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22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27화
탈라제의 능력은 심플했다.
슬라임 계통의 언데드인 만큼, ‘액체화’를 이용한 형태 변환이 자유롭고, 몸을 떼어서 분신을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군단장 매그너스의 흑마법으로 이 능력을 더욱 극대화해서, 유일한 약점이었던 ‘심장’을 외부로 빼내는 데 성공했다.
현재 탈라제는 열 개의 심장을 외부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파괴되어도 심장을 소모하는 것으로 그 자리에서 무성생식 하여 새로운 개체로서 태어나는 게 가능하다.
되살아나는 능력은 시몬의 에이션트 언데드인 프린스와 흡사하지만, 탈라제는 자신의 심장을 직접 소모하고 새로 태어난다는 게 차이점이었다.
극강의 생존력.
탈라제가 수색에 특화된 능력을 가진 건 아니지만, 적에게 발각당하거나 포위당해도 100% 생환하는 능력을 매그너스는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현재, 탈라제는 매그너스의 명령에 따라 비명의 정글에서 만났던 미지의 에이션트 언데드의 흔적을 추적하고 있었다.
[…….]성과도 있었다.
긴 촉수로 풀밭을 훑어 내려가던 탈라제가 촉수로 흙바닥을 쓱쓱 문질렀다.
[정체불명의 지하유적 발견. 에이션트 언데드의 흔적 일치.]탈라제는 아주 중요한 단서를 찾았다고 직감했다. 마음 같아선 유적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고 싶지만, 여기서부터는 위험한 냄새가 났다.
돌아가서 매그너스에게 보고하고, 지원군들을 불러 함께 수색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그때.
쩌어어어억!
주위의 나무들이 허연 나이테를 보이며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탈라제가 뒤를 돌아보았다.
[!]탈라제가 그토록 찾고 있던, 바로 그 에이션트 언데드의 스켈레톤이 보였다. 심지어 네크로맨서가 그것을 본 아머로 입고 있었다.
[누구…….]그 말은 채 이어지지 않았다.
방금 나무들이 베어지는 것과 동시에, 탈라제의 목 또한 대각선으로 그어진 매끈한 실선을 따라 내려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아홉 번.”
남자의 목소리가 음침하게 울려 퍼졌다.
“이제 아홉 번만 더 죽이면 소멸하는 거지?”
꾸르르르륵!
목이 절단된 탈라제의 몸이 물처럼 내려앉으며 새까만 연못으로 변했다.
잠시 후 연못이 소용돌이치며 멀쩡한 모습의 탈라제가 튀어나왔다.
[나는, 탈라제.]그의 몸체 중앙이 벌어지며 입처럼 목소리를 냈다.
[매그너스 군단 소속의 대장. 정체불명의 네크로맨서. 정체를 밝힐 것을 요청.]시몬은 문답 무용으로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허공이 세로로 갈라지고, 이번에는 탈라제가 기만하게 허리를 굽혀 피해냈다.
[날 공격하는 행위. 매그너스 군단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당연히!”
시몬이 칠흑을 밟고 뛰어올랐다.
“알고 있어!”
오랜만에 ‘피온’으로서 본 아머를 착용하니 온몸에 힘이 넘쳤다.
단 한 번의 발디딤으로 바닥이 움푹 내려앉으며 시몬의 신형이 빛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쩍!
돌진과 함께 이어지는 일격에 탈라제의 팔 한쪽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재생.]탈라제가 잘려나간 왼팔을 든 채로 움찔움찔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재생. 불가.]바닥에 급브레이크를 밟고 멈춰 선 시몬이 허리를 회전하며 검을 휘둘렀다.
저 원거리 검격은 상당히 위협적이었기에, 탈라제는 급히 뒤로 물러났다.
콰콰콰콰콰콰콰!
하지만 검격은 탈라제가 아니라 그의 발밑에 있는 바닥에 닿았다. 굉음과 함께 바닥이 갈라지더니, 흙먼지와 자갈이 솟구쳐 탈라제의 시야를 가렸다.
“이렇게 하면!”
박차고 나오듯 오른발을 강하게 앞으로 디딘 시몬이 대검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보고 못 피해!”
쩌어어어어어어어엉!
연격처럼 휘둘러진 제2격이 흙의 장막을 찢고 탈라제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가로로 갈라냈다.
시몬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해냈어! 벌써 두 번이나 죽였…… 어?’
하지만 이번엔 죽이지 못했다. 반으로 툭 떨어진 상반신에서, 탈라제의 고개가 돌아가면 안 될 방향으로 돌아가며 시몬을 응시했다.
뒤이어 머릿속으로 피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년! 가슴이 아니라 목을 노려라! 목을 베어야 놈의 목숨을 소모시킬 수 있는 것 같다!]‘확실히 그러네요.’
시몬이 대검을 고쳐잡는 그때, 탈라제의 입이 열렸다.
[너희들. 군단이다.]시몬이 굳은 표정으로 달려들었고, 상체만 남은 탈라제도 아래에 작은 다리를 만들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이션트 언데드. 군단장이 아니면 컨트롤할 수 없다. 너희들은 군단이다.]고저 없는 음성이었지만 놀라긴 놀랐는지 탈라제는 쉴 새 없이 말을 내뱉고 있었다.
[매그너스의 여덟 번째 가설 성립. 제7 군단장 돌아왔다. 알려야 한다.]“절대!”
연달아 도약한 시몬이 짧은 다리의 탈라제를 따라잡아 대검을 휘둘렀다.
“그렇겐 못 해!”
탈라제 또한 허리를 꽈배기처럼 비틀며 하나 남은 팔을 뻗었다.
팔이 드릴의 형태로 변하더니 창격처럼 내질러졌고, 시몬은 급히 공격에서 방어로 전환해 막아냈다.
그사이에 탈라제가 빠져나가려는 순간.
‘개문!’
오버로드의 칼날이 솟구쳐올라 탈라제의 몸을 가두었다. 시몬이 대검을 쥐지 않은 왼손으로 주먹을 쥐고 옆으로 돌렸다.
‘갈아라!’
촤아아아아아아악!
촉수칼날들이 탈라제의 몸을 휘감은 채로 힘을 가하자 놈의 몸이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펑! 소리와 함께 살점들이 바닥에 투둑투둑 떨어졌다.
‘이걸로 8번 남았다.’
탈라제의 살점 중 하나가 다시 검은 연못으로 변했다. 이내 부글부글 끓더니 더 큰 탈라제로 재탄생했다. 아까 베었던 팔도 돌아와 있었다.
[역시 까다롭군.]피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건 재생이 아니라 재창조에 가깝다. 어떤 극한의 전장에서도 놈의 생환율은 100%다! 방심은 절대 금물이야!]“네!”
바로 그 100%를 깨기 위해 지금 피온으로 와 있다.
시몬이 대검을 붙잡고 탈라제를 노려보았다. 탈라제가 정신을 못 차리도록 쉴 새 없이 몰아쳐 빠르게 목숨을 깎아내리는 게 핵심이었다.
‘적어도 10분 안에 목숨 다섯 개는 더 소모시켜야 해.’
처억.
그때 탈라제가 허리를 굽혀 두 손바닥으로 지면을 짚었다. 그의 몸이 간헐천처럼 솟구치더니, 사방으로 크고 작은 드릴들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흡!”
시몬이 날아오는 드릴들을 피하는 사이, 탈라제의 본체는 우거진 숲으로 도망쳤다.
스륵.
그런데 날카로운 뭔가가 파고들어 몸이 절반 가까이 베였다. 그냥 무시하고 걸어갔으면 그대로 두 동강 났을 것이다.
놀란 탈라제가 물러나서 정면을 응시하자, 어둠 속에서 보일 듯 말 듯 달빛에 반사되는 실선이 보인다.
[어딜 그리 바삐 가시옵니까?]촤륵!
사방에서 거미줄이 회오리처럼 몰아쳐 탈라제를 꽁꽁 휘감았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에르제베트가 우아하게 손짓하자 거미줄이 탈라제의 몸을 파고들며 산산조각냈다.
“에르제!”
[탈라제의 분신 7기 모두 거미군단이 이상 없이 처리했사옵니다! 이제 본체의 목숨도 7번 남았네요.]부글부글.
벌써 세 번이나 죽은 탈라제가 연못으로 변하더니, 즉시 거구의 몸체로 모습을 드러냈다.
[물러서라.]그가 드릴로 변한 오른팔로 에르제베트를 향해 내질렀고, 그녀는 가볍게 검지손가락을 세웠다.
처어억!
드릴이 그녀의 얼굴 앞에서 멈췄다. 가느다란 실선이 드릴의 정면을 팽팽하게 가로막고 있었다.
[에이션트 언데드. 또 있다.]탈라제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
[새로운 군단장. 무려 두 기의 에이션트 언데드 보유. 위험성 증가. 반드시 생환 후 보고.]지직!
탈라제가 팔에 바짝 힘을 주더니 거미줄을 뚫어냈다. 에르제베트는 몸을 날려 돌진을 피하고는 손바닥을 위로 세웠다.
[허점투성이네요.]중심이 앞으로 쏠려 있는 탈라제의 뒷다리에 거미줄이 감기더니 그대로 공중으로 들어 올려졌다.
기다렸다는 듯 시계추를 그리며 날아온 수십 마리의 송장거미들이 탈라제의 몸에 독니를 틀어박았다. 녹색 물이 뚝뚝 떨어지며 탈라제가 고통에 울부짖었다.
[지금이옵니다!]“잘했어 에르제!”
베기 자세를 취한 시몬이 그대로 허공에 일검을 휘둘렀다. 독에 당해 몸이 뻣뻣해 있는 탈라제의 머리가 정확히 검격으로 양분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이제 남은 목숨 6번!’
한시도 긴장의 끈을 한시도 늦출 수 없다.
바닥에 떨어진 탈라제의 머리가 검은 연못으로 변해 부글부글 끓더니, 그 안에서 크기를 줄인 탈라제가 펑!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도약했다.
[매그너스. 알려야 한다. 로크섬에 에이션트 언데드. 둘이나 있다.]탈라제가 도망치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반대쪽 지상에서 뭔가가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엄청나게 빨랐다. 순식간에 탈라제의 눈앞까지 나타난 작은 소년이 주먹을 휘둘렀다.
꽝! 하는 굉음과 함께 탈라제가 곤두박질쳤다.
[핫하하! 어림도 없지! 이 멍청아!]공중에서 프린스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바닥에 틀어박혀 허리가 비틀린 탈라제의 위로 좀비들이 덥석덥석 그를 붙잡았다. 뒤따라온 시몬이 대검을 쥐지 않은 왼손으로 마법진을 펼치고는 주먹을 꾹 쥐었다.
꽈아아아앙!
무력화된 탈라제의 몸에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에 제대로 직격한 탈라제는 연못으로 쪼그라들었다.
[소년! 다섯 번이다!] [다섯 번 남았사와요!]피어와 시몬, 에르제베트, 그리고 막 내려온 프린스가 각자 연못 주위를 둘러싸듯 자리를 잡았다. 어디로 도망쳐도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에이션트 언데드. 무려 셋으로 추정.]점액의 연못 속에서 탈라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연못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반드시 생환. 매그너스에게 보고.]퍼어어어어어엉!
연못에서 무수한 드릴들이 튀어나왔다. 시몬과 대장들은 각자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모든 드릴들에 공격을 퍼부었다.
피어가 소리쳤다.
[누가 본체인지 모른다! 한 놈도 남김없이 치워!]드릴들은 바닥에 떨어지는 동시에 다리가 생겨서 달리기 시작했다.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휘둘러 한 번에 다수를 베어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오버로드를 컨트롤해서 분신들을 꼬챙이로 만들었다.
피어도 본 아머로 시몬을 지원하는 동시에 군단화된 스켈레톤을 움직여 도망치는 드릴들을 붙잡았다.
에르제베트는 광범위에 깔아둔 거미줄에 칠흑을 흘려보내 칼날처럼 운용해서 드릴들을 썰어냈다.
프린스도 좀비 무리를 이끌고 도주로를 차단해 도망치는 탈라제들을 쓰러뜨렸다.
이 중에서 본체를 잡은 쪽은.
쩍!
프린스였다. 무차별로 휘두르는 그의 주먹에 탈라제의 본체가 박살 나며 부글부글 끓는 연못의 형태로 변했다.
프린스가 캬하! 웃었다.
[내가 잡았다! 이쪽이 본체야!] [집중해라! 앞으로 네 번!]프린스가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으며 연못 앞에서 대기했다.
[자! 자! 나와보시지! 남은 4개 목숨도 순식간에……!]퍼어어어엉!
연못이 높게 파도쳤다. 그 안에서 단 하나의 초대형 드릴이 튀어나와 프린스의 몸통에 구멍을 내며 지나갔다.
“프린스!!”
[반드시 생환. 반드시 생환. 반드시 생환.]날아가던 드릴의 아래에서 사람의 다리가 튀어나왔다. 어느새 몸길이도 부쩍 불어난 탈라제가 미친 듯이 금지된 숲을 달렸다.
촤륵!
촤르륵!
그러나 탈라제의 몸 곳곳에 검에 베인듯한 상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림없사와요.]에르제베트와 거미군단이 설치한 거미줄들이 탈라제의 몸을 찢으며 속도를 늦췄다. 탈라제는 억지로 돌파하느라 몸이 너덜너덜해졌다.
타다다다다닷!
그리고 에르제베트가 깔아놓은 가늘디가는 거미줄 위를, 무영의 망토를 휘날리며 달리는 소년이 있었다.
“피어!”
[오냐!]시몬이 훌쩍 거미줄에서 뛰어내리며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스릉!
도망치던 탈라제의 왼쪽 다리가 잘리며 놈이 쓰러졌다. 하지만 쓰러지는 와중에도 몸통에 직접 다리를 만들어내 이번엔 지네처럼 기어서 도망쳤다.
“준비해! 프린스!”
시몬이 아공간에서 좀비를 꺼내 회색 반지를 한번 대고는, 본 아머의 힘으로 힘껏 던졌다.
포탄처럼 날아가던 좀비의 몸 위로 쿠르릉! 하고 검은 벼락이 떨어졌다.
[핫하하!]좀비에게 강림한 프린스가 정확히 탈라제의 몸 위에 올라탔다.
[부활 기술은!]소년의 깍지 낀 주먹이 높게 들어 올려졌다.
[너만 가지고 있는 게 아냐!]투콰아아아앙!
프린스의 주먹이 탈라제의 허리를 박살 내며 지면에 대못처럼 꽂아 넣었다.
탈라제가 축 늘어지고 시몬과 피어가 무력화된 놈의 머리를 검격으로 베어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탈라제의 몸이 다시 연못으로 돌아갔다.
[세 번!] [세 번 남았사와요! 다들 조금만 힘내요!]에르제베트는 바로 합류하지 않고 송장거미들과 함께 바쁘게 움직이며 주위에 거미줄을 깔았다. 이번엔 방심하지 않겠다는 듯 프린스도 제대로 방어자세를 취하며 연못을 응시했다.
시몬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대검을 붙잡고 기다렸다.
‘무조건! 어떻게 해서든 여기서 남은 세 번 다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