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9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92화
카쟌은 머리에 밀짚모자를 쓰고, 남루한 갈색 조끼를 걸친 전형적인 랭거스틴 마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왜 카쟌이 여기서 마차를 몰고 있어요?”
그렇게 말한 시몬의 시선이 이번엔 세르네 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왜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거죠?”
아무리 생각해도 이 두 사람은 생소한 조합이긴 했다. 접점이라곤 성녀 플레마와의 전투 때 잠깐 정도?
“왜요, 우리가 같이 있으면 안 돼요?”
세르네가 장난스럽게 말하며 카쟌의 등을 끌어안았다. 카쟌은 표정 변화 없이 싸늘하게 통보했다.
“3초 안에 안 떨어지면 죽인다.”
세르네가 재미없다는 듯 입술을 삐쭉이며 떨어졌다. 카쟌은 세르네의 정신지배가 통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임무 중이다.”
카쟌이 짤막하게 말하며 밀짚모자를 붙잡아 눌러썼다.
“그리고 2학기에도 키젠에 다니게 됐다. 자세한 건 기숙사에서 이야기하자.”
카쟌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임무라는 말에 시몬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어떤 임무요? 랭거스틴에서 무슨 사건이라도 벌어진 건가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시몬.”
카쟌이 무겁게 말했다.
“네 실력은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이건 요원으로서 내게 내려온 임무고, 우리 팀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넌 학생답게 개학준비만 생각해.”
이렇게까지 카쟌이 냉기를 풀풀 풍길 줄은 몰랐다. 시몬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하, 하지만 우린 플레마 때도……!”
“그래. 성녀를 잡았지.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넌 학생이다. 쓸데없는 일로 손을 더럽힐 생각하지 말고 학생은 학생의 본분에 충실하면 되는 거다.”
카쟌은 어쩐지 거리를 두려는 느낌이 강했다. 시몬은 조금 서운한 감정도 느꼈지만 카쟌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옆자리에서 남의 집 불구경하듯 지켜보던 세르네가 쿡쿡 웃으며 끼어들었다.
“마부 아저씨 냉정하시네~”
그러곤 시몬과 카쟌의 목에 동시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그래도 우린 그 대단한 키젠의 ‘성녀 킬러 삼총사’잖아요? 좀 도와줄 수도 있고 그런 거죠!”
‘……네이밍 구려.’
시몬이 그렇게 생각했고, 카쟌도 마찬가지인 듯 한숨을 쉬었다.
“3초 안에 안 떨어지면 죽인다.”
“네~”
“그리고 저 여자는 정보 제공인이자 참고인으로 접촉했을 뿐이다. 저 여자도 내 임무와는 관계없어.”
세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느새 마차는 캠밸로드 앞까지 도착해 있었다.
“한 가지만 말해주지.”
의기소침하게 있는 시몬의 모습이 눈에 걸렸는지, 카쟌이 입이 떨어졌다. 시몬이 얼른 고개를 들고 귀를 쫑긋 세웠다.
“몸에 기이한 무늬를 칠한 남자들을 조심해라.”
“네?”
“보안상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그뿐이다.”
덜컹.
이내 마차의 속도가 느려지더니 완전히 멈춰섰다. 세르네가 웃으며 말했다.
“저 마부 아저씨가 알아서 하겠죠 뭐. 그보다 메이린이랑은 언제 보기로 했어요?”
“내일 도착한다던데. 상아탑 애들끼리 같이 온 거 아냐?”
“아시다시피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라~”
하긴 두 사람의 관계는 한쪽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시몬이 마차에서 내리며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태워다 줘서 고마워요.”
“호호, 별말씀을요!”
“……학교에서 보자.”
카쟌이 다시 마차를 출발시켰다. 한동안 가만히 떠나가던 마차를 지켜보던 시몬이 걸음을 옮겼다.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목적지인 캠밸로드까지 도착했다.
황금색 바닥이 보이고, 그 주위로는 몬스터의 시체, 내장, 눈알 등을 진열해 놓은 음침한 네크로맨서 상점들이 보였다.
처음엔 저런 품목들이 끔찍하기만 했는데, 두 번째 방문했을 때에는 제법 흥미가 동하는 재료들도 많았다.
특히 바닐라 브랜드의 설원 놀 스켈레톤을 발견하자, 자신도 모르게 눈이 돌아가 버리며 그 자리에서 멈춰서 구경했다.
이런 스스로의 모습을 자각하며, 이제 정말로 네크로맨서가 다 됐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강한 구매욕을 이기며 캠밸로드 초입 부근을 지나니, 넓고 탁 트인 광장이 나왔다.
네크로맨서들이 벤치에 앉아서 수다를 떨거나, 티타임을 즐기거나, 계약서를 놓고 침을 튀기며 비즈니스를 하는 모습 등이 보였다. 주위에는 짐을 든 스켈레톤들이나, 해골마들도 보였다.
시몬도 이쯤에서 쉬어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때였다.
‘아.’
분수대 앞에서 키젠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보였다. 마침 그녀도 스커트 자락을 휘날리며 시몬을 돌아보았다.
가슴 위로 흘러내리는 연보랏빛 머리카락과 큼지막한 눈망울. 살짝 보이는 애교스러운 송곳니와, 등 뒤에 자그맣게 자라난 박쥐 날개까지.
“시몬-!”
그녀가 햇살처럼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반가움에 날개가 바짝 세워지고, 제자리에 콩콩 뛰며 자신이 여기 있음을 어필하는 모습에, 시몬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카미!”
두 달 만에 만나서 그런지 몇 배는 더 반가웠다.
바로 그녀에게 달려가려고 하는데, 그녀의 옆에 서 있는 검은 옷의 커다란 남자가 보였다.
‘누구?’
그런 의문을 품기 무섭게 남자의 몸이 박쥐 떼로 흩어져 사라졌다.
시몬이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자, 그 앞으로 바로 박쥐 떼가 몰려들어 초 단위 만에 남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내리꽂히자 시몬의 몸이 바짝 굳었다.
인체 비율을 초월한 듯 커다란 몸집에 굵직한 목 두께와 벌판처럼 드넓은 어깨. 하지만 허리 쪽으로 갈수록 몸이 가늘어지다가 하체 쪽은 상대적으로 얇았다. 검은 망토 같은 것으로 몸을 두르고 있었다.
흰 눈썹에 흰 턱수염, 눈 색깔은 붉었고, 귀는 뾰족했으며 카미바레즈의 앙증맞은 송곳니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번뜩였다.
‘……이 남자. 진짜 무지막지하게 강해.’
굳이 칠흑을 느끼지 않더라도, 그냥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찍어누르는 듯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시몬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버님.”
굳이 누군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카미바레즈와 함께 있었고, 뱀파이어고, 이 정도의 힘을 가진 남자라면 한 명뿐이다.
최강의 흡혈귀이자 현 뱀파이어 로드.
‘디트리히 혼 우르슬라.’
시몬의 말을 들은 디트리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증명해 봐라 인간.”
“……네?”
“네놈의 가치를!”
디트리히의 눈이 번뜩이자, 시몬은 찌릿하고 전류가 일어나 척추를 타고 흐르는 기분을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갑자기 원초적인 위기감이 자극되며 온몸의 작은 털 한 올까지 바짝 일어났다.
바로 옆에서, 거대한 뭔가가 온다.
쩌어어어어어억!
시몬이 급히 몸을 날렸다. 정면으로 파괴의 힘이 뻗어 나가 분수대를 가르고 대리석 벽을 찢어버렸다.
“아빠!”
카미바레즈가 말리려고 달려왔지만, 핏빛 새장이 하늘에서 떨어져 그녀의 몸을 가두었다.
“반응이 좋구나!”
뱀파이어 로드가 입을 찢으며 광소했다. 검은 망토 속에서 우악스러운 근육질의 팔이 튀어나왔다.
“더욱더 네 자신을 보여봐라!”
팔이 휘둘러지자 공간마저 일그러뜨릴 듯한 일격이 광장을 분쇄하며 지나갔다.
시몬이 공세를 피하며 소리쳤다.
“실례합니다만! 초면에 아버님을 상처입힐 수는 없습니다!”
“허허, 상처가 뭐가 어째? 근래 들어본 소리 중 가장 미친 소리구나!”
하기사 상대는 불멸이라는 이명으로도 불리는 괴물이었다.
그렇게 나온다면야.
시몬이 이를 악물며 왼발로 바닥 타일을 강하게 짓밟았다.
‘개문!’
여섯 개의 오버로드 칼날이 튀어나갔다. 이에 디트리히는 막지도 않고 몸을 세웠다. 칼날이 망토에 부딪히자 역으로 구부러졌다.
“재미있는 소환수인…… 음?”
시몬의 몸이 번뜩이더니 디트리히의 측면에서 나타났다. 허리가 비틀어지며 시몬의 다리가 사선에서 다가온다.
‘드디어 이빨을 드러냈나!’
썩 나쁘지 않은 마투였다.
디트리히가 히죽 웃으며 팔을 세웠지만, 시몬은 발차기 대신 그대로 카미바레즈 쪽으로 넘어갔다.
오버로드의 칼날로 새장을 잘라낸 시몬이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시, 시몬?”
디트리히가 혓바닥으로 입술을 쓸었다.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힘의 차이를 깨닫고 내 딸로 인질극을 벌이려는 거군.’
하지만 디트리히 정도 되는 강자라면 카미바레즈가 맞지 않게 시몬만 처리하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
그가 팔을 움직이려는 찰나.
덥석덥석.
시몬이 꺼낸 두 마리의 좀비가 디트리히의 등 뒤의 망토에 들러붙었다. 시몬이 손바닥을 펼쳐 주먹을 꾹 쥐는 모습이 보였다.
‘시체폭발!’
꽈아아아아아앙!
디트리히의 후면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동시에 시몬은 카미바레즈를 감싼 채 바닥에 쓰러졌다. 폭발로 인한 돌 잔해들이 튀어 올라 등 뒤로 후두둑 떨어졌다.
“아……?”
카미바레즈는 너무 갑자기 연달아 일어나는 일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얼굴은 시뻘게지고 머릿속은 하얗게 새어버렸다.
시몬은 그녀를 보호하는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당연하게도, 망토에 아무런 흠집도 나지 않은 채 멀쩡히 서 있는 디트리히의 모습이 보였다.
“수세에 몰렸으면서도 나름의 반격.”
그의 송곳니가 번뜩였다.
“내 딸을 감싼 건 인질극이 아니라 폭발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었나.”
디트리히의 어깨가 들썩였다.
기대감이 워낙 낮아서 그럴까. 이건 꽤 만족스러웠다. 그가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이제 내 앞에 설 자격을 수여하겠다! 고개를 들고 제대로 이름을 대라 인간!”
시몬이 기다렸다는 듯 정중한 자세로 말했다.
“키젠의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그래! 시몬 폴렌티아! 내 특별히 너에게……!”
퍼어어어엉!
디트리히가 말은 다 이어지지 못했다. 손을 권총처럼 말아쥔 카미바레즈가 눈물이 맺힌 채 소리쳤다.
“그만! 제발 그만하세요! 시몬 앞에서 부끄럽단 말이에요! 아빠는 바보!!”
혈류탄의 잔해가 후두둑 떨어졌다. 불멸의 몸이기에 티끌의 상처도 없지만, 마음은 상처받은 듯한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다.
방금 긴장감이 확 몰려들어 있던 시몬도 비로소 냉정을 되찾고 얼굴에 피가 쏠리는 게 느껴졌다.
‘나 아까 뭐 한 거야?’
순간적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무리 뱀파이어 로드라도 해도 친구 아빠한테 시체폭발을 쓰다니!
디트리히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내재된 전투 본성이 막 이끌려 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크흠! 나의 딸 카미바레즈야.”
어느새 세계 최강의 뱀파이어가 작디작은 소녀 앞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이 아비는 너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인간이 너를 지킬 수 있을지 시험해 본 것이니 괘념치 말아라.”
“제 몸은 제가 지킬 거예요!”
카미바레즈가 가슴 앞에 두 손을 꼭 말아쥐며 눈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빠가 제 친구를 시험할 자격은 어디에도 없으세요!”
시몬은 카미바레즈가 저렇게도 화를 낼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가끔 화를 낼 때가 있었지만 바탕이 귀여운 얼굴이라 그런지 기억이 깊게 남진 않았는데, 지금의 카미바레즈는 온 힘을 다해 디트리히의 행동을 규탄하고 있었다.
두 부녀가 싸우는 사이 시몬은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닥 타일이 엉망으로 갈라져 있고, 분수대는 파괴되어 물이 줄줄 새고 있었다.
반면 주위 네크로맨서들의 반응은 그렇게 유별나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위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뱀파이어인가?”
“진짜 강해 보이네.”
“저 사람 디트리히 우르슬라 아녜요?”
“에이, 설마! 뱀파이어면 그냥 다 디트리히인 줄 알지?”
웅성 웅성 웅성.
어쩐지 시선이 끌린다. 카미바레즈도 그걸 의식했는지 얼굴을 붉히더니, 이내 시몬의 교복 소매를 꼭 붙잡았다.
“저, 저는 이만 가볼게요! 원치는 않았지만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부터는 제 친구들이랑 같이 지낼 거예요!”
그녀는 등을 홱 돌리며 걸어갔다. 시몬도 그녀가 소매를 잡아끄는 방향으로 걸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디트리히가 살벌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두 손가락을 자신의 눈에 대며 지켜보고 있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시몬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시몬이 고개 숙일 필요 없어요! 빨리 가요!”
“아,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