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8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85화
시몬과 프린스의 활약으로, 신성열차는 무사히 혈천교의 추격에서 빠져나갔다.
연료도 충분해서 따라잡힐 염려도 없으니 완전히 추격을 뿌리쳤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이제 계획대로, 시몬과 레테는 열차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했다.
“정말 가시는군요.”
“네.”
짐을 챙긴 시몬과 레테가 열차의 뻥 뚫린 벽 앞에 섰다.
메틴과 엘렌, 그리고 같이 놀던 1등실 소녀들과 3등실 아저씨들, 열차를 방어해주는 데 적극 협조해 주었던 다른 객차의 프리스트들까지. 그들을 아는 많은 사람이 배웅하러 나와주었다.
“이번 일은 제게 큰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메틴이 말했다.
“슬럼프가 와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겁니다.”
“네, 응원할게요. 사제님.”
“후회하지 않도록 사십쇼.”
메틴이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다. 엘렌이 시몬에게 다가오며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또 헤어지네요. 더 같이 지낼 줄 알았는데.”
엘렌이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자 시몬이 빙그레 웃었다.
“나중에라도 여기 찾아올 일이 있을 거야. 그때는 잘 부탁해.”
“네! 그때야말로 제가 가이드 해드릴게요!”
“그리고.”
레테가 허리에 손을 올리며 웃었다.
“나한테 또 사칭하는 거 걸리면 그땐 진짜 얄짤없슴다 선배.”
“레테에게만 안 걸리면 되는 거죠?”
하하하!
상황을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자작한 웃음을 흘렸다. 시몬은 그동안 정든 사람들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시몬이 말했다.
“나중에 마주쳐도 아는 척하지 마십쇼.”
레테가 틱틱거렸다.
사람들의 작별인사를 받으며, 두 사람은 각자의 다리에 칠흑과 신성을 일으키며 열차 밖의 어둠 속으로 뛰어내렸다.
“가버렸네요. 정말 괜찮겠죠?”
엘렌의 물음에, 메틴이 담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두 분이라면 반드시 전쟁을 막아주시리라 믿습니다.”
* * *
멋지게 열차에서 뛰어내린 뒤, 모양 빠지게 풀밭을 뒹구는 시간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무사했다. 그들은 어둠을 가림막 삼아 발소리를 줄이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제 나와도 돼. 프린스.”
시몬이 아공간을 열어주자 프린스가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왔다.
[아으으, 역시 아공간은 비좁아!]가볍게 옷에 묻은 먼지를 턴 그는, 옆에서 질색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레테를 발견했다. 프린스가 울컥해서 말했다.
[뭐! 또 뭐!]“……아, 진짜 적응 안 됨다. 언데드 따위가 말을 하고 성질을 부리다니.”
시몬이 어깨를 으쓱했다.
“암흑연합의 학자들도 에이션트 언데드에 대해서는 밝혀낸 바가 아무것도 없대.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야.”
[나를 뭔 연구대상처럼 이야기하고 있냐! 난 위대한 좀비왕자라고!]제 가슴을 두들기며 화를 내던 프린스가 이내 내가 참는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됐고, 이번엔 뭘 하면 되는데?]“그냥 비좁고 심심할까 봐 불렀어. 보는 사람도 없으니 바람이나 좀 쐬라고.”
[뭐어? 심심? 위대한 에이션트 언데드에게 그딴 감정은 없다!]“그럼 다시 들어가든가.”
[싫어! 지루하단 말이다!]“……?”
평행을 달리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레테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확실히 학자들조차 밝혀낸 바가 아무것도 없을 법한 괴이의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괴이함이 이 사람만 하겠느냐마는.’
레테가 힐끔 시몬을 바라보았다. 화내는 프린스를 달래던 시몬이 무슨 일이냐는 듯 미소 짓자 레테는 홱 고개를 돌려 버렸다.
“시간 없슴다. 출발하시죠.”
세 사람은 철길과 조금 거리를 두고 밤길을 걸었다.
한 시간 정도 빠른 걸음으로 걸으니 곳곳에서 횃불이 보이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열차를 습격했다가 따돌려진 혈천교의 추격대들이었다.
레테가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추격에 실패했으니 이제 놈들도 근거지로 돌아갈 검다. 거리 넉넉하게 두고 따라가죠.”
그렇게 말하며 한 걸음 내딛던 레테가 화들짝 놀라며 허우적거렸다. 풀밭에 엎드려 있던 좀비가 이를 드러내며 기어오고 있었다.
[저리 가.]하지만 프린스의 그 한마디에, 좀비는 말 잘 듣는 순한 양처럼 다른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 심장아.”
레테가 씩씩거리며 돌아가는 좀비의 등을 노려보았다. 맘 같아선 신성 창을 등짝에 마구 꽂아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겁쟁이.]프린스가 킥 웃었다.
“오냐. 너부터 정화해 주마.”
레테가 팔을 걷어붙였다. 그들이 싸우려 하자 시몬이 얼른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며 레테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그 지인분은 언제쯤 도착하시는 거야?”
“아.”
그녀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지금 돈을 물처럼 쏟아부으면서 텔레포트 마법진을 연달아 타고 오고 있다니까, 적어도 오늘 새벽 안으론 도착하시겠네요.”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늘 새벽? 그렇게 빨리?”
“네, 그 사람이 이 정도로 만사 제쳐두고 이쪽으로 오고 있는 걸 보면 사태가 심각하긴 한가 봐요.”
“두 번 확인하겠는데, 진짜 믿을 만한 사람인 건 맞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안나 선생님 다음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이에요. 뭣보다 신성연방에 상당한 영향력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은 이 사람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어요.”
* * *
혈천교 본부, 5층.
그곳은 시뻘건 피의 웅덩이가 가득한 장소였다. 곳곳에 말라붙은 미라들이 퍼질러져 있고 벽과 천장에는 두 팔이 사슬에 붙들린 실험체들이 가득했다.
이곳은 언데드 실험실이었다.
혈천교의 주교, 유다는 철침대에 누운 실험체에 핏방울을 떨어뜨리며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다.
-기이이이익!
실험체가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더니 결국 몸의 모든 구멍에서 악취가 뒤섞인 배설물을 싸지르며 축 늘어졌다. 유다가 입고 있는 흰 의사가운에도 연신 핏방울이 튀었지만, 핏방울들은 부드럽게 가운에서 미끄러져 내려 바닥에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그는 무척이나 깨끗한 상태를 유지했다.
“531번째 실패.”
유다는 무덤덤하게 서류판을 들고는 체크 표시를 해나갔다.
“주교님. 실험 중에 죄송합니다.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둠 속에서 신도가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유다는 연구일지에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놓쳤습니까?”
“……예. 송구합니다.”
“말했지 않습니까. 추격대를 보내봐야 소용없을 거라고.”
유다가 도구 상자에서 깨끗한 메스를 들었다. 그러고는 옆의 철 침대에 묶여 있는 새로운 실험체의 살갗을 서걱서걱 썰기 시작했다.
“알로켄을 붙잡을 정도의 강자가 열차에 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멈춰있는 신성열차를 다시 움직이게 할 방법도 알아냈겠죠.”
그가 잘게 싼 핏덩이를 검지와 엄지로 붙잡아 들어 올리고는 세밀하게 살폈다.
신도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승객들이 무사히 빠져나갔으니, 날이 밝는 대로 신성연방의 전력들이 본부로 몰려올 것이라 사료됩니다.”
“그렇겠지요.”
유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실험체는 폐기하십시오.”
“예.”
“그리고 조금 더 서둘러서 다른 본부로 이전해야겠군요. 텔레포트 마법진을 준비하세요.”
“주교님! 주교님!”
또 다른 신도가 달려와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보고했다.
“큰일 났습니다! 텔레포트 마법진이……!”
신도의 보고를 들은 유다는 직접 실험실 밖으로 나와 본부 내의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이동했다.
그곳의 신도들이 당황한 기색으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마법진이 전부 무력화됐다고요?”
“……예.”
“이런 일을 간단히 해낼 수 있는 자들이라면 하나뿐입니다.”
유다가 안경을 눌러쓰며 미소 지었다.
“심문청장 레이트가 오고 있습니다.”
그 말에 신도들 사이에서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교, 교주님! 어째서 놈들이 벌써……!”
“계획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아직 정보를 풀지도 않았는데!”
“글쎄요.”
유다가 등을 돌리자 그가 입고 있던 흰 가운이 바람에 펄럭였다.
“그쪽에서 우리들의 정보를 먼저 수집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유다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태연했다.
“차라리 잘됐군요. 성전을 준비하십시오. 이 기회에 이단 심문관들을 전부 쓸어버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그 말씀은…….”
유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여신의 사도들을 부르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신도들이 격렬한 함성을 내질러 댔다. 방금 이단 심문관이란 말에 겁을 먹어 떠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모든 인원을 집결시켜 방어태세를 갖추세요. 사도들이 출현하는 데까지만 버티면 우리의 승리입니다.”
“예!!”
“위대한 여신께 영광을!”
광신도처럼 날뛰는 사람들을 내버려 두고, 유다는 홀로 계단을 올랐다.
달칵!
홀로 방 안으로 들어온 그는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걸었다. 그러곤 주문을 외우면서, 이빨로 손가락을 찢어서 자신의 피를 떨어뜨렸다.
핏물이 바닥에 마법진을 그려나갔고, 이내 마법진이 바닥을 찢으며 이질적인 시뻘건 포탈을 형성했다.
“나는 면접 준비를 해야 해서 이만. 여러분의 희생이 의미 있기를 빌겠습니다.”
혼잣말을 중얼거린 유다는 이내 포탈 속으로 몸을 던졌다.
유다가 들어간 뒤, 포탈은 닫혔다.
* * *
“청장님. 텔레포트 무력화 마법진 설치가 끝났습니다.”
“그래.”
바위에 앉아 있던 거구의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네크로맨서 잡는 전쟁광, 현 심문청장 레이트였다.
“얼마나 넓게 쳤지?”
“혈천교 본부를 중심으로 반경 10㎞ 내에 그 어떤 종류의 텔레포트도 불가능합니다.”
“알았다.”
오래 기다렸다.
그가 회색 망토를 휘날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심문청 직속, 500명의 최정예 이단 심문관들이 각종 무기와 고문도구를 들고 서 있었다. 입에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마스크를 차고 있었고, 하나같이 피에 굶주린 개처럼 비이성적인 눈빛을 번뜩이고 있었다.
지옥 같은 정신 개조를 통해 만들어진 신성연방의 살육 기구들. 여신과 레이트의 명령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식도에 칼을 쑤셔 박을 각오가 되어 있는 광신도들이었다.
“세상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레이트가 연설을 시작했다.
“위대하신 여신께서 만든 세상에, 여신을 부정하는 자들이 버젓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구더기들과 같은 하늘 아래에 공생하며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 심지어 그들은 세상의 절반을 차지한 채, 만민을 어지럽히고 수많은 악을 낳고 있다. 우리는 왜.”
그의 눈빛에 살심이 치밀었다.
“악충이 살아 숨 쉬는 꼴을 가만히 바라만 봐야 하는가.”
쿵!
심문관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발을 구르며 각자의 무기를 가슴 앞에 세웠다.
“전쟁이 두려워서? 선량한 주민들이 희생당해서? 우리도 큰 피해를 입으니까? 개소리다! 희생 없는 승리는 없다! 우리는 여신의 신도들이고 여신은 우리를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확신한다.”
그의 몸에서 투기 섞인 신성이 흘러나온다.
“여신께서는 심판을 원하시고 계신다.”
쿵!
“희생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
쿵!
“이번 일을 시작으로, 우리는 역겨운 악충들과의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눈에 실핏줄이 부득부득 일어난 레이트가 팔을 뻗었다. 공간이 벌어지며 그 안에서 십자가 형상의 초대형 광선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을 베는 검. ‘로열 크로스’.
3미터가 넘는 키의 레이트가 팔을 머리 위까지 치켜들어야 간신히 들어올릴 수 있을 정도로 컸다. 마치 십자가 모양의 건물 한 채를 등에 짊어진 것만 같은 모습이다.
“가자. 이단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물어뜯어라!”
레이트와 전쟁광들이 혈천교의 본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