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2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1화
[아아아아아아아아악!]화들짝 놀란 피어가 급히 시몬에게서 물러났다.
[이런 끔찍한! 내 친우와 원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라니! 대체 어떻게 이런……!]피어가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문득 장난이 치고 싶어진 시몬이 목을 흠흠 풀고는 안나의 성대모사를 했다.
“여보오- 식사하세요!”
[끄아아아아아아악! 그만! 그만해! 악몽이! 악몽이 떠오른다! 당장 내 머릿속에서 나가!]괴로워하는 피어를 보며 시몬은 배를 잡고 웃었다.
이걸로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던 아버지의 흑역사를 들은 복수를 했다.
그리고 어쩐지, 앞으로 피어와 더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피어.”
[안나처럼 웃지 마라! 망할!]“하하하!”
* * *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주말의 마지막 날 오후까지, 시몬은 피어와 함께 있으면서 군단의 운용에 대해 배웠다.
[언데드를 상식이 통하는 생명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네크로맨서의 통제하에 있던 언데드가 종종 사람을 잡아먹는 사고를 일으키는 이유는, 술사가 언데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지!]그리고 피어의 교육은 언데드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키젠 교수들과는 다른 관점이라서 배우는 입장에선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언데드들을 움직이는 건 강한 사념(死念)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들 중 그나마 이에 가까운 건 확고한 ‘의지’겠군.]시몬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의지요?”
[그렇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주지. 만약 키젠 학생인 네가 짜증나는 선배를 만났다고 치자. 넌 하루에 몇 번이고 놈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해. 그럼 네 옆에 있던 언데드는 그 의지를 기억한다.]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던 시몬은 갑자기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잠깐만요. 그럼 설마……!”
[그렇다. 이제 그 언데드는 네가 보이지 않는 틈을 타 선배를 잡아먹으려 할 것이다!]피어의 눈구덩이에서 불꽃이 휘몰아쳤다.
[네가 그자에 대한 악감정이 풀려도! 시간이 지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언데드는 영원히 놈의 목숨을 노리겠지.]“마, 말도 안 돼요!”
피어가 킬킬 웃었다.
[이런 주의사항은 내가 틈틈이 이야기해 줄 테니 걱정 마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언데드를 컨트롤 할 때 중요한 건 무엇보다 강력한 의지다. 소년! 저기 벽 앞에 멀뚱히 서 있는 스켈레톤에게 벽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려봐라!]“아, 넵.”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팔을 뻗었다.
“저 벽을 공격해.”
따닥.
스켈레톤이 달려갔다. 그러곤 투닥투닥 벽을 손으로 할퀴고 발로 차기 시작했다.
[저 정도론 안 돼.]피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잘 봐라.]피어의 눈빛이 흉흉하게 변했다.
[언데드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는 이상, 그 대상이 무엇이든 증오를 품어라! 부모의 원수! 연인을 죽인 악마! 저 벽을 세상 그 무엇보다 증오하는 거다! 부수고! 찢고! 그 피로 샤워해라!]투닥투닥 벽을 때리던 스켈레톤의 움직임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벽에 흠집이 날 정도로 강하게 긁고 온몸으로 거칠게 부딪혔다.
그와 동시에 피어의 목소리도 점점 더 커져갔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넌 살아 있으면 안 돼! 존재해선 안 돼! 고통스럽게 뒈져라! 사지를 잡아 찢고 내장을 끄집어내 돼지에게 먹이겠다! 살은 한 점 한 점 친히 잘근잘근 씹어서 음미할 것이다! 죽어! 죽어! 죽어!]콰쾅!
쾅!
콰콰쾅!
공세가 점점 더 강해졌다. 스켈레톤은 급기야 두개골로 벽을 박으며 소름 끼치는 고함을 질러댔다.
시몬은 그 살벌한 기세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제 알겠나, 소년! 더 강한 의지일수록 언데드의 잠재된 힘과 적극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욕을 하면서요?”
[너희들 인간의 관점에서 설명했을 뿐, 언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일류 네크로맨서는 장작 패기를 명령할 때에도 진득한 의지를 담을 수 있지! 그리고 같은 의지라도 분노, 증오, 살심 같은 마이너스 감정일수록 언데드에게는 더 효과가 크다!]하지만 시몬의 귓가에는 피어의 목소리가 잘 들려오지 않았다.
벽을 공격하는 스켈레톤의 몸이 손쓸 수 없을 만큼 박살 나고 망가지고 있었다.
“피, 피어! 이대로는……!”
[멈추게 해봐라. 네가 군단의 제1 명령권자니까.]시몬이 고개를 끄덕이며 스켈레톤을 바라보았다.
“그만해! 이제 멈춰!”
쾅! 쾅!
하지만 스켈레톤은 멈추지 않았다. 두개골이 쩍쩍 갈라지고 양손이 덜렁거리는데도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벽을 두들겼다.
“내 목소리가 안 들리는 거야? 그만하라니까!”
스켈레톤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급기야 발작까지 일으키며 공격성이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피어는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아직 어린 시몬에게는 조금 충격적인 장면일 수도 있겠지만, 이 기회에 확실히 머릿속에 박아놓고 이해시킬 필요성이 있었다.
의지가 가지는 힘과, 네크로맨서가 내리는 명령의 무거움을.
저 스켈레톤은 가루가 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온몸이 바스러지고, 손과 다리만 남아도, 그 존재가 지워질 때까지 벽을 두들기리라.
그게 언데드라는 존재니까.
“그―만!!!”
그때 시몬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대기가 떨리고 천장이 울렸다. 피어마저도 움찔할 정도도 거친 외침. 그러자.
처억!
마침내 스켈레톤이 멈췄다.
눈길은 슬쩍슬쩍 벽을 향하고 있었지만 감히 시몬의 명령을 거절하지 못했다.
“……이봐.”
시몬이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스켈레톤을 노려보았다.
“한 번만 더 내 명령을 어기면 가만두지 않겠어.”
이 이상, 자신이 만든 소환수가 끔찍하게 자해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흉흉한 시몬의 눈빛에, 스켈레톤은 다급히 벽에서 시선을 거두며 똑바로 섰다.
그 모습을 본 피어가 작게 탄성을 흘렸다.
‘……저 꼬맹이가 벌써 절대명령을 쓴다고?’
의지를 담으라는 설명 정도로 해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이건 정말로 기대 이상이었다.
‘시골 촌구석에서 대체 무슨 괴물을 키우고 있던 거냐? 리처드!’
시몬이 소매로 입가를 슥 닦고는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러곤 언제 그랬냐는 듯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형편없죠? 제 언데드를 제대로 통제하지도 못하고.”
[아니, 잘했다.]물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이었다.
[실전에 들어가면 지금처럼 욕설을 퍼붓거나 윽박지를 시간이 없다. 명령 한 번으로 의지를 꾹꾹 눌러 담아 언데드를 움직일 수 있도록 계속 훈련하거라!]“네, 알겠습…….”
갑자기 시몬이 휘청거리며 이마를 짚었다. 머리 한쪽이 띵 하며 아팠다.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그렇다. 네크로맨서란 직업은 항시 정신질환을 달고 살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으윽, 네.”
휴식도 휴식이지만, 어젯밤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시몬은 슬슬 키젠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말했다.
[키젠에 돌아가면 통신 수단이 필요하겠지!]피어가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작은 해골 머리를 던져주었다.
[내 분신이다. 키젠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이걸 써서 불러라.]“아, 고맙습니다.”
말랑말랑한 촉감의 해골이었다.
시몬은 가방에서 핀을 꺼내 다른 학생들이 교복을 꾸미는 것처럼 매달았다. 외형이 그렇게 구린 것도 아니라 패션으로 봐줄 만했다.
“그럼 다음 주말에 또 봐요. 피어.”
[흐흐! 일주일 뒤에 새로운 성취를 기대하겠다!]“물론이죠!”
시몬은 짐을 챙기고 유적을 나왔다.
* * *
키젠에 도착하니 슬슬 주위가 어두워질 즈음이었다.
시몬은 무사히 복귀신고를 마치고 기숙사로 들어왔다.
[크하하! 키젠은 정말 오랜만이군!]시몬의 교복에 매달려 있는 피어의 분신이 씰룩거리며 말했다. 물론 그 목소리는 시몬의 귀에만 들렸다.
[아직 학생 보호기간이 안 끝났다고 했지?]“네, 다음 주에 끝나요.”
[아주 좋아! 앞으로 재미있는 꼴을 많이 보겠군! 크흐흐!]시몬은 409호 문을 열고 들어갔다. 딕이 침대에 누워 있었고, 카쟌은 주말 내내 보이지 않았다.
“어, 시몬! 왔어?”
딕이 화색이 도는 얼굴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안녕 딕. 주말 잘 보냈어?”
“그럭저럭. 첫날이라서 일단은 상인들이랑 안면 좀 트고, 투자 좀 약속받고 그 정도만 진행했어. 넌 어때?”
시몬은 피어의 분신을 책상에 내려놓고는, 교복 자켓을 벗어서 옷장에 걸어두었다.
“나는 뭐 그냥 아는 사람 좀 만난 정도. 그럭저럭 잘 보낸 것 같아.”
사실 그냥 잘 보낸 정도가 아니었다. 시몬은 이번 주말로 세계에 7명뿐인 군단장이 됐으니까.
책상에 놓인 피어의 분신이 히죽히죽 웃었다.
“잘 보냈다면 다행이고. 아! 그것보다 다음 주 시간표 뜬 거 봤어?”
“아니, 아직.”
키젠은 교직원들이 현역으로 활동하는 네크로맨서다. 그리고 학생들도 임무나 기타 사항으로 변동이 많기 때문에 시간표가 유동적이었다.
전교생은 일주일에 한 번씩 바뀐 시간표를 확인해야 했다.
“내일 오전 오후, 둘 다 ‘초급 흑마법’ 수업이야.”
“초급 흑마법이라면…… 조별과제가 있다는 그 수업 맞지?”
“맞아.”
키젠의 신입생들은 모두 9개의 수업을 듣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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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조금 특이한 성격의 수업이 인데, 이 수업의 교수가 바로 A반의 담당 교수가 된다. 수업은 조별로 진행되며, 나머지 8개 과목을 전부 평가하게 된다.
“바힐 교수님이 A반 담당이었으면 좋겠는데.”
최근 텔레포트 사건으로 딕은 바힐에게 제대로 꽂혀 있는 듯했다.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시간표를 보니까 내일 ‘초급 흑마법’ 수업에서 조를 정하게 될 것 같아. 그리고 한번 결정된 조는 한 학기 내내 유지돼. 이건 우리 키젠 생활의 존망이 걸린 문제야.”
“그렇겠네.”
한 학기 내내 같이 갈 조 구성. 두말할 것 없이 중요하다. 시몬도 진지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조 구성은 전략을 엄청 잘 짜야 해.”
딕이 눈을 빛냈다.
“일단 조원 네 명이 잘하는 과목이 각각 달라야 유리하거든? 난 뭐 두루두루 보통이긴 한데, 제일 입학 시험성적이 높은 건 칠흑역학 쪽이라서 이쪽으로 가보려고.”
시몬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난 아직 시험은 쳐본 적 없지만…… 그나마 소환학이 나은 거 같아.”
“오케이! 그럼 소환학 한 명, 칠흑역학 한 명인 거지? 밸런스는 진짜 좋다!”
딕이 A반 학생들의 프로필이 적힌 수첩을 뒤적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다음 1순위 영입 대상은 무조건 저주학 전공 지망생이야.”
“저주학? 왜 그렇게 되는 건데?”
“설명해 줄게. 잘 봐.”
딕이 수업을 내려놓고, 책상 서랍에서 노트와 깃펜을 꺼냈다.
“키젠에서 가장 학점 배율이 높은 과목들. 흔히 말하는 ‘네크로맨서 3대 학문’이란 게 있어. 그게 바로 저주학, 칠흑역학, 소환학이야. 학생들은 간단히 줄여서 ‘저칠소’라고 불러.”
딕이 노트에 보기 좋게 저주학, 칠흑역학, 소환학을 써놓고 하나의 원으로 묶었다.
시몬이 신중한 눈으로 노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리는 ‘칠소’까지는 완성됐네. 그래서 저주 전공자가 필요하단 거구나.”
“역시 시몬! 이해가 빠르네! 뭐, 요즘은 소환학의 비중이 낮아져서 소환학을 빼고 사령학을 넣은 ‘저칠사’나 아예 ‘저칠소사’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긴 한데……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이 세 과목인 게 팩트야.”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칠소 밑에 ‘4대 전공학문’이 있어. , , , . 줄여서 ‘사혈맹투’라고 불러. 이 과목들도 중요하긴 한데, 필수적으로 다 배우고 간다는 느낌보다는 전공으로 선택해서 깊게 파는 경우가 많아.”
딕은 7개의 과목을 노트에 모두 써놓고는, 마지막으로 남은 두 과목을 아래에 썼다.
“그리고 보조과목인 과, 종합필수과목인 . 둘을 합쳐 ‘신흑’이라고 불러. 이쪽은 전공으로 선택하는 게 불가능해.”
“이해했어.”
시몬이 손가락을 접으며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저칠소. 사혈맹투. 신흑. 총 9개 과목.”
“맞아.”
“한 조에 네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거지? 만약 우리가 저주 지망생을 데려와서 ‘저칠소’를 맞추면, 남은 한 명은 누굴 영입해야 하는 거야?”
“그게 지금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지!”
딕이 신이 나서 노트를 다음 장으로 넘겼다.
“일단 사혈맹투 중에서는 마투 지망 애들은 거르는 게 좋거든? 마투 얘들은 진짜 마투 하나만 잘하고 나머지 과목들은 못하는 경향이 강해. 내가 저번 홍펭 교수님 수업에서 다 체크해놨지.”
“……그런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구나.”
“그래. 그리고 일반적으로 저주학 지망생들이 신성방어학 성적도 높고, 혈류학 애들은 맹독학이랑 호환되는 게 많아서 그쪽 성적이 높은 경향이 있어. 이런 걸 다 파악해야지.”
시몬과 딕은 밤늦게까지 조별과제 영입 계획을 고민했다.
지식의 절대량이 많은 딕이 계획을 주도했고, 가만히 듣고 있던 시몬도 중간중간 허를 찌르는 지적을 했다. 딕도 바로 인정하고 방향을 틀기도 했다.
그 결과.
“완벽해! 그럼 이걸로 결정하는 거다?”
“응.”
내일 조별수업에서 1순위부터 10순위까지의 영입 대상이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