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2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34화
“역시 거인 혼혈! 특례 3번의 샤텔 마에르!! 그냥 맨몸으로 함정을 돌파해 버립니다!”
흥분한 관중들이 연신 샤텔의 이름을 연호했다. 덩달아 신이 난 사회자가 별야를 보며 말했다.
“교수님! 저번 시험에서도 그랬고, 이번에도 압도적인 모습입니다!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전차 같은데요! 저건 대체 무슨 흑마법일까요?”
“멍청아! 저게 흑마법이겠냐?”
별야가 턱을 괴며 픽 웃었다.
“저건 그냥 선천적인 거야. 무기 따위가 부딪쳐도 생채기도 안 나는 거인의 체질. 혈통이랍시고 가문에서 전해 내려오는 흑마법을 들먹이는 꼴을 보면 참 같잖아. 혈통은 저런 걸 보고 혈통이라 하는 거다.”
“아아, 정말 말도 안 됩니다! 정녕 우리와 같은 사람입니까! 그대로 돌파해서 빨간 버저를 누릅니다! 샤텔! 첫 번째로 3단계 시험을 통과!”
1단계와, 2단계는 학생들이 함정을 해체하면서 오느라 다소 시간이 지체됐지만, 진짜 볼거리는 3단계에 있었다.
함정 해체 스킬과는 관계없이, 순수한 방어력 및 유지력을 평가하는 시험이었기에 모든 학생들이 정면승부로 나왔다.
“아아! 말씀드리는 순간 메이린 빌렌느 학생!”
관중석의 메인 스크린이 메이린의 모습을 비췄다.
그녀는 두 발바닥에 마법진을 깔고, 대량의 얼음을 쏟아내며 천장에 붙어 달리는 전술을 썼다.
천장에서 내려와야 할 무기들이 그녀가 까는 얼음에 방해받았고, 그사이에 메이린은 놀라운 속도로 3단계를 주파하고 있었다.
“오오오! 칠흑원소계의 빙결마법 운용이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대 마법사시대의 재림을 보는 것 같습니다!! 저게 바로 상아탑!”
“페이스 무리하네.”
별야가 툭 내뱉듯 말했다.
“저거 2분도 유지 못 해. 다음이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얼음을 꺼내는 거야. 저러다가 4단계에서 뻗겠네.”
“그런 겁니까! 과연 교수님 말씀대로 일지 계속 지켜보도록 하죠! 아, 말씀드리는 순간 한 명이 더 갑니다! 이번에는 상아탑 못지않은 위대한 용의 가문! 헥토르 무어!!”
이제는 완전히 비늘로 뒤덮인 시룡 형상의 헥토르가 바닥에 바짝 붙어 달리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발사되는 브레스가 연신 천장을 폭격하며 무기가 내려오기 전에 부쉈다. 스켈레톤을 보내 다음 무기가 떨어지길 유도한 다음, 브레스를 날리거나 저주를 펼치기를 반복했다.
“저건 좋네.”
별야가 시원스런 미소를 지었다.
“스켈레톤을 써서 함정의 위치를 알아내고, 브레스랑 부식의 저주를 번갈아 쓰고 있어. 좀 전의 메이린보단 저편이 더 효율적이야.”
“하지만 교수님! 원래 이 시험의 핵심은 방어력과 유지력 아닙니까?”
“쟤는 극단적인 공격력으로 상대를 분쇄하고 보는 타입이야. 저런 유형도 효율은 떨어지지만, 이 시험에서 괜찮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이거지.”
다들 자신의 특기와 개성을 살리며 3단계를 돌파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누구보다 빠르게 1단계와 2단계를 돌파한 학생은, 정작 3단계에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자의 외침과 동시에 메인 스크린에 시몬의 모습이 보였다.
“뭔가 흑마법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벌써 30분째! 다른 학생들은 그의 진행속도를 추월해서 4단계 시험으로 갑니다!”
특례 1번 학생에게 기대했거나, 그에게 돈을 건 관중들은 우우하고 야유했다. 사회자가 당황하며 별야를 보았다.
“교수님! 저런 한 수는 어떻게 보십니까?”
어쩐지 뚱한 표정으로 시몬이 준비하는 걸 바라보던 별야가 입술을 삐쭉이며 말했다.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저 녀석은.”
“네?”
“다음으로 넘어가!”
* * *
“후욱.”
시몬이 숨을 헐떡였다. 벌써 30분이 지났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아론 교수님의 말씀이 맞았어.’
아론은 새로운 ‘블러드 골렘’을 전수해 주면서도, 2학년이 될 때까지는 봉인해 둘 것을 권했다.
그가 밝힌 이유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과, 체력이 심각하게 많이 소모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지금 이대로는 완성과 동시에 술사가 쓰러질지도 모른다고 아론은 경고했다.
하지만.
‘내가 가진 흑마법 중에, 지금 이 상황에서 블러드 골렘보다 더 좋은 기술은 없어.’
시몬은 속성으로 배운 블러드 골렘을 과감하게 실전에 채용하기로 했다.
몸에 피가 쭉쭉 빠져나가며 어지러움이 느껴지자 혈류학 전공생들이 달고 산다는 ‘블러드 포션’을 꺼내 입에 물었다. 벌써 다섯 병째.
피어는 그런 시몬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 녀석은 매사에 무리하려는 기질이 있다.’
하지만 그런 무리수를 두면서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다. 전부 성공했고 어쩔 때는 기적까지 일으켰다. 하지만 체력을 직접 소모하는 이번만큼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게 됐다.
과연 시몬이 처음으로 실패를 배우게 될지, 혹은 이것마저도 뛰어넘을지. 모두 시몬이 하기에 달렸다.
‘후우. 후우.’
시몬의 시야가 핑핑 돌았다. 블러드 포션을 마시는 것도 이제는 한계고, 더는 몸이 못 버틴다.
‘……이대로는 안 돼.’
시몬은 비틀거리며 이마를 짚었다.
‘이걸로는 안 돼.’
쨍!
시몬이 오른손에 유지 중이던 발터의 마법진을 깨부쉈다. 그리고 새로운 마법진을 펼쳤다.
‘임의로 마법진에 간섭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아. 하지만 리스크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저번 저주학 시간에 방향이 틀어지는 이그저스트를 만든 것처럼. 이번에도 마법진을 고쳐보기로 했다.
이론은 어렵지 않다. 발터의 클라우드 마법진은 칠흑과 피가 4:6의 비중으로 들어간다.
그 비중을 바꾼다. 칠흑과 피를 6:4로. 클라우드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면 반드시 발터가 규정한 비율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었다.
‘이미 핵이랑 뼈대는 다 형성했어! 나머지 겉 부분만……!’
시몬의 생태계가 새로운 방식으로 전개된다.
‘더 가볍게!’
그렇게 만들어지는 클라우드는 색깔이 옅고, 좀 더 끈적끈적하며 눅눅했다. 골렘의 발과 다리가 만들어졌지만 흐물거려서 걷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블러드 골렘으로 돌파할 게 아니니까.’
드디어 충분한 양의 클라우드가 골렘의 핵을 덮으며 흑마법이 작동되었다. 높이 3미터의 웅장한 골렘이 우뚝 몸을 일으켰다.
그것은 달팽이의 소용돌이 무늬가 가득한, 청록색의 액체가 넘실거리는 괴물이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뻘건 블러드 골렘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에메랄드 빛깔의 골렘.
이제 마무리 작업이다. 시몬은 자신의 가슴에 골렘의 핵에 그려진 마법진과 똑같은 마법진을 그려 넣었다.
키이이이이이이잉!
두 개의 마법진이 동조를 시작했다. 시몬은 길게 숨을 내뱉으며, 3단계의 난관을 보았다.
[기존의 방향에서 비틀어 가는 것을 선택했나!]피어의 분신이 씩 웃었다.
[원래는 블러드 골렘으로 공격을 받아내다가 중간부터 네가 달리는 게 계획이었지 않나? 이제 어쩔 생각이지?]‘처음부터 끝까지.’
시몬이 마지막 블러드 포션의 뚜껑을 따서 한입에 들이켜고는 정면을 응시했다.
‘제 발로 뛰겠습니다.’
크하하하하하하!
시몬의 머릿속에서 피어의 거대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역시! 너는 지금까지 내가 만난 모든 인간 중에 가장 미쳐 있다!]* * *
“아아, 대단합니다! 특례 10번의 말콤 랜돌프 학생! 도플갱어를 이용해 무기들을 분산시키는 컨트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회자가 열띤 목소리로 외쳤다. 옆에 앉아 있는 별야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턱을 괬다.
“원래 저거 고정형 마법진으로 알고 있는데, 맞냐? 어, 맞다네. 근데 쟤가 들고 뛸 수 있게끔 스스로 개량한 거야. 은근 천재성이 있다니까.”
사회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콤에 관련된 화제를 꺼냈다.
“하지만 최근 그가 특례 1번 학생과의 결투평가에서 ‘액체폭탄’을 사용해 논란이 됐었는데요! 그간 랜돌프 갱단이 부정하고 있던 미제 폭발 사건들이 싹 재수사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교수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별야가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냐? 그게 사실이면 자기 아빠한테 제대로 물 먹였네! 이렇게까지 했는데 키젠 졸업도 못 하면 뒤지게 처맞는 거지!”
“아, 말씀드리는 순간! 30분간 멈춰 있던 바로 그 특례 1번 학생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메인 스크린이 다시 시몬의 모습을 비췄다. 기어이 청록색의 골렘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그가, 갑자기 두 발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굳이 30분을 써서 골렘을 만들더니, 그냥 버려두고 혼자 3단계로 향하는 시몬 폴렌티아 학생!”
사회자가 흥분한 얼굴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관중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소환에 실패해서 그냥 맨몸으로 들어간 걸까요? 혈류계 마법까지 사용하면서 막대한 체력소모까지 있었는데! 이걸 그냥 두고 가면 대체 얼마나 큰 시간, 체력, 칠흑 낭비입니까! 교수님!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별야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소환학은 잘 몰라. 일단 드러난 것만 보면 만들고 싶었던 골렘 제작에 실패했다. 결국 미련을 버리고 맨몸으로 돌파한다. 이렇게 보이긴 하네.”
“드러난 것만 보면! 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시몬 학생의 다른 노림수가 있는 걸까요?”
“어, 쟤 똘똘해. 뭔가 생각이 있을 거라고 본다.”
타다닷!
시몬은 정신없이 내달리며 천장에서 내려오는 수백의 무기를 피하고 있었다.
시몬의 몸에 칠흑이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하자 사회자가 소리쳤다.
“아아! 체내 칠흑 분화입니다!! 저런 고급 마투학 기술이 가능하다면 그냥 처음부터 칠흑 분화를 쓰고 돌파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요!”
“X도 모르는 소리 한다 진짜.”
별야의 날카로운 지적에 사회자가 찔끔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마투 애들 어떻게 되는지 못 봤냐? 스피드로 압도하려는 새끼들은 결국 무기에 따라잡혀서 당했고, 몸을 단단하게 강화하거나 흑의를 흉내라도 낸 새끼들은 통과했어. 스피드만으로는 절대 3단계를 못 뚫어. 그렇게 고안된 함정이다.”
퍼억!
별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면에서 둔탁한 타격음이 들렸다. 관중들의 시선이 모두 메인 스크린으로 향했다.
“……!”
시몬의 어깨에 창이 날아와 박힌 것이다. 곳곳에서 아연실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끝났네.”
“뜬금없이 골렘을 만들 때부터 좀 싸하더라.”
“특례 1번치고는 너무 평범하긴 했지.”
그럼에도 시몬은 창을 매단 채로 이를 악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또 몇걸음 달리다가 화살 두 발이 날아와 다리에 박혔다.
“아으으, 아프겠다.”
“진짜 끝났네.”
“그만하고 탈락시켜! 시험 치르다 애 잡을 거야?”
관중들의 어수선한 외침이 쏟아지는 가운데, 시몬은 계속 달렸다.
검에 베이고 화살에 찔리고, 메이스에 머리를 부딪혔다. 이마에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끝났네.
이제 끝났어.
이건 진짜 못 일어서.
수많은 조소와 비관, 냉소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시몬은 우뚝 서서 달리고 있었다. 이제 끝났을 거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몇 번이고 배신했다.
어느새 주위가 조용해졌고, 그 말이 많던 사회자도 멘트를 이어나가지 못한 채 입을 벌렸다.
“……왜.”
정적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조용히 깔렸다.
“왜 저 녀석만 안 쓰러지는 거야?”
점점 시몬을 보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었다.
“그럼 그럼.”
어느새 별야도 무척 만족스러운 얼굴로 몸을 쭉 기울이고 있었다.
“네크로맨서가 전장에 아무런 보험도 없이 나올 리가 있나.”
퍼억!
으적!
콱!
아무리 빨라도 몇 대는 필연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함정. 이제는 역력히 지친 시몬이 공격을 허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는다.
도무지 포기하질 않는다.
시몬은 온몸으로 공격을 받아내면서 계속 돌진했다.
“오! 오오!”
“가라! 계속 가!”
시몬은 행동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조소와 냉소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흥분이 차올랐다.
“또 움직인다!”
“와아아아아!”
“미쳤어! 진짜 절대로 안 쓰러져!”
관중들은 어느새 시몬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응원했다. 모두가 가슴 졸이며 소리를 높였다.
비로소 마침내.
삐이이이이익!
피투성이가 된 시몬이 기어이 4단계로 향하는 빨간 버저를 눌렀다.
시몬은 몸에 무수한 무기를 매단 채 아직도 멀쩡히 서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관중들이 입을 벌리는 가운데, 화면에서 시몬의 얼굴이 클로즈업됐다.
시몬은 웃고 있었다.
그가 주먹을 움켜쥐고 힘차게 머리 위로 세워 들자.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폭발적인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사람들의 뇌리에 제대로 박히는 클리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