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25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258화
시몬과 벤야는 마차를 타고 창고로 이동했다.
창문을 열고 잠깐 바람을 쐤을 뿐인데, 뒤숭숭했던 기분이 이상할 만큼 쉽게 괜찮아졌다.
워낙 끔찍한 광경이라 뇌가 무의식적으로 잊으려고 하는 걸까? 아니면 사실 정말로 별일이 아니었던 걸까.
이제 시몬의 머릿속에 남은 건 의문뿐이었다. 발터, 아니, 유다는 그렇게 많은 심장으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걸까?
그런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금방 창고에 도착했다. 사실 창고라기보다는 대규모 시설을 갖춘 공장 같은 곳이었다.
데이모스를 옮겨오자 여기서도 난리가 났다.
“물건이 들어왔네.”
“저게 황천고래의 재료라고?”
우르르 몰려든 직원들은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잠깐만 지나갈게요.”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직원들이 일제히 좌우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언제 작업복을 갈아입었는지, 벤야 바닐라가 작업용 칼 세트를 든 채 다가오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발골할게.”
프로페셔널하게 머리를 질끈 묶은 그녀가 칼을 들고 데이모스 위로 올라왔다. 시몬이 놀라서 말했다.
“선배님이 직접 하시는 거예요?”
“물론.”
그녀가 작업용 칼을 고쳐잡고는 데이모스의 사체에 이런저런 표시를 해놓았다. 그리고 허공에 칼을 그어서 십자가를 그리더니 그 중앙에 콕 칼끝을 댔다.
“데이모스 정복 시작합니다!”
이어지는 화려한 솜씨에 시몬의 입이 커졌다.
그녀의 손길엔 망설임이 없었다. 칼이 파밧 하고 움직이면 살이 쩍쩍 갈라졌다. 근육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뼈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인지해야 가능한 솜씨였다.
철퍽!
작업이 진행될수록 두툼한 살덩이가 바닥에 떨어지고 새하얀 뼈가 드러났다. 그녀의 작업복은 물론 얼굴에도 피가 튀었지만, 시몬은 그 모습이 흉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작업에 몰두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어떤 숭고함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가 걸려.
“자, 다 됐다!”
깔끔하게 뼈만 남은 데이모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시몬은 물론, 지켜보고 있던 직원들도 박수를 쳤다.
“새끼라 부드러운 물렁뼈가 많아서 조금 고생했네. 그래도 골격은 확실하게 자리잡힌 편이라 다행이었어.”
“감사합니다. 정말 고생하셨어요!”
시몬이 수건을 건네자 그녀가 얼굴을 대충 휙휙 닦고는 건네주었다. 지친 표정이었지만 얼굴에는 뿌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럼 바로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작업으로 넘어가자!”
이제 바닐라의 첨단 장비들을 이용할 차례였다.
뼈는 녹색의 액체에 푹 담가지거나, 작업용 붓으로 약품을 살살 펴 바른 뒤 냉각장치에 들어가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쳤다.
시몬은 기다리는 시간 동안 벤야에게 여러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수 있었다.
‘많은 걸 배우네. 드레스덴의 왕자와 척졌지만 그래도 이 동아리에 들어오길 잘했어.’
뭔가 그간의 안드레 때문에 겪었던 고생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던 시몬은 슬쩍 그 이야기도 꺼내보았다.
“그런데 선배님. ‘심장’만 집중적으로 모으는 네크로맨서들도 있어요?”
“심장? 갑자기 왜?”
시몬은 아까 보았던 광경을 조금 축소해서 말했다.
“대차 위에 몬스터의 심장이 한가득 쌓여 있는 걸 봐서요. 엄청난 양이었어요.”
“으음.”
그녀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글쎄, 그렇게 많은 양이 필요할 때가 있던가? 사실 심장은 우리보단 혈류학 쪽이 자주 쓰는 재료라서 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 초대형 흑마법의 재료일 수도 있겠고.”
시몬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는데, 냉동고의 마법진에서 삑 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 됐다!”
시몬과 벤야가 달려가서 냉동고를 열고 데이모스의 뼈를 끄집어냈다.
그 안에서 나온 데이모스의 뼈는 딱 봐도 튼튼하게 바뀌어 있었다. 보통의 뼈는 까끌까끌하고 말라 있는 감촉인데, 여러 과정을 겪고 나온 데이모스의 뼈는 매끄럽고 광택도 있었다. 마치 도자기를 만지는 기분이었다.
벤야는 시험 삼아 뼈 하나를 들고 얇은 목재를 내리쳐 보았다. 퍽! 소리와 함께 나무 따위는 가볍게 박살 나는 수준.
시몬이 감탄하며 물었다.
“다른 스켈레톤도 이런 강도를 갖게 할 수 있어요?”
“그건 몬스터의 종류와 뼈 상태에 따라 달라. 우리 바닐라는 용도에 적합하도록 뼈의 강도를 조절하는 편인데, 지금 이 데이모스는 아직 새끼고 물렁뼈가 많아서 꽉 굳힌 거야.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이제 중간 작업은 다 끝났다. 가장 중요한 스켈레톤의 소환 마법진을 그릴 차례다.
“오셨다!”
벤야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시몬도 그녀를 따라 뒤를 돌아보자, 문밖에서 세 명의 남자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은 갑자기 긴장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뭐, 뭐 하는 사람들이지?’
한 명 한 명 내뿜는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아가씨께 도움 요청을 받는 건 또 처음이네요.”
짧은 턱수염을 기른 억센 인상의 남자가 말했다. 행동과 목소리만으로도 산전수전 다 겪은 내공이 느껴졌다.
“바쁘실 텐데 바로 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녀가 팔을 펼쳐 시몬에게 세 사람을 소개했다.
“제군아. 소환 마법진을 직접 그려주실 언데드 장인 네크로맨서들이셔. 디에고 경, 마르코 경, 로드리온 경이야. 우릴 도와줄 거야.”
시몬이 경악하는 눈으로 벤야를 보았다.
언데드 장인이라니! 이런 거물들을 데려와도 괜찮은 건가?
“그리고 이쪽은 제 동아리 후배이자, 키젠 1학년인 시몬 폴렌티아예요.”
“안녕하십니까!”
시몬이 각 잡고 인사했다. 디에고라고 불린 턱수염 남자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바닐라 그룹 소속의 네크로맨서, 디에고다. 잘 부탁한다.”
어쩐지 차가운 목소리였지만 시몬은 내색하지 않고 손을 맞잡았다.
“영광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다른 두 사람과도 인사했다. 이후 그들은 벤야와 간단하게 안부 인사를 주고받으며 로브를 벗고 작업 준비를 시작했다.
“제군아. 이건 보통과는 다른 특수 언데드 제작이라서 네 협조가 필요해.”
“네, 열심히 할게요!”
네크로맨서 상점에서 구매한 스켈레톤들은, 이미 설치된 마법진에 마무리 작업만 하면 완성이었다.
물론 그건 소환 공식이 확실하고 양산 가능한 개체라서 가능한 일이었고, 지금과 같은 특수 언데드, 특히 데이모스의 뼈로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언데드 제작은 여기서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해 나가야 했다.
그래서 벤야도 이런 일이 가능한 장인 네크로맨서들을 데려온 것이다.
“어이.”
벤야와 장인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 디에고 혼자 조용히 시몬에게 다가왔다.
“넵! 부르셨어요?”
“아가씨 듣겠다. 목소리 줄여서 대답해.”
“아, 네.”
그의 눈이 사납게 번뜩였다.
“지켜볼 테니까 똑바로 해라. 일할 때 우리 발목 잡아서 작업이 늦어지면 가만 안 둬.”
디에고가 시몬의 어깨를 툭 치며 걸어가더니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바빠죽겠는데 짜증 나게. 이 짬밥에 내가 애들 학교놀이까지 동참해야 하는 이유가 뭐야?”
시몬이 무안한 표정으로 옆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피어의 살기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저게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됐어요. 아쉬운 건 저고, 도움을 구한 것도 저예요. 저분의 심정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일 잘하고 있는 도중에 회장의 손녀딸이 불러서 온 거라면 시몬 입장에서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작업을 끝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잠시 후, 세 장인 네크로맨서들이 데이모스 앞에서 자리를 잡았다.
허물없는 삼촌 느낌으로 벤야와 틱틱 농담을 주고받으며 실실 웃던 모습은 어디 가고, 다들 진지한 얼굴로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각자의 루틴을 실행하며 눈을 감거나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와, 역시 프로는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
“뭐 하나. 너도 앞으로 와라.”
“네!”
이내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리더인 디에고가 두개골에 마법진을 그렸다. 그리고는 쭉 팔을 들어 올리자 마법진이 확대되어 공중으로 떠올랐다.
거의 폭만 2미터가 넘는 마법진.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디에고가 칠흑을 움직여 중앙에 룬어의 밑그림을 그려 넣었다.
“명심해.”
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작업이 시작되면 아가씨 친구니, 후배니 그런 거 없어. 동등한 네크로맨서로서 대할 거고, 봐주는 거 없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명심하겠습니다!”
“룬어에 손 올려.”
시몬이 룬어의 밑그림에 손을 올렸다. 디에고가 다시 말했다.
“칠흑.”
시몬이 칠흑을 방출해 밑그림에 집어넣자, 다른 두 사람이 빠르게 그것을 받아서 룬어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믿을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타인의 칠흑을 컨트롤해서 타인의 마법진에 룬어를 그리다니!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체인 깔아.”
“네, 네?”
디에고가 버럭 소리쳤다.
“체인 몰라? 칠흑이 통과할 회로 말이다! 회로! 이런 사소한 것까지 알려줘야 하나?”
“죄송합니다!”
시몬이 바짝 긴장하며 칠흑 회로를 이어나갔다. 다른 두 장인들은 시몬의 회로를 중심으로 수식을 그려나갔다.
“누가 체인을 곡선으로 그리랬나! 좀 더 깔끔하게 못 깔아?”
“죄송합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시몬 경. 여기만 칠흑이 세네요. 다시 해요.”
“예, 다시 하겠습니다!”
“친구야. 너 긴장한다. 칠흑 떨리는 거 보여.”
작업이 시작되자마자 장인들이 정신없이 시몬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른 두 사람은 타이르는 듯한 투였지만 디에고는 그런 거 없었다.
“다시 깔아! 도대체 키젠에서 뭘 배운 거야?”
“죄송합니다!”
“이따위로 할 거면 당장 그만둬!”
“다시 하겠습니다!”
디에고는 극도로 엄격했고, 시몬은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했다. 체감상 거의 1분에 한 번씩 혼나는 것 같았다.
“변형 수식 이거 뭐냐. 누가 했냐?”
“제가 했습니다!”
“하여튼 간에. 마르코, 니가 커버해라.”
“알겠어요.”
마르코가 시몬이 썼던 수식을 싹 지워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일일이 깔았다.
시몬은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만 봐야 했다.
“벌써 두 번째 말한다. 정신 똑바로 차려.”
디에고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네가 실수할 때마다 다른 애들만 죽어나는 거야. 넌 지금 도움은커녕 마이너스일 뿐이다.”
“네. 죄송합니다!”
“모서리에 서클링 박아넣어.”
처음으로 아는 거 하나 나왔다. 스켈레톤 아처를 배울 때 쓴 기술이다.
시몬이 즉시 손바닥 위로 회전하는 칠흑의 흐름을 만들어 해당 위치에 박아 넣었다.
“서클링 다 했습니다!”
“다음. 두 번 안 보여줄 테니 잘 봐라.”
디에고가 간이 마법진을 만들고, 그 위에 액체화한 칠흑을 살살 굴리자 서서히 모양이 잡히고 단단해졌다.
“칸팅 작업이다. 해라.”
“네!”
시몬이 눈을 부릅뜨고 칠흑을 액체화해서 좌우로 굴렸다.
잠깐 다른 쪽을 보고 있던 디에고가 고개를 되돌렸다.
“이봐, 그거 하나 제대로 못…….”
거기서 말을 멈춘 디에고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뭔가 잘못됐나요?”
“……아니, 계속해.”
그 까다로운 칸팅을 한 방에 성공시키다니. 저거 1학년이라고 하지 않았나?
디에고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다시 본인의 작업에 집중했다.
“체인 옆으로 깔고.”
“네.”
“거기 결속수식 들어갈 거잖아! 자리 비좁아!”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시몬 경. 여기 수식도 다시 잡아주세요.”
“예!”
시몬은 무려 세 명의 장인들 사이에 껴 있었지만, 묵묵히 자기 할 일에 집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시간이 지나갔다.
‘이 자식은…….’
디에고는 의외라는 눈으로 시몬을 바라보았다.
‘주눅 들지도 않나?’
네크로맨서 학교 졸업생들, 특히 막 취업해서 마법진 작업에 처음으로 들어간 신참들은 첫날에 눈물 콧물 쏙 빼면서 일한다.
마법진 제작은 ‘폭발’이라는 거대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선배들이 군기를 빡세게 잡는 편이었다. 한두 달도 못 버티고 그만두겠다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시몬은 그런 신참들과 달랐다.
아직 네크로맨서 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놈이 현장에서 주눅 들지도 않고 위축되지도 않았다.
혼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니 질문하는 것에도 망설임이 없다.
큰 실패를 겪어도 바짓가랑이 붙잡듯 끈질기게 들러붙어서 기어코 해결해냈다.
“체인 똑바로 안 까냐!”
“죄송합니다!”
디에고의 외침에 시몬이 얼른 사과한 후, 꿋꿋이 할 일을 수정해서 이어나갔다.
‘이상한 놈.’
디에고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재밌어!’
사실 시몬은 제대로 이 작업을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재밌는 걸 왜 이제 알았지?’
습득의 쾌락.
도전의 기쁨.
선배들의 꾸중에 주눅들 시간도 아까웠다. 지금 이 장인들과 함께 일하는 건 하늘이 내린 기회다. 감정소모는 하는 것도 아깝다. 축 처져 있을 시간에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한다.
더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더 새로운 것, 더 어렵고 복잡한 것들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고양감에 사로잡힌 시몬은 망설임 없이 칠흑 회로를 일렬로 쫙 깔아버렸다.
“이열~ 터프한데요!”
“좋아 좋아! 원래 소환 마법진은 기세로 만드는 거야! 친구야!”
디에고를 제외한 다른 두 선배들은 시몬의 그런 당돌한 모습에 기뻐했다. 시몬도 더더욱 기세를 탔다.
“어이, 잘 봐라!”
디에고가 칠흑을 이용한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었다.
“이걸 플롭(Flop)이라고 한다. 할 수 있겠나?”
“네!”
시몬은 한 번 실패했지만 바로 이어서 두 번 만에 성공해 냈다.
짜증을 내려고 했던 디에고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씰룩씰룩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새끼 대체 정체가 뭐야?’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
하나를 실수하면 스물을 배운다.
장인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도 않고 씩씩하다.
“다 했습니다! 혹시 실수한 부분이 있을까요?”
“아니.”
디에고 또한 네크로맨서였다. 물론 바쁜데 여기 불려온 건 짜증 나는 일이었지만.
“……잘했다. 그대로 쭉 해.”
이 세상에, 일 잘하는 놈 싫어하는 네크로맨서는 없다.
“시몬 경. 여기 좀 도와주세요!”
“네!”
몇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장인들조차 시몬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그들이 룬어를 쭉쭉 그리면, 시몬이 칠흑으로 삐쳐나온 부분을 집어넣으며 보조했다.
“저기, 내 라인의 칸팅! 이거 누가 다 해줬어요?”
“제가 했습니다!”
“아, 고마워요 시몬 경. 덕분에 시간을 절약했네요!”
“친구야! 나 오른쪽 칸팅 좀 도와줘!”
“그거 벌써 해놨습니다!”
“와, 진짜네? 에이스야 에이스!”
마법진 작업이 시작된 지 두 시간이 지났다.
불과 두 시간 만에, 어느새 장인들조차 시몬을 써먹을 수 있는 전력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자, 잘 봐 친구야.”
로드리온이 시몬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고는 손끝에 칠흑을 일으켜서 마법진의 한 곳을 눌렀다.
“우리가 만드는 건 언데드의 뇌야. 다른 논리는 없어. 우리가 만드는 게 언데드의 모든 거야. 친구 알겠니?”
“네. 알겠습니다!”
“여길 꾸욱 작동시키면.”
로드리온이 마법진의 한 곳을 누르자, 꼬리지느러미 부분의 뼈가 파닥파닥거리며 움직였다.
“봤지? 여기가 꼬리지느러미의 신경과 연결된 거야.”
“이해했습니다!”
“근데 지금 너무 동작이 부자연스럽잖아.”
로드리온이 마법진에 박혀 있는 ‘서클링’을 손끝으로 살살 돌려 풀어주었다. 그러자 파닥거리는 폭이 조금 더 커졌다.
“봤지? 친구가 서클링을 돌려가면서 밸런스를 맞춰봐. 너무 많이 풀면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지고, 너무 많이 조이면 뻣뻣해지고.”
“알겠습니다!”
작업은 호조였다. 세 장인들과 시몬이 만드는 마법진은 이제 티가 확 날 정도로 완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 한마디도 없이 집중해서 머리 움직임의 조율을 마친 디에고가 꼬리지느러미를 움직여 보았다.
“……!!”
꼬리지느러미의 움직임을 본 그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뼈가 아니라 정말로 살과 근육이 붙은 생명체처럼 부드럽게 살랑살랑 움직였다. 그 모습은 정말로 데이모스가 살아서 바닷속을 헤엄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율 단계에서 이렇게 부드러운 움직임이 나오는 건 처음 본다!’
디에고가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야! 야! 잠깐! 이거 꼬리 누가 조율했냐?”
시몬이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팔을 들었다.
“제가 했습니다! 혹시 고쳐야 할 점이라도…….”
찌르르 찌르르.
시몬을 내려다보는 디에고의 몸에서 전류가 흘렀다. 전신에 거대한 전율이 몰아치며 뇌리가 뜨겁게 들끓었다.
“크흐흐!”
이 새끼는 진짜.
“으하하하하하하하!”
디에고가 시몬의 정수리를 툭 때리고는 큰소리로 웃어댔다.
“이런 미친 새끼! X나 잘했다! 시몬!!”
디에고가 처음으로 이름으로 불러주었다. 시몬의 표정도 덩달아 환하게 펴졌다. 그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선배님들의 가르침 덕분이에요!”
겸손하게 선배들에게 공을 돌리는 센스까지.
시몬의 활약으로 어느새 작업 분위기는 최고가 됐다.
세 장인들 모두 권위 의식을 벗어던지고 입을 크게 벌리고 웃으며 마법진을 만들어 나갔다. 근 몇 년간 일이 이렇게 재미있었던 때가 없었다.
시몬이 꾸중 받을 때도 칭찬받을 때도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벤야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아마 본부 사람들에게 말해주면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
그 깐깐한 디에고가, 시몬의 어깨에 친근하게 팔을 두르고는 신이 난 얼굴로 새로운 걸 못 가르쳐 줘서 안달이었다.
“대단한 아이라니까.”