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20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04화
가지고 논다는 표현이 이토록 어울리는 싸움이 또 어디 있을까.
네 사람은 거의 넋을 놓고 별야와 위차샤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난 이제부터.”
갑자기 딕이 입을 열었다.
“맹독학 전공이…… 억!”
“그렇게 막 정하지 마! 븅딱아!”
딕이 메이린에게 얻어맞은 뒤통수를 쓸며 변명하듯 말했다.
“아, 뭐 어때! 별야 교수님 매력적이시지 않냐?”
메이린은 질색을 넘어서 혐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너 교수의 매력으로 본인 전공을 결정하는 바보였냐?”
“그러는 누구는 허구한 날 피온 피온거리면서 얼굴 밝히잖아.”
그 말에 메이린이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렸다.
“야! 그, 그게 갑자기 왜 나와! 그건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거고! 전공을 정하는 문제는 완전 다른 거지!”
“딱 봐도 넌 피온이 교수였으면 마투학이라도 따라갔을 듯.”
오늘도 한바탕 싸우는 두 사람을 보며 시몬은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저, 정말로 별야 교수님의 싸움은 예측 불허네요.”
카미바레즈는 좀처럼 전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시몬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진 한번 펼치지 않고 상대하고 있어.”
“네, 동물처럼 체내에서 계속 맹독이 조립되는 같아요.”
몸에서 나오는 땀방울, 체액, 각질, 심지어 머리에서 떨어지는 머리카락까지 모두 무기가 된다. 위차샤는 제대로 된 공격 한번 못 해보고 체내의 독만 쌓여 나가고 있었다.
“어째서!”
위차샤가 보랏빛 침을 줄줄 흘리면서도 악에 받쳐 소리쳤다.
“어째서 부족의 여자와 아이들까지 학살했나!”
“그거 내가 옛날에 해명하지 않았냐?”
별야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냥 싸움 끝나고 더워서 근처의 물웅덩이에 들어갔을 뿐이야. 근데 그게 니네 부족민들의 식수원이었고, 내가 몸을 담근 물을 병신같이 퍼마시다가 전염병이 돌아 그렇게 된 거라고.”
“그걸 믿으라고 하는 소리냐!!!”
위차샤가 괴성을 지르며 주먹을 휘둘렀지만 별야의 손에 간단히 막혔다.
“X나 병신같지? 나도 그래. 이런 사건 하나도 인간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질 않아. 괜히 의미부여하고, 부풀리고, 감정을 쏟고, 대단한 인과가 있던 것처럼 여기지. 그 일로 나도 평생 살던 부족에서 쫓겨났는데 이제 더 뭐 어쩌라고? 니들 같은 X밥들한테 내 목숨까지 내놓으리?”
퍼억!
별야가 발로 위차샤의 복부를 걷어찼다. 위차샤가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넌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증오심에 잡아먹힌 괴물일 뿐이야.”
“웃기지 마라!!”
위차샤가 끈질기게 달려들었다.
별야가 손끝을 들어 올리자, 그동안 그녀가 바닥에 흘렸던 알록달록한 액체 땀방울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퍼버버버버버벙!
그러곤 일제히 위차샤에게 날아가 폭발을 일으켰다.
하나하나가 다른 종류의 맹독폭발. 위차샤가 입고 있던 흑의가 너덜너덜해지고 온몸에 반점과 두드러기가 생긴다.
쿵!
기어이 모든 폭발을 받아낸 위차샤가 역력하게 지친 얼굴로 두 팔을 늘어뜨렸다.
“시시하긴. 뭣보다 넌 실력이 안 돼.”
별야가 하품을 하며 귀를 후비적거렸다. 그 모습을 본 위차샤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나는!!”
그의 흑의가 벗겨지더니 한가운데로 모이며 3미터가 넘는 거대한 크기의 가시검 형태로 변했다.
“이 기술로 홍펭에게 6승을 따냈다!!”
그가 괴성과 함께 가시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별야가 귀를 판 손가락을 후 하고 불었다.
손가락에서 시뻘건 불똥이 날아가 연쇄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에 휘말린 위차샤의 피부가 새하얗게 변질되더니 촛농처럼 흐물렁거리며 떨어졌다.
“끄아아아아아악!”
끔찍한 모습에 지켜보던 네 사람도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감았다.
“염병 떠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잔상과 함께 나타난 별야가 위차샤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붙잡았다.
“큭!”
위차샤가 급히 두 팔을 뻗어 별야의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꾸욱. 꾹.
힘에서도 별야에게 밀린다. 그의 두 다리가 부르르 떨리더니 이내 두 무릎이 바닥에 닿고 말았다.
굴욕감에 괴성을 지르며 온 힘을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칠흑을 일으킬수록 장기가 망가지고 칠흑은 역류했다.
내가 약해진 건가?
아니면 이 여자가 원래 강했던 건가?
“내가 내 동생이랑 친한 것도 아니고, 가족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야.”
꾸욱 꾹.
어느새 위차샤의 얼굴은 바닥에 닿아 있었다. 두 팔만 위태롭게 별야의 오른팔을 붙잡고 있는 시늉이었다.
“대체 언젯적 꼬맹이 때 이야길 하고 있냐? 지금의 걔라면 너 정돈 그냥 한 손으로도 제압해.”
“끄윽!”
그때 위차샤가 입은 너덜너덜해진 흑의가 다시 한번 꿀렁거리기 시작했다. 별야가 비웃음을 흘렸다.
“흑의로 근력을 강화해도 소용없…….”
촤아아아아악!
위차샤의 흑의가 한데 뭉쳐 송곳처럼 뻗어 나갔다. 이번엔 별야도 예상치 못한 듯, 손을 놓고 뒤로 물러나 피했다.
“이건 좋네. 수업을 해줬더니 듣긴 하나 봐 학생?”
“허억! 허억!”
위차샤가 두 발에 모든 칠흑을 폭발시키며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내 생각이 틀렸다. 초원에 있었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일단은 물러나서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위차샤가 도망치는 모습을 보며 별야가 쯧 하고 혀를 찼다.
“귀찮게 하네.”
그녀도 돌진 자세를 취하며 학생들에게 말했다.
“저거 잡아 올게. 너희는 어디 안전한 곳에 들어가 있…….”
쩌어어어어엉!
난데없이 귀 먹먹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곤죽이 된 위차샤의 몸뚱이가 그대로 되돌아와, 별야를 지나 반대편 쪽 벽에 부딪혔다. 얼마나 강력한지 회오리가 휘몰아쳤다.
“?”
별야가 뒤를 돌아보자 핏덩이가 된 위차샤의 몸이 부르르 떨리다가 고개가 축 늘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이내 위차샤가 도망치던 쪽에서 한 남자가 저벅저벅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이 반가움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카쟌!”
카쟌을 필두로 로브를 뒤집어쓴 세 명의 도둑길드 요원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뭐야, 카쟌이 왜 여기에?”
“카쟌 선배님?”
딕과 메이린도 놀란 반응이었다. 카쟌은 일행들을 보고는 가볍게 손짓했다.
“늦었네요 카쟌.”
시몬이 가까이 다가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니, 아직 늦진 않았다.”
“네?”
“내 임무는 저런 머저리 따위의 체포가 아니다.”
터벅 터벅.
카쟌이 걸어가 별야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모시러 왔습니다. 별야 교수.”
“…….”
아무래도 별야를 데려오는 게 카쟌의 목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녀가 콧방귀를 뀌었다.
“모시긴 뭘 모셔? 저리 꺼져. 로크섬엔 내가 알아서 갈 테니 그렇게 알라고 해.”
“이번 후파족 건도 그렇고, 당신이 멋대로 날뛰는 바람에 키젠 측에 들어오는 항의가 한둘이 아닙니다.”
그의 눈이 사납게 번뜩였다.
“왜 동행을 무시하셨습니까.”
“내 맘.”
그녀도 지지 않고 미소 지었다.
“그리고 요거 요거 말하는 본새 봐. 나 교수라며? 하수인 따위가 X나 만만하냐?”
“도둑길드는 키젠의 파트너로서 협력관계에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당신은 키젠 교수가 아닙니다. 힘으로 제압해서 데려가도 문제없습니다.”
“오.”
별야의 입이 벌어지며 삐쭉한 삼각형 이빨이 드러났다.
“한번 해봐.”
“못 할 것 같습니까?”
쿠구구구구구구구!
두 사람의 칠흑이 격돌했다. 보다 못한 메이린이 얼른 다가왔다.
“아니, 두 분 다 왜 이렇게 감정적이에요? 이게 싸울 일……!”
쩌어어어어억!
말릴 틈도 없이 두 사람의 주먹이 서로의 얼굴로 날아갔다.
팔이 교차되며 서로에게 카운터 펀치를 먹인 두 사람이 발차기와 마투술까지 날리며 본격적으로 부딪혔다.
투콰아아아아악!
“뭐, 뭐예요?”
카미바레즈가 덜덜 떨었다. 딕도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저 사람들 미쳤나? 대체 왜 싸워!”
“말려봐요 시몬!”
시몬이 고개를 저었다.
피어를 입거나 프린스를 꺼내지 않는 이상, 저 둘의 싸움을 말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진짜 싸우는 건 아닌 것 같아.”
“네?”
“그냥 지켜봐.”
시몬은 천천히 전투를 분석하고 있었다.
부우우우웅!
카쟌의 주먹을 허리를 뒤틀어 피한 별야가 히죽 웃었다.
“뭐야, 니가 저 추장 놈보다 더 재밌는데?”
별야와 카쟌의 싸움, 물론 카쟌도 강자 중의 강자지만 교수급을 이길 정도는 아니다.
이건 별야가 봐주고 있는 것도 있지만, 카쟌은 독에 대한 내성이 있었다. 별야가 아무리 독을 뒤집어씌워도 그는 멀쩡하게 잘 싸우고 있었다.
“하하하! 너 진짜 인간 맞아?”
맹독학 교수 후보가 맹독이 통하지 않는 상황, 심각한 상성 관계였지만 별야는 웃고 있었다.
그녀는 공격을 피하며 몇 발짝 뒤로 물러나더니 허리춤의 벨트에서 다채로운 색의 가루 덩어리를 꺼내 입에 탈탈 털어 넣었다.
마법진을 펼치거나 포션을 쓰는 게 아니다. 그녀의 체내에서 화합물이 분해되고, 기존의 화합물과 결합하여 재창조를 시작한다.
이내 그녀의 이마에서 흐르는 땀의 색깔이 바뀌고 분비되는 체액의 성질 또한 바뀐다.
“……그쪽이야말로 정녕 인간입니까.”
카쟌이 거칠게 돌진하며 두 사람이 다시 맞붙었다. 몇 번 마투를 겨누던 두 사람이 동시에 뒤로 물러났고 카쟌은 자신의 피부를 바라보았다.
그의 몸에 회색 반점이 우둘투둘 돋아나기 시작했다.
“찾았다.”
별야가 혓바닥으로 입술을 쓸며 웃었다.
독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도, 그녀는 전투 중에 끊임없이 독의 배합을 바꿨고, 기어이 카쟌에게만 적용되는 독을 조합해 낸 것이다.
“이 정도면 키젠 놈들이 낸 시험은 합격이냐?”
“……알고 있었습니까?”
“걔들 방식이 뻔하지 뭐.”
키젠의 맹독학 교수란 자가, 독이 통하지 않는 체질을 만났다고 독을 포기한다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별야는 키젠 측의 마지막 시험까지 만족한 셈이었다.
“하지만, 니들이 날 평가한다는 그런 발상 자체가 건방져.”
그녀가 뿌득뿌득 손의 관절을 풀었다.
“임무를 받은 네게 죄가 없는 건 알지만, 몰라. 흠씬 두들겨 팰래.”
“맘대로 하십쇼.”
카쟌도 그냥 당하진 않겠다는 듯 두 주먹을 세우며 전의를 불태웠다.
두 사람이 다시 부딪히려는 순간.
짝! 짝!
“자, 그만! 그마안!”
무너진 폐건물로 누군가 들어오고 있었다.
달빛을 머금은 듯한 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작은 소녀가 폴짝거리며 들어왔다. 손에는 반쯤 먹은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고 입 주변이 엉망으로 묻어 있었다.
“이 정도면 됐어!”
‘네, 네프티스 님!’
시몬이 기겁했다. 카쟌과 도둑길드원들은 물론 다른 조원들까지 허리를 굽혀 키젠의 주인에게 예를 표했다.
네프티스의 뒤에는 차분한 분위기의 흑발 적안의 소녀가 뒤따르고 있었다. 로레인이 시몬을 발견하더니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였고, 시몬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
그리고 별야는 당황한 얼굴로 네프티스를 보고 있었다.
독이 무섭지도 않은 듯 성큼성큼 별야의 앞에 도착한 네프티스가 동그란 눈을 말똥말똥 떴다. 그러곤 활짝 웃으며 손을 번쩍 들었다.
“안뇽!”
별야는 다소 멍한 모습으로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시몬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별야 교수님은 네프티스 님을 못 알아보실 것 같은데.’
로레인도 같은 생각인 듯, 먼저 입을 열었다.
“별야 교수님. 예를 취…….”
팟!
별야가 뒤로 훌쩍 뛰어오르더니 두 발과 두 손으로 바닥에 착지했다. 그러고는 경계하는 고양이처럼 하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 괴물 꼬맹이는! 당장 저리 치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