고 유리컵들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심문관의 몸이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역시.”
레테가 히죽 웃었다.
“상식적으로 이런 규모의 테러를 혈천교 놈들끼리만 성공시킬 수 있을 리가 없지. 당신이 내통자임까?”
그때 심문관의 몸에서 신성이 부스터처럼 일어나 순식간에 레테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손바닥이 레테의 복부를 후려쳤다.
‘?!’
터어어어어엉!
레테의 몸의 디귿 자로 꺾여 날아가 반대편의 벽에 부딪혔다.
그녀의 몸이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으며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와윽! 씨! 이 여자 X나 세!’
심문관이 연속 동작처럼 팔을 휘둘렀다.
레테가 부딪힌 벽에는 미리 심문관이 그려놓은 신성 마법진이 전개되어 있었다.
절그렁!
절겅!
벽이 꿀렁거리며 족쇄처럼 변하더니 순식간에 레테의 두 팔과 다리를 봉인구처럼 봉쇄했다.
“뭐, 뭐야?”
레테가 몸을 들썩이며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이 씨! 무슨 짓이야! 이거 빨리 풀어어어!”
“후훗.”
그제야 본색을 드러낸 심문관이 팔짱을 낀 채 느긋한 걸음걸이로 레테에게 다가왔다.
“에프넬 1학년이라고 했지? 귀여워라.”
그녀가 레테의 뺨을 어루만지며 혓바닥으로 입술을 훑었다.
순간 레테의 눈에 살기가 피어올랐지만, 간신히 분노를 참으며 뇌까리듯 말했다.
“이러는 이유가 뭠까?”
“?”
“이단 심문관 정도 되는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여신을 배신하고 근본 없는 혈천교랑 붙어먹는 거냐고.”
그녀는 요염하게 웃으며 레테의 교복 상의를 붙잡아 살짝만 올렸다. 하얀 배와 배꼽이 그대로 드러났다.
“신체검사 할 때 기억나?”
“뭐?”
갑자기 뭔 헛소리냐는 듯 레테가 인상을 구겼다.
“얼굴을 붉힌 채 부끄러워하면서 내 앞에서 알몸이 되는 모습이 참 귀여웠는데.”
“아하하. 나 참.”
레테가 헛웃음을 흘리더니 알 만하다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당신, 여자를 좋아하는 쪽이었어?”
“정답.”
상대적으로 성에 대해 자유분방한 분위기인 암흑연합에서는,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 정도는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종교를 기틀로 세워진 신성연방은 그런 게 없었다. 오히려 규율로 엄격하게 금지했고 철저한 탄압의 대상이었다.
레테가 혀를 찼다.
“당신도 참 불쌍함다. 그런 걸 숨기고 신앙 생활하려면 애로사항이 꽃필 수밖에 없죠.”
“그래,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그냥 시골에서 농사짓는 일반인이라면 쉬쉬하면서 숨기면 그만이겠지만, 신성관을 통과한 프리스트에게는 소문만 잘못 나도 출셋길이 막힌다. 사실로 밝혀지면 처형을 피할 수 없다.
심문관인 그녀 또한 그랬다. 에프넬에만 못 갔을 뿐이지, 프리스트인 부모 밑에서 자라 엘리트 코스를 척척 밟아온 그녀가 궂은일을 하는 이단 심문관이 된 것도 사실은 좌천이었다.
최근에는 사태가 점점 더 커져서 재판까지 열리게 됐다.
증인으로는 그녀가 범하려고 했던 여성 신도가 나온다. 이대로 재판에서 패해서 동성애자 판결이 나면 사형 선고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단 놈들이랑 붙어먹고, 이런 사태를 꾸몄다?”
“내 살길을 찾을 뿐이야.”
심문관이 그렇게 말하며 레테의 턱을 들어 올렸다. 레테가 차가운 표정으로 뇌까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번 일은 선 넘었지. 여신의 천벌이 두렵지도 않으심까.”
“두렵지. 하지만 신기하지 않니?”
그녀가 반대쪽 손바닥을 펼쳤다. 신성이 일어나고 있었다.
“교황과 에프넬은 경전의 내용을 근거로 동성애를 억압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악행이라고 규정하지. 하지만 내 힘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나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졌을 때 더 커졌어. 이게 뜻하는 바가 뭐라고 생각해?”
“…….”
“그래! 여신께서 날 버리시지 않으신 거야! 여전히 나와 함께해 주시는 거라고! 그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심문관의 표정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여신의 뜻을 왜곡하고 조종하고 있는 건 교황과 에프넬 쪽이다.”
“…….”
“나는 이단이든 뭐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에프넬을 무너뜨릴 생각이야. 그리고 나만의 낙원을 만들 거다!”
레테가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푹 쉬었다. 심문관의 말에도 전혀 놀라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주 가까이에 여신을 믿지 않은데도 신성을 쓰는 놈도 있으니, 뭐.’
레테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신성을 잃지 않았다고 해서, 전부 당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는 건 쓰레기 같은 독선임다.”
“뭐?”
“당신은 그냥 자기 합리화를 위해 신을 이용할 뿐이야. 신성을 잃지 않았다는 게, 어째서 신의 허락을 받은 것으로 단정하지? 그 논리대로라면 동성애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왜 신성이 꺼지지 않는데? 역겨울 정도로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야.”
신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논리로 인간의 관점에서 신의 뜻을 해석하는 건, 지극히 신성모욕적인 행위일 뿐이다.
“그런데 너.”
심문관이 혀를 달싹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듣고도 여유 있다?”
그녀의 손이 레테의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
레테가 여전히 무표정이자, 심문관은 키득거리며 그녀의 셔츠 단추를 사락거리며 풀기 시작했다.
저 차가운 소녀의 표정을 엉망으로 망가뜨릴 생각에 심문관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사로잡힌 주제에 잘도 지껄여요. 두렵지 않니?”
“하, 내가 왜 두려워해야 함까.”
레테가 냉소했다.
“정보는 잘 들었슴다.”
“!”
화아아아악!
창밖에서 새하얀 불꽃이 심문관에게로 날아왔다.
“크윽!”
간발의 차로 신성 보호막을 펼쳤지만 그녀의 몸이 뒤로 수십미터 밀려났다. 어느새 창밖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건 레테의 신수인 ‘란’이었다.
‘시, 신수? 어느 틈에!’
화아아아아아악!
꼼짝없이 묶여 있는 줄 알았던 레테의 몸이 축복으로 뒤덮였다. 그녀가 움직이자 벽면의 구속구들이 가볍게 뜯겨나갔다.
“좀 당해주는 척하니까 아주 머리끝까지 기어올라요.”
란이 날아와 레테의 오른 팔을 휘감았다. 이내 새끼 백룡이 입에서 프리즘 빛깔의 신성검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자꾸 논점을 흐리는데, 난 당신의 성적 정체성엔 관심이 없어. 중요한 건 네가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킨 끔찍한 범죄자란 거야.”
생전 느껴본 적 없는 고순도의 신성에 심문관이 진땀을 흘렸다.
레테는 검을 세우며 히죽 웃었다.
“죽을 준비는 됐냐? 이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