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8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81화
-캬아아아아악!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우글거리는 좀비 떼가 괴성을 터뜨리며 몰려드는 모습은 폭풍우 몰아치는 밤바다를 연상케 했다.
연신 피폭발을 터뜨리며 도망치는 알로켄은 그 속의 위태로운 작은 배나 다름없었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좀비들은 열차의 위아래, 좌우 방향을 가리지 않고 돌진해 왔다. 알로켄은 사방에서 밀려드는 검은 파도와 끝없이 싸우는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열차에 들러붙는 새로운 좀비들이 전부 왕관을 쓴 남자의 통제하에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유다! 응답해!”
알로켄은 연신 주위로 핏방울을 흩뜨리는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 통신 수정구를 들었다.
-여기는 유다. 상황은 종료됐습니까?
수정구에서 태연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상한 네크로맨서가 난입해서 좀비들의 컨트롤을 빼앗아 가고 있다! 지금 당장 좀비들의 이동을 차단해!”
-무슨 소릴 하시는 거죠? 피의 성배로 움직이는 블러드 좀비의 컨트롤을 어떻게 다른 사람이 뺏어간단 겁니까?
“그딴 건 나도 몰라! 빨리……!”
쩡!
좀비가 휘두르는 팔이 알로켄의 통신 수정구를 박살 내버렸다. 그가 으아악! 분노하며 연신 핏방울을 날리다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뭐냐고? 저 괴물 같은 새끼는!’
알로켄의 시선이 좀비들 위에 올라탄 채 고고히 관망하고 있는 시몬에게로 향했다.
‘분명 승객 중에 저런 놈은 없었는데!’
그때 가면 속 시몬의 눈이 번뜩였다.
[붙잡아.]열차 위의 좀비들이 자기들끼리 팔다리를 이어서 긴 생체 사다리를 만들더니, 그것으로 공중으로 날아오르려던 알로켄의 발끝을 붙잡았다. 곧바로 두 마리의 좀비가 알로켄의 등으로 올라왔다.
알로켄이 피폭발로 떼어내기 전에, 시몬이 주먹을 움켜쥐는 게 빨랐다.
‘시체폭발.’
꽈아아아아앙!
검푸른 폭발이 세 마리의 좀비에게서 터져 나왔다. 막대한 데미지를 입은 알로켄이 공중에서 내려와 열차 지붕을 뒹굴었다.
“크으윽!”
그의 몸에서 새까만 살점이 후두둑 쏟아졌다. 알로켄이 입는 피해를 대신 받아주는 흑마법인 ‘미트아머’였다.
‘벌써 미트아머의 잔량이 절반 넘게……!’
바로 저게 문제였다.
좀비들의 이빨이야 미트아머로 버티면서 상대하면 그만이지만, 한 번이라도 붙잡히면 바로 시체폭발이 일어난다.
게다가 저 탈을 쓴 남자는 연산이나 마법진을 그리는 과정도 필요하지 않은 것인지, 마치 주먹만 쥐면 좀비를 폭발시키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저런 좀비술사는 본 적이 없다.
[그렇게 넋 놓고 있어도 되겠습니까?]음침하게 뇌까린 시몬이 주먹을 움켜쥐려 하고 있었다.
‘뭐야? 또 폭발할 게 있다고?’
알로켄이 다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좀비들과의 거리는 아직 멀었다. 그런데 정면이 아니라 아래에서 거대한 힘이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이런! 객실의 좀비들을 천장에 붙여서!’
꽈아아아아아아앙!
또다시 시체폭발에 휘말리며, 몸에 장착했던 대량의 미트아머를 잃은 알로켄이 비명과 함께 객실로 떨어졌다.
“끄윽! 큭!”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 좀비 몇 마리들이 객실로 난입했고 동시에 그들의 몸에서 빛이 일어나고 있었다.
알로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시체폭발을 딜레이도 없이 난사하는 거냐!’
열차 위의 시몬이 입꼬리를 올리며 손바닥을 펼쳤다.
‘출력을 세밀하게 조종해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폭발!’
투콰아아아아아아앙!
열차의 객실 하나가 통째로 터져 나간다. 열차가 끼긱 거리는 소리를 내며 좌우로 흔들렸지만 아슬아슬하게 탈선되는 사태는 면했다.
이내 연기가 흩어지며 객실이 바닥과 뼈대만 남은 폐허가 되어 있었고, 그 반대편으로 피를 철철 흘리며 도망치는 알로켄이 보였다.
열차의 꼬리칸 방향으로 후퇴할 속셈이었다.
[쫓아.]시몬을 태운 좀비들의 무리가 파도처럼 일어나더니, 긴 아치를 그리면서 이동했다.
폐허가 된 객차를 뛰어넘어 알로켄이 달리고 있는 다음 차량으로 한 번에 넘어갔다.
촤르르르륵!
이에 알로켄은 새로운 흑마법을 시전했다. 등 뒤에서 네 개의 고기 팔들이 일어나더니, 객실의 창문을 박살내고 들어가 승객들을 붙잡았다.
“꺄아아아아!”
팔에 붙잡힌 승객들이 겁을 먹고 비명을 질러댔다. 알로켄은 보란 듯이 히죽 웃어 보이고는 힘주어 승객들을 던져 버렸다.
시간을 끌기 위한 더러운 수작.
하지만 시몬은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즉시 아공간을 열고 본아머를 보냈다. 열차 밖으로 날아가던 사람들이 본아머에 차례대로 입혀졌다.
‘회수.’
시몬이 팔을 휘두르자 승객들이 다시 열차 안으로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알로켄의 표정이 굳었다.
‘대처력도 달라졌어. 처음 놈과 맞닥뜨렸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이런 와중에도 시몬을 태운 좀비들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좀비들이 아치를 그리며 알로켄의 등 뒤까지 도달했다. 시몬도 이번엔 제대로 붙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우우우웅!
도망치는 알로켄의 등 뒤로 새하얀 신성 마법진이 펼쳐졌다. 그것을 본 시몬이 혀를 차며 좀비 무리에서 뛰어내렸다.
카가가가각!
좀비들이 마법진을 통과하자, 잘 갈려진 고깃덩이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착지한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이단 심문관?’
저 멀리서 심문관 복장의 여자가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보였다. 곳곳에 상처가 있었지만 스스로 힐을 사용해 회복하는 중이었다.
혹시 날 적으로 판단한 건가? 시몬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알로켄이 버럭 소리쳤다.
“왜 이렇게 늦었나! 빨리 저놈을 처치해!”
“아니! 일부러 여기 온 게 아니라!”
콰콰콰콰콰콰쾅!
하늘에서 빛의 폭격이 다발로 내리꽂혔다. 그 폭격의 발화점에는 순백의 광풍을 이끌며 다가오는 소녀가 있었다.
‘레테!’
“자꾸 뭔 지랄이야? 네 상대는 나야!”
레테가 돌진하며 신성검을 휘둘렀다. 심문관이 연달아 결계를 펼쳤지만 검격 한 번에 수 개의 장막들이 썰려 나갔다.
‘저쪽은 레테에게 맡겨도 되겠네.’
시몬이 다시 알로켄을 응시했다. 알로켄이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키메라는 뭐 하는 거야? 저 에프넬 여자를 제거하려고 다소 무리해서 데리고 왔거늘!’
-키에에에에에!
마침 그 키메라, 헬하운드의 외침이 들렸다.
알로켄이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헬하운드의 머리가 열차 밖으로 삐져나와 철도에 부딪혀 갈려지고 있었고 그 위에 프린스가 올라타 있었다.
[하하하하! 죽어라 죽어!]무려 힘으로 헬하운드를 제압하고 있었다.
헬하운드의 머리가 철로에 갈려 나가는 모습을 보며, 알로켄은 상황의 심각함을 느꼈다.
‘대체 어디서 저런 괴물 같은 것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오는 거지?’
이렇게 되면 이쪽도 목숨을 거는 수밖에 없다. 알로켄이 손가락으로 허공을 슥슥 긋자 열차 천장에 붉은 마법진이 그려졌다.
-케그그그극!
그 위로 준비해둔 또 한 마리의 헬하운드가 나타났다.
“진정한 혈천 주교의 힘을 보여주마!”
알로켄이 핏방울을 뿌려 몰려드는 좀비들을 막아낸 다음, 헬하운드에게로 다가갔다. 헬하운드의 가슴뼈가 쩌억 벌어지더니 그대로 알로켄의 몸을 품었다.
네크로맨서의 방어 기술 ‘미트아머’의 최상위 버전.
헬하운드의 몸이 꿀렁거리며 두 발로 섰다.
뒷다리에 근육이 재형성되며 이족보행 형태로 바뀌었고, 헬하운드의 머리는 가슴으로 내려왔다. 앞다리는 온전히 손의 형태로 진화했다.
알로켄은 머리만 남긴 채 헬하운드를 입고 있는 모습으로 변했다.
“크하하하!”
그가 헬하운드의 팔을 휘두르자, 핏방울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 다시 한번 좀비들을 폭사시켰다. 저 몸뚱이가 되면서도 흑마법은 쓸 수 있었다.
‘누가 네크로맨서 아니랄까 봐.’
상당히 네크로맨서다운 흑마법. 역시 현역 네크로맨서들은 다들 미친 기술을 하나씩은 보유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윽.’
그때 시몬이 비틀거렸다.
너무 오래 왕관을 썼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좀비를 컨트롤하다 보니 슬슬 정신력에 부담이 오기 시작했다.
그사이 알로켄이 열차 천장을 주저앉히며 시몬에게 돌진했다.
시몬을 지키려고 달려든 좀비들을 거대한 몸집으로 튕겨내며, 우락부락한 주먹을 휘둘렀다. 시몬도 이를 악물고 팔을 세웠다.
‘개문!’
여섯 개의 오버로드 칼날과 헬하운드의 주먹과 중앙에서 맞부딪히며 굉음이 터져 나온다. 이내 주먹이 옆으로 비틀리고, 칼날들도 텅! 소리와 함께 흩어진다.
그사이에 좀비들이 헬하운드의 몸으로 기어올랐고, 시몬이 뒤로 물러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시체폭발!’
꽈아아아아아앙!
연달아 검푸른 폭발이 터져 나왔지만, 알로켄은 두 팔로 머리만 가린 채 멀쩡하게 폭발 속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털썩.
시몬이 숨을 헐떡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머리에 쓴 왕관이 열차 천장에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알로켄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래. 그런 대단한 힘을 가진 아티팩트에 아무런 대가가 없을 리 없지. 네 분수에 맞지 않는 힘을 휘두르려다간 그렇게 되는 거야.”
시몬이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들었다. 그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뭐?”
그러고 보니.
알로켄이 고개를 돌렸다.
……열차가 멈췄다.
‘이 무슨!’
어느새 열차 아래에 무수한 좀비들이 힘으로 열차를 막아서 멈춰 세운 것이다.
“자.”
왕관을 다시 집은 시몬이 자리에서 좀비처럼 휘청이며 일어났다. 그러곤 멋들어진 동작으로 왕관을 다시 썼다.
[이제 진짜로 간다.]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멈추어진 열차 너머로 좀비들이 새까만 해일이 되어 솟구쳐 올랐다. 그 모습을 보던 모든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를 따르라.]시몬의 명령과 함께 수천의 좀비들이 일제히 알로켄에게 달려들었다.
알로켄이 도망치면서 사방에 핏방울을 흩뿌렸다. 검은 파도가 한 차례 알로켄을 뒤덮었지만 피폭발로 빠져나온 그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없어! 일단 여기서는 물러나…….’
그때.
공중으로 떠오르는 알로켄보다, 더 높은 곳에서 아치를 그리고 있는 좀비떼가 그의 정면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설마! 방향을 읽힌 건가!’
[공중으로 도망치는 패턴이 항상 똑같아. 당신.]시몬이 이빨을 보이게 웃으며 손바닥을 펼쳤다.
바로 이때, 레테와 싸우고 있던 심문관이 알로켄의 정면으로 다시 한번 신성 마법진을 펼쳤다. 그녀도 알로켄이 당하면 승산이 없다는 걸 아는 것이다.
‘됐다! 훌륭한 어시스트야!’
공중에 뜬 알로켄. 신성 결계. 그리고 아치를 그리며 떨어지는 좀비 무리.
이번에도 좀비들이 결계를 통과하며 갈려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시몬이 눈을 감으며 읊조렸다.
아니, 이걸로도 모자라다.
[나는-]뚜렷하다.
아무런 잡념도 없이 궁극적인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이 순간, 시몬은 무엇보다 즐겁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전능(全能)하다.]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시몬의 왕관에서 거대한 신성이 폭사했다.
시몬의 금빛 눈동자에 흰색이 섞여 나왔다. 그러자 뛰어들던 검은 연기를 뿌리던 좀비들이 전부 하얗게 탈색됐다.
“무슨!”
신성을 일으키는 좀비 무리가 신성결계를 아무 저항 없이 통과해 알로켄의 몸을 붙잡고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쿠우우웅!
알로켄이 바닥에 떨어지고 수많은 신성 좀비들이 알로켄의 몸을 뒤덮었다.
거대하고 하얀 좀비의 산이 만들어졌다. 그와 동시에 심문관을 제압해서 기절시킨 레테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몸이 전율로 떨렸다.
‘……여신이시여.’
몸을 추스르고 전투를 돕기 위해 천장으로 올라온 메틴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꼬리 칸에서 신도들을 모두 무찌르고 창밖을 본 엘렌의 동공이 흔들렸다.
‘……시몬!’
왕관을 붙잡은 시몬이 심호흡을 하며 왼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이 모습을 보고 있는 모두의 시선도 뒤따라 위로 향했다. 시몬의 머리 위로 무수한 신성 마법진이 하늘을 뒤덮을 듯 펼쳐졌다.
콤펠로.
진리에 다다르는 절대적 통찰.
마법진의 수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 수천 번씩 바뀌면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연산을 마친 결과, 무수한 마법진들이 전부 사라지고 시몬의 손 앞에 단 하나의 신성 마법진만이 남게 됐다.
[성체(Celestial)―]시몬이 성호를 그리고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폭발(Explosion).]세상이 하얗게 일변하고, 그 이어 빛과 어둠이 연달아 터져 나오는 폭발은 소리마저 삼켜 버리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무색 무취 무음.
순백의 대폭발.
이어지는 후폭풍만이 열차를 뒤흔들고 숲을 뿌리 뽑았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꺄아아아아악!”
“크윽!”
승객들이 자리에 엎드렸다.
유리창이 깨지고 물건들이 날아다닌다. 뭐가 뭔지 알 수도 없었다.
고오오오오!
거대한 후폭풍이 지나간 뒤, 시몬은 하늘을 향해 뻗은 손을 천천히 내렸다.
한 줄기의 눈부신 광명이 그를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