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22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25화
발터의 직속제자 제안.
근래 들어 벌써 두 번의 직속제자 제안이었다. 하지만 오래 고민할 것도 없이 시몬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여기서는 여지를 주지 않고 확실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발터는 달리 이유도 묻지 않고 담백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혹시나 생각이 바뀐다면 언제든지 이야기하렴. 나와 힘을 합치면 네 혈류학은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할 수 있을 거야.”
“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발터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감사 인사는 나중에 실라지 교수님께 직접 하렴. 모든 연구는 실라지 교수님께서 총괄하신 거니까 말이다.”
“그럼요. 키젠에 돌아오시면 꼭 찾아뵙고 인사드릴게요.”
시몬은 발터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연구실을 나섰다.
* * *
그렇게 첫 혈류학 수업도 무사히 끝났다. 시몬은 조원들과 같이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왔다.
“길 가다가 나무를 주우면? 우드득!”
20개째 시도 중이던 딕의 농담이 하나 얻어걸렸다. 카미바레즈가 소리 내어 웃었고, 메이린은 자존심이 상해서 입꼬리만 씰룩씰룩했다.
잽싸게 그 모습을 캐치한 딕이 외쳤다.
“예쓰! 드디어 메이린도 웃었다!”
“아, 안 웃었거든!! 내가 왜 그딴 거에……!”
더듬더듬 변명하는 메이린의 모습에 딕과 카미바레즈는 더 왁자지껄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을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던 시몬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새로운 힘.’
발터의 직속제자 제안은 거절했지만, 실라지를 위해서라도 이 신기술 훈련을 소홀히 할 생각은 없다. 이걸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써먹을 수 있을까.
‘생각난 김에 한 번 더 써볼까?’
검지에서 핏방울을 뽑아내고, 방금 발터에게 배운 마법진을 펼쳤다. 핏방울과 마법진이 결합하며 달팽이 껍질처럼 특이한 무늬를 가진 연기가 흘러나왔다.
피와 칠흑이 결합했는데 선명한 에메랄드 빛깔이 감도는 게 묘했다. 완전히 다른 제3의 물질로 변한 느낌.
시몬이 손가락을 들고 위아래로 휙휙 움직이자, 그 방향에 맞춰 연기도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시몬이 옆으로 손가락을 쭉 뻗자, 연기가 쏜살같이 날아가 옆 테이블의 소스통을 휘감았다.
‘진짜 손으로 집는 느낌이야.’
클라우드의 컨트롤은 내 몸을 다루는 것처럼 쉬웠다.
연기가 되돌아와 시몬의 손안으로 소스통을 건넸다. 시몬은 클라우드를 해제하고, 방금 나온 뜨끈뜨끈한 면요리에 고추 소스를 넣어서 간을 맞췄다.
“…….”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가 친구들의 대화가 멈춰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세 사람이 개성 있게 놀란 포즈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 뭐, 뭐야! 방금 어떻게 한 거야?!”
깜짝 놀란 메이린이 소리 질렀다.
“……오우야, 너 방금 좀 멋있었던 거 아냐? 손이 안 닿는 물건을 집는 건 로망인데.”
딕이 부러운 듯 말했다.
“멋져요! 시몬의 새로운 기술인 거예요?”
눈을 동그랗게 뜬 카미바레즈가 두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격렬한 반응에 시몬은 당혹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해명했다.
“아까 발터 교수님이 알려주신 거야. 이게 바로 SM-1의 새로운 사용법이래.”
“네가 가진 그 새로운 피 유형?”
“응.”
다시 식사 쪽으로 고개를 돌린 시몬이 면을 후후 불어먹었다.
아차, 엄청 맵다. 소스를 너무 많이 넣었다.
“그럼 이제 시몬도 혈류학 수업 때 같이 배우는 거네요?”
카미바레즈가 생긋 웃으며 물었다.
“응, 그러네.”
“정말 잘 됐어요! 시몬이 혈류학 수업 때 혼자 외롭게 앉아 있는 거 계속 눈에 걸렸었거든요!”
하긴, 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기분이 확 좋아졌다. 앞으로는 제대로 혈류학 수업을 들을 수 있겠구나.
다시 자리에 앉아 깨작깨작 렌틸콩 셀러드를 먹던 메이린이 고개를 들었다.
“아, 근데 다음 수업 뭐지?”
“소환학!”
딕이 바로 대답했다.
“어제 오늘 연속으로 붙어있네. 대신 이번 주 소환학은 이게 끝이야.”
“수업일정을 꽉 붙이셨네요! 아론 교수님 또 임무 나가시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딕과 카미바레즈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시몬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그러고 보니…….’
* * *
두 번째 소환학 수업 장소도 어제의 그 경주로 트랙이었다.
“오늘은 첫 수업에서 배웠던 ‘스켈레톤 대쉬’의 복습을 한다.”
아론이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말해두지만, 이번 수업에서도 성공 못 하면 평가점수에 감점이 들어갈 줄 알아라.”
그 한마디에 학생들의 집중도와 수업 참여율은 어느 때보다 급등했다. 곳곳에서 도움과 피드백을 구하는 학생들의 손이 올라왔고, 조교들은 정신없이 돌아다녀야 했다.
“스켈레톤의 유지가 선결이다. 대쉬는 그다음이야.”
아론도 직접 학생들의 실습을 봐주고 있었다. 그 첫 번째 대상은 사령학 외에 모든 과목이 낙제 위기인 신디 비바체였다.
“대쉬에만 너무 신경 쓰니까 두 다리만 튀어 나가는 거다.”
“하지만 스켈레톤의 결속에 집중하면 대쉬가 안 나가는데요!”
“그래도 결속이 먼저다. 우선순위 설정이 잘못됐어.”
아론의 피드백을 받아들인 신디가 스켈레톤의 결속에 우선해서 대쉬를 명령했다.
스켈레톤의 발이 출발점에서 몇 센티미터 앞으로 슥 나왔다.
“윽. 역시……!”
“잘했다. 이렇게 익혀가면서 감을 잡는 게 맞다.”
“하지만 다른 애들의 스켈레톤은 빠르게 휙휙 잘 나가는걸요.”
부우우우웅!
그때 마침 아론의 뒤편에서 시몬이 스켈레톤들을 일렬로 쭉 진열해 놓고 대쉬를 명령하고 있었다. 예리하게 잘린 짚단이 높게 날아가 아론의 발 주위로 툭 떨어졌다.
아론은 못 본 척 신디의 피드백에 집중했다.
“기본에 충실하면 거리는 언젠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서걱!
“반대로 조급함에 기본이 흔들리면 모든 게 무너지지.”
부우우우웅!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부아아아아앙!
“시몬 폴렌티아!”
아론이 뒤를 돌아보며 버럭 소리쳤다. 다섯 마리의 스켈레톤의 대쉬를 성공시킨 시몬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아론을 돌아보았다.
‘……이런 능구렁이 같은 놈.’
아론이 한숨을 쉬더니, 눈을 감고 말했다.
“넌 수업 끝나고 남도록.”
“……아!”
아론은 자신의 수업에서 시몬이 뭔가를 배우지 못하면, 언제나 보충수업을 해주곤 했다.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 시몬이 활짝 웃었다.
“네! 교수님!”
* * *
정규 소환학 수업 모두 끝나고, 아론과 시몬은 뒤편의 공터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간단한 근황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체폭발을…… 배웠다고?”
아론이 심각하게 얼굴을 굳히고서 물었다.
“네! 보여 드릴까요?”
“누구한테 배웠지?”
새로운 기술을 습득했으니 칭찬해 주시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고 있던 시몬은 깜짝 놀랐다.
아론이 일말의 장난기도 없이 무섭도록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중요한 질문이다. 눈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대답해.”
제5군단장 매그너스의 마수가 뻗쳐오는 상황에서 군단장과 관련된 정보는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입이 찢어져도 요나라고는 답할 수는 없고, 리처드 폴렌티아라는 이름을 꺼내는 것도 위험하다.
다소 상투적이지만 시몬은 변명하기로 했다.
“은퇴하신 네크로맨서분이 방학 동안 저희 집에 잠시 머무르셨거든요. 그분께…….”
당연히 아론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마법진을 펼쳐봐라.”
아론의 목소리가 차가워서 시몬은 살짝 어깨를 떨었다.
그의 눈치를 보면서 일단은 시키는 대로 평소 쓰던 시체폭발 마법진을 만들어보았다.
아론의 두 눈동자가 정신없이 그 마법진을 샅샅이 살폈다.
“……하아아.”
잠시 후, 그의 입에서 비로소 안도의 한숨 같은 게 흘러나왔다. 시몬은 긴장한 얼굴로 침을 삼켰다.
“누구한테 배웠다고?”
“아, 아버지의 지인분이십니다. 뭔가 잘못됐나요?”
다시 한번 음미하듯 마법진을 살펴보던 아론이 작게 탄성을 흘렸다.
“정말 대단하군.”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체폭발의 수식이 빠른 시전에 특화되어 있으면서도, 위력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게 설정했다. 정신력에 약간의 과부하가 갈 수도 있지만, 삐끗하면 죽는 현장에서 이런 처리는 당연하지. 수천수만 번 써보면서 자신만의 노하우가 들어가 있는 철저한 실전형 마법진이다.”
그렇게 대단한 건가?
리처드가 시체폭발 마법진을 알려줄 때, 본인이 쓰던 것보다는 수식과 구조를 간소화한 형태라고 하긴했다.
“좋은 사람에게 잘 배웠다.”
착.
아론이 품에서 시가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그러곤 뒤를 돌려 시가 연기를 뿜어내고는 다시 시몬을 보았다.
“너도 알다시피 칠흑에는 ‘기억하려는 성질’이 있다. 미흡하거나 불필요한 수식, 혹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마법진을 먼저 익혀 버리면, 나중에 교정하느라 고생하게 된다. 한창 배우는 중인 너희 같은 10대들은 특히 더 조심해야 해. 아무한테서나 흑마법을 배워선 안 되는 이유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다. 내게서 시체폭발을 배웠다면 조금 더 무거운 걸 가르쳤겠지만, 이렇게 콤팩트한 시체폭발도 나쁘지 않지. 네 성장에 따라 위력을 증강시켜 줄 수식을 넣을 여지도 남겨두셨다. 이 남은 부분을 채워 넣는 건 이제 네 몫이야.”
아론이 팔짱을 꼈다.
“정말 보통 분이 아니시군. 나중에 한번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은데.”
키젠 교수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니. 놀랍긴 했지만 시몬은 빠르게 선을 그었다.
“저, 저도 아버지의 지인이고 어릴 때 자주 봤던 것 빼면 잘 몰라요.”
“그래. 아직도 폐쇄적인 네크로맨서들은 많으니까. 시체폭발 이야기는 이 정도면 됐다.”
툭툭 손가락으로 시가 끝을 가볍게 털어낸 아론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내게서 뭘 배우고 싶지?”
“아. 그게…….”
시몬은 발터의 연구실에 있었던 상황을 모두 설명하고, 직접 클라우드를 일으켜서 아론의 앞에서 보여주었다.
하지만 혈류학 기술이라서 그럴까, 다른 조원들의 놀란 반응과는 달리 아론은 다소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이걸 내게 보여주는 이유를 모르겠군. 혈류학에 대해서는 나보다 발터 교수님이 더 잘 아실 텐데.”
“아, 그게.”
시몬이 옆머리를 긁적이며 쓰게 웃었다.
“실은 최근에 발터 교수님의 직속제자 제안을 거절했거든요. 어디 교과서에 있는 기술도 아니고 제대로 물어보기가 좀 죄송해서…….”
“…….”
“그래서 혹시 소환학과 이 힘을 결합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아론은 시가를 피웠다.
길게 피웠다.
시가를 다 태우고 새것을 꺼내 다시 태웠다.
“……완전히 미지의 혈류학 기술. 그리고 소환학과의 결합이라.”
탁탁.
시가의 탄 부분을 털어낸 아론이 시몬을 바라보았다.
“네가 나중에 2학년이 되면, ‘결합 학문’이라는 게 나온다. 하나의 학문으로는 완성할 수 없어서 다른 학문의 지식을 섞고 더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거지.”
“아! 그럼 혈류학과 소환학도!”
“당연히 그쪽도 있다. 가르쳐 주는 건 문제가 안 되지만, 네 오리지널 혈류계 기술과 소환학의 결합이라 조금 까다롭…….”
중얼중얼 거리던 아론의 한순간 눈이 커졌다.
“잠깐, 이 연기가 네 몸과 연결된 느낌이라고 했지?”
“아, 네.”
“감각과 신경도 공유한다고?”
“옙.”
아론이 세 번째 시가를 꺼내려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곰곰이 고민하다가 말했다.
“일주일.”
“네?”
“다음 주 소환학 수업이 끝나고 날 찾아와라. 그전까지는 완성해 놓겠다.”
턱을 드는 아론의 눈빛에는 강한 학구열이 드러났다.
“다음에 네가 배울 기술은 3학년들이 배우는 블러드 골렘(Blood Gole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