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8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88화
“내가 아는 어떤 사람과 많이 닮았네요?”
사근사근하게 사람을 대하던 이스라필의 분위기가 한순간 바뀌었다. 시몬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레테도 당황했는지 토끼 눈이 되어 있었다.
시몬은 침착하게 생각에 잠겼다.
‘나랑 닮은 사람? 혹시 부모님을 아시는 걸까?’
그냥 지나가는 투로 ‘너 누구 닮았다’고 말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녀의 목소리나 표정은 무척이나 엄숙했다.
이미 그녀 나름의 정답을 찍어놓고 그것을 확인하는 절차. 화제를 돌리거나 논점을 흐리는 화술은 사용해봐야 역효과가 나올 게 분명했다.
‘대답을 엄청 잘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람은 좋아 보였지만 상대는 에프넬의 성녀. 암흑연합 최대의 적이다. 절대 방심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시몬은.
“제가 닮았다는 분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벌어진 사자의 입속으로 대가리를 밀어 넣기로 했다.
“성녀님이 지금 예상하시는 바가 맞을 겁니다.”
시몬은 그렇게 말하며 집중해서 그녀의 표정을 관찰했다.
일단은 그녀가 나를 보고 닮았다는 자가 부정적인 자인지, 긍정적인 자인지. 그걸 알아야 했다.
“…….”
떨리는 동공에는 망설임이 느껴진다. 입꼬리는 달싹달싹. 사고가 얼어붙었는지 목소리가 아주 약간 뭉개졌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천만 다행스럽게도, 이건 부정적인 제스쳐는 아니다. 지금 대해야 할 타당한 행동과, 속마음이 충돌하고 있는 거니까.
‘이제 됐어. 절대 내 입으로 먼저 이야기해서는 안 돼.’
시몬은 인내를 갖고 입을 일자로 다문 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입이 열렸다.
“그렇군요.”
그녀가 시선을 돌려 레테를 응시했다. 약간은 힐난하는 눈빛, 레테가 움찔하며 말했다.
“이스라필 님! 저는……!”
“가만히 있으세요 레테. 어쩐지. 방학 중에 찾아오라는 내 제안도 거절하고 먼 곳에 간다더니.”
그녀의 시선이 시몬으로 향했다.
“다시 묻겠습니다 스카 사제. 당신이 안나의 아들입니까?”
이스라필의 사고는 합리적이었으리라. 시몬은 고개를 숙였다.
“예. 병에 걸린 어머니를 구하러 이곳에 왔습니다.”
와락!
시몬은 스스로의 눈을 의심했다. 이스라필이 다가와 대뜸 자신을 끌어안은 것이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에 시몬의 몸이 빳빳하게 굳었다.
“아아.”
팔을 푼 이스라필이 감격한 눈으로 시몬의 얼굴을 살폈다.
“웃어보세요.”
“네?”
“웃어봐요. 빨리.”
뭔가 안달이 난 듯한 목소리. 시몬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애써 최대한 웃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아.”
그녀의 새까맣기만 한 동공에 감동이 깃들었다.
“웃는 얼굴이 안나 언니와 똑 빼닮았습니다.”
이스라필이 그렇게 말하며 시몬을 다시 꼭 끌어안아 주었다.
이상하게도 안나와 닮았다는 그녀의 말에, 시몬도 잔뜩 경계하고 있던 마음의 벽이 모래알처럼 무너져 내리는 게 느껴졌다.
“실례지만 저희 엄마와 어떤 관계신가요?”
“글쎄요.”
다시 눈을 감아 새까만 눈동자를 숨긴 이스라필이 부드럽게 웃으며 시몬에게서 떨어졌다.
“피가 섞이지 않은 자매관계.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네요.”
“아.”
시몬도 마주 웃었다.
“그럼 이스라필 님이 제 이모가 되는 거네요.”
“!”
그 말에 이스라필이 공중으로 수 미터나 솟구쳐 올랐다가 내려왔다.
“다시! 다시 말해보세요!”
“이, 이모?”
“호호호호!”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레테는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렇게 신나 하시는 이스라필 님은 처음 봐. 뭐야?’
레테가 그녀에게 시몬에 대한 이야기를 비밀로 한 이유가 있었다.
이스라필에게 조력을 요청해서 안나와 시몬을 도와달라고 하면, 레테뿐만이 아니라 이스라필도 여신에게 죄를 짓게 되는 거였다. 죄를 짓는 사람은 한 명이면 족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스라필은 평소 안나에 대해 어떤 의견도 피력하지 않았다.
신성연방에 있어, 안나는 네크로맨서와 붙어먹고 신성한 성녀의 의무를 저버렸으며, 조국을 배신한 이 갈리는 배신자다. 성녀인 이스라필이 안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였다.
이스라필이 입을 열었다.
“나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최근 신성연방과 암흑연합의 사이가 극도로 나빠져서, 모든 물류가 엄격하게 통제됐었죠. 매년 공급받던 치료제가 제대로 안나 언니에게 돌아갈지 염려했었는데.”
그녀의 시선이 레테에게로 향했다.
“스카 사제. 우리 조카가 치료제를 구하러 국경을 넘었고, 레테가 그를 안내해 주고 있었다. 이렇게 생각해도 될까요?”
“아, 아뇨! 치료제는 제가 이미 안나 선생님께 전달해 드렸어요! 지금은 다른 문제가 생겼는데요……!”
레테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던 이스라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나 언니에게 정화의 정수가…… 그랬군요. 그래서.”
이스라필이 허리에 손을 올렸다.
“수술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화이트 리프’를 얻기 위해 생명의 나무로 가려고 했다고? 너무 무모해요. 그걸 어떻게 얻으려고 했죠?”
시몬과 레테가 슬쩍 불안한 시선을 교환하자, 이스라필이 목소리를 높였다.
“눈치 보지 말고 말하세요!”
갑자기 혼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당황한 레테가 우물쭈물하자 시몬이 대신 입을 열었다.
“저희가 생명의 나무가 있는 곳까지 찾아가서 나무의 관리자들과 거래하려고 했습니다.”
시몬이 품에서 고대 제국의 동전들을 꺼냈다.
“만에 하나 거래에 실패한다면, 훔치려고도 생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스라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젊은 혈기라고 해도 정도가 있지! 생명의 나무가 있는 산은 6급과 7급 몬스터들이 득실거려요! 거길 학생 둘이서 뚫으려고 했다고요?”
그 말에 레테가 발끈하며 끼어들었다.
“제 실력 아시잖아요! 저라면 할 수 있……!”
“레테는 입을 다물도록 하세요. 방학 끝나고 에프넬에 돌아가면 금식 한 달이에요.”
레테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자체 금식 석 달에 성녀의 명령으로 또 한 달 금식까지. 한 학기 내내 밍밍한 미음만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라필이 시선을 돌려 시몬을 보았다.
“물론 내 형부 되는 그 네크로맨서라면 뭔가 방법을 마련했겠지만…….”
시몬이 움찔한 표정을 지었다.
“어른으로서, 아이들끼리 그런 위험한 곳에 가는 걸 나는 허락할 수 없어요.”
“이스라필 님! 저희는 꼭…….”
“내가 구해줄게요.”
“네?”
시몬이 당황한 소리를 내자 이스라필이 빙그레 웃었다.
“나는 이 신성연방에서는 반신의 존재예요. 이곳에서 내 힘으로 불가능한 일이란 없죠. 반드시 구해내겠어요.”
신뢰가 뚝뚝 묻어나오는 한마디였다. 그녀의 말대로 성녀가 직접 나서준다면 이 땅에서 불가능한 일이 뭐가 있을까?
감격한 시몬이 얼른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스라필 님!”
그 말에 이스라필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근처에 내가 구매한 별장이 있어요. 그쪽으로 가죠.”
이스라필이 손가락을 움직이자 세 사람의 몸이 물방울로 뒤덮였다.
* * *
이스라필이 데리고 온 별장은 바닷가가 보이는 고즈넉한 나무집이었다.
시몬과 레테는 이틀간 이곳에서 생활했다. 그간의 여행과 전투로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는지, 시간 대부분을 잠만 자는 데 썼다.
확실히 이런 몸 상태로 생명의 나무까지 갔으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틀 후 이스라필이 돌아왔다.
“내가 구해온다고 했죠?”
그녀가 상자를 열자, 붉은 쿠션 안에 든 흰 나뭇잎이 보였다.
놀랍게도 잎에서는 은은한 신성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특유의 무늬도 리처드가 묘사한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시몬의 팔이 벌벌 떨렸다.
‘이걸 이렇게 쉽게 구하게 될 줄은!’
이스라필은 상자를 열고 기대하는 눈으로 시몬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시몬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모!”
이스라필은 입꼬리를 길게 올리는 정도였지만, 레테는 저게 엄청난 기쁨의 비명이라는 걸 알고는 킥킥댔다.
세 사람은 저녁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스라필 님.”
“네, 말하세요.”
“저희 엄마랑은 피가 섞이지 않은 자매라고 하셨잖아요? 엄마랑은 어떤 관계인지 궁금해요.”
“아하. 그걸 설명 안 했군요.”
그녀는 엄밀히 말하면 진짜 시몬의 이모는 아니었다.
원래 이스라필은 성녀 시절 안나의 몸종이었다고 했다. 고아였던 레테처럼 갈 곳 없던 이스라필을 안나가 거두어들인 것이다.
안나는 이스라필의 재능을 눈여겨봤다. 안나가 성녀로 올라서면서 비어 있는 크로스 가문의 장녀 자리를 이스라필에게 주었고, 안나가 에프넬에 입학할 때에는 직접 교황에게 부탁해서 몸종에 불과한 이스라필이 에프넬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주종관계였던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로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했다.
-언젠가 네가 내 뒤를 이을 거란다. 이스라필.
당시 스타 중의 스타였던 안나가 그렇게 말했을 때, 이스라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녀도 안나의 뒤를 이어 차석으로 졸업했지만, 그래도 안나의 재능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때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안나는 어느 날 큰 사건에 휘말렸고, 종적을 감추었다. 그리고 네크로맨서와 결혼하고 성녀를 포기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에프넬에서는 신권에 대한 존엄과, 성녀들의 권위가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안나가 전투 중에 순교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기적의 정수는, 수많은 성녀 후보자들을 지나서 이스라필에게 왔다.
그렇게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궁금하네.’
이스라필의 추억담을 듣던 시몬이 턱을 괬다.
‘엄마의 성녀 시절은 어땠을까?’
시몬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레테나 이스라필 등 안나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타나 손을 빌려주고 있었다.
이제는 적이라고 해도, 그들은 아직도 안나를 잊지 않고 있었다.
키젠의 소문난 악동이자 군단장이었던 리처드의 학창 시절도 궁금했지만, 에프넬에 다니던 안나의 성녀 시절도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녀인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우습지만.”
이스라필이 포크를 들고 말했다.
“앞으론 신성연방의 그 누구에게도 안나라는 이름을 대거나 당신이 먼저 정체를 밝히는 일은 없도록 해요. 정말 위험한 행동이었어요.”
그녀의 지적은 타당했다.
이스라필은 신성연방에서는 별종이었고, 프리스트들 중에서는 심문청장 레이트 같은 극단적인 광신도들이 훨씬 더 많았다.
배신자 안나의 이름이 나오면 이를 갈고 죽이려 들 것이다.
“나와 레테는 다소 사적인 관계로 얽혀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당신은 네크로맨서예요. 프리스트를 만나면 무조건 경계하고, 싸워서 쓰러트릴 각오를 하세요. 당신을 위해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앞으로는 네크로맨서로서 자각을 가지고 피아식별을 확실히 하라는 이야기였다.
만약 이렇게 레테의 지인으로서 만난 게 아니라, 전장에서 만났다면 시몬은 이스라필에게 죽을 수도 있었다.
물론 미래에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시몬은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래도 두 분 같은 분들이 있단 사실에 전 희망을 느껴요.”
“호호호! 우리 조카는 말도 참 예쁘게 해요.”
‘……아, 뭐지?’
워낙 이스라필이 시몬만 예뻐해 주다 보니 레테는 뭔가 자신만 소외되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흐음, 그때 나랑 안나 선생님이 놀 때 저놈이 느낀 기분이 이런 건가?’
“이거 오믈렛 안 먹으면 내가 먹는다?”
“아! 먹을 검다!”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던 이스라필이 입을 열었다.
“그럼 내일 바로 암흑연합으로 돌아가는 건가요?”
“네.”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건을 얻었으니까 빨리 돌아가서 엄마를 치료하고 싶어요.”
“네. 안나 언니의 건강이 최우선이니까요. 맘 같아선 초장거리 텔레포트 마법진이라도 준비해 주고 싶은데.”
“아뇨, 아뇨, 더 폐를 끼칠 순 없어요. 돌아가는 건 신성열차로 할게요.”
시몬은 이스라필이 내일 새벽 일찍 하늘섬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스라필이 레테를 보며 말했다.
“마지막까지 잘 안내해 주세요. 레테.”
“네, 네. 알았어요.”
그녀가 입술을 삐쭉이며 대답했다. 이스라필이 조용히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이만 다들 자러 갈까요?”
“네!”
* * *
이스라필과 헤어진 두 사람은 다시 역이 있는 도시로 돌아와서 신성 열차를 탔다.
어려운 건 없었다. 이제 왔던 방향 그대로 돌아가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3등실이라니이!”
레테가 울부짖었다.
돌아가는 열차는 예약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1등실과 2등실은 전 좌석이 다 차 있었다.
만약 레테가 에프넬 교복을 앞세우며 1등실의 사람들을 3등실로 쫓아내고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하는 건 두 사람 다 원치 않았다.
결국 돌아가는 동안은 3등실을 쓰기로 했다.
“어, 새로 온 사람들인가 봐.”
“어서 와요~”
시몬도 반갑게 인사했다. 레테는 뚱한 표정으로 고개만 까닥 숙이고는 본인의 2층 침대로 올라갔다.
이 열차에도 이단 심문관들이 있었고, 최근 열차 납치사건 때문에 빡빡하게 심문을 진행했지만, 이미 메틴의 심문으로 철저하게 단련된 시몬이다.
일말의 의심도 사지 않고 간단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웃차.”
시몬은 2층 침대로 올라가 종이를 꺼냈다.
-딕에게.
-메이린에게.
-카미바레즈에게.
조원들 한 명 한 명 모두 편지를 써서, 집으로 돌아가면 보낼 생각이었다.
‘슬슬 키젠 개학이 다가오는구나.’
시몬은 설레는 마음으로 깃펜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